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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약간 이해가 안 되는 게 저렇게 자기 피부를 망치면서까지 복수하려고 했는데 그 중요한 사실을 왜 일면식도 없는 사람한테 말해준거죠?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네요.]
아무래도 증거가 명확했기 때문에 녹음 파일 자체를 문제 삼지는 않았지만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글이 한 번씩 보였다.
그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고 충분히 의심할만했다. 상식적으로 보면 복수를 하기 위해 진실을 숨기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었으니까.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 건 알 수가 없는 일이기에 의문에서 끝이 날 뿐이었다. 이미 여론이 완벽히 반전되어 어제의 케즈론 화장품처럼 파워 블로거를 옹호하기 힘든 수준이 되었다.
[님들 근데 저 직원 목소리 엄청 예쁘지 않나요? 저 여자 직원 목소리 들으려고 몇 번이나 재생했음ㅋㅋ;;;;]
[ㅋㅋ 개공감되네여. 목소리만 들었는데 왠지 얼굴이 상상 됨. 엄청 예쁠 거 같은데. 어떻게 생겼는지 진짜 궁금하다.]
[양심 고백하는 것 보면 마음씨도 예쁜데 목소리까지도 저렇게 예쁘다니.... 날 가져요 엉엉]
남자들은 어쩔 수가 없는 건지 목소리만 듣고 미나의 얼굴을 상상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목소리는 미나가 얼굴과 몸의 형태를 바꾸면서 약간 변형 시킨 목소리였다. 다만 기본적으로 워낙 예쁜 목소리다 보니 목소리를 바꿔도 그 예쁜 목소리는 그대로였기 때문에 남자라면 당연한 반응이기도 했다.
시황이 진아에게 연락하고 시간이 좀 지나자 기사들도 올라오기 시작했다. 인터넷 기사답게 제목이 상당히 자극적이었다.
[케즈론 화장품 써서 그랬다니……. 알고 보니 사이코패스녀의 자작극?]
내용은 인터넷에 있는 그저 그런 평범한 내용이었다. 시황이 아까 부탁한대로 기사의 중간쯤에 연락이 안 된다는 내용도 정확히 적혀 있었고 기사 말미에는 보통 인터넷 기사가 그렇듯 네티즌들의 반응도 적혀 있었다.
[직원의 양심 고백을 확인한 네티즌은 "진짜인지 알았는데 복수극 때문에 일부러 그랬다니. 소름 돋는다", "진상 수준을 넘은 사이코패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황이 구상한 흐름으로 완벽하게 진행되었다. 이쯤하면 파워 블로거 욕도 먹고 케즈론 화장품 문제가 아니라는 걸 확실히 인지 시켰기 그만 둘 수도 있었지만 시황은 이정도만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파워 블로거가 더 심한 짓을 저지르지 못하게 하는 것도 있지만 아직 더 큰 이득을 볼 여지가 많이 남아있었다. 이번 사건은 이때까지 쌓여있던 케즈론 화장품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어느 정도 완화해줄 수 있는 큰 기회였다.
시황은 진아에게 전화를 해 몇 가지 더 지시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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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가 나가고 다음 날 파워 블로거는 자신은 절대 그런 말을 하지 않았고 케즈론 화장품을 써서 문제가 생긴 게 맞다 라는 장문의 다시 글을 올렸다. 하지만 댓글에 달린 건 이전과 같은 응원이 아닌 싸늘한 반응들뿐이었다.
[개소리 ㄴㄴ]
[이미 증거 다 나왔는데 아직도 미친 소리 하네.]
[진짜 사이코 패스네 ㄷㄷ 진심 무섭다.]
[님 이름 한혜주고 강동구 xx아파트에 살죠? 폰 번호는 010-xxxx-xxxx 맞음? 님 신상 이미 다 털렸음 ㅋㅋ]
하루 사이에 파워 블로거의 이름은 물론이고 사는 아파트, 전화번호까지 모든 신상정보가 다 드러나 버렸다. 어제 밤 이후로 계속 해서 발신번호표시가 제한된 곳에서 전화가 와서 두려움에 전원은 옛날에 꺼두었다.
“어, 어쩌지…….”
파워 블로그로 인지도를 쌓고 나름 큰돈을 벌었던 그녀는 컴퓨터 앞에서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밖은 환한 낮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방 안은 기묘할 정도로 어두컴컴했다.
평소 파워 블로거라고 하면 어느 가게를 가든 대접을 받았다. 서비스를 받는다든지 주문 이상의 푸짐 양 양을 받는다든지. 하지만 카페 케즈론은 그런 서비스를 전혀 주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을 진상으로 만들어버렸다. 자존심을 상처를 입어 복수를 해야겠다는 것 말고는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모든 일은 거기에서 시작되었다. 그때 참았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불매 운동을 한다 했을 때 카페 케즈론 때문에 손님이 끊긴 주변 카페에서 어느 정도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하나 둘 발을 빼기 시작했고 지금은 남편마저 싸늘한 눈초리로 아무런 말을 걸지 않았다.
