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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363화 (36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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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덕분에 팬티가 조금 젖어버렸다. 머리카락 하나로 온갖 상상을 다 한 것이다. 시황의 베개나 이불 냄새를 맡을 때부터 스스로가 변태 같다고 느꼈는데 이쯤 되니 한심스러울 정도였다. 그런데 이런 마음에도 어쩐지 계속 시황이 했을 법한 야한 상상이 이어졌다.

“자, 이걸로 갈아입어.”

“악!”

딱히 강하게 문을 열지도 않고 갑작스럽지도 않은, 정말 평범하게 시황이 옷을 가지고 돌아왔는데 노을은 나쁜 짓하다 들킨 아이처럼 소리까지 지르며 깜짝 놀랐다.

노은은 손가락으로 집고 있던 머리카락을 빨리 털어버렸다.

“왜 그래?”

“따, 딴 생각 하다 문이 열려서 조금 놀랬어요.”

노을은 조금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시황이 관심법이라도 쓰지 않는 이상 방금 노을이 했던 행동을 알 수는 없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이 옷으로 갈아입어. 밖에 잠시 나가있을 테니까 다 갈아입으면 말해.”

“네.”

시황은 노을에게 옷을 건네주고 다시 나갔다.

“하아……. 깜짝이야.”

노을은 고개를 흔들었다. 정말 이상해지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평소 그런 음란한 상상을 해본적도 없는데 겨우 기다란 머리카락 하나에 정신을 놓고 야한 상상에 빠져들었다. 그나마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냄새를 맡고 있을 때 시황이 안 들어와서 다행이었다.

일단 옷부터 갈아입기로 했다. 시황이 가져다 준 옷은 엉덩이가 겨우 가려지는 짧은 트레이닝 반바지와 몸매가 드러날 정도로 잘 달라붙는 흰색 티였다. 다리 교정을 해준다더니 일부러 몸에 달라붙으면서도 짧은 옷을 가져다 준 것 같은데 노출이 제법 있어 부끄럽기는 했다.

노을은 침대에 앉아 먼저 목도리를 벗고 두꺼운 스웨터를 벗었다. 아담한 가슴을 가린 브래지어는 의외로 앙증맞은 디자인이었다. 흰 티를 입고 청바지를 벗었다. 스키니진이라 잘 벗겨지지 않아 낑낑거리면서 겨우 벗었는데 예상대로 팬티가 조금 젖은 게 보였다. 팬티가 젖었다고 벗을 수는 없었고 얼마 젖지도 않았기 때문에 트레이닝 반바지를 바로 입었다. 얇은 옷을 입었는데 두꺼운 양말을 신고 있으니 뭔가 어색해 양말까지 벗어 방구석에 잘 놔두었다.

옷을 다 갈아입고 문을 살짝만 열고 시황을 불렀다. 시황의 방에서 옷을 얇게 입은 걸 들키고 싶지 않았다.

노을이 부르는 걸 들은 시황은 곧바로 방에 들어왔다.

“잘 맞네.”

“네. 딱 맞아요.”

노을은 조금 부끄러워하면서 대답했다. 손으로 가리지는 않았지만 어색해서 움찔거리는 게 상당히 귀여웠다.

“하하. 왜 그렇게 부끄러워해. 방송에서는 더 노출 있는 옷 입지 않아?”

야하기로 따지자면 지금 입은 옷보다 음악방송에 나올 때 입은 옷이 더 야했다. 노출 자체도 그렇고 옷에서 풍기는 분위기도 그랬다.

“그건 방송이잖아요. 방송도 아니고 오빠하고 단 둘이 있는데 이런 옷을 입으면 저도 조금 부끄러워요.”

“그런가? 그러면 몸매를 훑어본다하면 더 부끄럽겠네?”

“다, 당연하죠.”

“그래도 봐야 어디를 교정할지 알 수 있으니까 저쪽에 가서 서봐. 내 사심이 조금 있기는 해도 일부러 그런 옷을 입힌 건 아니니까.”

시황의 말에 주춤거리던 노을이 시황이 가리킨 곳에 가서 섰다. 이정도 옷은 여름에도 항상 입는데 시황이 대놓고 쳐다보고 있으니 생각보다 훨씬 부끄러웠다. 당장이라도 손으로 몸을 가리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지만 꾹 참고 바른 자세로 섰다.

“음…….”

흰 티로 은근하게 비치는 노을의 브래지어에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시황은 노을의 몸매를 훑었다. 음란한 생각을 하며 보는 게 아닌, 정말 보정해야 할 곳이 어디인지 확인하는 거였다.

노을의 얼굴은 나무랄 곳이 없게 예뻤다. 고치자고 한다면 고칠 곳이야 있었지만 개성을 없애는 것 보단 이렇게 개성 있게 예쁜 게 나았다.

