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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366화 (365/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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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약속 시간은 다음날 오전9시였다.

지나치게 갑작스러운 일이라 시황을 조금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일단 둘이 어떤 의도로 같이 만나자고 했는지 파악해야했고 만날 때 커플링 끼고 있는 걸 보여주는 것도 문제였다. 안 끼고 가면 노을이 상처를 받을 테고 끼고 가면 은비에게 들켰을 때 뒷일을 감당하기 피곤했다. 안 그래도 은비는 노을을 잔뜩 경계하고 있는데 말이다.

드르륵.

시황이 고민하는 사이에 노을에게서 문자가 이어서 왔다. 시황에게 커플링을 끼고 오지 말라는 문자였다. 은비에게 둘이 사귀고 있는 걸 들키면 곤란할 수 있기 때문에 빼고 오는 게 좋겠다는 내용이었는데 노을의 배려로 시황은 고민을 한시름 덜 수 있었다.

만나서 가기로 한 곳은 서울 근교의 여행지였다. 수목원도 가고 거기에 있는 펜션에서 쉬면서 쌓였던 피로를 풀기로 했다. 처음에는 당일치기로 갔다 오기로 했는데 어쩐지 둘 다 스케줄이 오후에 있어서 1박2일 하는 걸로 정해졌다. 처음 1박2일 얘기가 나왔을 때는 은비가 조금 부담스러워했는데 노을의 강력한 주장으로 1박2일로 결정 됐다.

어쩌다보니 1박2일 여행 비슷한 걸로 됐는데 서울 근교로 나가는 거라 시황은 여행을 간다는 느낌은 크게 들지 않았다. 펜션을 가는 건 저번에 찬미, 유미와 간 뒤로 처음이었는데 이번에도 고급 펜션을 미리 예약해두었다.

다음 날이 되자 시황은 간단한 옷가지를 챙기고 노을과 은비를 데리러 갔다. 차는 둘이 타기 편하도록 산지 얼마 안 된 벤틀리를 가지고 갔다.

은비와 노을을 만나 펜션에 가는 김에 시황은 두 가지 아이템을 챙겼다. 엘프주 탕과 베노 꽃잎이었다. 피부 미용에 관심이 많은 은비와 노을에게 시험을 해보고 평가를 듣고 싶었다.

먼저 노을의 숙소에 가서 노을을 태웠다. 둘 다 연예인이다 보니 직접 시황이 태우러 가는 게 편했다.

숙소 앞에서 잠깐 기다리자 노을이 커다란 가방을 가지고 아파트에서 나왔다. 노을은 항상 시황이 있던 곳에 원래 보던 차가 아닌 새 차가 있어서 조금 머뭇거리다 시황에게 문자를 보내 확실히 확인을 한 뒤에 트렁크에 짐을 싣고 조수석에 탔다.

“안녕하세요. 오빠. 오늘 날씨 좋네요.”

“응. 안녕.”

여느 때처럼 얼굴을 확실하게 가린 노을이 시황에게 인사를 했다. 여기까진 평범했는데 이제 은비를 데리러 가야했다. 일단 은비의 집으로 가면서 시황은 노을에게 자초지정을 물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쩌다 같이 만나자고 하게 된 거야?”

“전에 은비하고 만나서 얘기하다가 갑자기 오빠 얘기가 나왔거든요. 같이 만나서 놀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은비랑 같이 보자고 한 거예요. 괜찮죠?”

“응. 괜찮아.”

괜찮냐 안 괜찮냐 하면 유미, 찬미 때와 다르게 안 괜찮은 쪽이었지만 큰 문제가 있겠냐 싶었다. 이번엔 노을도 있으니 은비와 섹스 같은 건 못할 테고 얌전히 있다가 엘프주 탕과 베노 꽃잎의 평가만 들으면 될 듯 했다.

은비의 집에 도착하고 시황이 문자를 보냈다. 금방 나간다는 답장이 오고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 노을만큼이나 큰 가방을 가진 은비가 나왔다. 트렁크에 짐을 싣고 당연하다는 듯 조수석에 타려고 했다. 그런데 노을이 이미 조수석에 타고 있는 걸 확인하자 은비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어쩔 수 없이 뒷좌석에 탔다.

“은비 왔어?”

“그래. 바보야.”

노을이 조수석에 타자 조금 기분 나빠진 은비가 약간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은비 너 가방 엄청 큰 거 들고 왔네. 뭐 많이 가지고 왔나봐?”

“아니. 별 거 없는데. 1박 2일 여행이라 입을 옷만 조금 갖고 왔어. 보니까 너도 내 가방만 하던데.”

노을이 은비에게 말을 걸었다. 은비는 시황과는 다르게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대답했다.

“그런가?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오빠 이제 가요.”

“응.”

시황은 서울 근교로 출발했다. 은비와 노을의 뭔가 알 수 없는 분위기를 보니 이번 여행은 쉽지 않을 것만 같았다.

