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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338화 (338/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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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신경 안 쓰고 싶은데 자꾸 걱정이 돼서…….”

“그러면 내가 진아의 불안감을 없애줄까?”

“어떻게요?”

“이렇게.”

시황은 진아가 보고 있는 타블렛을 치우고 침대에 눕혔다. 극장에서 쓰는 조명처럼 창문을 통과한 빛이 유진아의 나신을 비추고 있었다. 군더더기 없는 몸매. 아침 햇살덕분에 평소보다 피부에서 더 윤이 나는 듯 하다.

시황은 유진아의 다리 위에 올라가 간질이듯 허벅지와 겨드랑이를 쓰다듬었다.

간지러운지 유진아가 몸을 배배꼰다. 다리가 움직이자 앙 다물고 있는 유진아의 비밀스러운 입술이 언뜻 드러난다.

“어때? 불안감이 좀 사라졌지?”

“아앙, 오빠 저 진짜 걱정하고 있단 말이에요.”

유진아가 웃으며 몸을 비튼다. 시황의 말대로 가볍게 웃고 나니 불안감과 걱정이 사라졌다. 유진아는 본격적으로 아침을 즐기기 위해 시황을 끌어안고 키스를 했다. 아까부터 유두를 만져주고 허벅지도 쓰다듬어줘서 그런지 은근한 흥분감이 몰려오고 있었다.

“다른 사람의 심리만 생각해보면 간단한 문제야.”

“심리요? 부러움 같은 건가요? 확실히 비싼 화장품 사는 걸 부러워하는 건 알겠지만 거기에 왜 욕을 하는지는 모르겠어요.”

“남자들이 하는 비난은 말 그대로 그냥 비난이야. 화장품을 그 돈 주고 사는 게 이해가 안 가서 하는 비난이거든. 나 같으면 그 돈으로 차를 산다, 같은 마음이지. 그런데 여자들이 하는 비난은 조금 달라. 진아 말대로 부러움, 그것도 나의 현실과 비교한 부러움이 포함돼 있거든. 난 하루하루도 근근이 벌어먹고 사는데 저 사람은 비싼 케즈론 화장품을 사네? 라고 생각하는 거지.”

“그러면 더 큰일 아니에요? 사람들이 너도 나도 욕하고 비난하면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적이잖아요.”

시황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말을 듣던 유진아는 생각보다 더 문제가 심각한 거 같자 얼굴에 근심이 어렸다. 지금 시황과 섹스를 할 게 아니라 바로 대비책을 준비해서 최대한 비난 여론을 줄여야 하는 게 맞는 게 아닐까 싶었다.

“진아는 젖꼭지에서 향긋한 냄새가 난단 말이야.”

“오빠앙, 지금 제 젖꼭지를 빨 때가 아니에요. 빨리 비난 여론을 해결해야 한단 말이에요.”

시황이 자신의 젖꼭지만 빨 뿐, 걱정하는 기색이 하나도 없자 유진아의 얼굴이 초조해졌다.

“생각해봐. 왜 부러워할까? 나는 사고 싶어도 못 사니까 부러워하는 거 아니겠어? 잘못을 저질러서 비난을 받는 거랑 부러워서 비꼬는 식의 비난이 많은 건 전혀 달라. 후자는 별로 해결할 필요도 없어. 처음엔 비난하던 사람들도 갖고 싶은데 못 가져서 비난하는 거라 나중에 비난하던 물건을 사는 경우가 많거든.”

“그래도…….”

시황의 설명에도 유진아는 불안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시황은 인터넷에 비난하는 사람들의 기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재수를 실패하고 지방 사립대에 들어갔을 땐 자기보다 좋은 대학을 간 사람만 보면 배가 아파 괜히 쓸데없는 걸로 욕하기도 했고, 비싼 시계, 비싼 자동차의 인증 사진을 봤을 때도 열과 성을 다해 그 제품의 안 좋은 점을 찾아 댓글을 달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황이 그런 값비싼 제품들을 싫어했던 게 아니었다. 어차피 못 사는 거니까 배가 아파 온갖 이유를 찾아 욕을 했을 뿐이었다. 물론, 정말 케즈론 화장품을 싫어해서 욕하는 여자도 있겠지만 그런 여자는 극소수일 게 분명했다. 공짜로 준다고 하면 거부할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자신의 과거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처구니가 없어 시황은 헛웃음이 나왔다. 만약 드래곤의 유산을 얻지 못했다면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았을 거라는 게 더 무섭기도 했다.

“진아도 그런 적 있지 않아? 다른 사람이 무언가를 성취하거나 값비싼 물건을 가지게 되면 부러움을 넘어 질투를 하게 되는 거? 나는 옛날에 많이 겪은 일인데.”

