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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은비 사진 보신 분? 케즈론 카페 유니폼 입고 있는 모습 진짜 예쁘지 않나요? 특히 검스요. 완전 넋을 잃고 사진 봤네요.]
[저도 반했습니다. 드라마에서도 예쁘다 생각했는데 검스에다 유니폼 입은 은비는 말이 안나오네요. 웃는 모습이 어쩜 저리 예쁜지.]
여러 사이트에 올라온 은비의 사진이 대단한 호평을 받고 있었다. 청순함이 가득한 원피스 유니폼과 검은 스타킹, 메리제인 구두의 효과가 대단했다. 사실 이런 패션 자체가 시황이 좋아하는 스타일이었고 인터넷에 은근히 매니아가 많은 스타일이기도 했다. 다만 그런 매니악한 디자인을 대중적으로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예쁘고 아름다워 여자라면 유니폼 때문에 케즈론 카페의 아르바이트를 고려해 보기도 했다.
특히 사람들은 검은 스타킹에 대단한 호평을 보내고 있었다. 평소 시황이 은비의 다리를 만져준 만큼 은비의 각선미는 세계에 있는 그 누구에도 뒤지지 않았다. 거기에 검은 스타킹까지 신고 있으니 득도한 남자가 아닌 이상 매력을 못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검은 스타킹을 신고 예쁜 옷을 입었다고 이렇게 이슈가 되는 게 아니었다. 은비가 입은 옷이 남자의 마음을 울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척 보는 순간 가슴이 떨리는 그런 아름다움이 은비에게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은비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이 많아졌음에도 다행스럽게 첫날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문제없이 샘플 이벤트가 이어졌다.
그리고 홍콩에 갔던 유진아도 어느새 돌아와 자신의 빌라에서 시황에게 결과를 알려주었다.
“경매는 두 달 뒤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에요. 전문가의 감정 결과는 한 달이 지난 뒤에 나와서 아직까지 얼마 정도의 가격이 될지는 알 수 없어요. 한 달 뒤에 감정이 이루어지고 나면 전문가 평가액을 보고 판매를 할지 말지 정할 수가 있어요.”
“고생했어. 진아야.”
“아니에요. 다른 일도 있으면 저한테 말해주세요. 제가 처리할게요.”
“진아 처음 만날 땐 그렇게 앙칼지고 무서웠는데, 이제는 많이 착해졌네.”
“예, 옛날 얘기는 하지 마세요. 부끄럽잖아요. 그때는 제가 철이 없어서 그런 거란 말이에요.”
“하하.”
“아! 그리고 경매에 낙찰되면 수수료를 제외한 판매대금을 한 달 정도 있어야 받을 수 있어요.”
“돈을 받으려면 세 달 뒤에나 가능한 거네. 뭐, 그 얘기는 이쯤하고 샘플 이벤트 얘기로 넘어가볼까?”
시황은 소파에서 조금 더 편한 자세를 취하며 화제를 바꾸었다.
“저도 인터넷으로 글 봤어요. 오빠 말대로 사람들이 엄청 많이 모였더라고요. 그런데 은비 씨가 올지 몰랐는데 은비 씨랑도 많이 친하신가 봐요?”
“응. 그럼. 은비랑 친하지. 그러니까 전에 드레스랑 보석도 빌려준 거고.”
“아…….”
왠지 은비같은 유명 연예인이 겨우 샘플 이벤트에 왔을 때부터 느낌이 안 좋더니 시황의 말을 들으니 어찌된 영문인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은비를 만나본 적은 없지만 은비가 시황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뻔했다.
찬미만 경쟁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은비 같은 유명 연예인이 낄지는 몰랐다. 순진한 시황이 일부러 여자들을 유혹할 작정으로 만나고 다닌 건 아니겠지만 어쨌든 시황을 알게 되면 그 매력에 넘어가지 않을 여자가 없었다.
유진아는 한숨이 나오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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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까지 남은 시간은 두 달.
경매까지는 아직 한참의 시간이 남았지만 어느덧 샘플 이벤트 행사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샘플 이벤트를 하고 그 다음 주 토요일에는 럭키백 행사가 예정되어 있었다.
첫 샘플 이벤트 때도 카페가 문을 열기 전에 줄을 서서 사람들이 기다렸는데 샘플 이벤트의 마지막 날에 접어들자 전날 밤부터 카페 앞에서 미리 기다리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전날 밤부터 기다리는 이유가 몇 가지 있겠지만 가장 큰 건 인터넷에 올라온 글 때문이었다.
[케즈론 화장품 샘플 팝니다. 스킨, 로션 5ml이고 두 개 합쳐서 30만 원에 팔아요.]
