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378화 (377/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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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근데 나중에 밥은 어떻게 먹지?”

“그건 내가 가지고 와서 여기서 먹으면 돼. 밥 못 먹을까봐 걱정했구나.”

시황이 웃으면서 말하자 은비가 조금 얼굴을 붉혔다.

시황은 은비의 옆에 앉아 무릎에 노트북을 올렸다. 그리고 전에 했던 공연에 대한 반응을 찾기 시작했다. 포털 사이트에 홍대 은비라고 검색했다. 예상대로 관련 글이 엄청 많이 떴다.

글이 퍼지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일부러 월요일까지 기다렸다가 찾았다. 옛날처럼 집에서 놀기만 하면 하루 내내 찾을 테지만 지금의 시황은 그 정도로 한가하지는 않았다.

몇 개의 글을 훑어보다 댓글이 많은 글 위주로 읽었다.

[은비, 노을 홍대 사건]

그냥 홍대에서 공연한 건데 사건까지 붙이며 제목이 상당히 거창했다. 글을 눌러보자 사진과 함께 친절하게 그 날 일에 대해 설명이 되어 있었다.

[은비하고 노을이 홍대에 나타났음. 처음에 가면을 쓰고 있어서 사람들은 그냥 평범하게 공연하는 사람인줄 알았음. 처음에 가면 쓰고 노을이 노래 부름. 핑크펫에선 제인이 노래를 잘 부르는 줄 알았는데 노을도 상당히 잘 부름. 이어서 가면 쓴 남자가 노래 부름. 정체는 모르는데 노래 미친 수준으로 잘함. 사람들 이때부터 엄청 모여듦. 그 뒤에 노을부터 가면을 벗음. 이어서 은비도 벗음. 사람 개 많아서 움직이기도 힘들 정도가 됨. 노을하고 그 가면 쓴 남자 신곡 불렀는데 개 좋음. 난 바로 다운 받음. 은비가 홍보 때문에 왔다고 함. 무슨 이벤트인지는 모르겠음.]

인터넷에 흔히 있는 유형의 글이었다. 어떤 사건에 대한 걸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을 하는 그런 글이었다. 내용은 얼마 안 됐지만 그 날 생각이 떠오르게 잘 설명을 하고 있었다.

그 글에는 누가 찍었는지 화질은 썩 좋지 않지만 은비와 함께 시황이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 첨부되어 있었다. 시황은 그 영상을 눌러봤다.

사람들의 소음과 함께 시황과 노을이 노래를 불렀다. 화질 나쁘고 음질도 썩 좋지 않은 동영상인데도 시황과 노을의 가창력이 그대로 전해졌다.

“오, 진짜 잘 부르긴 하네. 너 노래 잘하는 거 보면 진짜 신기해.”

은비가 시황을 보며 한마디 하고 다시 노트북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은비는 동영상을 보며 시황과 노을이 부른 사랑의 엇갈림을 흥얼거렸다. 꽤 자주 듣는 듯 했다.

시황은 댓글을 확인했다.

[언니들 노래가 진심 대박이더라. 사랑의 엇갈림이라는 제목인데 꼭 제대로 들어봐. 저 가면 쓴 남자 노래 진짜 잘함.]

[저 남자 누군지 아는 사람 있어요? 저 팬 될 거 같은데.]

[모름. 가면 쓰고 있는데 어떻게 알겠어.]

의외로 은비보다 시황에 대한 얘기가 많았다. 아무래도 노래를 워낙 잘불러서 사람들의 관심이 그쪽으로 향한 듯 했다.

글을 찾다 보니 노을에 대한 글도 제법 있었다.

[노을이 입은 옷 예쁘지 않은가요? 음악쇼에 엄청 노출 심한 옷 입은 것보다 저게 훨씬 낫네요. 청순해보이고 예뻐 보여요. 저만 그런가요?]

[저도 그래요. 노을 별로 관심 없었는데 저 옷 입은 거 보니까 엄청 꼴, 아니 끌리네요. 옷이 참 좋네요 허허]

루폴론의 메이드 복이 제대로 먹혀든 듯 했다. 노출이 심한 아이돌이 대부분인 지금 오히려 다른 콘셉트를 가져가는 게 훨씬 인기를 끌 확률이 높았다.

[노래도 생각보다 엄청 잘 하네요. 옆에 남자만큼은 안 돼도 저 정도면 선방한 거죠.]

노을의 노래 실력도 호평이었다. 그 날 조금 고생하기는 했어도 홍보는 생각만큼 괜찮게 된 듯 했다.

“오, 엄청 호평이다. 너희 노래 잘 될 거 같네. 나도 처음 듣고 엄청 맘에 들었거든.”

은비도 칭찬해주었다.

다른 글들도 보는데 노래하고 크게 관련 없이 은비 얘기만 하는 곳도 있었다. 디지털 카메라 사이트에 있는 은비 갤러리가 그랬다.

