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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노래도 홍보가 중요했다. 아무런 홍보 없이 음악만 올린다고 직접 찾아 들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괜히 수많은 기업들이 마케팅에 천문학적 비용을 쓰는 게 아니었다. 제품 홍보를 해야 사람들이 인식을 하고 구입을 할지 말지 결정한다.
시황이 소파에 앉아 고민을 하는 사이에 노래가 다시 재생되었다. 찬미와 유미는 물론이고 아루와 은지도 노래에 몰입했다. 일단 이 반응만 보면 노래가 나쁜 건 아닌 듯 했다. 시황이 듣기엔 조금 조잡스러운 부분도 많았지만 마력 회로로 증가시킨 가창력이 다 커버했다.
어떻게든 사람들이 조금씩 듣기만 하면 순식간에 퍼져나갈 가능성도 있었다. 정보화 시대인 만큼 먹히는 정보의 전파 속도가 매우 빨랐으니까.
음원을 올리려면 음원을 유통하는 업체와 계약을 해야 했고 보통 7:3 정도로 돈을 나누어 가졌다. 접수만 한다면 음원이 사이트에 올라가는 건 얼마 걸리지 않았다.
시황은 방으로 돌아와서 노을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
[노래 들으셨어요?]
[응. 들었어. 괜찮은 거 같더라.]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정말 좋아요. 언니들한테 들려줬는데 다들 엄청 좋다고 극찬을 했어요. 노래도 보내 달라고 해서 바로 보내줬어요.]
언니라는 건 같은 핑크펫 멤버를 말하는 듯 했다. 얼마 안 되는 표본이기는 하지만 반응은 역시 괜찮았다.
[음원이 사이트에 등록되면 네가 잘하는 SNS에 홍보 좀 해봐. 은비한테는 내가 말해둘게.]
[네. 당연히 해야죠. 그런데 제가 그렇게 SNS를 열심히 하는 건 아니에요.]
노을이 부정했다.
[그런가? 어쨌든 주변에 아는 사람들한테 홍보하면 좋기는 한데 무리 하지는 마. 홍보는 내가 알아서 잘 해볼 테니까.]
[무리는 안 하고 노력은 해 볼게요. 저도 같이 부른 노래니까요.]
[응. 그러면 난 이제 은비한테 전화할 테니까 쉬어.]
[네.]
노을과의 전화를 끊고 바로 은비에게 전화를 했다. 신호음이 한참 울리고 나서야 은비가 전화를 받았다.
[일하는 중이야?]
[잘 아네. 지금 쉬고 있어. 근데 평소에 잘 전화 안 하더니 갑자기 왜 전화 했데?]
은비의 말대로 시황은 그렇게 자주 전화를 하지 않았다. 보통은 은비가 연락하는 편이었는데 서로 일 때문에 바빠서 자주 전화 하거나 만날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나마 예전엔 은비와 만날 시간이 있었는데 요즘은 인기가 부쩍 상승해서 엄청 바빠져 있었다.
[은비도 SNS 하나? 이번에 노래 나왔는데 홍보 좀 해달라고.]
은비가 갑자기 왜 전화 했냐고 물으면 홍보 해달라고 전화 했다 말하기 조금 부담스러울 텐데 시황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다니까. 노을이랑 부른 노래 말하는 거지? 일단 보내봐. 듣고 좋으면 팬 카페에 홍보해주고 이상하면 홍보 안 해주고.]
은비가 말은 저래도 무조건 홍보해 줄 거라는 건 시황이 잘 알고 있었다.
[알았어. 코코아 톡으로 보내줄게.]
[근데 있잖아. 그거 보다 나 너희 집에 놀러 가도 돼?]
갑자기 은비가 시황의 집에 놀러가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전에 노을이 시황의 집에 갔다 했을 때 상당히 분했던 것이다. 별 거 하는 건 없겠지만 무조건 시황의 방에 가고 싶었다.
[우리 집에? 와봐야 놀 것도 없는데.]
[괜찮아. 그냥 가는 게 노는 거지. 네 방 구경도 하고.]
[그래? 안 그래도 이번 모델 일도 있으니까 우리 집에 와서 얘기하자. 언제 시간 돼?]
[시간은 나중에 스케줄 보고 말해줄게. 아마 이번 주에 될 걸? 근데 너 방 엄청 더러운 거 아니야? 왠지 청소 하나도 안 했을 거 같은데.]
시황의 집에 놀러가기로 확정이 돼서 그런지 은비의 기분이 상당히 좋아졌다. 용건은 진작 끝났는데 은비는 전화를 끊지 않고 계속 말을 했다. 은비와 전화를 하면 항상 이렇게 전화 시간이 길어졌다.