“도대체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지?”
그녀는 자신을 질책했다. 공동 구매 때문에 온 직원과 얘기를 나누다 절대 말하면 안 되는 비밀을 술술 내뱉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왜 자신이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귀신에게라도 홀린 걸까?
인터넷 어딜 가나 자신에 대한 비난뿐이었다. 저번에 카페 케즈론에 대한 여론 몰이용 비난 글을 올렸을 때도 지금과 마찬가지였다. 보통은 그런 글이 올라오면 꼿꼿하던 가게도 허겁지겁 죄송하다 하기 마련인데 그 남자에겐 이런 수법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두려웠다. 이대로라면 이때까지 쌓은 모든 기반이 무너질 게 분명했다. 특별한 돌파구도 없었다.
“아아…….”
그녀의 눈에서 눈물만 흘러나왔다.
남은 건 절망감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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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즈론 화장품 썼다 피부 망가져”…허위 글 올린 파워 블로거 구속]
[케즈론 화장품 썼다 피부가 망가졌다는 허위 글을 쓴 30대 한 씨가 결국 구속 됐다.
한 씨는 명예훼손으로 인해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끼친 혐의가 있다고 경찰 측은 밝혔다.]
시황이 진아에게 전화한지 10여일쯤 지나자 파워 블로거가 구속 됐다는 연락이 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구속 기사도 인터넷에 올라왔다. 진아에게 연락을 하면 이렇게 일을 잘 처리해주니 정말 편했다.
시황은 자신의 방에서 인터넷으로 구속 기사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살폈다.
[와, 파워 블로거가 뭐라고 서비스 안 줬다고 그런 짓까지 하나요. 이건 진짜 좀 심각한데요.]
[난 첨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음. 솔직히 싸구려 로션 발라도 얼굴에 약간 트러블 생기는 정도인데 저렇게 피부가 망가지는 건 말도 안 됨.]
[솔직히 저거 속은 사람이 바보 아닌가요? 딱 보면 구라치는 게 눈에 보이던데요. 하여튼 무슨 일만 있으면 앞 뒤 생각 안 하고 욕부터 하는 사람들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처음 피부가 망가졌다는 글이 올라왔을 때는 비난 글뿐이더니 이젠 그 글을 믿은 사람이 바보라는 글이 올라왔다. 그 사건 때는 여론 때문에 지켜보기만 하던 사람들이 확실히 결과가 밝혀지자 글을 쓰는 듯 했는데 왠지 순식간에 태세를 변환한 사람도 있는 듯한 건 기분 뿐인걸까?
남자들이야 어차피 화장품 안 살거니 이쯤 하면 됐고 구매층인 여자들의 생각이 더 중요했다.
[언니들 케즈론 화장품 썼다 얼굴 망가진 거 다 거짓말이래. 그 일 때문에 못 샀던 언니들 다시 사도 될듯해!!!]
[난 케즈론 화장품이라는 게 있는지 첨 알았네. 근데 가격이 천만 원이라니 화장품 천만 원 주고 사기엔 너무 돈 아깝다.]
[위에 언니 전혀 아니야. 나도 첨에 그렇게 생각했는데 케즈론 화장품 조금 얻어 써보고 완전 생각이 바뀌었어. 내 피부가 엄청 민감해서 평소 트러블도 많고 흉진 것도 있었는데 케즈론 화장품 쓰니까 피부 정말 말끔해지더라. 난 써보고 바로 구입했는데 전혀 후회 안 해.]
여자들 반응도 좋았다. 오히려 그 일이 노이즈 마케팅이 돼버려서 케즈론 화장품이 뭔지 아는 사람도 상당히 늘어났다. 잠재적 수요층이 더욱 증가한 것이다.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화장품이 가진 마법과도 같은 효과들을 본다면 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사게 될 것이다.
인터넷 반응을 보는데 진아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빠가 말한 대로 조사를 했더니 사업자등록 없이 블로그에서 공동구매로 물건을 팔았고 탈세도 했더라고요.]
[역시 그렇구나. 그건 국세청에 연락해서 진아가 처리해줘.]
[네. 알겠어요.]
[탈세 같은 거 말고 남자관계는 없었어?]
[특별한 남자관계는 없었어요.]
[그렇구나.]
불륜을 했으면 남편에게 슬쩍 그 사실을 흘렸을 텐데 그걸 못한 게 조금 아쉬웠다.
일을 처리하려면 확실히 해야 했다. 괜히 어중간하게 인정을 보여주면 상대는 감사하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호구로 보는 일이 다반사였으니까. 당했으면 당한만큼 아니, 그 이상 돌려줘야했다.