서울 근교 여행지로 가는 동안 노을과 은비가 가볍게 얘기를 나누었다. 왠지 모를 이상한 분위기가 있기는 해도 둘이 친한 친구였기 때문에 얘기가 끊기거나 하지는 않았다.

“나 근데 가족 말고 남자랑 펜션 가는 건 첨이야. 그래서 좀 긴장돼.”

노을이 남자와 가는 건 처음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조금 긴장된다고 말할 때 은근슬쩍 시황을 보며 웃었는데 그 모습에 은비의 표정이 아주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나도 처음인데. 긴장될 게 뭐 있어. 그냥 놀다 오는 건데. 오빠가 이상한 사람도 아니고. 맞지?”

“그렇지. 내가 이상한 사람은 아니지.”

은비가 시황에게 동의를 구하며 말하자 시황이 가볍게 대답했다. 사실 시황이 이상하다면 충분히 이상한 사람이 맞기는 했지만 지금 대화에서는 그런 사실을 밝히고자 하는 게 아니었다. 그저 은비는 순수하게 자기 말에 동의를 구할 뿐이었다.

이런 이상한 분위기 속에서 1시간 반이 넘게 지나서야 수목원에 도착했다. 펜션은 오전부터 바로 갈 수가 없기 때문에 일단 주변에서 놀다 가기로 했다.

수목원을 겨울에 오는 건 조금 이상하기는 했지만 계절과 상관없이 잘 꾸며놓고 있었다. 밤에는 등불축제도 한다는데 그것까지 보긴 힘들 듯 했다. 밤엔 어쨌든 펜션에서 술을 마시면서 놀아야 하니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다들 차에서 내렸다. 시황이야 크게 유명하지 않아 평소처럼 옷을 입고 내렸지만 은비와 노을은 시황이 준 모자와 목도리로 얼굴을 가리고 선글라스 등으로 완전 무장을 하고 있었다. 보통의 옷이라면 이렇게 가려도 사람 많은 곳에선 바로 들키기 마련인데 시황이 준 모자와 목도리 덕분에 둘 다 들킬 걱정은 없었다.

입장료를 내고 수목원 안으로 들어갔다. 평소라면 절대 올 일이 없는 곳이었지만 아름다운 미녀 둘과 같이 걷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와, 잘해 놨다. 겨울이라 별 거 없을지 알았는데 의외로 예쁘다.”

“겨울이라 색 바랜 느낌이 드는 게 예쁘네.”

은비와 노을은 이렇게 놀러올 기회가 잘 없었기 때문에 주변을 돌아다니며 연신 즐거워하며 감탄을 했다.

노을의 말대로 겨울의 수목원은 노랗게 색 바랜 나무와 잔디가 봄, 여름, 가을과는 다른 아름다움을 풍기고 있었다. 적적한 느낌이 드는 그 분위기가 의외로 괜찮았다.

조금 걷자 연못과 정자가 나왔다. 평일에다 겨울이라 사람이 많지 않아 고요한 맛이 좋았다.

연못에 도착하자 노을이 시황을 바라봤다.

“오빠.”

“응? 왜?”

노을이 시황에게 말을 걸자 방금까지 같이 웃으며 수목원을 걷던 은비가 경계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팔짱껴도 돼요? 저 엄청 추워요.”

“아. 춥구나. 팔짱껴도 되지.”

평소의 노을이라면 팔짱 껴도 되냐는 식으로 말을 하지 않을 텐데 오늘은 이상하게 팔짱을 껴도 되냐는 말을 스스럼없이 했다. 은비가 있어서 노을도 조금 조심해서 행동할 거라 생각했는데 시황의 생각과 다르게 정반대로 행동을 하고 있었다.

여기서 노을만 팔짱을 끼게 되면 나중에 은비에게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몰랐기 때문에 시황은 재빠르게 은비도 불렀다.

“은비도 춥지? 같이 팔짱 끼자.”

“나, 난 됐거든. 바보야. 부끄럽게.”

“에이, 이리와.”

은비는 평소대로 부끄러움에 새침하게 말했지만 시황은 개의치 않고 은비에게 팔짱을 끼게 했다. 왼쪽에는 은비가 팔짱을 끼고 오른쪽에는 노을이 팔짱을 꼈다. 남자라면 그 누구라도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지만 시황은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여자 둘이 남자 한명에게 팔짱을 끼고 가는 건 누가 봐도 조금 이상한 광경이기는 했다. 수목원 길을 걷던 사람들도 그 이상한 광경에 한 번씩 힐끔거리며 쳐다봤다. 만약 시황이 준 아이템이 아니었다면 당장 은비와 노을의 정체가 탄로 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지나가는 사람마다 쳐다봤다.

“야! 너 뭐 보는 거야.”

“아니, 저기 좀 이상해서.”

시황의 옆을 지나가던 남녀 커플 중 남자가 은비를 보고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고 옆에 있던 여자 친구는 지나가는 여자를 쳐다보는지 알고 화를 냈다.

“뭐가 이상해……. 어머, 좀 이상하긴 하네. 무슨 관계인데 한 남자한테 같이 팔짱을 끼고 있지? 무슨 벌칙인가?”

