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360화 (36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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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노래를 잘하고 싶어?”

“네……. 오빠한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 제가 원래 노래를 못하는 건 알지만 그래도…… 그래도 최대한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오빠가 노래를 너무 잘해요…….”

눈물이 계속 글썽거렸지만 노을은 최대한 침착하게 말하려고 했다. 자괴감과 슬픔의 표정으로 드러난 걸 보면 노을의 성격이 크게 낙천적이지는 않은 것 같았다. 성격 자체는 착한데 자기가 인기 없다는 둥 노래를 못한다는 둥, 말하는 하는 것만 봐도 현실적이고 부정적 생각을 많이 하는 듯 했다.

“그렇다고 내가 노래를 일부러 못 부르는 건 싫잖아?”

“저 말고 우리 그룹에 노래 잘하는 제인이랑 같이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제인이라면 오빠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난 노을 아니면 싫은 걸? 너랑 안 할 거면 차라리 혼자 하고 말지.”

“…….”

시황의 마음 씀씀이에 노을이 다시 눈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 최대한 참고는 있지만 많이 슬픈 것 같았다.

“내가 전에 한 말 기억 나?”

“네?”

“같이 노래 연습 하자고 했잖아. 지금부터 연습하면 되니까 그렇게 생각 안 해도 돼. 나도 원래 노래 못했는데 꾸준히 연습해서 조금 괜찮아진 거거든.”

“제가 재능이 없어서…….”

“괜찮아. 괜찮아.”

여전히 걱정하고 있는 노을에게 시황은 괜찮다고 말하며 손을 잡아주었다. 가짜 연애를 하기로 하면서 손 같은 건 안 잡는다고 했지만 지금은 스킨십이 필요할 때였다. 잠시 타이밍을 보던 시황은 노을의 어깨를 감싸 자신의 가슴으로 끌어당겼다. 노을이 잠시 움찔하기는 했지만 저항하지 않고 얌전히 시황의 가슴에 파묻혔다.

“오늘부터라도 같이 노래 연습하자. 내가 잘 부르게 된 방법을 가르쳐줄게. 노을이라면 나보다 더 잘 부르게 될 거야.”

“…… 네. 노력해볼게요.”

노을은 시황의 가슴에 묻힌 채로 대답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하기는 했지만 지금 노을은 상당히 당황스러운 상태였다. 시황이 끌어안을 때 움찔하기는 했지만 분위기상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노을이 당황스러운 건 스스로의 감정 때문이었다.

시황의 품에서는 묘하게 달짝지근한 냄새가 났다. 단순히 좋은 향기가 난다 정도로만 생각했으면 다행일 텐데, 이런 상황에서 이상하게 야릇한 감정이 생겨나 흥분을 하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정말 노을은 성적인 의미에서 흥분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이렇게 변태적인 여자였던가? 노을은 자신을 위로해주는 시황에게 흥분을 한 스스로가 한심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 그러면 바로 연습해보자. 먼저 내가 방법을 가르쳐줄게. 자리에서 일어나봐.”

시황은 노을을 일으켜 세웠다. 노을은 민망한 표정을 최대한 숨기며 시황을 쳐다봤다. 하지만 방금 전에 느꼈던 그 야릇하게 흥분되는 감정 때문인지 시황을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복식호흡 할 줄 알지?”

“네.”

“기초부터 천천히 해보자. 숨을 들이쉬고 잠시 멈췄다가…….”

“아!”

시황이 복식호흡을 가르쳐준다는 핑계로 노을의 배에 손을 살짝 가져다 대자 노을이 묘한 신음을 내뱉었다.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뭔가 야릇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강렬한 소리였다.

“왜?”

“아, 아니에요. 다시 해볼게요.”

노을은 마음을 다잡았다. 시황은 진지하게 도와주고 있는데 더 이상 폐를 끼쳐서는 안 됐다. 지금 생기는 이 떨림과 흥분 등은 나중에 생각하고 지금은 시황이 가르쳐주는 거에 집중하기로 했다.

“아…….”

마음을 다 잡은 노을은 제대로 복식호흡을 하며 발성을 하기 시작했다. 노을이 노래를 대단히 잘하지 않는다는 거지 트레이닝을 지속적으로 받았기 때문에 평범하게 잘하는 정도는 되었다.

