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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339화 (339/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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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하하. 고운이랑 보영이한테는 그냥 샘플 몇 개 줄게.”

“감사합니다. 오빠 정말 감사합니다.”

보영이 정말 좋은지 몇 번이나 감사하다고 말을 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사이에 외국인 교수가 들어와 수업이 시작되었고 고운은 아까 전과 다르게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자신에게 뭔가를 시킬까 걱정이 됐던 것이다.

“오늘은 팀을 나눠서 간단한 발표를 할 거예요. 책에 있는 주제 중 하나를 선택해서 재미있는 상황극을 만들어 보세요.”

40대쯤 돼 보이는 외국인 여교수는 출석표를 보고 무작위로 팀을 만들었다.

시황은 간만에 남자애들하고 수업을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어떻게 된 게 남자 한 명 없이 전혀 친하지 않은 3명의 여자애들하고 같은 팀을 하게 됐다.

고운이 연신 불안한 표정으로 시황을 쳐다봤지만 교수가 정한 팀이라 시황이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안녕하세요.”

자리를 옮긴 시황은 여자애들에게 먼저 인사를 했다. 주변에 온통 여자들뿐이라 그런지 이제는 남자보다 여자가 더 편할 지경이었다.

“안녕하세요.”

얼굴은 알지만 얘기는 해본 적 없는 여자애들이라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고 간단한 상황극을 만들었다. 시황이야 원어민과 같은 수준의 영어를 구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조금 귀찮을 뿐 영어 자체에 대한 어려움은 전혀 없었다.

“오빠, 가수는 안 하세요? 노래 정말 잘하시던데.”

“안 그래도 노래 하나 내보고 싶기는 한데 내가 가수를 하기엔 너무 못 생겼잖아.”

어렵지 않게 여자애들과 친해진 시황은 웃으면서 대화를 했다.

“헐. 오빠가 왜 못생겨요? 전혀 아니에요. 우리 과에서 오빠만큼 매력 쩌는 남자가 어디있다구요. 맞지 애들아?”

시황이 가볍게 한 말에 여자애 한명이 흥분을 해서 얘기를 했다. 주변에 있는 여자애들에게 동의까지 구했는데 제법 소란스러웠는지 교수가 가볍게 주의를 주었다.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네.”

“오빠가 잘 몰라서 그렇지 우리 과 말고도 다른 과에서도 오빠 인기 엄청 많아요.”

“내가? 잘생긴 것도 아닌데 왜 인기가 있을까?”

시황은 갸우뚱했다. 인기라니? 27년의 삶 동안 못생겨서 고통을 받는 게 당연했고 지금도 딱히 그렇게 잘생긴 편은 아니었다. 거기다 학교 다녀도 말 거는 여자애들도 거의 없었는데 갑자기 인기가 많다하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오빠 얼굴 정도면 충분히 멋진데요. 큰 키와 잘빠진 몸매 때문에 아무 옷이나 걸쳐도 모델 같은 포스가 장난 아니고, 특히 웃을 때 나오는 그 매력이란 으…….”

말을 하던 여자애가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순간 시황의 그 미소가 떠오르자 저절로 몸이 떨린 것이다.

“하하.”

시황은 조금 어색하게 웃었다. 자기를 그렇게까지 보고 있을 줄은 전혀 몰랐었다.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이기는 했지만 자신의 행동이 주변 사람들에게 하나하나 관찰되고 있다는 사실을 주의할 필요성은 있었다.

“흠흠…….”

“그런데 애들은 다 나한테 무관심하던데. 말도 안 걸어주고.”

“그게……. 오빠한테 먼저 다가가기가 조금 힘들어서 그래요. 물론! 절대 무섭거나 그런 게 아니라 평범한 사람과 다르게 지적이고 어려운 느낌이라고 할까요? 아, 뭐라고 하지? 하여튼 오빠한테서 평범한 사람 같지 않은 분위기가 있어서 애들이 어려워하는 거 같아요.”

“나 평범한데. 하하. 말 건다고 화 같은 거 안 내니까 걱정하지 마.”

시황은 웃으며 대답했지만 이때까지 다른 여자애들에게서 전혀 듣지 못한 정보에 머릿속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련으로 인해 분위기가 변한 걸까? 아니면 마기의 양이 증가함에 따라 은연중 뭔가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걸까?

현재로선 확실한 답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정보를 알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큰 도움이 되었다. 평범한 사람과 분위기가 다르다라……. 확실히 자신은 이제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있어 절대로 이 행복을 무너트리고 싶지 않았다.

발표 수업을 끝내고 나머지 교양과목까지 들은 시황은 신사동에 있는 가로수길로 갔다. 청담동에 있는 카페에 가기 전에 확인할 게 있었다.