“으음, 잘 상상이 안 가요. 어떤 느낌인지 잘 모르겠어요.”

“그런가? 진아는 아무런 부족함도 없고 공부도 잘해서 서울대에 바로 입학했으니까.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 게 이상하긴 하지.”

“죄, 죄송해요.”

진아는 시황에게 미안한 표정으로 사과했다. 그런 의도로 한 얘기가 아닌데 혹시 시황이 기분 나빠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옛날이라면 시황이 기분 나빠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기는 했다. 한번 마음에 안 들면 그 사람이 어떤 착한 일을 하든 말든 괜히 꼬아서 보게 되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런 말을 듣는다고 해서 기분 나쁜 건 전혀 없었다. 아공간에 있는 보석을 바꾸면 빌딩을 사고도 남을 정도로 돈이 넘쳐났고 늦게나마 서울대에 입학을 한데다 그 어떤 인간보다 강한 무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뭘 보더라도 부럽다거나 열등감이 생기는 일은 전혀 없었지만 간혹 이 행복이 순식간에 붕괴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은 있었다.

“하하, 왜 진아가 미안할 필요는 없지. 그러면 간단한 이벤트로 우리 진아의 불안감을 해소시켜 줄까?”

“이벤트요?”

“응. 안 그래도 케즈론 카페와 연계해서 이벤트를 하려고 했거든. 일주일 동안 매일 100명 씩 케즈론 카페에서 커피를 사먹는 사람한테 선착순으로 케즈론 화장품 샘플을 주는 이벤트. 어때?”

“괜찮은 거 같은데, 샘플로 될까요? 화장품 하나 정도는 줘야하지 않을까요? 샘플만 주면 오히려 더 욕만 먹을 거 같은데…….”

“샘플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진아가 원하니까 좀 더 스케일을 늘려서 럭키백 행사 같은 걸 할까?”

럭키백이라 하면 가격의 몇 배에 해당하는 무작위 상품이 든 봉투를 파는 걸 말했다. 일단 사면 돈 값 이상은 하니 손해 볼 건 전혀 없고 간혹 산 가격의 몇 배, 많으면 수십 배에 해당하는 물건을 얻을 수 있어 인기 있는 이벤트이기도 했다.

“아! 럭키백! 좋은 거 같아요.”

“샘플도 주고 럭키백 행사도 하는 걸로 하자.”

“네! 그게 좋을 거 같아요. 샘플만 써도 케즈론 화장품이 얼마나 좋은지 사람들이 분명히 알 수 있을 거예요.”

“럭키백으로 번 돈은 기부하는 걸로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와! 좋아요. 오빠. 그렇게 해요!”

이벤트에 대한 얘기를 하는 사이에 시황의 성기가 어느새 유진아의 내부로 침투해 있었다. 유진아의 불안감도 해소되고 마음이 편안해졌는지 물기 하나 없던 음순이 어느새 애액으로 젖어있었다.

시황은 차분하게 유진아의 질을 음미했다. 단순히 사정을 하기 위해 섹스를 하는 것이 아니다.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이렇게 몸으로써 교감을 나누는 것이다.

잠시 동안 아무런 말없이 시황과 유진아는 섹스에 몰두했다.

“하아……. 오빠 사랑해요.”

“진아야, 나 걱정이 돼.”

“걱정이요? 어떤 걱정이요?”

한창 시황을 끌어안고 키스를 하던 유진아가 뜬금없는 얘기에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

“네 부모님께서 우리가 이렇게 지내는 걸 못마땅해 하시니까.”

“아……. 괜찮을 거예요. 오빠. 제가 잘 설득해 볼게요. 지금은 그런 생각하지 말고 사랑을 나눠요.”

“응. 미안.”

유진아의 표정이 조금 안 좋아짐과 동시에 유진아는 더 끈적끈적하게 시황을 껴안고 키스를 했다. 보통 때라면 시황이 사정을 할 때 일부러 정액의 달콤한 맛을 음미하게 위해 자신의 입 속에 사정을 하게 하는데 방금 시황이 꺼낸 얘기 때문인지 유진아는 시황이 자신의 질 속에서 사정을 하게 내버려 두었다. TV 속 드라마처럼 임신을 가지고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내겠다는 걸까?

섹스를 마쳤음에도 유진아는 시황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았다. 놓으면 당장이라도 영영 못 보기라도 하는 듯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시황의 품에서 나는 달콤한 살 냄새를 맡고 있을 뿐이었다.

“진아야, 전에 네 어머니께서 결혼 상대가 있다고 하셨잖아? 그게 누구인지 알고 있어?”

