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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369화 (368/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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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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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은 결국 가사를 완성했다. 단순히 시황과 연애하는 척 할 땐 그렇게 안 떠오르던 가사가 요 며칠 사이에 온천수처럼 엄청나게 샘솟았다.

작곡에 대해서 잘 모르던 상태라 가사를 만든 뒤에 직접 공부를 하고 아는 작곡가에게 조언을 받으며 반주에 가사를 붙였다. 시황이 준 반주를 듣고 흥얼거리며 음절을 맞추고 어색한 부분이 없도록 엄청난 수정을 거쳐 완성한 가사는 노을만 알 수 있을 비유적인 표현이 상당히 들어가 있었다. 시황과 은비의 음란한 섹스를 상상하며 완성한 가사였기 때문에 가사를 볼 때마다 노을은 그때의 생각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그런 뜻인 줄 모르고 전혀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가사는 서로 좋아하고 그걸 알아나가는 연인과 그 연인 중 남자애를 짝사랑하는 여자의 마음,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의 행동을 담고 있었다. 연인은 시황과 은비였고 남자를 짝사랑 하는 여자는 노을이었다. 즉, 시황과 은비의 연애를 노을이 관찰하며 질투하고 시황은 아무것도 모르고 엉뚱한 행동을 게 주요 내용이었다. 진지하거나 우울하지 한 가사는 아니고 음악의 분위기처럼 밝고 경쾌하게 그 상황들을 표현했다.

노을은 가사를 다 만들었다는 걸 시황에게 알리자 시황이 곧바로 노을을 데리러 왔다. 오늘 다른 멤버들은 스케줄이 있어 숙소에 아무도 없었다. 괜히 귀찮게 시황의 집까지 또 가기보단 숙소에서 확인하는 게 나을 것 같아 노을은 시황을 숙소로 데리고 왔다.

노을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시황은 제법 기대를 하고 있었다. 아이돌의 숙소라고 하면 금남의 구역이 아니겠는가?

금방 노을이 사는 층에 도착했다. 노트북 가방을 든 시황은 조금, 아니 상당히 기대하고 있었다. 숙소로 들어가는 현관문이 열리고 여자 아이돌이 사는 집의 내부가 나타났다.

“음…….”

조금 실망했다. 여자들이 사는 곳이라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꾸며놨을 거라 생각했는데 썩 잘 꾸며놓지는 않았다. 인형이나 여자다운 물건들이 몇 개 있기는 했지만 그냥 평범한 집이었다.

“제 방으로 가요.”

신발을 벗고 시황은 노을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노을의 방도 마찬가지로 별 게 없었다. 침대와 책상이 평범하게 있었고 옷이 상당히 많이 걸려있었다. 다른 건 모르겠는데 옷이 많은 건 조금 연예인 같긴 했다.

“침대에 앉아도 돼?”

“네. 편하신 대로 하세요.”

시황은 평범하게 물어봤는데 노을은 시황의 눈을 슬쩍 피하며 대답했다. 시황의 얼굴만 보면 그때의 일이 생각나서 도무지 제대로 보기가 어려웠다.

노을은 적은 가사를 시황에게 보여주었다. 시황은 노을이 준 가사를 읽었다. 한 번 읽고 두 번 읽었다. 이런 거엔 큰 조예가 없는 시황이지만 가사가 나쁜 것 같진 않았다.

“그 가사는 오빠랑 은비를 보면서 썼어요. 제가 오빠랑 은비 사이를 질투하는 걸 상상했거든요. 이상한가요?”

“잘은 모르겠는데 괜찮은 거 같은데? 단순히 남녀의 풋풋한 사랑보다는 이게 더 나은 거 같네.”

“아, 정말요? 다행이다.”

노을은 정말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시황의 눈치를 보아하니 은비와 섹스를 했던 모습을 상상하며 쓴 가사라는 걸 전혀 모르는 듯 했다.

“그런데 이거 어떤 식으로 부르는 거야?”

“제가 대충 들려드릴게요. 이상한 부분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노을은 바로 노래 부를 준비를 했다. 따로 녹음한 것도 없고 그럴 환경이 아니었기 때문에 반주를 들으며 직접 부를 수밖에 없었다.

노을이 스마트폰으로 반주를 재생하려던 걸 시황이 노트북으로 직접 재생해주었다.

경쾌한 전주가 흐르고 노을이 노래를 시작했다. 가사를 다 외우지는 못해서 가사가 적힌 노트를 보며 노래를 불렀다. 시황이 만들어준 마력 회로는 마력이 없어 가동되지 않았기 때문에 원래의 실력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대단히 잘한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노래의 방향은 알 수 있었다. 반주만큼이나 상큼하고 발랄한 노래였다. 몇 번만 더 듣는다면 시황도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둘 다 큰 지식 없는 아마추어가 만든 만큼 어색한 부분이 있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어때요?”

