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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여기서 대련하면 어떤 공격을 해도 상처를 입지 않아.”
“케즈론 님의 권능이군.”
미나는 간단하게 수긍했다. 역시 드래곤 밑에서 일하는 엘프라 그런지 무엇을 봐도 놀라지 않았다. 행성 자체를 자기 보금자리로 쓰는 수준이니, 그 능력이 전지전능한 신에 근접한다 해서 이상할 건 없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대로 방을 바꿀 수가 있지.”
시황은 시야의 하단에 있는 메뉴 중에서 위치는 서울 명동, 날씨는 맑음으로 선택했다. 그러자 대련실이 순식간에 명동으로 변화했다.
“여긴 아까 우리가 있었던 곳이군.”
“맞아.”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저 휑하기만 했던 공간에 명동의 거리가 완벽하게 옮겨왔다. 거리는 빌딩이 끝이 없이 늘어서 있었고 천장이었던 곳엔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이 완벽한 거리감을 가지고 있었다. 단순히 눈속임 효과가 아니었다. 겨우 눈속임 따위론 이런 실제와 똑같은 느낌이 드는 생생함을 나타내지 못한다. 실제의 명동이라 해도 이상치 않을 이 완벽한 공간에 느껴지는 유일한 위화감은 사람이 미나와 시황 밖에 없다는 거였다.
시황은 거리를 둘러보며 감탄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가능하다니……. 도대체 드래곤이 가진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10레벨의 유산을 물려받는다면 자신도 이런 권능이 가능할까? 지나치게 과한 능력이라 그런지 시황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
“준비 됐는가?”
미나는 아까 전과 다름없이 가만히 서있을 뿐이었지만 대단한 압박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잠깐만. 준비 좀 하고.”
시황은 아공간에서 루나스의 파편을 꺼내 자세를 잡고 하단전에서 마기를 끌어올렸다. 강대한 힘을 머금은 마기가 순식간에 시황의 전신과 루나스의 파편에 흘러들었고 루나스의 파편의 파편이 완벽한 검신을 이루었다.
막대한 힘이 느껴진다. 지구에서 이런 힘을 쓴다면 100명? 아니 1000명도 단번에 도륙 낼 수 있었다.
미나를 바라보는 시황의 눈에서 거대한 기세가 발했다. 프로 복서나 이종격투기 선수도 두려움을 집어먹을 정도의 맹렬한 기세였다.
“시작하자!”
“알겠다.”
시황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미나의 몸에서 마력의 폭풍이 몰아쳤다. 시황이 건네줘서 입은 맵시 있는 블라우스와 스커트가 펄럭였지만 아쉽게도 팬티는 보이지 않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100%의 효율을 내는 에너지란 없었다. 마력이나 내공 또한 마찬가지였다. 거대한 마력을 움직이게 되면 그에 따른 마력의 폭풍이 발생하고 주변으로 퍼져나간다. 즉, 미나가 입은 옷이 팬티는 안 보일지언정 거세게 펄럭인다는 것 자체가 거대한 마력을 움직인다는 뜻이기도 했다.
“디 아스 피아.”
미나의 옆에서 거대한 불덩이가 생겨나고 있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저 불덩이에 맞고 단번에 대련이 끝날 수 있었지만 싸워서 누가 센지 확인하는 것보다 미나의 마법 실력을 판단하는 게 먼저였기 때문에 시황은 가만히 응시하고만 있었다.
구형의 불덩이가 순식간에 생성되었다. 마법을 사용하는데 시간이 제법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농구공 크기인 불덩이는 이글이글 타오르면서 강대한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시황은 멀리서 보고 있음에도 거대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
미나는 아무런 말조차 하지 않고 그대로 불덩이를 쏘아내었다. 마치 행성처럼 천천히 자전을 하던 불덩이가 무언가로 강하게 쳐내기라도 한 듯 순간적으로 어마어마한 속도를 가지고 있었다.
“윽!”
시황은 날아오는 불덩이를 피하거나 만화에서처럼 검으로 잘라내기 위해 미리 마기를 끌어 올리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불덩이의 속도가 상상 이상으로 빨라 머리를 돌려 겨우 피하는 게 다였다.
불덩이가 순간적으로 귀를 스치고 지나갔을 뿐이지만 시황은 귀가 녹아내릴 것만 같은 열기를 느꼈다. 여기가 케즈론의 성에 있는 대련실이니 열기만 느꼈지, 만약 현실이었으면 정말 귀와 얼굴이 녹아내려도 이상치 않았다.