“이상하지? 근데 그거보다 저 여자 왠지 정은비 같아.”

“정은비? 뜬금없네. 정은비가 여길 왜 와. 그리고 정은비 같은 연예인이 여기서 남자랑 팔짱을 끼고 걷겠어? 너 지금 나한테 안 혼나려고 이상한 말 하는 거지?”

“아니, 진짜로.”

요즘 은비가 워낙 인기 있고 유명했기 때문에 옷을 좀 껴입고 얼굴을 가렸더라도 한두 명씩 의심하는 사람이 생기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남자는 은비라는 걸 정확하게 알아냈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여자 친구는 남자 친구에게 무안을 줄 뿐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의심을 하든 말든 은비에게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분명 시황을 포기한다고 해놓고 묘하게 시황에게 자꾸 접근하는 노을을 신경 쓰느라 다른 걸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은비가 노을을 경계하며 수목원을 다 둘러봤다. 점심시간이 돼서 배가 고팠기 때문에 근처 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다.

밥을 다 먹고 주변을 더 돌아다니면서 놀다가 해가 지기 시작할 때쯤에서야 펜션으로 향했다.

펜션에 가기 전에 마트에 들러 저녁에 먹을 각종 음식과 술, 고기 등을 샀다. 펜션에 도착하자 어느새 날이 상당히 어두워져 있었다. 아직 그렇게 늦은 시간은 아닌데 겨울이다 보니 해가 상당히 짧았다.

고급 펜션답게 위치부터가 대단했다. 강이 펜션의 바로 옆에 고고히 흐르고 있었고 수영장은 그 강을 바라보고 놀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마치 리조트라도 온 듯한 느낌이었다.

차를 세우고 곧바로 A동 3층으로 갔다. 70평이 넘을 정도로 큰 펜션이라 셋이서 지내기엔 지나치기 넉넉했다.

시황과 은비, 노을은 방에 도착하고 짐을 내려놓았다.

“아, 갑갑해.”

은비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먼저 모자와 목도리부터 풀었다. 계속 얼굴을 가리고 있어야 돼서 상당히 불편했던 것이다. 노을도 같이 목도리를 풀고 코트를 벗었다.

옷을 가볍게 한 은비와 노을은 방을 돌아다니며 뭐가 있는지 살폈다. 거실에는 커다란 LCD TV와 소파, 테이블이 있었고 스파만 있는 곳도 따로 있었다.

“앗! 침대가 하나다.”

복층으로 된 구조라 2층에 올라간 은비가 깜짝 놀라 외쳤다. 70평이나 되는 엄청난 크기의 펜션인데 정작 침대는 하나였던 것이다.

“정말이네.”

2층에 올라간 노을도 하나밖에 없는 침대를 확인했다. 그런데 침착한 노을과 다르게 은비는 상당히 긴장하고 있었다. 침대에서 셋이서 자야할지 시황을 거실에 보내야 할지 쉽게 판단을 할 수가 없던 것이다.

“어쩌지? 침대가 하나인데.”

“오빠만 거실에서 자면 불쌍하잖아. 그냥 셋이서 자는 건 어때?”

“셋이서 자자고?”

노을의 대담한 말에 은비가 깜짝 놀랐다. 정작 섹스를 하고 시황과 온갖 걸 다 한 건 은비이기는 했지만 이 상황에서 셋이서 자자고 말하긴 힘들었다.

“침대가 하나인데 어쩔 수 없잖아. 정 불편하면 내가 오빠 옆에서 잘게. 제일 왼쪽에 오빠, 가운데 나, 네가 맨 오른쪽 하면 되잖아.”

노을이 직접 손으로 가리키며 말하자 은비의 표정이 변했다.

“아니, 별로 안 불편한데. 내가 가운데 누울게. 어쨌든 오빠랑 내가 너보단 더 친하니까. 거기다 오빠는 잘 때 옆에 있는 사람 껴안고 자는 잠버릇이 있으니까 네가 엄청 불편할 거야.”

“어? 오빠 잠버릇을 네가 어떻게 알아?”

노을의 당연한 질문에 은비가 당황했다.

“전에 낮잠 잘 때 봤어. 이상한 상상하지 마.”

“아, 그렇구나. 난 또. 하여튼 네가 편하면 그렇게 해. 난 괜찮으니까.”

잔뜩 당황한 은비와 다르게 노을은 여유롭게 가볍게 대답했다. 오히려 그런 노을의 태도가 은비의 심경을 더 거슬리게 했다. 시황을 포기한다면서 아침부터 은근히 시황에게 접근해 놓고 지금은 전혀 관심 없다는 듯 행동 하는 게 엄청 가증스럽게 느껴졌다.

“고기 구워 먹게 내려와.”

시황이 밑에서 은비와 노을을 불렀다.

“알았어.”

“네.”

은비와 노을이 내려가 고기를 구워먹을 준비를 했다. 약간 분위기가 이상하기는 해도 고기를 구워 먹을 때 까진 큰 문제가 없었는데 고기를 다 먹고 나서부터 문제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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