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351화 (35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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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요즘 어때? 지내는데 좀 익숙해졌어?”

시황은 프린의 다리를 매만지며 물었다. 검은 스타킹의 까칠한 느낌이 상당히 좋다.

“그럼요. 주인님. 프린은 어디가든 뭘 하든 다 잘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지하철은 아직 못 타요.”

“지하철? 그건 못 타도 상관없어. 좋아. 그러면 이제 주인님이라고 하지 말고 사장님이라고 불러. 밖에서도 계속 주인님이라고 부르면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니까.”

“사장님? 그게 뭐에요?”

“주인님하고 비슷한 뜻이야. 앞으로 사장님이라고 부르면 돼.”

시황은 자세히 설명하기 귀찮고 힘들어서 적당히 넘겼다. 뜻을 알든 모르든 주인님이라고만 안 부르면 됐다.

“네. 사장님. 프린은 사장님이라는 말 처음 들어봤어요.”

프린은 시황에게 사장님이라 부르긴 했지만 여전히 잘 이해가 안 가는 듯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슈퍼마켓에서 물건 같은 건 살 줄 안다고 했지?”

“네. 살 줄 알아요. 어제도 초코 과자 사 먹었는걸요. 프린은 초코 과자를 제일 좋아해요.”

“프린이 자신만만하니까. 지금 앞에 있는 편의점에 가보자.”

시황은 인상을 흐리게 하는 모자를 꺼내 썼다. TV에 얼굴이 몇 번 나왔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하는 게 좋았다.

차에서 내린 시황과 프린은 근처에 있는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주택가의 편의점이었지만 크기가 커 손님도 몇 명 있었다.

딸랑.

편의점 문이 열리고 프린이 들어가자 카운터에 있던 남자 아르바이트생과 물건을 고르던 남자 손님 몇 명이 검은 스타킹을 신은 프린에게 자동적으로 눈이 돌아갔다. 투명할 정도로 아름다운 금발을 가진 엄청난 미녀라는 걸 확인한 남자들은 짜기라도 한 듯 동시에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네가 먹고 싶은 거랑 내가 사라는 거 사오면 돼.”

“네. 사장님.”

프린은 먼저 좋아하는 과자들을 샀다. 그리고 그 다음에 시황이 사라고 시킨 옥수수차와 콘돔을 사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냉장고에서 옥수수차는 쉽게 찾았는데 콘돔은 처음 들어보는 물건이라 어디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프린은 콘돔을 찾기 어렵자 편의점 카운터에 있는 남자 아르바이트생에게 물었다.

“저기 콘돔은 어디에 있어요?”

“코, 콘돔이요? 잠시 만요.”

갑자기 프린이 콘돔을 찾자 남자 아르바이트생은 당황해서 말을 조금 더듬었다. 설마 저런 미녀의 입에서 콘돔이라는 단어가 나올지 몰랐다. 아르바이트생은 콘돔을 찾아주면서 힐끔 시황 쪽을 쳐다봤다. 저렇게 예쁜 미녀가 사장이라는 사람이랑 와서 콘돔을 사다니……. 남자 아르바이트생의 이후에 시황과 프린이 뭘 할지 머릿속에서 온갖 상상이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여, 여기 있어요.”

“감사합니다.”

프린은 아르바이트생이 가르쳐 준 곳에서 콘돔을 하나 집어서 계산을 했다. 시황이 준 카드를 긁고 편의점을 나가자 남자들이 동시에 왠지 복잡한 표정으로 프린의 뒷모습을 눈으로 쫓았다. 비서로 보이는 여자가 사장과 콘돔을 사서 나가다니 이후에 어떤 일이 생길지 불보듯 뻔했다.

“정말 잘하네.”

“헤헷. 잘하죠? 그런데 콘돔이 뭐예요? 먹는 거예요?”

“먹는 건 아니고. 중요할 때 쓰는 건데 나한테는 필요 없는 거지.”

시황이 웃으며 대답했다.

필요 없는 걸 왜 샀는지 모르겠지만 시황이 시켰으니 프린은 뭔가 이유가 있겠거니 했다.

차에 돌아온 프린은 방금 사온 과자를 먹었다. 초코의 달콤한 맛이 입안을 감돌자 저절로 황홀한 표정이 지어졌다.

“방금 내가 준 카드는 앞으로 프린이 써. 먹고 싶은 거랑 사고 싶은 거 마음대로 사.”

“네. 근데 사장님. 있잖아요. 이 과자 엄청 맛있어요. 아앙……. 행복하다.”

시황이 카드를 줬다는 사실에는 신경도 안 쓰고 프린은 과자를 먹는데 정신이 팔려있었다. 아직까지 카드의 중요성을 잘 모르기 때문이었다.

20분쯤 지났을까? 아직까지 미나가 올 기미가 안 보였다. 시황은 프린의 허벅지를 만지거나 블라우스 위로 커다란 가슴을 만지며 미나를 기다렸다. C컵의 가슴은 평범한 블라우스 위로도 위용을 뽐내고 있어 이럴 때 만지지 않는 게 힘들었다.