거리에는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도 있었지만 젊은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수많은 옷가게와 카페가 도로변에 늘어서있었고 골목에는 사이사이에는 다양한 종류의 음식 가게들이 있었다.

얼마 전까지 지방에서 산데다 이런 곳이랑은 인연도 없어서 서울 온지 조금 되었음에도 와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지금도 이런 거리를 걷는 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영 어색하기만 했다. 그래도 예전처럼 팔짱을 끼고 애정표현을 하면서 지나가는 커플을 보면 화가 나는 게 아니라 아무런 관심도 흥미도 생기지 않았다. 무덤덤해졌다고 할까?

대부분 처음 보는 옷가게였지만 시황은 가게에 들어가서 옷과 가격들을 살폈다. 바지와 청바지가 한 벌에 30만 원 이상 하는 브랜드부터 만 원짜리 브랜드까지 각종 옷들로 넘쳐났지만 지금 시황이 입고 있는 옷에 비하면 그야말로 공장에서 찍어낸 흔한 옷에 지나지 않았다.

“이걸 보러 온 게 아닌데.”

옷 가게를 빠져나와 이번엔 압구정으로 향한 시황은 주변을 돌아다니며 거리를 살폈다. 이어서 청담동까지 가서 길거리를 걸으며 주변 카페와 매장들을 살폈고 대충 다 살핀 뒤에 시황은 고민이 가득한 표정으로 카페 케즈론으로 갔다.

문을 열자 경쾌한 종소리가 들렸다. 가게에는 언제나처럼 손님으로 가득했다. 완벽한 품질과 맛이 뒤따르기 때문에 손님이 없으면 오히려 시황의 경영적인 부분에 큰 문제가 있다는 말이었다.

“오빠! 수업 끝났어요?”

“응. 아까 끝났어. 오늘 많이 바빴어?”

“항상 바빠서 이제 익숙해졌어요. 아, 그리고 오빠 잠시 만요. 안에 가서 저랑 잠깐 얘기 좀 해요.”

“응.”

옆에 마련된 직원 전용 공간에 시황과 은지가 들어갔다. 문을 닫자 카페에 있던 소음이 사라지고 조용해진다.

“아까 황가윤라는 분의 매니저가 와서 명함을 주고 갔어요.”

“황가윤 매니저가? 왜?”

테이블에 앉자 은비가 시황에게 명함을 건네주었다.

모르는 사람은 아니었다. 나름 인기 있는 20대 중반의 연예인이었으니까. 하지만 카페 케즈론에는 연예인도 많이 오기 때문에 그렇게 특별한 존재가 아니기도 했다.

“나중에 화보 같은 거 찍으면 좀 써달라고 하더라구요.”

“우리 카페가 대기업도 아니고 겨우 개인이 하는 카페인데 왜 연예인이 와서 그러지? 케즈론 화장품 모델을 원하는 건가?”

“오빠, 요즘 우리 카페 얼마나 인기 많은데요. 커피 전문가들도 우리 카페 칭찬만 하고 꼭 가봐야 할 카페 순위에서 1위도 차지했어요.”

“그랬어?”

“네. 제가 가는 사이트만 해도 우리 카페 커피 마시면 다른 카페 커피는 먹기도 싫어진다고 하는 사람 엄청 많아요. 젊은 여자 중에 우리 카페 모르는 사람도 없을 정도라니까요.”

카페 케즈론에 대한 은지의 자랑이 끝이 없었다. 시황은 웃으면서 은지가 하는 얘기를 들었다. 옛날 같으면 저런 정보를 미리 알았을 텐데 요즘은 수업도 듣고 수련을 하느라 바빠서 인터넷을 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우리 카페가 그렇게 인기 있는지 몰랐네. 그래도 이런 연예인을 모델로 할 바에야 훨씬 예쁜 은지를 모델로 쓰는 게 낫지. 안 그래?”

“아이 참. 오빠도. 저보다 황가윤이 훨씬 예쁜 걸요.”

“은지한테는 황가윤한테 전혀 없는 매력이 있어서 그런가? 난 ”

시황은 은지에게 다가가서 키스를 하려고 했다. 그러자 은지가 얼굴을 붉히며 수줍은 표정을 짓는다.

“오빠 누가 들어오면 어떻게 해요.”

“괜찮아. 괜찮아.”

시황은 은지의 턱을 잡고 입을 맞추었다.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 가볍게 입을 벌린 은지의 입술 사이로 혀가 살짝 나와 시황의 혀와 뒤엉켰다. 은지는 수줍어하면서도 할 거는 다 했다.

달칵!

한창 시황과 은지가 키스에 몰두하고 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으힉!”