노래를 다 부른 노을이 시황에게 물었다.

“좋은 것 같아. 한번만 더 불러줘. 그 다음에 나도 따라 해볼게.”

“네.”

노을은 한 번 더 노래를 불렀다. 잘 부르려고 노력했지만 실력이 자체가 크게 뛰어난 편이 아닌데다 생목으로 불렀기 때문에 노래가 좋은지 아닌지 크게 감이 잡히지 않았다.

“대충 알았어. 이제 내가 해볼게.”

시황은 노을이 부르는 걸 다시 듣고 어떻게 부르는지 완전히 감을 잡았다. 조금 어설플지는 몰라도 따라 부를 수는 있었다.

다시 반주를 재생했다. 시황은 침대에 앉은 채로 노래 가사가 적힌 노트를 들고 노래를 부를 준비를 했다. 미리 마력 회로를 최대한 가동한 뒤에 간주가 끝나고 노을이 부른 대로 노래를 따라 불렀다.

폭발적인 힘.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듯한 가창력. 아까 노을이 부른 것과 같은 노래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대단했다. 가사고 반주고 다 필요 없었다. 시황이 부르니까 그것 자체가 명곡이 되었다.

“아…….”

노을은 멍하니 시황의 노래를 들었다.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만큼은 은비와 했던 그 음란한 짓조차 생각나지 않았다. 노래에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아무런 장치도 없이 그저 생목으로 부르는 것뿐인데 몸에 전율이 일었다.

노래가 끝났다.

노을은 노래가 끝났음에도 그 감동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시황을 바라봤다. 사람이 저렇게 노래를 잘 부를 수 있는 걸까?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어땠어?”

“정말, 정말 좋았어요. 오빠가 부르면 어떤 노래라도 전부 다 명곡이 될 것 같아요.”

“칭찬이 과한데. 기분이야 좋지만. 하하.”

시황은 가볍게 웃었다.

“중간에 고음 파트를 넣을까요? 오빠 가창력이면 문제없을 것 같은데.”

“마음대로. 나야 네가 만드는 대로 부를 테니까.”

“네. 오빠 실력이면 문제없을 것 같아요.

시황의 노래를 다시 듣고 나니 수정할 부분이들 계속 생각났다. 처음에는 자신이 없었는데 시황의 노래를 듣고 나니 어떻게 만들어도 될 것 같다는 이상한 자신감이 생겼다. 그만큼 시황의 노래 실력이 감동이었다.

어느 정도 작곡을 하자 진도가 빠르게 나갔다. 노을이 노래를 조금 수정하고 노래 연습실에서 노래를 충분할 만큼 연습했다. 시황은 그다지 연습할 필요가 없었지만 노을을 위해 연습을 하는 거였다. 제대로 연습하기 위해 시황은 은비의 배에 마력을 주입해 노래 마력 회로를 가동시켜주었다.

모든 준비가 다 끝나고 녹음만 남은 상황.

시황은 직접 노을의 소속사 대표이사와 전화를 통해 얘기를 하고 녹음실을 잠깐 빌렸다. 사실 이때까지 노을의 소속사가 어딘지 잘 몰랐었는데 소속사에 직접 방문하면서 아진 엔터테이먼트라는 걸 알았다. 어쩐지 어디선가 들은 듯한 이름 같았지만 잘 생각이 나지는 않았다.

녹음실에서 녹음을 하기 위해 잠깐 기다리는 동안 시황은 노을에게 줄 조그만 아이템을 꺼냈다. 계속해서 노을에게 마력을 주입시켜줄 수가 없었기 때문에 준비한 조그만 아이템이었다.

시황은 노을에게 그 자그마한 아이템을 건넸다.

“이게 뭐에요?”

“노래 잘 부르라고 주는 부적 같은 거. 이거 가지고 있으면 노래가 잘 될 거야.”

“감사해요.”

노을은 그 자그마한 아이템을 바지의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시황이 건네준 그 아이템은 4레벨 때 받은 마나 배터리였다. 호주머니에 들어갈 정도로 작은 크기였지만 상당한 양의 마나가 있었다. 이 마나 배터리는 마력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자동적으로 마나가 마력으로 변한다. 노을이 노래를 부른다면 마나가 마력으로 변해 노을의 마력 회로가 가동되고 노래 실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할 것이다.

준비를 다 끝냈기 때문에 노래를 녹음했다.

노을의 노래 실력도 대단히 좋아져 녹음이 착착 진행되었다. 시황에 비해 조금 미흡하기는 해도 마나 배터리를 통한 가창력의 상승 덕분에 비교돼서 못 들을 수준까지는 아니었다. 시황이 복제해준 마력 회로는 성능이 상당히 떨어졌음에도 노을의 가창력을 웬만한 실력 좋은 가수 급으로 만들어버렸다.