[휴지 필요해? 휴지 사갈까? 과일이 좋아? ……네? 아, 잠시만.]
은비는 시황의 집에 방문할 때 뭐 사가는 게 좋을 지까지 얘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옆에서 누가 말을 걸었는지 은비가 잠시 누군가와 얘기를 했다. 금방 얘기가 끝난 듯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은비가 시황에게 말을 했다.
[아, 힘들다. 나 다시 일 해야 돼. 나중에 언제 갈지 문자 보낼 테니까 그때 시간 비워놔. 일 있다고 하기만 해봐.]
[응. 일 열심히 해.]
겨우 은비와 전화를 끊었다. 은비는 전화로 얘기하는 걸 정말 좋아해서 시간만 되면 한 시간은 물론이고 두 시간, 세 시간 넘게 통화를 했다. 시황도 얘기 듣는 걸 좋아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은비와 전화를 하면 심신이 지쳤다.
은비와 전화를 끊고 거실로 다시 나가려는데 노트북을 가지고 유미가 방에 들어왔다.
“다 들었어?”
“네. 언니들이 노래 벨소리로 쓰고 싶다고 꼭 보내 달래요.”
시황의 방에 들어온 유미가 노트북을 테이블에 내려놨다.
“으쌰!”
유미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시황의 침대에 드러누웠다. 짧은 반바지를 입고 있어 새하얀 다리가 드러났다. 루카론 열매 덕분에 허벅지 살이 하나도 처지지 않았다. 고고한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피곤해?”
“그냥 눕고 싶어서요. 오빠 침대에 누우면 엄청 기분 좋아져요.”
“그래?”
시황은 침대에 드러누운 유미의 발을 잡고 자신의 무릎에 올렸다. 다시 발을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이번에 유미가 모델 일을 하기 위해 루카론 열매 말고도 카실론 꽃잎의 물로 피부를 더 청결감 있게 만들어줘야 했다. 평범한 잡티나 신체 밸런스 같은 거야 포토샵 보정으로 간단히 해결 되지만 그렇게 되면 인공적인 느낌이 강해서 시황은 전혀 선호하지 않았다.
“간지러워요. 오빠.”
유미의 발은 깨끗했다. 학교 다닐 때 운동화만 신고 다녀서 그런지 엄지발가락이 휜 무지외반증도 없었고 관리도 잘해서인지 각질이 일어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하이힐을 계속 신으면서 발에 굳은살이 살짝 생기려고 했고 발목 뒷부분에 상처도 있었다.
겨드랑이도 다시 확인했다. 제모가 깔끔하게 되어 있었다. 코를 갖다 대고 냄새를 맡자 루카론 열매의 향기가 은근히 났다.
“내, 냄새 나지 않아요? 좀 부끄럽다. 휴…….”
겨드랑이 냄새를 맡자 유미가 조금 부끄러워했다.
“오히려 좋은 향기가 나는데.”
시황은 냄새를 맡은 뒤에 유미의 겨드랑이를 핥아 살짝 맛을 봤다. 땀 냄새도 안 났고 짠 맛도 나지 않았다. 평범하게 핥아도 될 정도로 깔끔하고 좋았다.
“오, 오빠…….”
유미가 부끄러움에 몸을 조금 꿈틀 거렸지만 시황은 계속 겨드랑이를 살폈다. 아주 살짝 색소침착이 있는 듯 했다. 그냥 봐도 잘 모를 정도로 미미하기는 했는데 관심을 갖고 봐서인지 시황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유미도 카실론 꽃잎의 물이 필요했다.
“유미는 계속 내가 물 뿌려줄게. 케즈론 화장품 모델을 해야 하니까.”
“아싸!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요?”
유미는 정말 기뻐했다.
“다른 사람들은 자기 쓰고 싶은 물을 쓸 수 있게만 해주려고. 나도 바빠서 계속 지금처럼 다 할 수는 없으니까.”
“헤헤. 저만 해주는 거네요? 정말 기쁘다.”
찬미를 제치고 특별한 취급을 받는다는 사실에 기뻤는지 유미가 시황을 옆에서 안았다. 그리고 시황의 입술에 입을 맞춰주었다. 유미의 나이는 20살. 남자와 한창 열렬하게 사랑을 나누고 싶은 나이였다.
똑똑.
정신없이 키스를 하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유미가 움찔하더니 키스를 멈추고 방문을 바라봤다.
“오빠, 들어가도 돼요?”
찬미의 목소리였다.
“응. 들어와.”
잠시 키스를 멈췄던 유미는 찬미라는 걸 알자 신경도 쓰지 않고 다시 시황과 키스를 했다.
