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343화 (343/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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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바보야. 왜 전화 한 거야?”

“바빠요? 이번에 드라마 끝나서 시간 여유가 좀 있지 않아요?”

“그래도 엄청 바쁘거든? 오늘 새벽까지 방송 녹화해서 이제 일어났단 말이야. 런런런이라는 예능 알지? 계속 뛰고 힘쓴다고 팔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얼마나 힘든데.”

평소에도 은비는 전화만 하면 드라마 촬영이 어떻게 되는지, 오늘 얼마나 힘들었는지 등 하루일과를 하나하나 쉬지 않고 얘기를 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드라마 촬영 때문에 바빠서 죽으려고 하더니 이제는 드라마가 끝나서인지 조금 여유가 있어보였다.

“촬영 전에 전화라도 해주지 그랬어요.”

“나 무지 바쁘거든? 너한테 전화할 만큼 안 한가하다고. 바보야.”

말은 이랬지만 은비한테서 귀찮을 정도로 문자가 많이 왔다.

“그래요? 부탁할 게 있었는데……. 안 되겠네요. 노을이한테 연락해볼게요.”

“자, 잠깐만. 지금은 한가하거든? 그리고 노을이한테 왜 연락해? 너 설마 노을이하고 친한 건 아니지?”

“은비 씨가 안되면 노을이한테라도 부탁하려고요. 바븐데 제가 무리해서 해달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한가하다니까 바보야. 무슨 부탁인데? 너 노을이한테 연락하기만 해봐.”

아까는 바빠서 전화도 안 한다더니 상황이 안 좋으니까 이제는 한가하다고 계속 외치고 있었다. 이런 귀여운 은비의 모습에 시황은 계속 놀려주고 싶었지만 꾹 참고 원하는 부탁을 말하기로 했다.

“이번에 케즈론 카페랑 연계해서 케즈론 화장품 샘플 이벤트를 하거든요. 저희 카페에 와서 사인회나 잠깐 아르바이트 같은 걸 해줬으면 좋겠는데……. 도와줄 수 있어요?”

“해주면 뭐해줄 건데?”

“음……. 은비 씨 원하는 거 해드릴게요.”

“내가 원하는 거? 원하는 거 다 들어주는 거야?”

“사람 많은 거리에서 키스해달라는 것처럼 무리한 부탁은 빼고요. 가능한 건 들어드릴게요.”

“그, 그런 부탁 안 하거든! 바보야!”

“하하. 농담이에요.”

“흥, 언제 하는데?”

“내일요.”

“바, 바보야. 그런 건 미리 말해야지. 내가 스케줄 있으면 어쩌려고 지금 연락하는 거야.”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원래는 계획에 없다가 방금 생각한 거라서 어쩔 수가 없었다. 만약 내일 스케줄이 안 된다면 이벤트를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니니 나중에라도 부르든가, 럭키백 이벤트에 부르든가 할 생각이었다.

“알았어. 그럼 몇 시까지 가면 돼?”

“이벤트가 10시부터 시작이니까 9시에 데리러 갈게요.”

“응. 알았어. 안 그래도 우리 엄마도 그 화장품 샀는데 효과 진짜 좋더라. 얼굴에 바르니까 잡티고 뭐고 사라지는 게 눈에 보여. 우리 엄마가 얼마나 화장품 칭찬했는지 모르지?”

용건이 끝나자마자 은비의 잡담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시황도 어쩔 수 없는 남자이다 보니 이런 얘기를 계속 듣는 게 귀찮고 피곤하기는 했다. 옛날이라면 은비와 얘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견딜 수 없었겠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항상 처음 그대로일 수가 없었다.

길고 긴 은비와의 통화를 끝내고 시황은 침대에 드러누웠다. 어찌된 게 가만히 전화기를 들고 통화를 하는 게 수련을 하는 것보다 더 피곤했다.

오후 3시. 지루하고 나른한 시간이다. 금요일이라 아침에 학교를 갔다 와 강의도 없고 할 일도 없었다. 어쩐지 간만에 집에서 이렇게 할 일 없이 누워있는 거 같았다.

이렇게 가만히 누워있자 미나와 프린이 떠오른다. 미나에게는 비서 일을 배우라고 비서 관련 책과 존댓말을 배울 수 있는 국어책 등을 건네주었고 프린은 현대 문화에 익숙해지게 영어를 된 영화와 만화 들을 주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둘에게 일을 맡길 수 있을 거 같았다.

아루와 수란은 집에 있는데 둘 다 뭘 하는지 별다른 기척도 없었다. 보나마나 수란은 만화를 그리거나 인터넷을 할 테고 아루는 옆에서 빈둥거리며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책을 보고 있을 게 분명했다.

현주는 지금 은지와 함께 일을 하고 있을 테고…….

“그러고 보니 요즘 현주에게 전혀 신경을 못 썼네.”