녹음이 끝나고 시황과 노을이 녹음 부스를 나가자 언제 왔는지 아진 엔터테이먼트의 대표이사가 와 있었다. 시황을 직접 보고 싶어서 온 거였다.

중년의 여성이었다. 목소리를 들어서 여자라는 건 알았는데 생각보다 나이가 더 든 듯 했다. 중년임에도 의외로 아름다웠다. 관리를 잘 받는지 피부가 상당히 좋았다. 특히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는 도도한 모습만 봐서는 대단히 까칠해 보였는데 이상하게 그게 매력적이었다.

시황은 프로필을 살폈다. 크게 볼만한 정보는 없었다. 중년 여성인 만큼 섹스횟수가 대단히 많다는 것만 눈에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아진 엔터테이먼트 대표 이사 황미주라고 해요.”

“네. 반갑습니다. 강시황입니다.”

먼저 아진 엔터테이먼트 대표 이사 황미주가 인사를 했고 시황이 이어서 인사를 했다. 간단하게 악수를 했는데 손도 의외로 부드러웠다.

“녹음실 사용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대여를 할까 고민 중이었거든요.”

“저희 노을이랑 같이 노래를 하시는데 당연히 빌려드려야지요. 아, 그리고 화장품 잘 쓰고 있어요. 화장품을 쓰고 피부가 정말 좋아져서 언젠가 만나면 인사드리고 싶었거든요.”

시황의 감사에 무뚝뚝할 것만 같던 황미주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는 큰 상관도 없는 케즈론 화장품 얘기를 꺼냈다. 얼굴만 봐서는 성격이 썩 좋아보이진 않았는데 생각 외로 친절했다.

“저희 화장품을 사주셨는데 제가 감사하죠.”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더 훤칠하고 몸이 좋네요.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잘 몰랐는데 직접 보니까 정말 키가 커 보여요. 어머, 이 근육도 봐.”

뭘 하러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황미주는 시황의 팔뚝을 만지며 감탄을 했다.

“아, 그런가요? 하하.”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라 시황은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다음에 시간 괜찮으면 같이 식사라도 해요.”

“네. 알겠습니다.”

황미주는 시황에게 명함을 준데다 전화번호까지 교환하고 떠났다.

“이상하네.”

황미주가 있는 동안 노을은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다가 황미주가 떠나자마자 말을 꺼냈다.

“뭐가 이상해?”

“아니에요. 그보다 저희 노래 언제 보내주실 수 있어요?”

노을은 편집해주는 직원에게 말을 걸어 언제까지 노래를 보내주는지 확인을 했다. 얼마 걸리지 않는 다는 대답을 듣고 노을은 시황을 데리고 곧바로 아진 엔터테이먼트를 나왔다. 주차장에 있는 시황의 차에 타서야 노을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뭐가 그렇게 급해?”

“아니, 이상해서요.”

노을은 또 이상하다고 했다.

“자꾸 뭐가 그렇게 이상하다는 거야?”

“저희 대표님 엄청 까칠하고 무뚝뚝한 분이거든요. 근데 오빠한테 엄청 친절하게 대해줘서 저 완전 소름 돋았어요.”

노을이 무슨 말하려는지 시황은 이제야 이해했다. 사실 시황도 황미주를 처음 봤을 때 엄청 까칠해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말을 해보고 의외로 친절해서 놀랐으니까.

“처음 보는 사람이니까 친절하게 대해준거겠지. 그게 그렇게 이상한가?”

“완전 이상해요. 저희 소속사 원래는 대표님 남편분이 운영했거든요. 근데 그 남편분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나서 지금 대표님이 운영하는데 오늘처럼 친절한 모습 처음 봐요. 혹시 오빠한테 관심 있는 거 아닐까요? 막 오빠 팔뚝 만지는데 저 완전 소름 돋았어요.”

상당히 충격적인 모습이었는지 노을의 말이 엄청 빨랐다. 직접 소매를 걷어 소름 돋은 팔을 보여주는데 정말 닭살이 나 있었다.

그런데 그 닭살 보다는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그 남편 쪽이 더 신경 쓰였다. 옛날에 아루에게 연예인 해볼 생각 없냐고 했던 사람이 아진 엔터테이먼트였던 것 같은데,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았다. 뭐, 그게 맞아도 사실 큰 의미는 없었지만.

“나이 차이가 몇인데 날 그렇게 보겠어. 화장품 잘 쓰고 있으니까 감사하는 의미인가 보지.”

“오빠는 몰라요. 하여튼 조심하세요.”

“하하.”

시황은 가볍게 웃기는 했지만 노을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뿔테 안경을 쓴 중년 여성이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섹스를 하거나 사귀고 싶다는 생각까진 들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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