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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348화 (348/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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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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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백 행사 전 날이 되었다. 한두 푼도 아닌 천만 원짜리 화장품을 19만9천원에 살 수 있는 기회에다 아무리 안 좋은 게 나와도 중고로 판다면 수십만 원의 차익을 남길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일주일 전부터 백화점의 옆에 텐트를 치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기회는 단 100명. 비싼 케즈론 화장품을 싸게 사서 써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도 했다.

이미 줄을 선 100명의 사람들을 위해 노을이 속한 그룹인 핑크펫이 카페 케즈론의 유니폼을 입고 사람들에게 커피와 빵 등을 나누어 주었다.

해는 이미 넘어 간지 오래였지만 백화점과 주변 건물에서 흘러나오는 빛 덕분에 마치 낮처럼 어둠을 느낄 수가 없었다.

밤 10시에 시작되는 무대행사를 위해 핑크펫은 대기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노을이 덕분에 케즈론 화장품 행사도 다 뛰네. 너 순진한척 하더니……. 정말 몰랐네. 몰랐어. 믿을 사람 하나 없구만.”

“그러니까 진짜 대박이다. 암만 봐도 그 오빠도 너한테 마음 있는 거 같은데? 전에 너한테 초콜릿도 주고 이번에 행사까지! 관심 없으면 절대로 안 그러지.”

핑크펫의 큰언니인 소호와 그 옆에 있던 제인이 노을을 보고 말했다.

“아니라니까. 시황 오빠랑은 잘 만나지도 않고 별로 친하지도 않다니까.”

노을은 멤버들의 추궁에 답답하다는 듯 대답을 했다. 별로 그런 사이가 아니라는데 자꾸 사귀는 듯이 말해서 이젠 대답하기 지칠 정도였다. 우연찮게 몇 번 만나서 비즈니스 적으로 대화를 나누었을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없었다.

한창 멤버들에게 시황과 아무런 사이가 아니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이에 대기실 문이 열리더니 시황이 들어왔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앗! 안녕하세요.”

리더이자 그룹의 가장 나이가 많은 소호가 일어나서 인사를 하자 이어서 다른 멤버들도 일어나 인사를 했다.

“반가워요.”

시황이 인사를 하자 소호가 은근슬쩍 노을을 밀어서 앞으로 나서게 했다.

“오늘 불러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노을은 멤버들의 재촉에 어쩔 수 없이 소호 대신에 시황에게 인사를 했다.

“노을이가 있는 그룹인데 그 정도는 해줘야지.”

“오오!”

시황의 말에 주변에 있던 멤버들이 감탄사를 내뱉었고 노을은 당황해서 멤버들을 쳐다봤다. 시황이 저렇게 말하니까 정말 뭔가 있는 사이처럼 보여서 매우 당혹스러웠다. 도대체 여기서 무슨 말을 해야 이 상황을 모면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노을이 엄청 착하고 요리도 잘해요.”

“맞아요. 거기다 가슴도 커요.”

“가, 갑자기 그런 말은 왜 하는 거야. 이상한 말 하지 마.”

노을은 이제 시황을 보기 민망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정말 아니라는데도 주변에서는 시황하고 엄청 친하고 친밀한 사이인 것처럼 알고 있어서 자꾸 엮어주려고 쓸데없는 말을 했다. 부끄러워 죽을 것만 같았다.

“하하. 노을이가 그렇게 요리를 잘 하나요?”

“네! 진짜 잘해요. 숙소에 먹을 거 없으면 노을이 직접 만들어 주는데 정말 엄청 맛있어요.”

노을의 기분이야 어떻든 멤버들은 시황하고 노을하고 엮어주려고 온갖 말들을 다 내뱉었다. 노을은 계속 아니라고 하지만 아무리 봐도 시황은 노을에게 관심이 있었다. 시황이 직접 노을 때문에 핑크펫을 섭외했다고 말한 걸 봐도 그렇고 이전에 구하기도 어려운 케즈론 카페의 초콜릿을 준 것만 봐도 그랬다.

