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355화 (355/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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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뭐해? 지금 바빠?]

[그냥…… 카페 케즈론에서 혼자 쉬고 있어요.]

시황은 손목에 찬 고급 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3시 10분. 뭔가 의도가 있어서 보냈다기보단 커뮤니티 댓글에 노을에 대한 얘기가 나와서 생각난 김에 문자를 보낸 것뿐이었다. 그런데 카페 케즈론에서 쉬고 있다니까 잠깐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어볼 게 조금 있었다.

[그래? 지금 나 카페 갈려던 참인데. 잠시 만나서 얘기라도 할래?]

[네. 괜찮아요. 2층에 있는 칸막이 자리 3번째에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시황이 문자를 보내고 괜찮다는 대답까지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응. 바로 갈게.]

답장을 보낸 시황은 바로 자켓을 걸치고 주차장으로 갔다.

어느새 날씨는 완연한 겨울로 접어들었다. 쌀쌀한 바람이 불어왔지만 시황은 별다른 추위를 느끼지 못하고 차에 탔다. 곧바로 카페 케즈론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청담동에 도착했다. 시황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카페 케즈론에 들어갔다. 언제나 그렇듯 카페 케즈론에는 사람들이 가득 차 줄까지 서서 커피를 사가고 있었다. 처음엔 그렇게 커 보이던 카페가 이젠 너무 비좁게만 보였다.

“앗! 오빠.” “

시황이 들어가자 은지가 바로 눈치를 채고 다가왔다.

“진상 부리는 손님은 없지?”

“네. 그런 손님 없어요. 전에는 그래도 조금 그런 손님이 있긴 했는데 요즘 많이 사라졌더라고요. 아무래도 그 일 덕분인 거 같아요.”

“다행이네. 난 잠깐 2층에 가서 아는 사람하고 얘기 좀 할게.”

“아는 사람이요? 네. 알겠어요. 전 그럼 다시 일하러 갈게요.”

아는 사람이라는 말에 잠깐 궁금한 표정을 짓던 은지가 돌아가서 다시 일을 했다.

은지와 지숙, 현주를 이렇게 좁은 가게에서만 일을 시키는 건 상당한 낭비 같았다. 지점을 내서 따로 관리를 시키게 하든가 아니면 청담동에 건물을 하나 사서 건물 전체를 카페 케즈론으로 만드는 게 나을 것 같았다.

2층에 가서 3번째 칸막이가 있는 자리로 들어갔다. 약간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할 정도로 가려져 있었기 때문에 밖에서도 노을이 있다는 걸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안녕.”

“안녕하세요.”

시황이 들어가자 노을이 자리에서 엉거주춤하게 일어나 인사를 했다. 쌀쌀한 겨울이었기 때문에 스웨터와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혼자 뭐하고 있었어?”

“그냥 책도 조금 보고 SNS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있었어요.”

노을의 표정이 썩 밝지는 않았다. 무료한 걸 떠나서 뭔가 우울한 일이라도 있는 건지 표정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그래? 난 뭐 좀 물어보려고.”

“어떤 거요? 저한테 물어보실 게 있어요?”

노을이 시황을 바라보며 약간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시황 같은 사람이 자신에게 문가 물어볼 게 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도 음반이나 음원 같은 거 내볼까 생각 중인데 어떻게 하면 인기를 얻을 수 있는지 조언을 좀 받을까 해서.”

“음반을 내시게요?”

노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가수라도 되고 싶다는 뜻일까? 설마 시황이 음반을 내고 싶어 할지는 몰랐다.

“응. 가수가 될 건 아닌데 그쪽에 흥미가 조금 있거든.”

이건 음반이나 음원을 팔아 유산 경험치를 얻기 위해서였다. 섹스로 얻을 수 있는 경험치는 한계에 도달했다. 만화, 음반 등 판매 등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험치가 아니라면 레벨 올리기가 상당히 버거운 상태였다.

“조금 놀랬어요. 오빠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어요. 그런데 그건 제가 뭐라 말하기 힘드네요.”

“응? 왜?”

“저희 그룹 대중적으로 크게 인기 있지도 않고 저도 별로 인기가 없거든요.”

“핑크펫 유명하지 않아? 음악 방송에서도 몇 번 봤고 저번 케즈론 화장품 행사 때도 팬들 엄청 많이 왔잖아.”

