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77 ------------------------------------------------------
드래곤 루나모스
“어, 어떡해. 바보야 빨리 나중에 오라고 해.”
은비는 다급하게 시황에게 말했다. 그나마 시황이 말했던 대로 노크를 할 뿐 문을 열거나 하지는 않아 다행이었다.
하지만 이 재밌는 기회를 시황이 놓칠 리가 없었다. 시황은 성기가 발기한 채로 일단 바지를 입었다. 발기한 성기가 워낙 크다보니 바지가 불룩 튀어나와있었다.
“또 나중에 오라고 하면 의심하니까 일단 들어오라고 할게. 넌 빨리 이불 안에 옷 집어넣어.”
“뭐, 뭐라고? 미, 미쳤어?”
조용히 속삭이는 시황의 말에 은비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또 나중에 오라고 하면 둘이서 뭔가 이상한 짓이라도 한다고 생각하면 어떡해. 일단 들어오게 하자.”
“아……. 맙소사.”
워낙 다급한 순간이다 보니 시황의 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어 보였다. 2번이나 들어와도 되냐고 했는데 안 된다고 하면 분명 야한 짓이라도 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게 분명했다.
물론 아무리 의심을 한다 해도 눈으로 보여주는 것과 아닌 건 차이가 매우 컸기 때문에 무조건 못 들어오게 하는 게 맞았지만 워낙 다급한 순간이라 은비는 그런 것까지 생각할 틈이 없었다.
은비는 재빠르게 침대에 널브러진 자신의 옷을 이불 안에 넣고 알몸이 보이지 않도록 최대한 이불을 덮었다. 은비가 워낙 황급히 하는 바람에 침대 밑으로 팬티가 하나 떨어졌다. 시황은 그걸 알았지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은비는 뭔가 이상한 곳이 없나 빠르게 훑어봤지만 일단 괜찮은 듯 했다. 안타깝게도 은비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 팬티가 떨어져서 발견을 할 수가 없었다.
“응. 들어와도 돼.”
침대에서 나간 시황은 찬미에게 들어오라고 말했다. 이 말을 하기까지 상당히 의심스러운 공백이 있었고 당연히 찬미도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단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찬미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본 광경은 방금 시황이 말하기 전 공백만큼이나 이상했다. 어째서인지 시황이 바지를 잔뜩 부풀리고 있었고 은비는 부자연스럽게 이불을 잔뜩 올린 채로 덮고 있었다.
“과일은 테이블에 놔둘까요?”
이런 이상한 점은 놔두고 원래의 목적대로 과일을 어디 놔둘 건지 물었다.
“응. 테이블에 놔둬.”
찬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놔두고 은비를 슬쩍 바라봤다. 눈을 질끈 감고 있었는데 침대 아래에 여자 걸로 추정되는 팬티가 떨어져 있었다. 누가 봐도 은비의 팬티. 찬미는 대충 의심은 했지만 눈으로 직접 증거를 보자 속으로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은비 씨 혹시 아프신가요?”
테이블에 과일을 놓은 찬미가 은비에게 물었다.
“응. 조금 아파서 누워 있어.”
찬미의 말에 은비대신 시황이 대답해줬다. 은비는 눈을 질끈 감고 있었는데 얼굴이 새빨개져서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정말 열이라도 나나 싶을 정도였다.
“은비 씨 괜찮아요?”
찬미는 은비에게 다가갔다. 찬미가 다가올수록 이불을 쥔 은비의 손에 점점 더 힘이 들어갔다. 혹시라도 이불이라도 젖히는 순간 알몸인 게 들킬 테고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이다. 그 참혹한 일을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은비는 몸이 덜덜 떨렸다.
“괘, 괜찮아요.”
은비는 얼마나 긴장했는지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찬미는 그런 은비를 안쓰럽게 쳐다보며 침대에 앉았다. 어떤 상황이었는지 안 봐도 알 수가 있었다. 모든 원흉은 시황일 게 뻔했다. 은비까지 이렇게 된지는 처음 알았다. 전부터 약간 낌새가 있기는 했지만 확실히 알아차린 건 방금 팬티를 보고서였다.
이 집에 있는 여자들은 다들 시황이 이 여자 저 여자 다 만나고 다닌다는 건 눈치를 채고 있었다. 보통이라면 양다리를 걸치는 순간 큰 싸움이 일어나고 모든 게 끝이겠지만 그 경우와 시황은 조금 달랐다. 애초에 시황과 확실히 사귄다고 할 만한 사람이 없는데다 다들 어떤 식으로든 인생에 시황이 깊게 관여 되어 있었다. 단순히 시황이 다른 여자 만나니까 나도 이제 싫어 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마음이라는 게 그렇게 되지 않았다. 시황이 다른 여자를 만나더라도 시황의 사랑을 바랬다.
