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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345화 (345/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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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가격은 비싸지만 그렇게 끌리지는 않았다. 시황이 원하는 건 강남에 위치했냐가 아니었다. 차가 없어도 불편하지 않은 적절한 환경이면 충분했다.

곧 내려간다는 문자가 오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에서 은비가 나왔다. 스웨터와 스키니 바지를 입은 간편한 차림이었는데 전에 시황이 준 모자를 눌러쓰고 있었다.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은비는 시황의 차를 발견하고 바로 탔다.

“피곤하죠?”

“그래. 바보야. 너 때문에 아침에 얼마나 일찍 일어났는지 알아?”

시황이 모자를 벗겨보자 은비의 얼굴이 완벽하게 메이크업 되어있었다. 연예인들이 방송을 나가기 전, 새벽에 미용실에서 메이크업을 한다더니 오늘 은비가 그렇게 한 듯 했다.

“아! 그렇구나. 제가 그걸 생각 못하고 너무 일찍 보자고 했네요. 미안해요. 은비 씨.”

“흐, 흥. 괜찮거든.”

“제가 미처 생각 못하고 은비 씨를 피곤하게 했으니까 제가 피곤이 풀리게 해줄게요.”

“네가? 어떻게? 여기서?”

“이리와 보세요.”

시황은 치유력을 끌어올린 뒤에 보조석에 탄 은비의 스웨터를 올렸다. 그러자 제법 신경 써서 입은 듯한 레이스가 달린 예쁜 브래지어가 나왔다. 분명 나중에 속옷을 보일 걸 생각하고 입은 듯 했다.

“여, 여기서 뭐하는 거야.”

“간단한 마사지요.”

시황은 그 브래지어 속에 손을 집어넣어 가슴을 주물렀다. 치유력이 가득 담긴 손이었기 때문에 가슴을 주무르더라도 어느 정도 피곤이 풀리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바보야. 사람들 보는데 가슴 만지면 어떡해.”

“걱정 마세요. 밖에서는 안이 안 보이니까요.”

“칫, 너, 그냥 내 가슴 만지고 싶어서 피로를 풀어주니 어쩌니 한 거지?”

“하하. 정말 은비 씨 피로 풀게 해주려고 만지는 거예요.”

“정말 변태라니까.”

밖에서 안 보인다는 말에 안심한 은비는 자신의 가슴을 열중해서 만지는 시황의 머리를 꼼지락거렸다. 자신의 가슴을 이렇게 열중해서 만지는 시황이 제법 귀엽게 느껴졌다.

“자, 완료. 어때요? 피로가 좀 풀렸죠?”

시황은 만족할 만큼 가슴을 만지고 나서야 손을 뗐다. 피로를 풀어준다는 목적은 맞지만 가슴을 만지고 싶어서 그런 것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어? 정말? 좀 괜찮아 진 거 같네.”

아침 일찍 일어나서 피곤했던 몸이 풀리고 뻑뻑하던 눈도 괜찮아졌다. 단순히 플라시보 효과라고 하기엔 확실히 느껴질 정도로 피로가 풀리자 은비는 정말 시황이 가슴이 만져서 그런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을 주물러서 가슴을 커지게 만드는 건 그다지 이상하지 않았는데 가슴을 주물러서 피로가 풀리는 건 정말 신기했다.

“오늘은 간단하게 일일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제가 말했죠?”

“응. 알고 있어. 입을 옷 준다고 해서 간편하게 입고 왔지.”

“좋아요. 그럼 이제 출발하죠.”

은비가 사는 집과 시황의 카페가 그렇게 멀지 않았다. 압구정동 바로 옆이 청담동이었으니까.

예정보다 일찍 카페에 도착했는데 케즈론 홈페이지에 올린 이벤트가 여러 사이트에 퍼진 건지 카페 문도 안 열었음에도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있었다. 샘플 수량 때문에 선착순 200명에게만 주는 게 줄을 서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 케즈론 화장품 가격이 워낙 비싼데다 그만큼 좋다고 소문이 나있다 보니 샘플이라도 써보고 싶어 젊은 여자들이 새벽부터 나와서 기다리고 있는 거였다.

전용 주차장에 차를 세운 시황은 카페에 가기 전에 은비와 키스를 했다. 카페에 들어가면 키스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미리미리 잔뜩 해둬야 했다.

“변태야. 가슴 그만 만져. 아까도 만졌잖아.”

“기분이 좋아서요.”

어느새 또 시황은 니트 안에 손을 집어넣어 은비의 가슴을 만지고 있었다. 26년 동안 여자를 사귀어 보지 못해서 그런지 틈만 나면 가슴을 만지고 싶었다. 아… 이 따듯하고 부드러운 느낌이란…….