“오, 오빠 그런 거 없어요. 결혼 하라고 해도 절대 안 할거구요. 자꾸 왜 그런 얘기 하는 거예요.”

유진아의 눈에서 눈물이 글썽글썽했다. 안 그래도 부모님과 시황의 일로 근심, 걱정이 많다보니 그것과 관련된 얘기만 들어도 눈물이 나올 거 같았다.

하지만 시황이 분위기 파악 못하고 일부러 그런 말을 꺼낸 건 아니었다. 물론 꼭 섹스 중에 할 얘기는 아니긴 했지만 진아가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한 측면이 있었다.

거기서 같이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사랑한다는 표현은 아직까지 아루 말고는 그 누구에게도 한 적이 없었다. 물론 유진아와 찬미, 은지, 은비 등, 전부 좋아하고 사랑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 않는가? 지나치다는 거야 자신도 알지만 정말 사랑하는데 어쩌겠는가? 하지만 사랑한다는 말을 꺼내게 되면 이 위태위태한 균형이 한 번에 허물어져 버리게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랑한다는 표현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타이밍적인 부분이 크기는 했지만 이 얘기를 꺼내서 슬슬 꺼내려고 하던 참이기도 했다. 묻지 않는다고 자동적으로 문제가 해결될 거 같지도 않았고 간단히 해결되는 걸 바라지도 않았다.

“네 부모님이 어떤 스타일의 남자를 좋아하는지 알고 싶어서. 그래야 나도 노력해서 인정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오, 오빠…….”

왜 시황이 그런 걸 물었는지 이유를 알아차린 유진아는 이번엔 감동 받은 표정으로 눈물을 글썽거렸다. 저렇게 마음이 깊을 줄이야!

“나중에 혹시 정보를 알게 되면 가르쳐 줘. 그 문제가 진아만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아니잖아?”

“네. 오빠. 흑…….”

유진아는 정말 감동했는지 눈물을 닦으며 대답했다. 부모님, 아니 어머니가 원하는 남자야 안 봐도 뻔했다. 대기업 아들이거나 그만한 재력을 가졌거나 아니면 판검사 등의 권력을 가진 남자일 거였다. 시황이야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해서 어머니의 눈에 안 찰지 모르겠지만 나중엔 시황을 인정하게 될 게 분명했다.

“흠…….”

하지만 유진아의 생각과 시황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부모님을 그렇게 무시하고 사람을 깔보고 무시하던 홍혜숙에게 머리를 숙이고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다시는 함부로 사람을 무시하지 못하게 해주고 싶었다. 유진아에게 조금 미안하기는 했지만 오히려 유진아의 어머니이기에 먹은 마음이기도 했다.

시황의 품에서 한참 동안 눈물을 글썽이던 유진아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되고 나서야 학교에 갈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날이 쌀쌀해지기는 했지만 방학까지는 조금 남은 상태였다. 어찌되었든 졸업은 해야 했기에 꾸준히 수업에 참석하고 일정 이상의 학점을 받기는 해야 했다.

시황은 유진아가 차려준 아침을 간단히 먹고 유진아가 태운 준 차로 학교에 갔다.

날이 추워질수록 여자 학생들이 입는 옷의 가짓수가 많아졌고 서로의 패션을 뽐내듯 예쁜 옷들을 입고 학교에 등교하고 있었다.

유진아와 헤어지고 강의실에 들어온 시황은 대학교 친구인 고운과 보영이 앉은 곳에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남자애들이랑도 조금 친해지고 싶은지 어찌된 게 남자랑은 친해질 기회가 없었다.

“오빠,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응. 안녕. 일찍 왔네.”

고운과 보영이 인사를 하자 시황이 가방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으며 인사를 해주었다.

“저희도 방금 왔어요. 으, 외국인 수업은 언제 들어도 긴장돼요. 오빠는 영어 잘하셔서 좋으시겠어요. 오빠 발음이 엄청 좋던데 유학 갔다 온 거예요?”

고운이 시황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 말을 했다.

“유학? 아니, 그냥 독학으로 한 거야.”

“독학으로 그게 돼요? 오빠는 진짜 못하는 게 없는 거 같아요. 히잉, 부러워잉.”

“하하. 그거보다 이번에 우리 카페에서 커피 사마시면 케즈론 화장품 샘플을 줄려고 하거든. 어떤 거 같아?”

“와, 그런 이벤…….”

“케, 케즈론 화장품 샘플이요? 언제요? 언제 사먹어야 줘요?”

고운이 뭐라고 대답하려고 하는데 옆에 있던 보영이 갑자기 끼어들어 시황에게 물었다. 혹시 몰라 이벤트에 관해 일반 여자들 반응을 보려고 물어본 거였는데 예상대로의 그 반응이 바로 나왔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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