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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고마워. 다음에 찬미하고 다 같이 놀러가든가 하자.]
[아, 네…….]
찬미 이름이 나오자 진아가 약간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찬미는 질투심을 넘어서 시황을 가지고 싸우는 경쟁자였다. 반드시 승리를 쟁취해야 하는 상대인 것이다. 어머니의 반대가 있기는 하지만 이겨낼 자신이 있었다.
[돈은 한 달 안으로 입금 될 거예요. 케즈론 화장품에서 번 돈 하고 경매 낙찰된 돈까지 하면 오빠 돈 엄청 많겠네요. 부럽다…….]
[진아한테 그런 얘기 듣기 조금 부끄러운데.]
진아의 말대로 시황은 케즈론 화장품으로 막대한 돈을 벌고 있었다. 시황이 운영하는 케즈론 화장품은 개인기업이라 막대한 세금을 내야 했다. 돈은 진아와 8:2로 배분하였다. 시황이 진아에게 5:5로 나누자고 했지만 진아는 스스로 한 게 없다고 사양해서 8:2가 된 것이다. 일은 거의 진아가 다하기 때문에 5:5로 나눠도 시황은 전혀 아깝지 않았지만 진아의 뜻이 그러니 어쩔 수가 없었다.
기본적으로 화장품의 가격이 1500만 원, 5000만 원, 1억 원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당연하게도 1500만 원짜리가 가장 많이 팔렸다. 첫 일주일간은 30% 할인 된 금액으로 팔아서 1억 원짜리도 상당히 나가긴 했지만 판매량을 따져보면 7 : 2.6 : 0.4정도로 미미했다.
첫 달에 팔린 화장품은 총 741개. 이 중 첫 일주일에 팔린 양이 상당히 많았다. 그 다음 달은 총 419개가 팔려 첫 달보다 40%정도 줄어든 판매량을 보여주었다. 첫 달에는 대략 하루에 29개씩 팔렸고 두 번째 달은 하루에 14개씩 팔렸다. 워낙 고가의 화장품이다 보니 할인할 때 상당수가 팔렸고 그 뒤로는 조금씩 꾸준하게 팔리는 편이었다.
첫 달에 시황이 번 돈은 70억 원 정도였고 두 번째 달은 할인이 전혀 없이 419개가 팔렸기 때문에 판매량은 떨어졌어도 50억 원이라는 큰돈을 벌 수 있었다. 두 달에 번 돈만 120억 원이었는데 나중에 일 년 동안 번 돈에서 38%의 세금을 내야했다. 시황의 경우에는 화장품 원료 같은 매입비용과 인건비 등을 고려했을 때 압도적으로 순이익이 높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세금을 많이 낼 수밖에 없었다.
이번 달에는 저번 달에 비해 케즈론 화장품이 조금 더 잘 팔리고 있어서 상당한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 같았다. 언제까지 화장품이 이렇게 많이 팔릴지는 모르겠지만 이 추세라면 세금을 빼더라도 연간 400억 원을 벌 수 있었다. 레드 다이아몬드 판매 가격과 비슷한 돈이 매년 들어오는 것이다. 괜히 시황이 청담동 건물을 살피고 다닌 게 아니었다.
그런데 이런 시황에 비해 진아는 상속받을 호텔과 주식 등 재산을 보면 시황이 지금 기세로 수십 년 일해도 못 벌 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부끄럽다고 한 거였다. 물론 진짜로 부끄러운 건 아니고 말이 그럴 뿐이었다.
[그러면 오빠 쉬세요.]
테이블에 앉아서 전화를 하던 시황은 진아와의 전화가 끝나자 침대에 드러누웠다. 케즈론의 성에서 가지고 온 침대가 극한의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600억 정도의 돈으로 뭘 할지 고민이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더 큰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더 확장 시킨다든지 할 테지만 시황의 목적은 단순히 돈이 아니었다.
시황은 타블렛을 꺼내서 간만에 경험치를 확인했다.
[월 매출액 100억 원을 넘기세요.][완료][경험치 20000]
케즈론 화장품의 판매로 월 매출액 100억을 넘기고 경험치 2만을 단번에 획득했다. 매출액 관련 퀘스트 일정 이상의 매출액을 올릴 때마다 몇 만이나 되는 경험치를 계속 줬기 때문에 반드시 올려야 하는 항목이기도 했다. 다음 경험치는 월 매출액 500억 원 이상이었는데 새로운 패션 브랜드를 런칭 하거나 케즈론 화장품을 더 확장 시키지 않는 이상 무리였다.
경험치 바를 살펴보니 어느새 5레벨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안 남은 저 경험치도 상당한 양이었기 때문에 의외로 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600억 원이라는 돈으로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는 일, 그리고 자신과 관계를 맺고 있는 여자들을 위해 쓰고 싶었다. 물론 그렇다고 찬미나 유미 등에게 직접적으로 돈을 준다거나 할 생각은 없었다. 더 큰 집을 사서 혼자서 방을 쓸 수 있게 해준다거나 차를 구입해서 쓸 일 있는 사람이 쓴다든가 하는 식으로 해주고 싶었다.