“시간 다 돼 가잖아. 빨리 가자. 나 옷도 갈아입어야 된단 말이야.”

“알겠어요. 자, 모자 쓰세요.”

시황이 건네준 모자를 쓰고 은비는 차에서 내렸다.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걸 보자 안 보인다고는 하나 방금 차에서 가슴을 내놓고 시황과 키스를 했던 게 조금 민망해졌다.

샘플 박스를 가지고 차에서 내린 시황과 함께 은비는 모자를 눌러 쓴 채로 카페에 들어갔다. 다행스럽게 알아본 사람이 없는 듯 했다.

은비는 미리 와서 준비를 하고 있는 은지와 인사를 하고 시황이 준비해준 옷을 받아 탈의실에 들어갔다. 카페 케즈론에 올 때마다 귀엽고 예쁘다고 생각한 유니폼이었다. 은비는 옷을 갈아입고 스타킹과 착용감이 편한 구두까지 신고 카페로 나갔다.

“와, 대박 예쁘다.”

“얼굴이 어떻게 저렇게 작지?”

유니폼을 입은 은비가 나오자 아르바이트생들이 감탄을 하며 서로 얘기를 나눴다.

“어때? 괜찮아?”

“잘 어울리네요.”

케즈론 카페의 유니폼을 입은 은비는 색다른 매력이 있었다. 청순한 느낌이 나는 유니폼과 상당히 잘 어울린다고 할까? 만약 주변에 사람이 없었다면 시황은 바로 은비의 치마 속에 얼굴을 집어넣었을 것이다.

“난 무슨 일 하면 돼?”

“은비 씨는 화장품 샘플을 나눠주면 돼요. 200개니까 얼마 걸리진 않을 거에요.”

“응. 알았어!”

이런 아르바이트 같은 건 처음 해보는 거라 은비는 기합이 잔뜩 들어간 상태였다. 왠지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10시가 되고 카페의 문이 열렸다.

평소에는 먼저 커피를 마시려고 카페가 오픈하기도 전에 와서 줄을 서는 사람들이 몇몇 있기는 했지만 오늘은 그 정도가 아니었다.

유진아에게 받은 자료를 카페 케즈론 홈페이지에 올리자 순식간에 SNS와 대형 사이트들에 퍼졌고 덕분에 이른 새벽부터 줄을 선 사람만 100명이 넘었다. 저번에 이벤트를 했다가 제법 고생을 겪은 시황이었기 때문에 이번엔 미리미리 몇 가지 준비를 했다.

먼저 카페를 오픈하기 전에 줄을 서 있는 사람들에게 번호표를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카페를 오픈하고 200명이 되는 즉시 이벤트가 마감 되었다는 알림판을 세워 괜히 줄서는 사람이 없게 만들었다. 또 주변이 혼잡해지는 걸 대비해 미리 옆쪽 가게에 커피와 쿠키 등을 주며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이정도만 해도 전과 다르게 상당히 쾌적하게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여기 케즈론 화장품의 샘플이에요!”

사람이 북적북적해진 카페 안에서 은비는 화사한 미소를 띠며 커피를 주문한 58번째 여자 손님에게 샘플을 나눠주었다.

군계일학이었다. 안에서 커피를 만드는 은지를 제외하면 은비는 카페에 있는 수많은 여자들 사이에서 단연 독보적인 미모를 뽐내고 있었다. TV 화면으로 볼 때 느끼는 예쁨과 지금 평범한 여자들 사이에서 있는 은비의 예쁨은 비교가 되지 않았다. 마치 은비의 뒤에서 후광이 비치는 듯한 착각까지 생길 정도였다.

카페에 온 손님들은 연신 은비의 사진을 찍기 바빴다.

“저기요. 은비 씨도 이 화장품 쓰세요? 피부가 정말 좋은데…….”

방금 커피를 주문한 58번째 여자 손님이 은비에게 질문을 했다. 은비는 단순히 예쁘기만 한 게 아니었다. 잡티 하나 없이 맑고 뽀얀 피부는 여자라면 부러움을 느끼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네. 저도 케즈론 화장품 구입해서 쓰는데 피부를 정말 깨끗하게 만들어줘요. 샘플만 써보셔도 그 효과가 느껴지실 거예요. 혹시라도 화장품을 발랐는데도 별로 효과가 없으면 저기 있는 못생긴 아저씨한테 한마디씩 해주시면 돼요.”

은비가 시황을 가리키며 말하자 주변에서 얘기를 듣고 있던 사람들이 가볍게 웃었다. 시황에게는 항상 속마음과 다르게 새침하게 말하는 은비지만 지금은 프로답게 환하게 웃으며 능수능란하게 말을 했다. 괜히 일류 연기자가 아니었다.