깜짝 놀란 은지가 시황을 밀쳐내며 잠시 천장을 바라봤다가 누가 들어왔는지 확인했다. 아르바이트생이었다. 혹시 방금 혀를 넣고 키스를 한 게 들킨 건 아닌가 싶어 심장이 터질 듯이 뛰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오히려 아무것도 보지 못한 아르바이트생은 은지의 얼굴이 너무 빨개져 있어 혹시 사장인 시황이랑 키스라도 한 걸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저기, 매니저님. 잠깐 와주실 수 있어요?”

“으, 응. 얘기 다 끝났어. 오빠 그러면 전 다시 일하러 갈게요.”

은지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일을 하러 갔다.

“그래. 불편한 거나 처리하기 어려운 일 있으면 바로바로 말해줘.”

“네.”

은지가 나가자 시황은 아공간에서 타블렛을 꺼내 황가윤을 검색했다. 예쁜 얼굴이기는 하지만 성형을 했다는 게 바로 느껴졌다. 저런 연예인을 모델로 써야할 이유도 없었고 필요도 없었다. 아까 말했지만 차라리 은지를 꾸며서 화보를 찍는 게 더 나았다.

초창기부터 시황의 마사지를 꾸준히 받고 케즈론 화장품을 꾸준히 바른 은지는 일반인들 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독보적인 미모와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연예인들 중에서도 은지보다 아름다운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고 은지가 가진 순수하고 청순한 매력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었다.

“이제 가 볼까.”

은지에게 고생하라고 말한 시황은 카페를 나와 미나가 머물고 있는 호텔로 갔다. 화장품이야 유진아가 확실하게 관리하니 시황이 신경 쓸 일은 많지 않았다. 시황은 관리보다는 다음에 출시할 신제품에 대해 구상 중이었다.

호텔에 도착한 시황은 미나가 머무는 방문을 키로 열고 바로 들어갔다. 침대에 앉아 책이라도 보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미나는 어디에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흐흥흥…….”

욕실에서 콧노래가 들려왔다.

지금 샤워하는 게 조금 이상하기는 하지만 그것보다 콧노래를 부르면서 샤워를 한다는 사실이 놀라 시황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기척을 줄여 욕실 앞에 있는 침실에 앉아 콧노래를 계속 들었다.

왠지 미나 같은 엘프라면 소리에 민감해서 들어오는 즉시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렸을 거 같은데 그럼에도 콧노래를 부르는 건 원래 그러는 건지 아니면 자신의 기척을 알아차리지 못해서 그러는 건지 시황으로서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샤워를 다 했는지 수건으로 몸을 닦는 소리가 들렸다.

왠지 모를 긴장감에 시황은 숨을 죽였다.

문고리를 잡는 소리가 들리더니 미나가 문을 열고 나왔다. 아무런 옷도 입지 않은 무방비한 상태였다.

미나의 나신이 시황의 눈동자에 완전하게 새겨졌다.

촉촉하게 젖어 있는 머릿결과 아담하게 솟아있는 하얀 가슴, 그리고 정갈하게 나 있는 금빛의 음모. 아루부터 시작해서 찬미와 은비까지 현실에서 만나기 힘들 정도로 예쁜 여자들과 수없이 섹스를 한데다 그런 인간적인 아름다움을 초월한 율나르와도 섹스를 했었다. 그런데도 지금 이 순간 보고 있는 미나의 나신에 시황은 숨이 멎을 듯한 아름다움을 느꼈다.

“곤란하군. 디 루만.”

압도적인 아름다움에 넋을 놓다시피 미나의 나신을 보던 시황과 미나의 눈이 순간적으로 마주치자 시황의 시야가 완벽한 암흑으로 변했다. 시야가 암흑으로 변하기 전, 미나의 얼굴이 살짝 붉어져 보인 건 시황의 착각일까?

“내가 온지 몰랐던 거야?”

미나와 대련을 하며 여러 번 당한 마법이라 시황은 당황하지 않고 되물었다.

“나의 감각은 검사들처럼 예민하지는 못하다. 미리 주의를 하지 못했군.”

“그래? 그런데 미나는 이미지랑 다르게 샤워할 때 콧노래를 부르더라? 엄청 무뚝뚝한지 알았는데 의외로 귀여웠어.”

“그건!”

미나의 목소리가 살짝 올라갔다. 시황의 시야는 어둠에 휩싸여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미나가 당황해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거라니?”

“……아무것도 아니다. 잠시 옷을 입겠다.”

뭔가를 말하려는 듯 하다 미나는 결국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옷을 입기 시작했다. 브래지어와 팬티를 입는 소리가 시황을 자극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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