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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계약을 마치고 시황과 찬미 등은 벤츠 매장으로 갔다. 찬미는 여전히 불안한 표정이 조금 있었지만 유미는 시황의 손을 잡고 한껏 기쁜 표정을 지었다.
벤츠 매장에 들어간 시황은 주위를 둘러봤다. 고급스러운 차들이 늘어서있다.
“찬미하고 유미가 마음에 드는 거 골라봐.”
“네! 오빠. 언니 저거 예쁘지 않아?”
힘차게 대답한 유미는 찬미를 데리고 매장을 돌아다녔다. 주로 유미가 보는 건 거대한 세단이 아니라 작고 귀여운 디자인의 차였다. 남자에게 아무거나 고르라고 하면 절대로 안 고를 차들만 보고 있는 중이었다.
이대로 놔두면 미니 쿠퍼를 고를 거 같아 시황은 유미를 데리고 다양한 차종을 보여주었다. 세단은 커서 좀 별로고 작고 운전하기 편한 차를 골라주고 싶었다.
“저 이게 좋아요.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요.”
유미가 고른 건 SLK350이라는 모델이었다. 하드탑 컨버터블로 지붕을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는 차였다. 2인승이기는 하지만 여자들이 타기엔 이 차가 제일 나아보였다. 트렁크가 있어 마트에서 장 보고 가지고 오기도 수월했고 가격도 8천만 원 정도라 방금 시황이 산 차에 비하면 매우 저렴했다.
“찬미도 이거 괜찮아?”
“괜찮기는 한데……. 많이 비싼 거 같아서…….”
찬미는 어찌해야될지 고민을 하는 듯 했다.
“이정도면 괜찮아. 부담도 없고. 여기서 제일 비싼 거 사도 상관은 없지만 그런 차는 찬미하고 유미한테 안 어울리니까.”
시황은 이미 600억 원이라는 돈을 가지고 있고 다음 달에도 수십억을 벌게 된다. 600만 원이 있는 사람이 만 원 쓰는데 아무런 부담이 없는 것처럼 600억 원을 가진 시황은 1억 쓰는데 아무런 부담이 없었다.
결정이 되자 바로 계약을 했다.
돈이 많이 생겨서 찬미와 유미에게 이것저것 사주고 싶었지만 지나치게 그러면 또 좋지 않을 것 같아 오늘은 이쯤하기로 했다. 아루의 옷이야 케즈론의 성에서 다 가지고 오니 괜히 돈을 쓸 필요가 없었다.
계약을 마치고 시황과 찬미 등은 다시 카페로 돌아왔다. 차를 끌고 가지 않아서 상당한 거리를 걸어 다들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케즈론 카페에 돌아가서 잠시 쉬기로 했다. 찬미와 유미가 들어오자 옷을 대충 입었음에도 그 아름다움에 은근슬쩍 남자들의 눈이 돌아갔다. 그 중 몇몇은 케즈론 모델인 유미를 알아보고 친구에게 뭔가를 말해주기도 했다.
테이블에 앉아 있는 찬미와 유미, 아루에게 시황은 녹차를 갖다 주었다. 라민차 찻잎이 5% 들어간 특별한 녹차라서 피로회복에 대단히 좋았다.
시황이 차를 나눠주고 있으니 찬미는 시황이 바로 앉을 수 있게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빼주었다.
“고마워. 그런데 내가 미안하니까 그런 거 안 해줘도 괜찮아.”
시황의 말에 찬미는 가볍게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자, 이거. 가져.”
자리에 앉은 시황은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 찬미에게 주었다.
“이게 뭐에요?”
“마트 가거나 집에 뭐 필요한 거 있으면 이걸로 다 사. 찬미가 사고 싶은 거 사도 되고.”
“아…….”
무슨 의도로 카드를 준 건지 알았다. 평소에 마트를 가면 시황이 돈을 직접 줬는데, 그거보다 이렇게 카드로 사는 게 훨씬 편할 것 같았다.
“편한 대로 써. 유미도 옷이나 가방 같이 필요한 거 있으면 찬미한테 말해서 카드 써도 돼.”
“정말요?”
유미는 깜짝 놀라 대답했다. 그러자 찬미가 매서운 눈으로 유미를 쳐다본다.
“응. 유미 마음대로 써도 돼. 말 나온 김에 저 카드로 백화점 가서 쇼핑이나 해볼까?”
“괜찮아요. 오빠. 사고 싶은 것도 별로 없고 어차피 언니가 허락도 안 해줄 거예요.”
찬미의 눈치를 슬쩍 본 유미가 조금 시무룩해져서는 대답했다. 아직 어린 나이이니 가지고 싶은 게 많을 텐데 찬미 때문에 자제하고 있었다.