그 파워 블로거가 무식한 건 없는 일을 만들어서 트집을 잡았다는 점이었다. 없는 일로 그런 소란을 피우면 빠져나갈 구멍이 많아서 큰 타격을 주기도 어렵고 역공을 당할 확률이 높다. 할 거면 정말 완벽하게 조작을 하든가, 아니면 지금 시황이 한 것처럼 가진 바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 최대한 뒤탈 없는 타격을 줘야했다.
[이번에 큰 문제없이 일이 잘 해결돼서 정말 다행이에요. 오빠가 아니었으면 전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을 거예요. 괜히 사이트에 이상한 글 올렸다가 문제가 더 커졌을 거고……. 제가 상황을 정확하게 보지 못하고 너무 제 입장만 생각한 것 같아요. 이번 기회를 교훈 삼아서 다양한 부분을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겠어요.]
진아는 이 일이 나름 반성의 기회가 된 것 같았다.
[하하. 운이 좋았던 거지 진아의 생각도 틀린 건 아니었어. 설마 그런 귀중한 녹음 파일을 올려 줄지 누가 알았겠어.]
[아, 맞다. 그 녹음 파일 올려주신 분 찾아서 사례라도 해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정말 그 분 아니었으면 큰 일 날 뻔했어요.]
[괜찮아. 그 분도 그럴 생각으로 올린 건 아닐 거야.]
[그래도 고마워서…….]
그 녹음 파일을 올린 당사자인 시황은 어물쩍 대화를 넘겼다.
[만약 그 쪽에서 합의하자고 하면 내가 직접 가서 해결할게.]
[알겠어요. 오빠가 잘 해결해주세요. 그보다 오빠 오늘 저희 집에 오지 않으실래요? 요즘 일 때문에 바빠서 못 만난 지도 오래 됐잖아요.]
일이 해결되자 진아는 마음이 풀렸는지 노골적으로 시황을 유혹했다. 남자라면 이런 유혹을 거절하는 게 이상했다.
[응. 갈게. 맛있는 거 있어?]
[맛있는 거요? 제, 제가 있잖아요!]
시황은 배가 고파서 정말 맛있는 먹을 요리가 있냐고 한 말이었는데 진아가 생각지도 못한 대답을 했다.
[진아가 그런 말도 할 줄 아는구나.]
[꺅, 부끄러. 음음, 오빠한테 섹스 가르쳐 준 게 저라는 걸 잊으면 안 돼요.]
여자애 같은 비명 소리를 내던 진아가 이내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는데 부끄러움이 여실히 담겨있어 시황에게 묘한 자극을 주었다.
[하하. 그럼 메인 요리는 정해졌으니까 그 전에 먹을 요리는 같이 만들어서 먹자.]
[네. 기, 기다리고 있을 게요. 나중에 봐요.]
진아가 전화를 끊었다. 마지막에 자기 스스로 야한 말 해놓고 부끄러워하는 게 이제껏 보지 못한 패턴이라 상당히 귀여웠다.
시황은 진아에게 가기 위해 옷을 갈아입고 방을 나섰다.
“오빠, 어디 가세요?”
거실에는 학교를 마치고 온 찬미가 아루와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일 때문에 잠시 진아 집에 갔다 올게.”
“아……. 잠시 만요. 배웅해드릴게요.”
“저도요.”
찬미가 시황을 배웅해준다고 하자 옆에 있던 아루도 따라가겠다고 말했다.
“안 그래도 되는데. 고마워.”
시황과 찬미, 아루는 집 밖에 있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큰 문제가 잘 해결돼서 정말 다행이에요. 유미도 그렇고 저희 부모님도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요.”
“찬미 부모님도 걱정하신거야? 다음에 찬미랑 유미 내려갈 때 같이 가서 인사라도 드려야겠다.”
“괜찮아요. 귀찮게 안 그러셔도 돼요.”
“찬미의 부모님이면 그렇게 해드리고 싶은 걸. 그리고 거긴 우리 부모님도 있으니까 겸사겸사 가는 거지.”
“저도 오빠 부모님께 인사드려도 될까요?”
“당연하지. 아예 부모님들 모시고 식사라도 할까?”
“오빠가 괜찮으시면 전 좋아요. 오빠가 편한 대로 하세요.”
“응. 그러면 그렇게 하자.”
주차장에 도착했다. 찬미가 문을 열어줬고 시황은 운전석에 앉았다.
“다녀오세요. 너무 무리하시지는 마시고요.”
“알았어. 갈게.”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거리에서 보기 힘든 미녀 둘의 배웅을 받으며 시황은 차를 몰고 진아의 집으로 갔다.
아루는 해맑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지만 찬미는 시황이 사라지자 미미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유미를 위해서, 시황을 위해서 모든 걸 양보할 수 있었지만 이상하게 진아에게는 지고 싶지 않았다.
“언니, 들어가서 TV봐요.”
“응. 그러자.”
시황이 탄 차가 사라진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계속 바라보고 있던 찬미는 아루와 함께 집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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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폰 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자주 연중하는 저를 위해 쿠폰도 주시고 정말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도록 할게요.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