[저 가면 쓴 남자 누구임? 은비랑 무슨 관계? 혹시 남친 아님? 분위기 보니까 남친 같은 느낌 개쩔게 나는데.]

[몰라 ㅂㅅ아.]

[남친이면 저기 대놓고 같이 나오겠냐? 대가리에 있는 뇌 좀 쓰고 살아라.]

은비 팬이 많은 갤러리인 만큼 은비에 대해 조금만 안 좋은 소리가 나오면 반응이 상당히 격했다.

“여기 네 팬 많네. 너도 여기 와서 봐?”

“안 보는데. 여기 무서운 사람들 많아서 그냥 난 팬 카페에만 가는데.”

그 갤러리 이용자에겐 안타깝게도 은비는 팬 카페만 간다고 했다. 재미있는 글이 상당히 많아 시황은 페이지를 넘기면서 글을 쭉 훑었다. 글이 많이 올라왔는데 아주 노골적인 글들도 상당히 많았다.

[은비 발가락 빨기 VS 로또 1등 당첨]

[전자 ㅂㅅ]

[후자 하는 ㅂㅅ도 있음?]

댓글에는 전부 은비의 발가락을 빠는 걸 선택했다. 옛날 시황도 이런 글을 진지하게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이, 이런 걸 왜 봐. 바보야. 빨리 꺼. 진짜. 아휴”

옆에서 그 글을 본 은비의 얼굴이 빨개졌다.

“잠깐만 이것만 보고.”

시황은 그 다음 글을 눌렀다.

[은비 처녀 맞겠지? 제발 처녀라고 말해라.]

[처녀 맞는데 ㅡㅡ]

[은비 스캔들 난적도 없고 소문도 없음. 도저히 캘 게 없다는 거지.]

[넌 은비가 섹스 했을 거라는 상상이 되냐? 은비는 원래 겁이 많아서 섹스 같은 거 무서워서 못함. 넣으려고 하면 막 울 걸?]

온갖 망상이 써진 글이었다. 특히 마지막에 넣으려고 하면 은비가 막 울 거라는 글에 시황은 조금 웃고 말았다.

“여기 사람들 은비 정말 좋아하나봐.”

“그만 보라고. 바보야. 진짜 부끄럽네.”

은비는 귀까지 빨개져서는 강제로 인터넷 창을 꺼버렸다. 정말 부끄러웠다. 그나마 VS 글까지는 견딜 만 했는데 처녀 어쩌고 하는 글은 견딜 수가 없었다.

은비는 시황을 만나기 전까진 처녀가 맞았는데 시황을 만난 이후로 처녀가 아니게 되어 버렸다. 팬들에게 조금 미안하기는 해도 평생 남자 친구 안 사귀고 섹스 안 하고 살 수는 없는 거 아니겠는가?

“오늘 밤에 은비 처녀 맞는지 확인해볼까?”

“뭐, 뭐래 바보가. 아까 그런 짓 해놓고 진짜 반성할 줄 모르네.”

언제나처럼 시황과 은비는 티격태격했다.

결과적으로 홍대 공연은 상당한 홍보 효과를 가져왔고 그 동영상이 여러 사이트에 퍼져 나갔다. 몇 년 동안 인터넷만 한 시황인만큼 인터넷의 습성을 잘 알았고 그걸 이용할 줄도 알았다. 이슈가 되는 건 분명 그만큼 재미가 있든가 퀄리티가 있든가 뛰어나든가 뭔가가 특별한 게 있었다.

이거랑 카페 케즈론에 사랑의 엇갈림을 중간 중간 넣어서 계속 튼다면 조금 더 다양한 사람에게도 홍보가 될 듯 했다.

유산 레벨 5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

시황과 노을이 부른 사랑의 엇갈림은 처음 홍대 공연 영상으로 퍼지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음악 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해버렸다. 쟁쟁한 곡들을 제치고 사람들이 현재 가장 많이 듣고 있는 노래가 된 것이다.

가게 같은 데서는 음악 사이트 순위대로 노래를 트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1위를 했다는 건 길거리를 가면 흔하게 듣는 노래가 되었다는 말이었다. 실제로 서울, 지방 할 것 없이 번화가를 다니면 사랑의 엇갈림이 꼭 길거리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노래가 인기를 끄는 만큼 노을의 인기도 서서히 상승했고 가면 쓴 남자에 대한 정체를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아무도 시황의 정체를 알아내지 못했다.

이런 사이 시황은 명동에 임대를 해서 카페 케즈론 2호점을 냈다. 단순히 내부 인테리어를 바꾸기만 하면 되는 거라 금방 오픈을 할 수 있었다.