미나가 돌아온 건 시황이 프린의 가슴을 만지기 시작한지 15분이 지나서였다. 들어간 지 대략 30분 만에 끝을 내고 온 것이다.

미나가 문을 열자 시황은 프린의 가슴을 그만 만지고 뒷좌석으로 보냈다. 프린의 가슴보단 미나가 가지고 온 동영상이 더 중요했다.

시황이 프린의 가슴을 완전히 드러내놓은 상태로 만지고 있는 걸 본 미나가 약간 얼굴을 찌푸리며 조수석에 앉았다.

“찍어왔어?”

“여기 있습니다.”

미나는 시황에게 휴대폰을 건네주었다. 미나가 건네준 건 시황이 이번에 새로 개통한 최신 스마트폰이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만족할만한 녹화 품질과 깔끔한 음질로 녹음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을 받아든 시황은 곧바로 동영상을 재생했다. 처음에는 검은 화면에 말소리만 녹음 되고 있었다. 시황이 미리 얘기를 건넨 대로 블로그에서 공동구매를 통한 판매 얘기가 이어졌다.

“잘하네. 어차피 뒷부분만 쓸 거라 앞에는 별로 신경 안 썼는데 진짜 직원처럼 말하네? 원래 이런 거 알고 있었던 거야?”

“이 세계에 대해선 이미 다 파악해둔 상태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 정도는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미나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공동구매 얘기가 이어지다 자연스럽게 파워블로거의 피부에 대한 얘기로 이어졌다. 그리고 정말 자연스럽게 파워 블로거가 숨겨진 진실을 술술 말하기 시작했다. 이 흐름이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미나가 마법을 썼다는 사실을 시황조차 알아차리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생각 이상인데? 미나 덕분에 내가 많이 편해지겠어.”

율나르야 일루미나에게 섹스를 가르쳐 주라고 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섹스도 하고 싶긴 했지만 그보다 저 대단한 능력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주인님. 아니다. 사장님. 저도 일 잘할 수 있어요.”

미나만 칭찬하자 뒷좌석에 있던 프린이 시황에게 자기도 뭔가 시켜 달라는 투로 말했다.

“걱정 마. 프린도 나중에 할 일이 많으니까.”

“히잉. 네.”

프린을 달래준 시황은 프린과 미나가 머무는 강남의 오피스텔로 돌아갔다. 미리미리 편집 작업을 해둬야 했다.

미나와 프린이 쉬는 동안 시황은 아공간에서 노트북을 꺼내 테이블에 앉았다. 미나가 녹화한 영상을 노트북으로 옮기고 간단한 편집을 하기 시작했다. 원본 영상은 클라우드 드라이브에 몇 군데에 나눠서 백업을 해두고 영상에서 대화만 빼냈다. 진실을 내뱉는 부분만 자른 것과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대화하는 부분, 두 가지 자료로 만들어서 저장을 했다. 파워블러거에게 말한 회사는 은지 아버지의 회사명이었기 때문에 회사명 부분은 삐 소리로 처리를 했다.

편집을 다 했기 때문에 이제 파워 블로거의 글이 올라오기만 기다리면 됐다. 글이 올라오게 되면 케즈론 화장품이라는 고급 명품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이 있을게 분명했다. 하지만 더 큰 기회를 위해 위기를 감수할 필요는 있었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

며칠 지나지 않아 인터넷에 하나의 충격적인 글이 올라왔다. 그 글은 케즈론 화장품을 사용한 뒤로 생긴 큰 부작용을 말하고 있었다. 그 글이 올라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순식간에 모든 사이트에 정보가 공유되기 시작했다.

그 충격적인 글에서 가장 먼저 보인 건 피부가 엉망이 한 여자의 사진과 케즈론 화장품이었다.

[도저히 억울한 마음을 풀지 못해 여기에 글을 씁니다. 얼굴은 흔녀지만 평소 전 피부가 좋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그래도 더 피부가 좋아지고 싶다는 여자의 마음에 이때까지 힘들게 일을 해서 모은 돈으로 케즈론 화장품을 샀어요... 하아.. 그때 왜 제가 그런 선택을 했는지...

처음 바를 때 약간 뾰루지가 나는 것 같았지만 피곤해서 그랬거니 하고 하루에 두 번 열심히 케즈론 화장품을 발랐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자고 일어나니까 피부가 엉망이 된거예요. 전 엉망이 된 피부를 더 좋게 만들어 보겠다고 케즈론 화장품을 계속 발랐는데 바르면 바를수록 더 나빠지기만 해서 결국 피부과에 갔어요.

알고 보니 사람이 쓰지도 못할 정도로 품질이 나쁜 케즈론 화장품 때문에 제 피부가 엉망이 된 거였어요. 전 정말 매일 밤 엉망이 된 피부 때문에 눈물만 흘려요.... 정말 너무 슬퍼서 잠도 안 와서 불면증까지 걸렸어요....]