“아니에요. 그렇게 인기 없어요. 저희를 응원해주시는 팬들에게는 감사하지만 사실 저희 그룹 음악 방송에서 1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이번에 새로 나온 노래도 음원 사이트 10위 안에도 못 들었어요.”

“그래? 그건 몰랐네. 조금 우울해 보였던 게 그거 때문이야?”

시황이 걸그룹에 대해서 썩 잘 아는 편이 아니라서 음악 방송에 자주 나온 핑크펫이 인기가 많은 줄 알았다. 미리 이런 사실을 알았더라도 같은 질문을 하긴 했겠지만 직접 노을에게 그런 얘기를 들으니 조금 놀랍긴 했다.

“네. 이번 노래는 잘 될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인기가 없어서 많이 속상해요.”

“노을이 생각하기에 왜 이번 신곡이 인기가 없는 거 같아?”

“아무래도 요즘 다 섹시 컨셉인데 저희는 아직 컨셉이 좀 어중간한 거 같아요. 섹시도 아니고 청순도 아니고. 그리고 노래도 별로인가 봐요.”

“컨셉과 노래의 문제라는 거지?”

“전 그렇게 생각하는데 사실 잘 모르겠어요. 죄송해요. 저도 어떻게 해야 인기가 생기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노을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그리고는 괜히 스푼으로 커피를 저었다. 반 밖에 남지 않은 커피가 노을의 마음처럼 출렁인다.

시황은 잠시 고민했다.

“노을이는 핑크펫에서 어떤 역할이야?”

“일단 보컬 쪽에 들어가기는 한데 사실 노래 잘 못해요. 춤도 썩 잘 추지도 않고요. 그러니 제가 인기가 없는 거겠죠.”

“내 생각엔 그런 쪽 문제가 아닌 거 같아. 다른 걸그룹에 있는 애들을 보면 노을 보다 안 예쁘고 노래도 못 부르는데 인기가 많은 애들이 있거든.”

“그러면 오빠 생각에는 제 문제가 어떤 거예요?”

시황이 몇 가지 물으러 온 거였는데 어느새 노을의 고민 상담으로 변했다.

“결국 매력 문제가 아닐까? 사실 난 걸그룹들을 안 봐서 잘은 모르겠지만 내 생각은 그래. 얼굴이 예쁘면 처음에 관심은 받겠지. 노래를 잘 부르면 인정은 받을 거야. 하지만 그게 끝인 거지.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을 끄는 매력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난 생각해.”

“매력…….”

노을은 멍하니 매력이라는 단어를 중얼거렸다.

“그리고 얼굴도 연예인이면 대부분 예쁘니까 정말 특출하게 예쁘거나 매력적으로 예쁘지 않으면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거든. 노을이도 예쁘긴 정말 예쁜데 연예계에는 노을이 만큼 예쁜 애들이 많으니까.”

“오빠 말을 들으니까 전 영원히 인기를 못 얻을 거 같아요. 은비처럼 예쁜 것도 아니고 매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하아…….”

노을 정도면 그래도 나름 인기 있는 편이었다. 걸그룹 중에는 노을만큼의 인기도 없는 사람이 훨씬 많았으니까. 하지만 걸그룹이 워낙 많아서 보통 이상이라도 어중간한 위치이기는 했다.

“나랑 같이 노래할래?”

“네? 노래요?”

뜬금없는 시황의 말에 노을이 시황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응. 노래도 내가 가르쳐 줄게. 원래는 혼자 부르려고 했는데 노을이랑 같이 하는 게 더 나을 거 같아서.”

“아……. 네. 전 괜찮아요. 소속사에서도 허락해 줄 거예요. 케즈론 화장품 행사 잡혔을 때 사장님이 엄청 기뻐했거든요.”

“하하. 좋아. 그러면 한 번씩 만나서 노래 연습도 같이하자.”

“네. 오빠에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해볼게요.”

노을은 시황을 도와준다고 생각하고 가볍게 허락을 했다. 시황이 부르는 노래가 크게 인기를 끌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시황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도와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

소더비 경매 건은 차근차근 진행되었다.

전문가의 추정 가격은 200~300억 원. 이미 카탈로그가 만들어져 배포가 된 상태였고 경매가 열리는 곳은 뉴욕이었다. 33캐럿의 레드 다이아몬드는 다양한 경매 물품 중 단연 최고의 관심을 받고 있었다.