그러다보니 노을은 복식호흡도 구사할 줄 알았는데 정작 가르쳐주는 시황이 복식호흡을 할 줄 몰랐다. 대충 하는 방법은 알았지만 어차피 복식호흡이든 뭐든 마력회로만 가동시키면 되기 때문에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시황이 노을의 배에 손을 갖다 대고 복식호흡을 시키는 척 하는 건 마력회로를 복제하기 위해서였다. 이미 아루에게 몇 번 시험해봤기 때문에 능숙하게 노을에게도 마력회로를 복제해줄 수 있었다. 이 복제된 마력회로 자체는 의지를 가지면 쉽게 가동했지만 동력원인 마력을 필요로 했다. 노을에게는 당연히 마력이 없었기 때문에 마력 회로를 복제한다고 해서 단번에 노래 실력이 좋아지는 건 아니었다.

“좋아. 잘하네. 역시. 조금만 더 연습하면 나보다 훨씬 노래 잘하겠다.”

“저같이 재능 없는 애가 어떻게 오빠보다 잘 하겠어요. 오빠한테 폐만 안 끼치면 다행이죠.”

“나만 믿어. 내가 꼭 노래 잘하게 해줄 테니까. 먼저 다시 노래를 해보자. 내가 배에 손을 대고 있을 테니까 최대한 복식호흡을 하면서 노래를 해봐. 어쨌든 계속 연습을 해야 노래 실력도 증가할 테니까.”

“네…….”

자신을 위해 이렇게 애써주는 시황이 고맙고 감동이기는 했지만 노래 실력이 좋아질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노을은 이게 부정적인 사고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정말 재능이 없다는 걸 스스로가 알고 있는 거였다.

노을은 그나마 자신 있는 곡으로 예약을 했다. 시황이 옆에서 자신의 배에 계속 손을 대고 있어 아까보다 떨리고 긴장되기는 했지만 묘하게 마음이 차분해지기도 했다.

반주가 흐르고 노래가 시작되었다.

시황은 적절한 타이밍에 노을에게 마력을 주입해 마력회로를 가동시켰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주입하는 마력은 마력 회로는 발동시키지만 지속성이 없었다. 시황이 손을 마력 주입을 멈추는 순간 마력 회로는 정지하고 만다. 시황이 직접 질에 삽입해서 사정하는 정액은 마력을 쌓고 지속적으로 쓸 수 있게 해주는 배터리 같은 개념이라면 시황이 지금 주입하는 마력은 전원선처럼 연결된 순간만 쓸 수 있는 개념이었다.

노을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시황이 배에 손을 대고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복식 호흡을 하기 위해 신경을 쓰며 노래를 했다.

아까와 비교하면 노을의 노래가 훨씬 좋아졌다. 발성부터가 달랐고 평범하던 음색도 매력적으로 변했다. 이것도 시황이 어느 정도 마력을 조절했는데도 이정도로 노래 실력이 발전한 것이다.

이 변화는 노래를 부르는 노을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제까지와 다르게 시황이 배에 손을 가져다댄 것만으로 노래가 잘 부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노을은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불렀다.

이윽고 노래가 끝나고 모니터에서는 큰 의미 없는 100점이 나타났다.

“오, 많이 좋아졌네. 이거 봐. 노을은 노래 잘 할 수 있다니까. 목소리도 예뻐서 조금만 더 신경 쓰고 부르면 정말 매력적인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거야.”

“이, 이럴 리가 없을 텐데…….”

스스로 노래를 부르고도 당황했다. 노을은 정말 자신이 부른 게 맞나 싶어 어안이 벙벙했다. 분명 같은 목으로 소리를 냈는데 시황이 조금 봐줬다고 노래 부르는 게 완전히 달라졌다. 스스로 하고도 어떻게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익숙해지게 한 번 더 해보자.”

“네.”

용기를 얻은 노을은 상당히 어려운 노래에 도전했다. 눈물이라는 제목의 노래로 상당한 고음이 필요했다. 보통은 키를 내리고 부르든가, 아니면 원키로 부르다 고음 부분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이상한 소리를 내기도 하는 전설의 명곡이었다.

노래가 시작되고 노을은 조금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시황은 아까보다 조금 더 마력을 증가시켰다.

마력이 증가해서인지 처음부터 노래 수준이 달라졌다. 상당한 수준의 가수라 해도 될 정도로 독특하면서도 매력 있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음 파트에 돌입했다. 원래의 노을이라면 여기서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고 민망하게 웃으며 노래를 취소했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스스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고음이 쭉쭉 뻗었다.

“잔인한 여자라 나를 생각하지 마. 잠시 너를 위해 떠난 것뿐이야. 잊지는 마. 내 슬픔을.”