펑!
시황을 스치고 지나가 빌딩에 부딪힌 불덩이는 귀를 먹먹하게 만들 정도로 거대한 소음을 만들며 폭발했다.
끼익!
그리고 이내 빌딩의 일부분이 녹아내리고 불이 옮겨 붙기 시작했다. 내부에서 뭔가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기분 나쁠 정도로 섬뜩한 소리가 빌딩에서 흘러나왔다.
“대, 대단하네.”
시황은 불타오르는 빌딩을 슬쩍 보고 진심으로 감탄했다. 설마 이정도로 위력이 대단할지는 생각도 못했다.
“언 아스 시타.”
미나는 시황이 놀라든 말든 다시 마법을 영창 했고 이번엔 으스스한 한기의 구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저 구체에 맞으면 당장에 얼어붙을 거라는 생각에 시황은 바로 발로 지면을 박차 미나를 향해 달려 나갔다.
쿵!
강대한 마기의 힘 때문에 지면을 부드럽게 밀치며 갔음에도 단단한 바닥이 묵직한 소리와 함께 움푹 파였고 그 반작용으로 시황은 어마어마한 속도를 가질 수 있었다. 찰나라 해도 이상하지 않은 속도로 목표물에 치달은 시황은 루나스의 파편으로 단번에 미나를 베었다. 평범한 사람은 물론이고 본격적으로 운동을 배운 사람도 피하기 불가능할 정도의 쾌속함.
하지만 미나는 살짝 몸을 비트는 것만으로 시황의 공격을 간단하게 무력화 시켰고 무표정하게 완성된 구체를 그대로 시황에게 쏘아내었다.
아까와 다르게 구체의 속도가 더 빠른데다 맞출 수 있는 범위가 큰 몸을 향해 날아왔기 때문에 시황은 기예라도 하는 듯 몸을 잔뜩 구부려 겨우 피할 수 있었다. 그 뒤 재빠르게 자세를 바로 잡고 다시 달려나가 무방비 상태의 미나의 가슴을 그대로 찌르려 했다.
“크윽!”
그런데 한번 빗나가면 끝이라 생각했던 구체가 언제 되돌아 왔는지 시황의 등을 그대로 맞췄고 싸늘한 한기가 순식간에 피어올랐다. 신경은 물론이고 뼈까지 얼어붙는 끔찍한 고통에 시황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시황은 마기를 끌어올려 한기에 맞서려고 했지만 이미 몸 내부까지 침투한 한기를 몰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시황은 완벽한 냉동인간이 되어 손과 발을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미나가 손을 한번 흔들자 한기가 제거되었고 시황은 겨우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어차피 여기선 아무런 상처도 피해도 안 입기 때문에 다칠 걱정은 없어 미나가 진심으로 마법을 쓴 건 알겠지만 그래도 단 두 번의 마법에 질 줄은 몰랐다.
시황은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약한 것도 있지만 그거보단 마법이 문제 같았다. 구체의 속도가 반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데다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한번 맞으면 얼어붙어서 옴짝달싹도 못하게 된다. 이게 말이나 되는가?
“그 마법, 사기 같은데.”
“사기? 어떤 점이 사기란 말이지? 난 그 어떤 속임수도 쓰지 않았다.”
시황은 밸런스가 파괴될 정도로 세다 라는 표현으로 사기라고 했는데 미나는 사기라는 단어가 가진 뜻 그대로 알아들었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라 지나치게 마법이 세다 라는 말이었어. 원래는 마법 속도가 더 느려야 하는 거 아냐? 어떻게 공격을 할 수가 없는데?”
“수준 높은 검사라면 이런 마법은 간단하게 해제하고 내가 피하지도 못할 속도로 공격했겠지. 아직 당신의 수련이 부족한 것이다.”
“확실히 검을 잡은 지 몇 달 되지는 않았지만…….”
“1년도 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배움의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은 것치고는 나쁘지 않군. 그 정도의 민첩함이라면 웬만한 검사나 마법사에겐 지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수련한 것도 아니고 이제 몇 달 됐는데 저 정도 실력이라니. 미나는 덤덤하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상당히 놀란 상태였다. 방금 시황의 몸놀림은 몇 달 한다고 되는 수준이 아니었다. 풍겨져 나오는 마력의 힘과 그 쾌속함은 평범한 수련으로는 불가능했다. 분명 케즈론의 유산으로 얻은 힘일 게 분명했다. 유산을 얻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수준이라면 나중엔 어떻게 될지 흥미가 생겨났다.