시황이 지금 고민하는 건 카페 케즈론을 더 확장하느냐 집을 새로 하나 더 사느냐였다. 지금 있는 집이야 부모님 드려도 되는데 평생 같은 곳에서 살던 분이라 서울로 올라오고 싶어 할 거 같진 않았다. 괜히 서울에 왔다 사생활에 간섭이라도 하면 곤란하기도 하고.
“둘 다 하지.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청담동에 빌딩을 사고 명동 쪽에도 빌딩을 사고 싶었다. 지나치게 큰 빌딩 말고 카페 케즈론에 오는 손님들이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규모만 되면 충분했다.
좀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가기 위해 땅을 사서 집도 새로 짓기로 결정했다. 위치는 단순히 땅값 비싼 강남권이 아니라 찬미나 유미가 통학하기도 좋고 주거 환경이 괜찮은 곳으로 가고 싶었다.
이건 일단 진아와 얘기를 좀 더 해보고 확실하게 정하기로 했다. 시황은 이런 걸 잘 모르기도 하고 귀찮기도 했기 때문에 진아한테 부탁할 생각이었다.
“차나 구입하러 가볼까.”
전부터 차를 한 대 더 사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조금 귀찮아서 계속 미루고만 있었다. 오늘은 찬미랑 유미가 집에 있으니 아루도 같이 데리고 나가서 새 차를 구입할 생각이었다.
시황은 침대에서 일어나 대충 옷을 걸쳤다. 심플한 자켓과 청바지. 대충 옷을 걸쳤는데도 키가 크고 몸이 좋아서 맵시가 있었다.
방을 나가자 거실에 찬미와 유미, 아루가 과자를 먹으면서 TV를 보고 있었다. 서울에 와서 같이 살기 시작하고 제법 시간이 지나서인지 수란만 제외하면 다들 친하게 잘 지내고 있었다.
“잠깐 같이 나가자.”
“네? 어디를요?”
뜬금없이 시황이 나가자고 하자 찬미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잠깐 바람도 쐬고 마트도 가게. 간단하게 챙겨 입어.”
지금의 시황에겐 차를 사거나 값비싼 무언가를 사는 게 간단히 바람 쐬러 나가는 정도가 되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더니 과거의 시황이라면 이런 생활을 상상도 못했을 테고 돈을 벌어도 이런 마음이 될 거라고 알지도 못했을 것이다.
“네. 안 그래도 집 앞에 있는 마트에 가서 반찬 좀 사려고 했는데 잘 됐네요.”
차를 사러 가는지 모르는 찬미는 가볍게 대답했다.
평소에는 찬미가 알아서 장도 보고 밥도 하고 청소도 하며 주도적으로 집안을 관리했고 유미나 아루, 수란 등은 그런 찬미를 조금씩 도와줄 뿐이었다.
찬미와 유미, 아루가 방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마트를 간다고 했기 때문에 간단하게 옷을 걸쳤지만 다들 얼굴이 지나치게 예뻐서 옷 따윈 아무래도 좋은 상태가 되었다.
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강남으로 갔다.
“어? 오빠 어디 가요? 마트는 이쪽 아닌데.”
조수석에 탄 유미는 왠지 마트 가는 방향과 전혀 다른 것 같아 시황에게 물었다.
“강남 쪽에 잠깐 들렀다가 거기 있는 마트에 갔다 오자.”
“강남이요?”
“응. 잠깐 볼 게 있어서.”
시황은 어디로 가는 건지 궁금해 하는 유미에게 간단히 대답했다.
청담동에 도착한 시황은 카페 케즈론에 차를 세우고 먼저 따듯한 커피를 테이크 아웃해서 찬미와 유미, 아루에게 주었다. 그리고는 다 같이 걸어서 벤틀리 매장에 갔다.
“어? 오빠 여기 들어가게요?”
갑자기 비싸 보이는 자동차 매장에 가자 유미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척 보기에도 건물 자체가 고급스러워 들어가는데 왠지 부담이 됐다.
“응. 차를 하나 더 살까 해서.”
“오빠 차 비싼 거 있잖아요. 또 사게요?”
“저건 좁아서 다 같이 타고 다니기 힘들잖아. 조금 더 큰 걸로 사게. 저건 내가 안 탈 때 유미가 타도 돼.”
“저, 정말요?”
갑작스런 시황의 말에 유미가 처음에는 당혹스러움과 기쁨이 섞인 이상한 표정을 짓더니 점점 환희에 가득한 표정으로 변했다. 하지만 옆에 찬미가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자제를 했다.
“오빠, 유미한테 저런 차는 너무 과분해요. 아직 운전면허도 없는데요.”