시황이 평범한 남자도 아니고 케즈론 카페와 케즈론 화장품을 가진 남자였다. 혹시 노을이 시황과 사귀게 된다면 그런 부분과 관련해 CF를 찍는다든지 모델이 된다든지, 어찌됐든 핑크펫이라는 그룹에 이득이 될 게 분명했다. 반드시 시황과 노을이 사귀게 만들어야 했다.

“노을이는 보기랑 다르게 정말 조신하고 착해요. 말을 조금 재미없게 하기는 하지만 그게 귀엽다니까요.”

“아아, 언니. 그만하라니까.”

노을의 귀와 얼굴이 어느새 붉게 달아 올라있었다. 누가 봐도 정말 당황스러워하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릴 정도라 그게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더 자극시키고 있었다. 노을의 반응이 재밌다 보니 여기저기서 노을의 칭찬이 이어졌다.

“10분 남았습니다.”

행사 스태프가 시간을 알려주고 바깥의 무대에서는 사람들이 모여서 핑크펫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규모로 하는 그런 행사는 아니고 조그만 무대에 간단하게 하는 조촐한 행사였다. 본격적으로 하려면 할 수야 있지만 그 정도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시간이 되고 여전히 화끈거리는 얼굴을 감추지 못한 노을과 핑크펫이 무대에 나갔다. 그렇게 넓지 않은 거리에는 밤임에도 불구하고 길이 혼잡해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서 핑크펫을 지켜보고 있었고 개중에는 망원경 같은 거대한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시황도 핑크펫과 같이 대기실에서 나와 무대 바로 옆에서 서서 핑크펫을 바라봤다. 무대와 지근거리라 노을의 솜털까지 보일 것 같았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희는 상큼귀염 핑크펫이에요!”

상큼귀염 핑크펫이라 할 때는 멤버들이 다 같이 포즈를 취하며 외쳤다.

시황이 보기에는 방금 전 얘기들보다 저 상큼귀염이니 하는 말이 훨씬 부끄러운데 노을은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구호를 외쳤다.

“여러분 지금 저희가 입고 있는 옷이 뭔지 아시죠?”

“케즈론 카페요!”

“네! 맞습니다. 이번에 케즈론 화장품에서 하는 럭키백 이벤트를 축하하기 위해서 저희가 케즈론 카페의 유니폼을 입어봤습니다. 어때요? 잘 어울리나요?”

“네! 잘어울려요!”

핑크펫 팬 카페에서라도 왔는지 남자들이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일반인도 상당수 있다 보니 중간 중간 은비가 훨씬 더 잘 어울린다고 소리치는 사람도 있었다.

행사를 많이 다녀서인지 능숙하게 마이크로 얘기를 한 핑크펫은 이어서 이번에 나온 신곡을 불렀다.

시황은 평소에 아이돌이나 가수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군대에서 음악 프로를 안 본 건 아니지만 그건 남자의 본능이었을 뿐 흥미자체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가까이서 춤추는 모습을 보니 의외로 매력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저기 앞에서 손을 흔드는 남자들처럼 좋아하지는 않겠지만.

간단하게 마련된 무대가 끝이 났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몰려들어 길이 상당히 혼잡스러워져있었다.

“오늘 고마웠어.”

무대를 빠져나와 대기실로 가는 노을에게 시황이 말했다.

“아, 아니에요. 불러주셔서 저희가 더 감사한 걸요.”

“피곤할 텐데 옷 갈아입고 가서 쉬어. 나중에 문자 보낼게.”

“네?”

갑자기 웬 문자? 뜬금없는 시황의 말에 노을이 당황했다.

“다들 수고하셨어요.”

“감사합니다!”

하지만 노을이 놀라든 말든 시황은 다른 멤버들에게도 인사를 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오오, 야! 보라니까. 내가 너한테 관심 있을 거라고 말했지?”

“아니라니까. 언니. 그냥 일 때문에 몇 번 만난 것뿐이라 나한테 관심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어.”

시황이 가고 나서도 시황에 대한 대화가 계속 이어졌다.

“바보야. 넌 관심도 없는 사람한테 밤 늦게 문자를 보낸다고 할까? 그것도 우리한테 보내는 게 아니라 너한테 보내는 거잖아.”

“아닌데……. 진짜.”