완벽하게 고음 파트를 불렀다. 그것도 힘겹게 한 것도 아니고 어느 정도 편하게 불렀다. 이건 단순히 감동을 넘어서서 기적이었다. 시황이 한 거라곤 약간의 조언과 배에 손을 갖다 대고 호흡을 조절하게 해준 것뿐인데 안 올라가던 음이 올라가고 목소리가 매력적으로 변했다. 이게 말이나 되는가?

노래가 끝나고 노을은 멍하니 시황을 바라봤다.

“이제 내 말 믿겠지? 노래 연습하면 잘 하게 될 거라고.”

“그, 그런데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요. 조금 호흡에 신경 썼다고 이렇게 노래를 잘 하게 되는 건……. 전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노을은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내 특별한 능력이라고 할까?”

“네?”

“하하. 이런 식으로 연습하다 보면 분명 실력이 늘어나게 될 거야. 내가 배에서 손을 떼면 어느정도 다시 돌아오지만 계속 연습하면 분명히 좋아질거야.”

이때는 단순히 호흡 때문에 그렇게 된 거라고 말하면 그게 더 말이 안 되는 거였기 때문에 시황은 대충 뭔가 있는 듯한 말을 했다. 이렇게 말을 한다고 해서 노을이 드래곤의 유산을 얻었다고 생각할리는 만무했고 뭔가 특별한 능력이 있구나 하고 생각할 정도일 것이다. 이런 정보도 안 가르쳐 주는 게 좋기는 하겠지만 모든 정보를 다 숨기고 일을 하기는 어려웠다.

“오빠는 정말 신비한 사람 같아요. 저 같은 보잘 것 없는 사람이 오빠랑 이렇게 있어도 되는 걸까요?”

보통은 여기서 그 능력이 뭔지 물어볼 텐데 노을은 이 상황에서도 자신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을 했다. 그동안 만났을 때는 이런 성격인지 몰랐는데 계속 만나고 친해지다보니 원래의 성격을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런 말 하지 마. 내가 미안하잖아.”

시황은 다시 노을을 끌어안았다. 아까 전부터 스킨십을 지속적으로 해서 그런지 이제는 이렇게 안아도 어색하지가 않았다.

노을을 끌어안은 채로 시황은 고민했다. 노을이 지속적으로 노래를 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섹스를 하긴 해야 했다. 삽입한 채로 사정을 하게 되면 그게 곧 마력으로 되니까. 하지만 그걸 위해 노을을 유혹해서 섹스를 하기엔 미안했다. 자신을 대단히 좋아하고 서로 사랑하면 모르겠는데 노을은 그저 도움을 주기 위해 연인인척 해주고 있을 뿐이었으니까. 이 부분은 조금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았다.

“저기……. 이제 괜찮아요.”

“아, 응. 미안.”

노을은 시황에게서 떨어졌는데 볼이 상당히 상기되어 있었다. 아까 전에 맡았던 달짝지근한 향기를 또 맡은 것이다. 그 달짝지근한 향기는 시황의 고환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그 향기는 여성을 성적으로 흥분시키게 만든다. 하지만 정작 시황은 노을이 자신의 향기를 맡고 성적인 의미로 흥분해 있는 상태라는 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새 노래방의 시간이 다 되고 스피커에서 감사의 인사가 흘러나왔다. 시황과 노을은 더 하기 보단 일단 나가기로 했다.

노래방을 나가서는 평범하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밥을 먹었다. 그런데 평소의 노을이라면 상당히 얘기를 많이 했을 텐데 오늘은 어째서인지 말이 별로 없었다.

밥을 먹고 난 후에 평범한 연인의 데이트처럼 삼성역 근처를 돌아다녔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는데 쌀쌀한 겨울바람이 노을을 휘젓고 지나갔다.

“춥다.”

노을이 중얼거렸다.

“손 시려?”

“네. 조금요.”

시황이 줬던 목도리에 얼굴을 살짝 파묻은 노을이 조용히 말했다. 오늘따라 이상하게 마음이 진정이 되지 않았다.

“손잡을래?”

“소, 손이요? 지금요? 그게…… 음…… 네…….”

한참을 부끄러워하던 노을이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잡겠다고 했다.

시황은 차가운 노을의 손을 잡고는 깍지를 꼈다. 노을은 시황이 깍지를 끼자 크게 움찔하더니 목도리에 얼굴을 깊이 묻고는 아래를 보다시피 하고 걸었다.

예전과 다르게 순수하게 느껴지는 부끄러움을 보니 풋풋하게 사귀는 연인의 느낌이 이제야 조금 나기 시작했다.

시황이 원한 게 바로 이런 느낌이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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