만 원도 하지 않는 커피를 사서 받은 샘플이 인터넷에서 30만 원에 팔리고 있었다. 샘플이 30만 원. 가격 자체는 말도 안 되게 비싸지만 화장품 세트와 비교해본다면 사실 그리 비싼 가격은 아니었다.
케즈론 화장품 세트가 스킨, 로션, 에센스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의 용량은 스킨과 로션이 100ml, 에센스가 60ml였다. 따로 팔지 않아 각각의 가격을 정확하게 나타낼 수는 없었지만 스킨, 로션보다 양이 적은 에센스가 조금 더 비쌌다.
즉, 스킨과 로션 5ml가 30만 원이라는 건 지극히 합당한 가격이었다. 특히 케즈론 화장품을 30만 원에 쓸 수 있다는 사실에 끌린 사람들이 한번 써보고 싶어 화장품을 중고로 구매했고 도리어 가격이 더 올라버리는 기현상까지 생겨났다.
케즈론 화장품을 한번 써보면 다른 화장품은 못 쓸 정도로 그렇게 피부를 말끔하고 예쁘게 해준다고 하는 말을 하도 많이 듣다보니 30만 원 정도면 비록 5ml짜리 샘플이라도 써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남자들은 은비로 난리였지만 여자들은 케즈론 화장품으로 난리가 났다.
이런 이벤트를 할 때 되파는 사람이 나올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반응이 좋았다.
그러다 보니 일부의 사람은 일부러 중고 매매로 인한 노이즈 마케팅을 노리고 샘플 이벤트를 했다는 글을 인터넷에 썼지만 댓글에 이벤트를 마케팅 때문에 하는 게 당연하지 라는 반박에 금세 묻히고 말았다.
이러한 열기로 샘플 이벤트 마지막 날에는 기자들이 와서 새벽에 줄 서 있는 사람들을 취재해 가기도 했다.
줄을 서 있는 사람의 대부분은 여자였지만 간혹 은비를 보기 위해 줄을 선 남자도 있었다.
샘플 이벤트 마지막 날에도 시황은 직접 은비를 데리고 와서 이벤트를 진행했다. 200명이라는 숫자는 이미 카페 오픈 전 한참 전에 다 차 있었다. 오픈 때는 연예부 기자들이 와서 은비의 사진을 찍어갔고 이후에 이어진 사인회도 성황리에 마무리 되었다.
오후에는 평범하게 카페 일을 했고 평소보다 조금 일찍 문을 닫았다. 그리고 이벤트로 고생한 직원들과 은비를 위해 시황은 마무리하고 근처에 있는 제법 비싼 레스토랑에 가서 회식을 했다.
시황은 고기의 양이 작아 레스토랑이 썩 내키지 않았지만 은지와 현주도 참석한데다 아르바이트생까지 전부 여자였기 때문에 레스토랑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사장님 이거 드세요.”
평범하게 식사를 하던 와중에 갑자기 시황의 맞은편에 앉은 아르바이트생 한명이 시황에게 음식을 덜어 건네주었다. 별 거 아닌 행동 같았지만 테이블에 갑자기 적막이 찾아들었다.
아르바이트를 오래 해서 시황과 은지, 혹은 지숙과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걸 아는 여자들은 은지와 지숙의 눈치를 봤다.
“고마워.”
“사장님은 여자 친구 있어요?”
와인을 마셔서 그런지 음식을 덜어준 아르바이트생이 얼굴을 살짝 붉게 물들인 채 시황에게 흥미가 가득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르바이트를 한지 오래 되지 않아서 은지, 지숙과 시황의 사이를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왠지 알아도 그런 말을 할 거 같은 성격이기는 했지만.
아르바이트생의 질문에 은지와 지숙은 물론이고 은비까지 슬쩍 시황의 눈치를 봤다. 은지와 지숙은 평정심을 유지해야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그게 잘 안 되는지 당혹함과 시황에게 꼬리치는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짜증이 살짝 묻어 있었다. 그에 비해 은비는 당황했는지 안 했는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능숙한 표정 연기를 보여주었다.
“바보야. 사장님 같은 분이 여자 친구 없겠냐. 괜히 이상한 질문 하지 말고 고기나 먹어.”
“언니, 그건 대답을 안 듣고는 모르잖아요. 사장님 여자 친구 없으면 제가 입후보해도 돼요?”
“너 술 취했어? 사람들 다 있는데 갑자기 왜 이래. 사장님 죄송해요. 원래 이런 애가 아닌데 술을 마셔서 이러나 봐요.”
옆에 있던 아르바이트생이 시황에게 꼬리를 치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주의를 줬지만 정말 술이 취했는지 신경도 쓰지 않고 빨리 대답해 달라는 듯 시황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하. 좋아하는 사람은 있어요. 방금 하신 말은 마음만 받을 게요.”