찬미는 안쓰러움에 은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긴장을 많이 했는지 땀을 많이 흘렸다. 덕분에 머리가 축축했다.
“아프면 여기서 푹 쉬다가 가요. 오늘 오빠 방에서 자고 가도 되니까 무리해서 안 돌아가셔도 돼요.”
“네?”
찬미의 말이 조금 이상해 은비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시황의 방에서 자고 가라니? 뭔가 눈치라도 챈 걸까?
“그러면 전 나가볼게요. 오빠, 은비 씨한테 잘해주세요.”
“응? 당연히 잘해줘야지.”
찬미가 미묘한 말을 남기고 떠나갔다.
“하아…….”
찬미가 나가자 그제야 은비가 큰 숨을 쉬었다. 방금 찬미가 침대에 앉아 이마 주변을 만졌을 때 들키는지 알고 엄청 떨었었다. 얼마나 긴장했던지 침대 시트와 이불이 땀으로 축축해질 정도였다.
“미안. 은비야. 많이 놀랐지? 내가 정말 미안해.”
“어?”
당연히 시황이 바로 또 섹스하자고 말할 거 같아 은비는 화를 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과 다르게 시황이 사과를 하면서 다가오자 순간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시황이 저렇게 미안한 표정으로 사과하는 건 처음 봤다.
“많이 당황했지? 땀 엄청 흘렸네. 다시 가서 씻을래?”
“어? 너 갑자기 왜 그래.”
방금 그 일이 있어서 시황에게 화를 내도 괜찮았는데 막상 시황이 저렇게 숙이고 들어오자 은비는 묘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여전히 마음이 심란하기는 해도 기분이 조금 풀리기는 했다.
“미안해서. 설마 찬미가 또 올지는 몰랐어. 일단 씻고 옷부터 입자. 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어? 그, 그래.”
지금 이 타이밍에 섹스를 하자고 해도 은비는 할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 방금까진 시황의 방에서 사람들 몰래 섹스 한다는 생각에 은근히 흥분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흥이 다 깨졌다.
은비는 침대에서 일어나 다시 욕실에 가서 땀을 씻어내고 나왔다. 그런데 욕실에서 나오자마자 침대 옆에 떨어진 자신의 팬티가 보였다.
“어? 이거 팬티 언제 여기 있었던 거야?”
은비가 놀라서 시황에게 물었다.
“몰라. 방금 나갈 때 떨어진 건가?”
시황은 아까 봐 놓고 모른 척 했다.
“그런가? 이상하네. 안 떨어진 거 같은데.”
은비는 이마를 찌푸리며 생각했지만 뭔가 위화감이 있었다. 아까 찬미가 한 말이 설마 팬티를 보고 그런 걸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아까 전 찬미의 표정이 지나칠 정도로 평화로웠다. 오히려 몸이 아픈 걸 정말 걱정하는 듯 연민이 가득한 표정으로 쳐다봤었다.
“아, 모르겠다. 일단 옷이나 입어야지.”
은비는 떨어진 팬티를 주워 입고 침대에 널브러진 옷들을 껴입었다. 옷을 다 입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이제 미안해하는 시황에게 잔뜩 짜증을 내려고 했는데 시황의 얼굴을 보니 조금 마음이 약해졌다.
“앞으로는 은비가 시키는 대로만 할게.”
“진짜? 그러면 내 발에 뽀뽀해봐.”
은비가 침대에 앉아 발을 내밀면서 말했다. 그러자 정말 시황이 은비의 발을 잡더니 발등은 물론이고 발바닥에도 입을 맞춰주었다.
“야, 간지러워.”
“이렇게?”
시황이 여전히 미안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화났던 마음도 은비의 마음도 이제는 괜찮아졌다.
“이번만 용서해 줄 거야. 내가 괜히 사람 없는데 가서 하자고 한지 알아? 다 깊은 생각이 있어서 그런 말 한 거라고. 하여튼 남자들은 단순해서 뒤는 생각도 안하고……. 에휴.”
끝에 남자 전체를 단순하다고 했지만 어쨌든 은비는 시황을 용서해주었다. 앞으로 자신의 말을 잘 들을 시황을 생각하니 썩 나쁘진 않았다.
“아까 찬미가 내 방에서 자고 가라고 했는데 오늘 정말 자고 갈래?”