“그래서…….”
“그래서?”
“아니, 아무 것도 아니다.”
미나는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금세 입을 다물었다.
“좋아. 한 번 더 해보자.”
“알겠다.”
시황과 미나는 다시 대련을 시작했다. 번번이 시황이 지기는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요령이 늘어나, 지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었다. 근본적인 실력차이가 너무 나서 아직까지 이긴다는 건 불가능했다.
시황이 아무리 능력을 키우고 강해져도 지구, 한국에서 쓸 수 있는 힘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힘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크나큰 안정감을 가지게 해준다. 적어도 무력적으로 위험해질 일 자체가 없어지고 억울한 일을 당해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무력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가장 근원적인 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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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즈론 화장품이 공식적으로 매장을 열고 구입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인터넷 상에서 점점 더 큰 논란이 생기고 있었다.
단순히 비싸서 논란이 되는 건 판매 전 이야기였고 판매가 되고 난 이후엔 조금 다른 양상으로 논란이 되고 있었다.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차 값과 맞먹는 가격의 화장품이니 구입하는 즉시 여자들은 자기가 자주 가는 사이트에 온갖 명품과 함께 사진을 올리는 게 보통이었고 거기서 논란이 생기고 있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점점 안 좋아지는 피부를 위해 화장품 하나 질렀다. 요즘 연예인들 대세라는 케즈론 화장품!! 우리 신랑이 요즘 고생한다고 사준 거 있지. 히힛. 이게 그렇게 피부를 맑고 깨끗하게 해준다네? 내 피부도 이제 연예인처럼 뽀얘지겠지? 케즈론 카페에서 사온 커피 마시면서 발라야징.]
이렇게 글을 쓰면 케즈론 화장품과 커피, 그리고 명품백을 동시에 찍어서 올린다. 크게 자랑을 하는 말투는 아니지만 누가 봐도 자랑을 하는 사진이 떡하고 있으니 보는 사람은 괜히 배알이 꼴려 안 좋은 댓글을 다는 것이다.
이미 남자들이 주로 가는 사이트에는 케즈론 화장품과 커피를 같이 놓고 찍은 사진을 가지고 와서는 허세에 가득한 여자라고 비난을 하기 일쑤였고 케즈론 화장품과 커피를 사는 여자는 멍청하고 허세 가득하다고 대놓고 말하고 있었다.
애초에 남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비난이야 신경 쓸 필요가 없었지만 여자들이 주로 가는 사이트에서도 툭하면 다른 화장품이랑 별 차이 없는 값만 비싼 화장품이라는 식의 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었다.
케즈론 화장품을 써서 여드름이 다 낫고 잡티와 블랙헤드까지 완전히 사라진 뽀얀 피부 사진이 올라오면 부럽다는 댓글과 정말 효과가 좋냐는 댓글도 달리지만 케즈론 직원이 바이럴 마케팅을 한다는 댓글도 심심치 않게 달렸다.
이른 아침에 일어난 유진아는 이제 막 잠에서 깬 상태로 여성 회원만 있는 사이트에 접속해서 케즈론 화장품을 비난하는 수많은 댓글들을 일일이 확인하고는 얼굴을 찌푸렸다.
“오빠 괜찮을까요?”
“괜찮을 걸?”
시황은 발가벗은 채로 침대에 앉아 타블렛으로 인터넷을 하는 유진아의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저 조금 불안해요. 인터넷 어딜 가도 욕밖에 없고. 우리 화장품 욕하는 글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파요.”
“여기가?”
침대에 누워있다 주섬주섬 일어난 시황은 유진아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가슴을 주물렀다. 프린보단 작지만 만족스런 크기와 탄력을 가진 가슴은 하루 종일 만져도 질리지가 않았다. 시황은 유진아의 유두도 잡아서 살살 문지르다가 위로 잡아당겼다. 시황이 유두를 만져주자 조그맣던 유진아의 유두가 서서히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아이 참, 오빠 저 진지하단 말이에요.”
“정말 신경 안 써도 돼.”
시황은 유진아의 목덜미에 키스를 하며 가슴을 주무르다 바람 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서서히 겨울에 접어드는 쌀쌀한 날씨가 되었다. 유진아의 빌라 밖에는 바람이 강하게 불어 나무 가지가 흔들거렸지만 난방이 완벽하게 되는 빌라 안은 훈훈한 열기로 가득해 시황과 유진아가 옷을 전혀 입지 않고 생활을 하기에 충분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