일이 바쁘다 보니 요즘 유진아하고만 함께 같이 지낸 거 같기는 했는데 현주를 신경을 못 써도 너무 못 썼다. 현주가 원래 소심한데다 어쩐지 다른 여자들 때문에 쉽게 말도 못 거는 거 같았다. 아무래도 만나서 가볍게 얘기라도 하는 게 좋을 거 같았다.

“흐음…….”

멍하니 누워있던 시황은 아공간에서 타블렛을 꺼냈다.

5레벨까지 남은 경험치는 절반 정도. 제법 경험치를 모았다고 모았는데 5레벨쯤 되니까 경험치를 얻어도 경험치 바가 오르는 거 같지도 않았다. 경험치를 많이 얻을 수 있는 퀘스트가 필요했고 그 중 하나가 지금 하고 있는 화장품 판매였다. 수익이 높으면 만 단위의 경험치를 단번에 획득, 5레벨에 근접해진다.

원래 목표는 수란의 만화와 음원 판매로 5레벨을 돌파하려고 했는데 약간 지지부진 한 상태였다. 만화가 생각 외로 잘 안 팔려서 다른 대책이 필요했다. 수란의 만화가 그림체가 뛰어나고 좋은 스토리를 가진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완전하게 사그라진 한국 단행본 만화 시장의 수요를 이끌어 낼 수는 없었다. 방법을 바꿔야 했다.

음악 같은 경우엔 괜찮은 음악을 만들어 보려고 다른 행성이 있는 음원을 찾아는 놨는데 신경 쓸 게 많아서 그런지 어느새 자연스럽게 손을 놓게 되었다. 5레벨에 가기 위해선 음원 수입도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슬슬 다시 준비를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다고 아이돌처럼 춤을 추거나 음악 쇼에 나가는 게 아니라 음원 사이트에 음원만 올릴 생각이었다. 이렇게 될 경우 홍보 문제가 필연적으로 뒤따를 테니 해결 방안을 생각해봐야했다.

대충 생각을 정리한 시황은 방을 나와 아루와 수란의 방으로 갔다. 언제나 그렇듯 아루는 침대에 누워 과자를 먹으면서 만화를 보고 있었고 수란은 의자에 앉아 인터넷을 하고 있었다.

“오빠!”

마치 강아지처럼 문이 열자마자 아루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시황에게 안겨들었다.

“손이 과자 가루로 엉망이네.”

시황은 과자 가루가 잔뜩 묻은 아루의 손가락을 책상에 있는 물티슈로 닦아주었다. 아루의 몸집만큼이나 작고 귀여운 손. 옛날에는 일을 많이 해서 손이 거칠었는데 시황의 지속적인 관리로 상당히 예뻐진 상태였다.

“헤헤. 있잖아요. 제가 이 만화 봤는데 정말 재밌어요. 오빠는 봤어요?”

아루가 침대에 있는 만화책을 가지고 와서 시황에게 보여주었다. 동그랗고 커다란 눈망울을 가진 소녀 만화. 그것도 중세 시대 왕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순정만화였다.

시황도 나름 만화들을 많이 봤지만 저런 순정만화는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아무래도 남자랑 여자의 취향이 다르다보니 도저히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감정이입 자체가 안 된다고나 할까?

“계속 만화만 보면 안 심심해?”

“안 심심해요. 찬미 언니랑 요리도 하고, 수란이 그림 그리는 거 도와주고, 유미랑 게임도 하고 그래서 하나도 안 심심해요.”

“그러면 이제 나는 필요 없는 거야?”

“아니에요! 전 그래도 오빠가 제일 좋아요. 하루 종일 오빠랑 있고 싶은데……. 오빠가 바쁘니까…….”

“하하.”

아루가 안기자 시황이 웃으면서 아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린애만큼이나 순수한 아루는 보고 있기만 해도 마음이 정화되는 거 같았다. 침대에 앉아 귀여운 아루의 얼굴에 키스를 해주자 이에 질세라 아루도 시황에게 키스를 해주었다.

“오빠. 여기도 뽀뽀 해줘요.”

아루가 입고 있던 티를 살짝 내려 가슴을 드러냈다. 시황이 노력해서 나름 크기를 키웠음에도 여전히 작고 조그만 가슴. 시황은 아루가 원하는 대로 가슴에 입을 맞추어주었다. 말랑말랑한 가슴이 입술에 닿자 기분이 좋다.

하지만 이런 걸 하려고 이 방에 찾아 온 건 아니었다.

“하하. 지금은 수란이랑 할 얘기가 있으니까 이 뒤는 나중에 하자. 만화라도 보고 있을래?”

“오빠 품에 안겨서 볼래요.”

아루는 시황의 다리 사이에 앉아 등을 기대었다. 아루의 키와 덩치가 워낙 작다보니 시황의 품에 그대로 쏙 들어왔다.