역시 문제는 몸매였다. 가슴 작은 거야 지금처럼 보정 브래지어로 크게 만들면 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닌데 골반이 좁아 허리부터 이어지는 라인이 볼품없었다. 엉덩이도 납작했고 길지 않은 다리는 바깥으로 휘어 있었다. 발목도 조금 두꺼워 하이힐을 신었을 때 섹시한 맛이 전혀 없었다.

평소엔 두꺼운 옷을 입고 있어서 잘 몰랐는데 얇고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히니 의외로 몸매가 상당히 엉망이었다.

골반, 엉덩이, O다리, 발목, 총 4군데의 몸매 보정이 필요했다.

“좋아. 다 봤으니까. 이제 침대에 누워봐.”

“네.”

노을은 시황의 말을 순순히 따랐다. 몸매는 자신의 콤플렉스라 지속적으로 교정을 받고 있었지만 효과가 크지는 않았다. 의학적 지식이 전혀 없어 보이는 시황이 교정을 해준다는 게 자신의 몸이라도 더듬어 보려는 속셈일 수도 있지만 노을은 그런 의심은 전혀 하지 않았다. 얼마 전의 시황의 신기한 능력을 봤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조금 의심했을 수도 있었다.

시황은 침대에 누운 노을의 다리를 잡았다. O다리 교정이 먼저였다.

노을이 조금 움찔했지만 시황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무릎을 양손으로 주물럭거리며 교정을 하는 척 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그냥 노을의 다리를 만지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시황은 하단전에 있는 여성 신체 보정용 마력 회로를 가동시켰다. 시야에 각종 보정용 메뉴들이 생겨났다. 먼저 O다리 교정 메뉴를 골랐다. 이제 성형기로 변한 손으로 무릎 쪽을 지속적으로 만져준다면 O다리가 곧게 펴지게 된다. O다리를 펴서 일자다리로 만들게 되면 각선미가 더 아름다워 지는 건 물론이고 숨어있던 키까지 찾아서 1~3센티미터 정도 커지는 효과를 보게 된다.

“아파?”

“아니요. 아프진 않아요. 오히려 엄청 시원해요. 마치 마사지를 받고 있는 것 같아요.”

하도 마사지를 많이 해주다보니 교정을 하는 게 아니라 여느 때처럼 마사지를 해주고 있었다. 중요한 건 신체 보정이 가능한 마력이 담긴 손을 그 부위에 접촉시키는 거라 마사지를 하든 뭘 하든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한참 노을의 다리를 마사지 해주고 있으니 마력 회로에 대한 한 가지 의문이 생겨났다. 지금 시황이 발동시키고 있는 건 하단전에 새겨진 마력 회로인데 가슴 쪽에 있는 마력 회로도 같이 발동시키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해본다고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시황은 곧바로 치유력의 마력 회로를 가동시켰다. 하단전과 가슴에 있는 마력 회로가 동시에 가동되며 손은 신체 보정과 치유력을 한 번에 머금고 있었다. 들어가는 마기도 2배 증가했지만 마기가 상당히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큰 부담은 되지 않았다.

무릎과 그 주변을 집중적으로 만지던 시황은 슬슬 자신의 계획을 노을에게 말해주기로 했다.

“내가 생각하는 건 4가지야.”

“네? 4가지요? 4가지가 뭐에요?”

“너한테 교정해줄 부분이 4가지라는 거지. 첫째가 O다리고 이어서 발목, 골반, 엉덩이 순이야. 나한테 만져지는 게 싫거나 조금 부담스러우면 안 해도 괜찮아. 하던 도중이라도 하기 싫다고 말하면 바로 그만 둘 테니까 부담 가질 필요는 없어.”

“아…….”

시황의 말을 듣고 노을은 조금 고민했다. 시황이 말한 부분은 전부 자신이 생각하는 콤플렉스 들이었다. 저것들을 고쳐준다면 얼마를 줘서라도 하겠지만 골반이나 엉덩이는 상당히 민감한 부위라 고민이 되기는 했다.

“일단 O다리 효과를 보고나서 천천히 생각해도 돼. 강제로 하라는 건 아니니까.”

“네. 조금 고민 좀 해볼게요.”

노을은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시황이 가진 능력을 모르는 노을로서는 당연한 판단이었다. 사귀는 상대라도 첫 연애에는 어느 정도 진도가 느린 법인데 사귀고 있는 척하는 중인데다 만난지도 그렇게 오래 안 됐는데 벌써 엉덩이를 보이는 건 상당히 민망했다.

“그러면 발목은 괜찮지?”

“거기도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괜찮아요.”

단번에 O다리를 교정하면 지나치게 부자연스러웠기 때문에 조금만 교정을 하고 발목으로 손을 옮겼다. 발목을 얇게 하는 메뉴를 선택하고 노을의 발목을 만질만질했다. 얇은 발목이야 말로 각선미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였다.

“하암…….”

“졸려?”

“조금요.”