결국에는 케즈론 화장품을 쓸 때 조심하라는 말과 함께 과거 피부가 괜찮았던 사진, 케즈론 화장품 들이 올라와 있었다.

처음 그 글이 올라온 사이트는 여자들만 이용 가능한 사이트였음에도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댓글이 300개 넘게 달리며 큰 전쟁을 예고하고 있었다.

[와, 케즈론 대박. 저런 쓰레기 화장품을 천만 원에 처팔아먹고 있었던 거?]

[이거 당장 고소해야 돼여. 저런 거 가만히 놔두니까 자꾸 기업들이 저 짓거리 하는거에여.]

[나도 케즈론 화장품 살까 했는데 쳐다도 안 봐야겠다.]

[진짜 안타깝다 ㅜㅜ 피부 문제 생기면 엄청 고생인데. 힘내...]

[케즈론 화장품 사이트가서 한마디 하고 와야겠다. 저게 말이나 됨? 진짜?]

댓글은 비난 일색이었다. 다들 진심으로 분노했다. 원래부터 원가 대비 지나치게 비싼 가격으로 상당히 부정적 여론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나마 여자들에게는 인정받던 그 고급 이미지가 단번에 최악의 이미지로 변해버린 것이다.

그래도 간혹 케즈론 화장품을 직접 써서 제대로 효과를 본 사람이 댓글을 달아주기는 했다.

[저도 케즈론 화장품 써봤는데 괜찮던데요. 제 피부가 원래 엄청 안 좋아서 사본 거였는데 진짜 많이 좋아졌어요. 솔직히 저 분 케즈론 화장품 안 써보고 저러는 거 같은데...]

하지만 분위기도 모르고 달린 이런 옹호 댓글은 거센 비난에 직면해야 했다.

[야! 너 케즈론 알바지? 말이 되는 소리를 해.]

[ㅂㅅ인가? 헛소리 하네. 안 써본 건 너 아님?]

[네 피부가 쓰레기라 쓰레기 화장품이랑 잘 어울리나보지 ㅋㅋㅋㅋ]

케즈론을 옹호하다 온갖 욕을 먹자 충격을 받고 글을 지우기도 했다.

여자들만 있는 사이트에는 원색적인 비난이 많았다면 애초에 부정적이던 남성 위주의 사이트에서는 케즈론 화장품을 가지고 온갖 합성 사진을 만들기 시작했다. 특히 많이 올라온 건 이전에 대대적으로 분란을 일으켰던 사람과 시황이 손뼉을 치며 교대하는 농구만화 합성 사진이었다. 시황의 사진이 이미 여기저기 많이 뿌려졌기 때문에 합성 자료를 구하기 어렵진 않았다.

이렇게 크게 이슈가 되니 관련 내용이 뉴스 기사로도 떴고 그 기사가 올라온 포털 사이트에도 온갖 욕으로 뒤덤벅이 되어 있었다.

이 모든 게 글이 올라온 지 반나절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인터넷 시대답게 정보 퍼지는 속도가 전광석화와 같았다.

이 사실을 모르고 느긋하게 집에서 아루와 놀고 있던 시황은 찬미의 전화를 받고야 알았다.

[오빠 큰일 났어요.]

[왜? 무슨 일 생겼어? 다친 건 아니지?]

시황은 전화를 처음 받았을 때 찬미가 워낙 다급하게 얘기해서 다치기라도 한줄 알았다.

[전 괜찮아요. 제 문제가 아니라 지금 인터넷에 케즈론 화장품에 대한 글이 올라와서 큰 문제가 생겼어요.]

[아……. 이제야 올라왔구나.]

바로 올릴 거라 생각했는데 시황의 예상과 다르게 의외로 한참 뒤에 올려서 까먹고 있었던 것이다.

[오빠. 저도 그 글 읽어봤는데 그 사진만 봐서는 문제가 심각해보였어요. 그만큼 사람들 반응도 안 좋아서 일단 빠르게 사과문부터 올리고 진상 규명을 해야 될 거 같아요. 저도 그렇고 유미도 화장품을 써봐서 알지만 화장품자체에는 문제가 없을 거 같거든요.]

찬미는 그래도 여론에 휩쓸리지 않고 나름 냉정한 판단을 내렸다.

[알았어. 찬미 말대로 사과문 올릴게. 고마워.]

[아니에요. 오빠. 이런 일이 생겼다고 너무 크게 상심하지는 마세요.]

찬미는 시황이 크게 상심했을까봐 전화를 하는 내내 시황을 위로해주었다.

위로를 잔뜩 받고 나서 찬미의 전화를 끊자 이어서 유미, 진아, 은지, 지숙은 물론이고 심지어 부모님에게서도 전화가 왔다. 다들 걱정과 근심이 가득한 전화였다.

진아는 걱정, 근심만이 아니라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떨리는 목소리로 묻기도 했는데 시황은 직접 해결한다고 말해주었다.

시황은 미리 준비해놓은 사과문을 케즈론 화장품 사이트에 올렸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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