200개를 준비한 화장품 샘플이 금세 동났다. 일인당 하나씩 구입할 수 있기는 했지만 딱히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이정도의 수는 평소에도 순식간에 팔아치울 만큼 손님이 많았다. 다만 오늘 같은 경우엔 200명이 미리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덕분에 줄 서 있는 걸 사진으로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는 사람과 SNS로 공유하는 사람까지 있어 제법 홍보효과가 생길 듯 했다.

샘플을 다 나눠준 이후로 카페 앞에서 간단한 은비의 사인회를 열었다. 카페 앞에서 하는 사인회라 사람들이 순식간에 몰렸고 길거리가 상당히 혼잡해졌다. 안 그래도 카페 케즈론을 싫어하는 다른 카페의 사장들이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시황에게 항의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야이, 새끼야. 좆만한 새끼가 지금 뭐하는 짓이야? 길거리에 사람들을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고 그러면 돼? 어? 되냐고?”

“김 사장님 말씀대로 이거 완전 민폐 아니오?”

말이 항의지 그냥 욕설이었다. 주변 카페의 대표로 보이는 듯한 40대 중반의 남자가 카페 케즈론 앞의 거리에서 시황에게 큰 목소리로 욕을 퍼붓자 주변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쳐다봤다.

은비도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길거리를 혼잡하게 만든 건 죄송하지만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 가게 앞만 혼잡하지 다른 카페 앞은 전혀 혼잡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희 가게 때문에 피해를 보는 옆쪽 가게에는 제가 미리 양해를 구했습니다.”

“뭐, 뭐? 큰 문제가 없어? 시벌넘이 어른이 말하는데 말이 말 같지 않냐? 이 개새끼를 확 죽여버릴라. 이쪽 길이 혼잡하니까 사람들이 우리 카페에 오다가 마는 거잖아. 시벌넘아. 부모가 그리 가르쳤냐?”

“아무리 어른이라도 이상한 논리로 욕설을 하시는 건 조금 참기 힘들군요.”

지금 눈앞에 있는 카페 사장이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는데다 파워 블로거와 손잡고 불매 운동을 벌였다고 생각하니 시황도 짜증이 났다. 그러자 저절로 마기가 일어나 사지백해로 퍼져 나갔고 어마어마한 기세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뭐, 뭐야. 네, 네가 안 참을 거면 어쩔 건데. 내, 내가 누군지 알아?”

시황의 기세를 정면으로 받은 김 사장은 마치 맹수의 앞에 있는 듯한 공포를 느꼈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피어나오는 심연의 공포. 인간이 가진 동물적 감각이 당장 도망치라고 외치고 있었다.

“너, 너 두고 보자.”

결국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꼬리를 내린 김 사장이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떠났고 주변에 있던 사장들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떠났다.

카페 케즈론이 인기가 많기는 했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주변의 카페에 손님이 전혀 찾지 않는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아무리 맛이 뛰어나도 가격 차이가 현격하게 나버리면 돈이라는 현실적인 부담을 외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카페 케즈론 때문에 손님이 줄어든 가게를 아예 망하게 하기 위해 시황이 대기업처럼 커피를 싸게 먹을 수 있는 쿠폰을 뿌린 것도 아니었다. 항상 같은 가격으로 팔 뿐, 비열하거나 매너 없는 짓은 한 적이 없었다. 주변 카페로부터 불매 운동을 당하고 이렇게 욕을 먹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경쟁에서 도태된다면 해결책을 생각하는 게 합당한 일이지 뒤에서 계략이나 꾸미는 게 올바른 행동이 아니었다.

여하튼 이런 이유로 시황은 항의하는 사장들을 기세만으로 간단히 돌려보냈다.

주변 카페의 사장들, 그 중에서 대표인 김 사장은 허겁지겁 도망가다 마음이 조금 안정되자 젊은 놈한테 겁을 먹어서 도망쳤다고 생각하자 자존심이 크게 상했다. 하지만 그 순간은 정말 꼬리를 말고 도망친 게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두려웠었다.

주변 카페 사장들과의 시황이 갈등이 생기든 말든 전파속도가 빠른 SNS로 카페 케즈론의 유니폼을 입고 옅게 비치는 검은색 스타킹을 신은 은비의 사진이 퍼지기 시작했다.

은비가 원채 예쁜데다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의 주연을 해서 인기가 상당하기는 했지만 대세 급의 연예인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퍼지는 은비의 사진은 인터넷 분위기를 심상치 않게 만들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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