“하는 김에 발마사지도 해줄 테니까 졸리면 자도 돼.”

“자지는 않을 거예요.”

노을은 아까 일을 갔다 와서 그런지 조금 피곤한 얼굴로 말했다. 한창 피곤할 때 마사지를 해주니 졸린 건 당연한 일이었다.

발목도 어느 정도만 만지고 발로 넘어갔다. 하이힐을 신고 춤을 춰야 하는 아이돌의 직업 특수 상 발가락 쪽의 뼈가 툭 튀어 나오고 엄지발가락이 휘는 무지외반증이 조금 있었다. 심하진 않았지만 계속 하이힐을 신으면 분명 더 많이 휠게 분명했기 때문에 시황은 하는 김에 이것도 교정해주기로 했다.

“…….”

한창 발마사지를 해주며 무지외반증을 교정해주고 있는데 노을에게서 미약한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시황이 슬쩍 위를 바라보자 노을은 눈을 감고 자고 있었다. 일을 하고 왔으니 피곤할 만 했다. 시황은 노을을 깨우지 않고 발마사지를 마무리 했다.

노을이 자는 동안 시황은 가사를 생각해보기로 했다.

노을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시황은 테이블에 앉아 노래에 쓸 가사를 고민했다. 노을과 데이트를 했던 경험과 감정을 살려 써보려고 하는데 재능이 없는지 마음에 꽂히는 가사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멍하니 생각을 하고 있으니 노래 가사가 아니라 케즈론 화장품에 추가할 새로운 아이템이 생각났다. 언제까지고 가장 기초적인 스킨, 로션 등만 팔수는 없었기 때문에 새로운 걸 추가하기는 해야 했다. 일단 미나에게 카실론 꽃잎과 루카론 열매를 가지고 오게 해서 효과를 확실히 알 필요성이 있었다. 베노 꽃잎도 입욕제로 만들면 피부를 윤기 있게 만들고 각질을 제거해주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 있는 아이템이었다.

시황은 생각난 김에 바로 미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 번 울리고 미나가 전화를 받았다.

[뭐해?]

[명상을 하는 중입니다.]

미나는 엘프였기 때문에 무뚝뚝하거나 이상한 행동을 해도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다. 명상을 한다는 말을 평범한 사람에게 들으면 조금 이상한 느낌을 받겠지만 미나에게서 들으니 당연한 일처럼 느껴졌다.

[카실론 꽃잎하고 루카론 열매 갖다 줄 수 있어?]

[가능합니다.]

[씨는? 씨도 가능해?]

[그렇습니다.]

미나는 시황의 물음에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러면 되는대로 갖다 줘. 갖고 오면 전화로 연락해주고.]

[알겠습니다.]

용건만 말하고 전화가 끝났다. 프린에게 뭔가 일을 시키려고 데리고 왔는데 프린은 다시 되돌아가서 카실론 꽃과 루카론 나무, 베노 꽃을 관리시켜야 할 것 같았다. 가능하면 서울 근처에 심어서 직원을 고용해 관리하고 싶지만 그랬다가 씨라도 유출되면 큰일이기에 프린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하는 일도 없는데 그거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뜬금없이 생각난 일을 마무리하고 다시 가사를 생각해 내려고 했다. 그런데 왠지 막막한 느낌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 잠깐 거실에 나가 쉬기로 했다.

시황이 거실로 나간 사이에 노을은 이상야릇한 꿈을 꾸고 있었다.

어두운 밤. 시황의 방에서 시황이 은비와 섹스를 하고 있고 자신은 방문 틈으로 그걸 몰래 훔쳐보고 있는 중이었다. 분명 시황은 자기와 사귀고 있는데도 은비를 몰래 데리고 와 섹스를 하는 중이었다. 생각해보면 옛날에 시황과 은비가 사귄다고 생각한 적도 있을 정도로 친밀했는데 결국 이렇게 돼버린 것이다. 질투심에 당장이라도 뛰어 들어가 은비의 뺨을 때리고 싶었지만 마음과 다르게 몸은 이상할 정도로 흥분을 해 애액이 계속 흐르고 있었다. 흥분을 참지 못한 노을은 트레이닝 반바지와 팬티를 벗어 손으로 자위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눈은 계속 시황과 은비가 섹스를 하는 걸 지켜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뭔가 눈치를 챈 건지 시황이 은비에게서 떨어지더니 거대한 성기를 우뚝 세운채로 방문을 향해 접근했다. 화들짝 놀란 노을이 빠르게 바지를 올리려고 했는데 갑자기 생겨난 오르가즘 때문에 몸을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노을이 바지를 내린 채로 오르가즘을 느끼는 사이 천천히 다가온 시황이 방문을 여는 순간…….

“노을아.”

“네?”

노을의 눈이 번쩍 떠졌다. 노을은 빠르게 주변을 둘러봤다. 시황이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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