명동점은 지숙이 가기로 하고 직원들은 일본어와 중국어가 가능한 사람으로 뽑았다. 이젠 아르바이트생이 아닌 정직원만 뽑았는데 월급이 다른 카페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높았다. 보통 카페의 바리스타라고 해봐야 연봉 2000만 원이 채 되지 않았는데 시황이 뽑은 직원은 일본어와 중국어 회화가 가능한 만큼 다른 카페의 바리스타에 비해 2배에 가까운 연봉을 주었다. 물론 그런 것 없이 평범하게 카페에서 일만 하는 직원은 그보다 조금 많이 덜 받기는 했지만.

그리고 진아와 함께 전에 시험했던 카실론 꽃잎과 베노 꽃잎, 루카론 열매를 이용한 신제품을 만들기로 했다. 다른 회사와 특별히 다르지 않은 제조공정을 가지고 만들지만 들어가는 재료가 달랐기 때문에 개당 수백만 원에 이르는 제품이 됐다.

베노 꽃잎은 입욕제로 만들었고 카실로 꽃잎은 피부의 청결감을 향상 시켜 주는 바디 클렌저로, 루카론 열매는 주름이 없어지고 피부를 탱탱해지는 점을 이용해 노화를 억제해주는 주름 개선용 화장품으로 만들었다.

제품 자체는 금방 만들어졌기 때문에 명동에 있는 백화점 매장과 홈페이지, 카페 케즈론에서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고 이어서 유미와 은비를 데리고 촬영을 CF 촬영도 준비를 했다.

평소 유미와 은비에게 카실론 꽃잎과 루카론 열매를 이용해 피부 관리를 해주었고 둘 다 이전보다 더욱 생기 넘치고 청순한 아름다움이 넘쳐흘렀다. 조그만 주름, 피부의 잡티 하나에도 사람의 인상이 변했는데 아기 피부처럼 완전히 매끄러워진 유미와 은비는 단순한 아름다움 그 이상의 매력을 가지게 되었다.

CF는 시황이 원하는 대로 최대한 간결하게 은비, 유미와 화장품만 나오게 했다. 노래도 조잡하게 웅장한 노래를 까는 게 아니라 고요한 배경음을 썼고 다른 소품은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10초 동안 은비, 유미가 검은 화면에 가득 채워져 화장품을 들고 매혹적인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심플해도 지나칠 정도로 심플했지만 시황은 이게 마음에 들었다. 실제로 CF 영상을 보면 사람 같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은비와 유미를 보느라 순식간에 10초가 다 가버렸다.

그리고 잡지나 홈페이지에 쓰일 케즈론 화장품 사진은 명동에 있는 카페 케즈론에서 찍었다. 카페 케즈론 자체가 고풍스러운 인테리어를 기반으로 해서 사진 찍기에 상당히 좋았다. 전문 사진사는 아무것도 아닌 배경도 멋스럽고 세련되게 만드는데 카페 케즈론이 배경인 만큼 마치 서양의 공주처럼 드레스를 입고 찍은 은비와 유미 사진은 대단히 아름다웠다.

시황이 계획한대로 차근차근 진행되어 갔다. 노래도 지속적인 인기를 끌어 레벨5를 위한 경험치까지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시간은 흘러 겨울도 막바지가 되었다. 아직까지 쌀쌀했지만 학생들의 마음은 날이 갈수록 더 쌀쌀해졌다. 방학이 끝날 때까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것이다.

시황은 전에 찬미와 유미에게 말했던 대로 같이 부모님이 사는 곳에 내려가 같이 식사를 하기로 했다. 집에 안 내려간 지 상당히 되다 보니 틈만 나면 부모님에게 전화가 와서 방학이 끝나기 전에 한 번 내려가 볼 생각이었다.

이른 아침. 아직 아침 6시가 되지 않은 이른 시간이었다. 아직 해도 뜨지 않아 주변이 깜깜했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시황은 집에 내려가기 위해 벤틀리 트렁크에 각종 케즈론 화장품과 케즈론 성에서 가지고 온 몸에 좋은 물을 담은 통들을 가득 채웠다.

“아함……. 졸려.”

유미는 잠이 오는지 연신 하품을 하더니 뒷좌석에 타서 바로 드러누웠다. 찬미는 시황을 도와 트렁크에 물건들을 싣고 나서야 보조석에 탔다.

서울에서 부모님이 사는 곳까지 가려면 4시간 이상은 걸렸다.

운전을 하고 가던 시황은 이쯤에서 아루의 비밀을 찬미에게 말해두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전에야 어떻게 넘기긴 했지만 부모님을 다시 만났을 때 부모님과 찬미의 말이 꼬일 수가 있었다.

“찬미야.”

“네. 오빠.”

옆에 있던 찬미가 시황을 바라봤다.

“아루에 관한 얘기인데 말이야.”

“네? 아루요?”

갑작스런 아루 얘기에 찬미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응. 내가 옛날에 아루보고 동생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사실 친동생이 아니야.”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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