시황은 이상하게 유미가 애인이라기 보단 귀여운 동생 같아서 이것저것 사주고 싶었다.
“오빠. 유미가 아직 철이 없어서 그렇게 말하면 정말 아무거나 살 수도 있어요. 벌써부터 돈을 편한 대로 쓰면 버릇이 안 좋아지니까 카드는 제가 마트에 가거나 비품을 살 때만 쓸게요.”
“찬미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시황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옆에 앉아 있는 유미에게 나중에 찬미 몰래 가지고 싶은 거 사주겠다고 귓속말을 했다. 찬미는 유미를 아직 철없고 어리기만 한 동생으로 생각하지만 시황은 의외로 그렇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귓속말을 해줘도 유미는 명품같이 비싼 건 생각도 안 하고 휴대폰 케이스나 읽고 싶은 책 같은 걸 사달라고 할 게 분명했다.
녹차를 마시면서 앉아서 쉰 덕분에 찬미와 유미, 아루의 피로가 상당히 풀린 것 같았다. 자리를 정리하고 카페를 나왔다.
차를 타고 근처에 있는 마트에 가서 찬미와 유미, 아루는 필요한 것들을 고르기 시작했다. 찬미는 반찬으로 쓸 재료들을 샀고 아루와 유미는 과자를 많이 샀다. 과자를 얼마나 많이 사는지 카트가 금세 과자로 가득 찼다.
“과자를 이렇게 많이 먹어?”
조금 놀란 시황이 카트를 끌면서 아루에게 물었다.
“과자 좋아해요. 맛있는 걸요.”
아루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오빠. 아루가 과자를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저도 좋아하고요. 헤헷.”
“너희들 그렇게 많이 먹다 살찐다.”
유미가 아루를 거들어주자 시황이 가벼운 농담을 했다.
“엑? 조, 조심해서 먹는다고요. 조, 조금 쪘나?”
여자애라 그런지 살에 대해 엄청 민감했다. 유미는 뱃살을 만져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그에 비해 아루는 적절하게 살이 올라 처음 시황이 데리고 왔을 때보다 더 아름다워져 있었다. 하지만 아루의 아름다움은 수 진의 백금 팔찌 때문에 가려져 있어 카트를 끌며 지나가는 사람들은 찬미와 유미만 연신 훑어볼 뿐이었다.
먹을 것과 필요한 것들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시간이 조금 늦다보니 찬미와 아루가 바로 밥을 차려주었다. 마침 TV에서 은비가 주연인 드라마를 하고 있었다. 스토리 자체는 평범한 한국 드라마였는데 은비의 압도적인 미모 때문에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는 유미와 아루가 했다. 시황이 설거지를 도와주려고 했는데 찬미와 유미가 극구 말렸기 때문에 시황은 방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미 시황을 제외한 여자애들이 찬미가 나눠놓은 대로 일주일간 로테이션 돌면서 집안일을 했기 때문에 시황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나서 시황은 문을 소환해 케즈론의 성으로 넘어갔다. 노을과 노래를 부르기로 했기 때문에 전에 만들던 노래를 마저 만들어야 했다. 일이 바쁘긴 해도 컴퓨터로 노래를 만들고 작사, 작곡을 하는 건 조금씩 공부를 했기 때문에 어떻게 노래를 완성시킬 수 있을 것 같기는 했다.
서재에 가서 노트북을 꺼냈다. 라락 행성의 별의 붕괴라는 음악이 현대 음악과 가장 비슷했기 때문에 선택했었다.
시황이 노래를 편곡하거나 수정할 정도의 능력이 전혀 없었기에 별의 붕괴를 들으면서 컴퓨터로 똑같이 따라 만들기 시작했다. 음악 제작 프로그램으로 가상악기를 넣고 음을 만들었다. 그런데 처음 해보는 작업이다 보니 생각처럼 잘 되지도 않고 의외로 어려워서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다. 능력이라고는 섹스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서 더 어렵기도 했다.
음악 제작 공부를 조금 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어려워서 인터넷의 도움이 필요했다. 문으로 통해 들어오는 와이파이 신호를 연결해서 인터넷으로 강좌를 봐가며 시황은 음악을 제작했다.
어느새 시황이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지 한 달이 지났다.
창작이 아니라 따라 만드는 거기도 하고 미리 익혀둔 게 있어서 작곡은 의외로 오래 걸리지 않고 만들 수가 있었다.
남은 건 작사와 녹음, 믹싱 등인데 작사와 녹음은 노을과 같이 해야 했다.
며칠 전에 노을과 만나기로 연락을 해두었다. 시황은 직접 차를 타고 가서 노을을 데리고 오기로 했다. 작업을 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 집에서 직접 음악을 들려주고 작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차를 타고 노을이 살고 있는 숙소로 갔다. 아직 주문한 차는 출고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에 타던 차를 계속 타고 있었다.