“에휴, 답답아. 아니긴 뭐가 아니야. 이러니까 이때까지 남자 친구 사귀어 보지도 못하고 맨날 블로그에 글이나 쓰고 있지.”

멤버들과 노을의 대화는 옷을 갈아입고 차에 타서도 이어졌다. 멤버들은 시황이 노을에게 관심 있다는 걸 확정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당사자만 모르지 옆에서 보면 뻔히 보였다.

“그, 그런가?”

노을도 처음에는 계속 부인하다가 멤버들의 말을 계속 들으니 왠지 그런 거 같기도 했다. 정말 시황이 자신에게 관심이 있었던 걸까?

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는 와중에도 노을의 마음이 계속해서 오락가락했다. 차창으로 보이는 뿌옇고 검은 밤하늘만큼이나 노을의 마음도 심란했다.

드르륵!

“문자다! 빨리 확인해봐.”

노을의 휴대폰이 울리자 오히려 멤버들이 더 기대하는 표정을 지었다.

노을이 휴대폰을 열자 멤버들이 기대한대로 시황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

[오늘 고생 많았어. 시간 되면 언제든지 밥이라도 한번 먹자.]

간단한 문자였지만 그래서 더 노을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었다. 평소엔 안 그러더니 갑자기 밥은 무슨 밥이란 말인가? 이러니까 정말 시황이 자신에게 관심이 있을지 모른다는 착각이 들 것만 같았다.

“노을이 대단하다. 케즈론 화장품 대박 인기 많아서 돈 엄청 벌었을 걸? 그 분 생긴 것도 진짜 멋지고 돈도 많고 노을이 진짜 부럽다.”

“여자 친구 있을 거 같은데……. 시황 오빠 같은 남자한테 여자 친구가 없는 게 말이 안 되잖아?”

이제는 노을도 아니라고는 차마 말을 못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시황과 사귄다는 생각이 선뜻 들지 않았다.

“쯧쯧, 네가 몰라도 정말 모르는구나.”

“뭐가?”

“오히려 그렇게 다 가지다 보니까 너처럼 여자들이 지레짐작으로 겁먹어서 여자 친구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거지. 드라마처럼 네가 낚아채면 되는 거야.”

“하……. 모르겠다. 정말.”

“나만 믿으라니까. 언니가 다 어드바이스 해줄게.”

노을은 혼란스러운 생각에 머리를 흔들었다. 시황에게 호감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 호감이 사귀고 싶다 같은 사랑의 감정은 아니었다. 그저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주고 먹을 것도 줘서 생긴 그런 호감일 뿐이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이렇게까지 말하니 왠지 모르게 시황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다. 노을은 생각 할수록 머리가 더 혼란스러워지자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이런 노을의 마음도 모른 채 차는 어둠사이를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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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에 럭키백 행사가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줄을 선 사람이 은비에게서 19만9천원을 지불하고 고급스러운 박스를 구입했다.

카페 케즈론에서 했던 샘플 이벤트 때부터 시작된 반응이 은비의 사진으로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덕분에 럭키백 이벤트는 어마어마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었고 아침부터 기자들이 와서 촬영을 하고 있었다.

100개밖에 안 되는 수량이다 보니 금방 물건이 다 팔렸다.

“거, 걸렸다! 천만 원짜리 세트 걸렸다!”

집에 가서 뜯어볼 만도 한데 매장 바로 옆에서 박스를 뜯어 내용물을 확인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그 중에서 한 명의 여자가 감격 어린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고 사람들이 그 여자 주변으로 우루루 몰려들었다.

“와, 19만9천 원짜리가 단번에 천만 원짜리로 변했네.”

“진짜 부럽다. 나도 케즈론 화장품 써보고 싶은데…….”

로또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 행사는 사면 무조건 이득인 만큼 손해 보는 경우는 없었다.

저것들을 되팔든 사용하든 그건 그 사람의 마음이었고 이 이벤트로 케즈론 화장품과 은비의 인기를 동시에 올렸으니 일거양득이라 할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와우 레벨 업 하는데 안 그래도 많이 죽어서 힘듭니다. ㅜㅜ 호드가 어찌 그리 많은지...

여하튼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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