은지와 지숙은 물론이고 은비도 아닌 척 하면서 귀를 쫑긋 세우고 듣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시황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괜히 여기서 잘못 대답하면 상당히 곤란해질 게 분명했다.
“칫, 어디 사장님 같은 남자 없나. 좋은 남자는 미리 다 채가네.”
“그건 그래. 사장님처럼 괜찮은 남자 찾기 진짜 힘들지. 키도 크고 훈남이면서 능력도 있는 남자가 흔치는 않잖아. 난 진짜 많은 거 안 바라고 서울에 20평대 집 한 채 있는 남자면 딱 좋은데.”
“에이, 언니 너무 나갔다. 난 전세 정도면 만족해. 나이가 좀 드니까 남자 경제력을 보게 된다니까. 전세 정도는 충분히 할 만하잖아?”
“돈도 돈인데 난 매너 좋은 남자가 좋더라. 막 변태 같은 남자들 엄청 싫어. 짧은 치마 입고 나가면 남자들 안 보는 척 하면서 훑어보던데 엄청 기분 나쁘다니까.”
주변에 있던 아르바이트생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만약 이 대화가 인터넷에 올라가면 남자들이 여자들을 비난하는 댓글이 상당히 많이 달릴 게 분명했다. 댓글 100개는 가볍게 넘지 않을까.
“그건 조금 어렵지 않을까요?”
“네?”
갑자기 시황이 말하자 여자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군대를 다녀오고 대학을 마친 남자가 취직을 하면 보통 27살이에요. 남자가 32살쯤에 결혼한다고 치면 5년간 돈을 1억 원을 넘게 모아야 한다는 건데, 이건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여러분들도 한 달에 200만 원씩 적금을 넣기는 어렵잖아요? 남자도 비슷해요. 너무 남자에게만 부담을 지우려고 하지 마세요. 결혼할 사이라면 서로 부담을 나눠가지는 건 어떨까요?”
“아, 네…….”
묘한 침묵이 감돈다. 여자들은 슬쩍 시황의 눈치를 봤다. 아까와는 또 다르게 분위기가 변했다.
생각 같아서는 신데렐라 같은 여자 될 생각하지 말고 눈을 낮추고 현실적으로 바라보라고 직설적으로 얘기하고 싶었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다리를 쳐다보는 건 남자의 본능이라고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그런 직설적인 표현이야 말로 갈등의 원인이 되었다. 원래 시황의 성격이라면 이런 대화를 들어도 그냥 넘어갔겠지만 과거의 자신을 생각하니 씁쓸함이 몰려와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옛날의 시황이야 말로 능력 없고 못생긴 남자의 표본이었으니까.
“저만해도 얼마 전까지 지방에 있는 좁은 고시원에서 지냈어요. 대학 학비도 학자금 대출로 내고 형편이 매우 어려웠어요. 그때 본 사람이면 제가 지금처럼 될 거라고 아무도 생각 못했을 걸요?”
“사장님이요?”
“네. 그때 저를 믿어주신 분들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는 거예요. 당장 남자가 가진 재산을 보기보단 그 사람이 가진 가치와 미래를 봐보세요. 그러면 정말 자신에게 맞는 남자를 찾게 될지도 몰라요.”
“아…….”
아르바이트생 여자애들은 그렇게 수긍하는 거 같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시황이 좋게 말했기 때문에 분위기가 크게 나빠지지는 않았다.
단순한 말 몇 마디로 다른 사람이 가진 생각을 바꾸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을 이해시키기 위해 계속 같은 주제로 말한다면 듣는 상대는 지겨워하거나 짜증만 낼 뿐이었다. 그렇기에 뛰어난 화술을 지니기란 참으로 힘든 일이었다.
잠시 동안 별다른 말없이 식사가 이어졌다.
“저 잠시 화장실 좀 갔다 올게요.”
시황은 계속 분위기가 약간 안 좋아진 채로 이어지자 잠시 자기 욕이라도 하라고 살짝 빠져주었다. 무슨 욕을 했는지는 나중에 은지나 지숙, 은비에게 들으면 될 일이었다.
“와, 사장님 다시 보인다.”
시황이 화장실을 가자 살짝 눈치를 보던 여자애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요. 대박 멋있지 않아요?”
“미래랑 가치를 보라는 말 엄청 멋있더라. 나 왠지 가슴이 두근거려.”
정작 시황은 욕을 하라고 빠져주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시황의 칭찬이 이어졌다. 여자의 심리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 작품 후기 ============================
조금 늦어서 죄송합니다.
와우를 결제해서 늦은 건 아니고, 관리자를 좀 고치고 쓰다보니까 드래곤의 유산을 못 썼습니다. 전 이상하게 한 번에 두 작품을 쓰기가 참 어려운 거 같아요..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