숙소 근처에 도착한 시황은 노을에게 문자를 보냈다. 30평정도 되는 평범한 아파트에 핑크펫이 살고 있었다. 노을 말고는 친한 사람이 없어서 숙소 안에까지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잠깐 기다리자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목도리를 코까지 두른 여자 한명이 아파트에서 나왔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더니 시황의 차를 발견하고 빠르게 뛰어와 조수석에 탔다.
“하아, 춥다.”
노을이었다. 노을은 몸을 살짝 떨며 모자와 마스크를 벗었다. 한창 추운 겨울이었기 때문에 두꺼운 코드를 입었음에도 추위를 견디기 힘들었다.
“안녕.”
“안녕하세요. 데리러 와주셔서 감사해요.”
시황이 인사하자 노을도 인사를 해주었다. 노을이 직접 찾아가려고 했지만 이렇게 데리러 와줘서 감사를 표했다.
“우리 집에 여자애들이 몇 명 있기는 한데 큰 신경은 안 써도 돼.”
“네. 전 괜찮아요.”
노을은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괜찮다고 말했다.
시황은 시동을 걸고 바로 집으로 갔다. 운전을 하는 중에 노을과 간단한 얘기를 나누었다. 전에 만나서 상담을 한 뒤로 조금 더 친해져있었다.
집에 도착하고 시황은 주차장에 차를 주차했다. 그리고 노을과 함께 집으로 들어갔다. 거실에는 아루와 지숙, 찬미가 앉아 있었는데 아루와 지숙은 과자를 먹으며 뭔가를 계속 얘기하고 있었다. 아마도 드라마에 관한 얘기인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들어온 노을은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시황 오빠하고 같이 노래를 하게 된 노을이라고 합니다. 일 때문에 왔는데 귀찮게 해서 죄송합니다.”
시황하고 같이 들어와서 괜히 사귀는 사이라고 오해라도 받지 않을까 걱정이 된 노을은 일부러 일 때문에 왔다고 말하며 조심을 했다.
“반가워요. 이찬미에요. 편하게 있다 가세요.”
노을은 찬미 말고도 지숙, 아루와도 간단하게 인사를 하며 노을은 슬쩍 얼굴을 살폈다. 신기할 정도로 다들 매력이 있었다. 찬미는 웬만한 연예인와 비교해도 더 아름다울 정도였고 지숙은 모델처럼 몸매가 대단히 좋았다. 그런데 그 중에서 아루는 충격적일 정도로 아름다워 정말 일반인인가 하는 의심까지 들 정도였다.
“인사 다 했으면 내 방으로 가자.”
“네.”
시황은 노을을 데리고 방으로 갔다. 옛날이라면 단 둘이 방에 있으면 그 순간 흥분이 돼서 발기를 하고 어떻게든 스킨십을 해보려고 노력했겠지만 지금은 그런 욕구가 많이 감소한 상태였다.
노을을 노트북이 있는 테이블에 앉히고 시황은 노을의 바로 옆에 앉았다. 같은 노트북 모니터를 봐야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몸이 가까워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마땅히 할 데도 없고 네 숙소에서 하긴 좀 그래서 우리 집에 온 건데 괜찮지?”
“네네. 괜찮아요. 다들 좋으신 분 같아요.”
“불편한 거 있으면 말해.”
시황은 자상하게 말했다. 노을의 성격이 착하고 괜찮았기 때문에 잘해주고 싶었다. 순수한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지 노을과 섹스를 하고 싶어서 잘해주는 건 아니었다.
“아, 안 불편해요. 그런데 남자 방에 온 건 처음이라 조금 긴장되기는 하네요.”
“그래? 이상한 냄새는 안 나지?”
“향긋한 냄새가 나는데요. 방도 깨끗하고요. 생각했던 거랑 이미지가 전혀 달라요.”
노을은 방을 둘러보며 말했다. 시황 같이 깔끔해 보이는 남자가 방을 더럽히고 살 거라고는 생각 안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더 깔끔하고 인테리어도 예뻐서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방을 보고 호감이 더 생기는 했다.
“바로 내가 만든 노래 들을래? 이거 만든다고 고생 좀 했거든.”
다른 행성의 노래를 그대로 베껴서 만든 거지만 베끼는 것도 꽤나 힘들어서 고생을 하기는 했다.
“네. 듣고 싶어요.”
“응. 잠시만 틀어줄게.”
시황은 터치패드를 움직여 음악 파일을 재생했다. 음악 재생 프로그램이 켜지며 노트북의 스피커에서 조금씩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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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