인터넷을 하고 있던 수란은 어느새 뒤를 돌아 시황을 바라봤다. 수란은 평범하게 헐렁한 티와 반바지를 입고 있었지만 그 얼굴과 몸매가 지나치게 뛰어나 하루 종일 집에서 만화를 그리고 인터넷만 하는 폐인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리와 봐. 얘기 좀 하자.”

“알겠어요.”

수란은 의자에서 일어나 자기 침대에 앉아 시황을 마주봤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시황의 품에 안기듯 앉아 티 사이로 가슴과 유두를 보이고 있는 아루에게 눈이 갔다. 잠시 아루를 보던 수란은 무심한 눈으로 다시 시황을 쳐다봤다.

“만화는 어때? 잘 되고 있어?”

시황은 만화를 보고 있는 아루의 가슴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아루의 피부가 워낙 매끄럽고 부드러워 손에서 느껴지는 감촉이 상당히 좋았다.

“나쁘지 않아요. 판매량도 괜찮고요.”

“그래? 내 생각에는 그 판매량으로는 좀 부족한 거 같은데. 권당 5천부. 많다면 많다고 할 수 있는 판매량은 맞아. 지금 그 정도 팔리는 한국 만화책은 거의 없으니까. 대여점이 천여 개니까 천 부는 대여점에 팔리고 나머지 4천 부를 사람들이 샀다는 말과 같거든. 그만큼 네 만화는 대여점에서만 보는 게 아니라 직접 사보는 고정 독자층이 있다는 거야.”

“맞아요. 제 팬 카페에 가면 만화에 대한 감상이라든가 칭찬이 많이 올라와요. 다음 권 언제 나오냐는 글은 너무 많아 못 쓰게 제재할 정도거든요.”

수란은 무덤덤한 척 말은 했지만 말에 은근히 자부심이 어려 있었다.

“맞아. 네가 그린 만화는 재미가 있어. 재미없는 게 이상하지. 스토리와 그림의 기반을 만든 건 나니까. 읽고 재미없다고 하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일 걸?”

“흐응. 그래서요?”

“하하. 내 능력을 자랑하자는 게 아니라 다른 행성에서 가장 인기 있는 책을 편집해 뛰어난 그림체로 그렸으니 재미가 없을 수 없다는 말이야. 그런데도 불구하고 권당 5천 부밖에 안 팔리는 게 문제라는 거지.”

“그럼 시황 오빠가 원하는 판매량은 얼마죠?”

“최소 권당 100만 부.”

“하……. 100만 부요?”

“응. 그 정도면 만족해.”

권당 100만 부. 상당히 무리한 수치는 맞았다. 하지만 퀘스트 자체가 그 정도 되지 않으면 경험치를 얻기 힘들었다.

10만 부당 경험치 500. 문제는 다음 권으로 가면 절반의 경험치만 획득할 수 있다는 거였다. 그러니까 1권과 2권이 10만 부가 팔렸을 때 획득할 수 있는 경험치는 750. 간에 기별도 가지 않는 수치다.

못해도 권당 100만 부는 팔아야 어느 정도 합리적인 경험치를 얻을 수 있었다. 100만 부면 1권이 경험치 5000, 2권이 경험치 2500, 3권이 경험치 1250으로 제법 괜찮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었다.

“지금 5천 부가 팔리는데, 100만 부라니. 목표치를 너무 높게 잡으신 거 아니에요?”

“무리긴 무리지. 그래서 다른 방법을 강구해 보자는 거야.”

“전 이대로가 괜찮은 거 같아요. 제 카페에 있는 독자들이 주변 사람들한테 추천해서 그 사람이 제 카페에서 글쓰기도 하거든요.”

“으음.”

잠시 고민하던 시황은 맞은편에 침대에 앉은 수란의 팔을 잡았다. 놀란 수란의 눈이 동그래진다. 그리고 그대로 시황은 수란의 팔을 잡아 당겨 자신의 옆에 앉게 했다. 미끈하고 부드러운 몸매, 향긋하면서 따스한 온기가 수란에게서 느껴진다.

“왜 이러시죠?”

“우리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 사이잖아. 이 정도는 괜찮지 않아?”

로 하임 제국에서는 발에 키스를 하는 게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다는 의미였다. 전에 시황이 수란의 발에 키스를 했으니까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 사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런 장난에 넘어가지 않습니다.”

무덤덤하던 수란의 얼굴이 아까보다 더 굳었고 말투도 무뚝뚝하게 변했다. 하지만 귀가 빨개지는 건 숨길 수 없어 지금 상당히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걸 시황이 단번에 알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만화책 10만 부당 경험치 100이던 걸 500으로 상향했습니다.

수란의 출현을 원하시는 분들이 계시기도 하고 슬슬 나올 때도 되어 출현시켰습니다. 현주도 조만간 나올 거 같군요.

항상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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