“자고 가라고? 또 무슨 이상한 소리 하는 거야. 내가 네 방에서 자면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
은비는 또 무슨 헛소리를 하냐는 듯 시황을 쳐다봤다.
“반대로 생각을 해봐. 네 방금 그렇게 아픈 듯이 누워있었는데 갑자기 멀쩡해져서 돌아가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아? 찬미가 분명 다른 애들한테도 네가 아파서 오늘 자고 갈지도 모른다고 말했을 텐데.”
“어?”
은비의 표정이 조금 심각해졌다. 시황의 말대로 방금까지 그렇게 아픈 것처럼 있다가 갑자기 가면 찬미가 의심을 할 수 있었다. 차라리 시황의 말대로 오늘 자고 내일 가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 스케줄 있어?”
“그래. 오후에 있단 말이야.”
“그러면 아침 일찍 나가고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
“아, 정말. 그러면 엄마한테 전화도 해야 하는데……. 뭐라고 말하지.”
은비는 심사숙고 끝에 자고 가기로 결정했다. 은비의 표정이 조금 심각해졌다. 마치 남자 친구하고 몰래 1박 2일 여행을 갔다 오기로 한 여자애처럼 부모님한테 뭐라 변명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노을 숙소에서 자고 간다고 해.”
“그게 무난하겠다.”
시황의 말에 은비는 노을의 숙소에서 자고 가는 걸로 거짓말하기로 했다.
은비는 침대에 앉아 휴대폰으로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신호음이 몇 번 울리자 은비의 어머니가 전화를 받았다.
[엄마.]
은비가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응? 우리 딸 왜 전화 했어?]
[나 오늘 노을이네 숙소에서 자고 갈게.]
[응?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니?]
뜬금없이 외박을 하겠다는 은비의 말에 은비 어머니가 조금 당황하며 되물었다. 평범한 여자애라도 외박을 한다고 하면 걱정이 될 텐데 요즘 최고 인기인 은비가 외박을 한다는데 걱정을 안 하는 게 이상했다.
[간만에 노을 숙소에 놀러왔는데 할 얘기도 많고 좀 놀다가 가고 싶어서.]
[그러니? 그냥 엄마가 밤에 데리러 갈까?]
아무리 생각해도 은비의 어머니는 걱정이 되는지 은비를 집에 데리고 오려고 했다.
하지만 시황은 은비의 어머니가 걱정을 하든 말든 뒤에서 은비를 껴안고 스웨터 속에 손을 넣어 가슴을 주물럭거렸다. 은비가 얼굴을 찡그리며 뒤를 돌아봤지만 손을 쳐내거나 하지 않았다.
은비의 어머니가 걱정한 것 중 혹시 은비가 남자하고 외박할지도 모른 다는 것도 있었는데 그 걱정대로 시황이 행동을 하고 있었다.
[나도 간만에 이렇게 놀고 싶어. 요즘 일 때문에 엄청 힘들고……. 지쳐서 힐링할 게 필요하단 말이야.]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자 은비가 조금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으, 응. 알았어. 그러면 내일 아침에 엄마한테 꼭 전화해야 한다.]
[응. 알았어. 그럼 끊을게.]
그게 잘 먹혔는지 은비의 어머니가 허락을 해주었다.
“야! 전화 중에 어딜 자꾸 만지는 거야.”
어느새 시황의 손이 은비의 바지 속을 파고들어 가 중요한 부위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가만히 있으려니까 심심해서.”
“적어도 엄마하고 전화할 때는 예의를 생각해서 좀 참아. 바보 변태야. 나중에 우리 엄마 얼굴 보기 민망하지도 않아?”
은비는 시황이 자신의 어머니와 만날 걸 벌써 확정짓고 말하고 있었다.
“원래 좋아하면 그런 거잖아? 어차피 나중에 애 낳으면 우리 서로 섹스했다는 걸 다 알리는 거잖아. 안 그래?”
“어? 어. 그렇긴 하지.”
섹스를 해서 애를 낳는 다는 말에 은비가 조금 당황했다. 마치 프로포즈 비슷하게 들렸기 때문이었다. 은비는 머릿속에선 자동으로 시황과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게 그려졌다. 어쩐지 가슴이 엄청 두근거렸다.
“은비가 좋아하는 야한 건 나중에 다들 잘 때 몰래 하고 지금은 우리가 전에 공연했던 거 반응이나 같이 보자.”
“누, 누가 야한 걸 좋아해. 바보야. 변태인 네가 제일 좋아하지.”
“하하. 그런가.”
시황은 웃으면서 노트북과 과일을 침대로 가지고 왔다. 과일을 먹으면서 은비하고 같이 공연 반응을 살필 생각이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