시황이 바쁘게 지내는 동안 어느새 경매 당일이 되었다. 경매 물품은 경매가 시작되기 4일 전부터 전시되어 있어 다양한 사람들이 구입할 물건을 체크했다.

뉴욕 소더비 경매장은 제법 규모가 있었다. 약간은 어두컴컴한 실내에 사람들이 빼곡하게 들어 차 있었다. 맨 앞에 있는 단상에는 경매사가 서 있었고 그 주위로는 전화로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위해 대기 하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넓은 홀에는 경매에 참석하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이 번호판을 들고 의자에 앉아있었다.

경매는 흔히 아는 대로 진행되었다. 경매사 옆에 경매 물품이 차례대로 전시되었고 사람들은 자신의 번호판을 들어 경매를 했다.

몇 개의 경매 물품이 지나가고 드디어 시황의 레드 다이아몬드가 경매사 옆에 전시되었다. 경매장 내부에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경매사가 33캐럿의 레드 다이아몬드 경매를 시작했다. 경매가 시작되자 빠르게 번호판이 올라갔다. 전화를 받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까지 분주하게 번호판을 올렸다.

어느새 추정가인 200억 원을 넘어섰다. 로또 1등 당첨금이 보통 20~30억 원인 걸 감안하면 로또에 10번 정도 당첨된 금액과 맞먹었다.

어느덧 300억 원이 넘어갔다. 가격대가 상승하자 약간 페이스가 떨어졌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번호판을 올렸다.

400억 원이 지나고 500억 원도 돌파했다. 추정가가 200~300억 원 이었는데 2배 이상의 가격이 된 것이다.

500억 원이 넘어가자 경매에 참여하는 건 전화를 받으며 대신 입찰하는 사람 둘 뿐이었다. 누구의 전화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두 사람은 계속해서 전화로 지시를 받으며 번호판을 올렸다.

이윽고 627억 원이 되었다.

“현재 최고가 627억 원입니다.”

627억 원이 되니까 한참 경쟁을 하던 사람이 번호판을 들지 않는다.

“632억 없으십니까?”

경매사가 주변을 둘러보며 외쳤지만 아무도 번호판을 들지 않았다. 경매사는 조금 더 외치다 마지막으로 627억 원을 3번 외쳤다.

“627억 원으로 결정되었습니다.”

경매사가 외치며 망치를 두드렸다. 웅장한 소리가 울리며 시황의 레드 다이아몬드는 627억 원에 팔렸다.

로또 1등에 20번은 당첨이 돼야 할 정도의 어마어마한 돈이 시황에게 생긴 것이다. 여기서 경매 수수료 12%인 75억 2400만 원을 빼더라도 551억 7600만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이었다.

이것도 시황이 보석함에 있는 것 중 하나만 판 건데 그 안에 있는 몇 가지 보석을 더 팔게 되면 수천억의 재산가가 되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치유력을 머금은 성기가 시황을 어마어마한 부자로 만들어 준 것이다.

이 소식은 진아가 시황에게 전화를 해서 바로 알려주었다.

[오빠! 경매가 627억 원에 낙찰 됐데요.]

[627억 원? 한 300억 원에 낙찰 될 거라 생각했는데 훨씬 비싼 가격이네.]

627억 원이라는 말에 시황의 목소리가 조금 올라갔다. 이때까지 제법 큰 돈을 만져 본 시황이지만 627억 원이라는 돈 앞에서도 냉정하기는 힘들었다.

[네. 마지막까지 두 사람이 계속 경쟁해서 가격이 엄청 올랐어요. 축하해요. 오빠.]

[고마워. 진아야. 다 진아 덕분이야.]

[아니에요. 오빠. 제가 한 게 있나요. 다 오빠의 능력인 걸요. 그보다 그 돈으로 뭐 하실 거예요?]

진아는 시황이 500억 원이 넘는 큰돈으로 뭐할지가 더 궁금했다.

[해외에 별장이나 사서 다 같이 놀러 갈까? 하하.]

[그것도 괜찮은데 우리 별장 오빠가 써도 돼요. 해운대나 제주도에도 있고 해외에도 다 있으니까 쓰고 싶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시황은 그저 농담으로 한 말인데 진아가 자신의 별장을 마음대로 써도 된다고 말했다. 평범한 경제력의 사람이라면 통할 농담이 진아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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