찬미는 방에 들어와 유미가 시황에게 엉겨 붙어 있는 모습을 보고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유미야. 이제 정리하고 잘 준비 해야지. 오빠 귀찮게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내가 무슨 초등학생도 아니고. 잠이야 나중에 자면 되지. 방학이라 수업도 없는데.”
찬미의 잔소리에 유미가 투덜거렸다.
“네가 계속 그러면 오빠가 불편하잖아. 오빠도 피곤해서 자야하는데.”
“내가 그래서 이렇게 안마하면서 피곤한 거 풀어주고 있잖아.”
방금까지 엉겨 붙어 입을 맞추던 유미가 어느새 시황의 어깨를 주무르고 있었다. 순식간에 태세전환을 했다.
시황은 찬미와 유미가 싸우는데 끼어들 수가 없었다. 여기서 찬미 말대로 하면 유미가 서운해 할 테고 안 피곤하다고 하면 찬미의 입장만 곤란해진다. 이런 상황이 정말 난감했다.
“유미야!”
“칫.”
찬미가 정말 화내려고 하는 거 같자 유미는 힘없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유미의 나이도 20살이 되었지만 찬미에게는 아직도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는 듯 했다.
“오빠. 그럼 갈게요. 쉬세요.”
“응. 너희도 쉬어.”
밤이 늦었기 때문에 찬미와 유미가 떠나갔다. 유미는 아쉬운지 시황을 힐끔 쳐다보고는 힘없이 방을 나갔다.
시황은 자신을 배려하는 찬미의 마음도 이해가 갔고 더 놀고 싶어 하는 유미의 마음도 이해가 갔다. 잠시 생각하던 시황은 유미에게 문자를 보냈다. 새벽에 찬미 몰래 오라는 문자였다.
안쓰러운 유미를 위해 시황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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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이 음악 사이트에 등록되었다.
음악 사이트에서 [사랑의 엇갈림]이라는 제목의 노래를 검색하면 시황의 노래가 뜬다. 하지만 시황은 정체를 밝히고 싶지 않아 닉네임을 썼다. 크게 고민하지 않고 율르 라고 했다. 특별한 뜻이 있는 건 아니고 엘프인 율나르에서 나 자만 뺀 것이다. 특별히 생각나는 이름이 없어 정말 대충 지은 거였다.
노을과 율르의 사랑의 엇갈림. 이름이 상당히 이상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니까. 음원 다운로드나 스트리밍만 많으면 됐다.
음원이 올라가고 노을이 자신의 SNS에 홍보를 했다. 뮤직비디오 같은 건 없었기 때문에 음악만 유튜브에 올려서 링크를 걸었다. 상당히 조잡하기는 했지만 현재로선 이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노을의 SNS 홍보로 제법 많은 사람이 노래를 들었는지 상당히 좋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노을이 꾸준히 SNS를 해서 아는 사람이 상당했던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래봐야 찻잔 속의 미풍 수준이었다. 태풍도 아닌 미풍 말이다.
좀 더 본질적인 홍보가 필요했다.
시황은 몇 가지 홍보 방법을 생각했다. 그 중에서 가장 먼저 할 건 홍대 길거리 공연이었다. 저녁 홍대에 가면 길거리에서 공연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공연을 구경하는 젊은 관중들도 제법 있었다. 하지만 제법이라는 숫자로는 안 됐다. 시황이 필요한 건 그 이상, 거리가 마비될 정도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노래 부르는 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파급력이 제법 있을 게 분명했다.
시황은 고민했다. 그러면 어떻게 사람들을 몰리도록 해야 할까? 노을과 자신이 가서 노래를 부른다고 사람이 몰릴까? 노을에게 미안하지만 노을이 홍대에 간다고 구름 관중을 모을 정도로 인기가 많지는 않았다.
결국 남은 키 카드는 은비였다. 은비를 데리고 홍대에 간다면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몰릴 게 분명했다. 은비는 지금 그 정도의 인기를 끄는 인기 있는 연예인이었다.
시황은 차근차근 계획을 준비했다. 은비와 노을에게 말해 주말 저녁 홍대에서 짧은 공연을 하기로 했다.
노을의 소속사 대표이사인 황미주에게 도움을 받으면 공연을 하기 편하겠지만 왠지 부탁을 하게 되면 나중에 거절할 수 없는 곤란한 부탁을 할 것 같아 도움을 받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대단히 크게 할 건 아니라서 시황이 직접 앰프를 사고 공연에 필요한 준비물들을 샀다.
이 공연에서 중요한 건 복장이었다. 옷이라는 건 여자의 매력을 십분 살려준다. 괜히 노을의 O다리와 기타 부분을 교정하며 공을 들인 게 아니었다. 노을이 매력이 있어야 노래도 살았다.
모든 준비를 완료했다.
결전의 날이 되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