“히잉. 따면 된단 말이야. 요즘 운전면허 따는 거 엄청 쉽대.”
“단순히 운전면허 문제가 아니라 유미가 타고 다니기엔 좀 지나친 거 같아서……. 사고라도 나거나 하면 큰일이잖아.”
찬미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가? 그러면 일단 운전면허부터 따고 생각해보도록 할까?”
“히잉…….”
유미의 표정이 순식간에 실망으로 변했다. 순간적으로 다채롭게 변하는 표정. 이래서 유미는 놀리는 맛이 있었다.
“오빠 손 잡아 주세요.”
“응. 들어가자.”
유미와 얘기를 하고 있으니 아루가 옆에 와서 시황에게 손을 잡아 달라했고 시황은 아루의 손을 잡고 벤틀리 매장으로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매장에 들어가자 직원들이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힝, 여기 올지 알았으면 옷 좀 잘 입고 올 건데.”
“유미야, 그런 말 하지 말고.”
유미가 옷을 보며 투덜거리자 찬미가 가볍게 주의를 줬다. 같이 섹스할 때는 유미한테 그렇게 자상하게 가르쳐주면서 평소에는 저렇게 엄하다.
시황에게 직원이 와서 안내를 해주었다. 매장 내부를 둘러봤다. 게임에서 차를 약탈하기 위해 매장에 들어오기도 하는데 그때의 매장 내부와 거의 같았다. 은은한 조명 아래에 우아한 자태를 가진 고급 차량이 띄엄띄엄 있었다.
“와, 차 진짜 비싸 보인다.”
유미가 주변을 돌아다니며 감탄했다.
“이건 얼마나 하죠?”
시황은 유독 눈에 띄는 모델이 있었다. 디자인이 중후하고 웅장했는데 지나치게 거대해서 딱히 살 마음은 없었다. 왠지 회장님들이 타고 다니는 차 같았으니까. 그럼에도 가격 자체는 조금 궁금했다.
“네. 고객님. 이 차는 벤틀리 뮬산이라고 하는 차종으로 5억 원 정도면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5, 5억이요? 오빠 저건 너무 비싸요. 아니, 비싼 수준이 아니라 저 차면 우리 집 몇 개는 살 수 있어요.”
유미는 가격을 듣자 깜짝 놀라 옆에 직원이 듣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고 시황에게 얘기했다. 찬미가 유미에게 눈치를 줬지만 이런 데는 처음 와 본 유미는 엄청 들떠서 찬미를 신경도 쓰지 않았다.
“차가 지나치게 큰데.”
시황은 다른 차들을 둘러보다 조금 더 젊은 느낌이 나면서 운전하기 적합한 차를 발견했다.
벤틀리 플라잉스퍼 V8. 가격은 3억 원 정도.
“이걸로 하나 하고요.”
“아, 이걸로 구입하시겠습니까?”
시황은 시승도 안 하고 내부를 살피지도 않고 적당히 골랐다. 유명한 브랜드고 가격도 비싸니 어련히 좋겠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찬미도 하나 골라봐. 마트 갈 때 차 있으면 편하잖아. 맨날 택시 타고 다니면 불편하니까.”
“아, 아니에요. 오빠 전 괜찮아요. 이렇게 비싼 차를 제가 어떻게 타요. 그 돈으로 오빠가 하고 싶은 일 하는 게 더 좋을 거 같아요.”
찬미는 극구 사양했다. 선물을 받으면 무작정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찬미는 선물을 받는 만큼 꼭 갚아주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정말 부담스러워했다.
“벤틀리에서 또 사면 디자인이 비슷해서 좀 헷갈리긴 하겠다. 그냥 다른 매장 가서 사자. 벤츠가 없으니까 벤츠나 하나 사고 마트 가자.”
“정말 괜찮아요. 오빠. 전 정말 지하철 타고 다녀도 괜찮아요.”
“차를 찬미만 쓰는 게 아니라 다들 필요할 때 쓰면 좋잖아? 한 번씩 멀리 나갈 때 지하철이나 택시타고 다니면 불편해서 내가 미안하니까.”
“아휴……. 알겠어요. 정말 고마워요. 오빠. 너무 비싼 차 사는 것 같아서 죄송해요.”
“내가 사주는데 네가 왜 죄송해. 화장품 잘 팔려서 돈 많이 벌었으니까 걱정 안해도 괜찮아.”
“그래도 죄송해서……. 정말 감사해요. 오빠”
찬미는 시황의 계속된 설득에 결국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만 쓴다면 거절했겠지만 다들 같이 쓰는 차라니 무작정 안 된다고 할 수가 없었다.
정말 이렇게 비싼 차를 받아도 될까 걱정하는 찬미의 표정과 다르게 다 같이 쓸 수 있는 차를 산다는 말에 유미의 표정이 다시금 급격하게 좋아졌다. 벌써부터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자신의 모습이 상상되자 절로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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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