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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케즈론 화장품 매장은 화려하다기 보다는 단정하고 고급스러움이 가득했다. 비싸다고 해서 화려하게 하기 보다는 오히려 극도의 절제미를 통해 화장품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이렇게 인테리어를 했다. 거기다 케즈론의 카페처럼 시황이 케즈론의 성에서 가져온 가치를 알 수조차 없는 고풍스러운 거울과 의자 등이 그런 고급스러움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마지막으로 직원들에게 여러 가지 주의사항 등을 가르쳐주는 걸로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준비가 끝나자 유진아는 시황을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 아이린이 떠났지만 유진아를 불안하게 만드는 여러 사건과 집안 문제 때문에 유진아는 이른 해가 지지 않은 이른 저녁부터 새벽까지 섹스를 했다. 율나르처럼 섹스만으로 밤을 새지는 못했지만 시황의 사랑을 몸으로 새기듯 끌어안고 놓아주지를 않았다.
하지만 섹스만으로는 완벽하게 마음의 고통이 치유가 되지 않았는지 나중에는 서럽게 울기까지 해서 시황이 유진아를 위로를 해주기도 했었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집안 문제로 인한 부모와의 갈등을 직접 겪을 거라고 누가 알았을까?
“케즈론 화장품이 잘 되면 어머니도 지금처럼 반대 안 하실 거야.”
“그럴까? 흑…….”
나체가 된 유진아가 시황의 품에 안겨 울었다. 한참을 울던 유진아는 지쳐서 잠이 들었고 시황은 겨우 해방될 수 있었다.
결혼 허락을 받는 건 아니더라도 적어도 유진아와 같이 지내는데 방해를 받고 싶지는 않았다.
시황은 아침에 오픈하는 케즈론 화장품 매장보다 유진아의 어머니를 어떤 식으로 이해시키고 인정받아야 할지에 대해 더 많이 고민했다.
어느덧 날이 밝았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잠을 한숨도 자지 않았지만 음양공생공의 힘으로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딱히 밤새도록 고민할 만큼 복잡한 문제는 없었지만 자잘한 문제들이 많아 정리를 하다 보니 아침이 된 것이다.
유진아 어머니 문제부터 엘프를 하나를 맡아 달라 한 뒤에 느닷없이 사라져버린 율나르까지 쉽사리 해결 가능한 문제가 없었다. 심각한 문제라면 기를 쓰고 해결하겠지만 발가락 사이에 박힌 조그만 가시마냥 자잘한 문제라 은근히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었다.
“우웅…….”
유진아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새벽까지만 해도 그렇게 서럽게 울더니 자고 나니 기분이 제법 괜찮아진 거 같았다.
“이제 괜찮아?”
“응. 좀 나아졌어. 케즈론 화장품하고 패션 종합 브랜드를 꼭 성공시켜서 엄마한테 인정받고 말거야. 그러면 오빠가 말한 대로 엄마도 우리 사이를 이해해주겠지?”
유진아를 덮고 있던 이불이 살짝 내려가며 뽀얀 가슴이 드러났다.
“그래. 그런 마음이면 돼. 일단은 오늘 오픈하는 화장품 매장부터 잘 해보자.”
“정말 열심히 할 거야.”
유진아의 눈이 강렬한 빛을 머금고 있었다.
샤워를 하고 옷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시황과 유진아는 오늘 오픈할 매장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아 차가 조금 밀렸다.
일찍 출발한 덕에 차가 밀렸음에도 늦지 않고 백화점에 도착한 시황과 유진아는 오픈 준비가 완료된 케즈론 화장품 매장에 가서 마지막으로 점검을 했다.
“오빠, 나 떨려.”
유진아가 시황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주변에 있는 여자 직원들이 힐끔 쳐다봤다.
“잘 될 거야. 진아도 당연히 잘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 난 잘 안 되는 게 더 이상한 거 같은데.”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이상하게 불안해서…….”
“괜찮을 거야.”
유진아의 손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시황은 그런 유진아의 손을 꽉 잡아주며 위로해주었다. 주변에서 계속 힐끔거리며 쳐다보기는 했지만 유진아가 연예인도 아니고 그렇게 유명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괜히 스캔들 같은 기사가 날 걱정은 없었다.
시황은 주변을 둘러봤다.
눈이 마주치자 직원들이 순식간에 고개를 돌렸지만 그러려고 둘러본 건 아니었다.
매장은 고고함이 넘쳐흘렀다. 시황의 의지가 강력하게 반영된 인테리어였다. 카페 케즈론과 연장선상에 있다는 느낌이 드는 고풍스러움이 느껴졌다. 다른 매장들이 현대적인 고급스러움이라면 카페 케즈론은 중세 유럽과는 상당히 다르면서도 고풍스러움이 풍겼다.
어찌됐든 시황은 가장 고급스럽고 명품이라 불리는 것을 만드는 게 목표였던 만큼 고급스러움이라는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백화점이 문을 열었다. 일부러 주말에 맞춰 매장을 오픈하기는 했지만 이른 아침이라 사람이 별로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백화점이 오픈을 하자마자 사람들이 순식간에 몰아닥쳤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케즈론 화장품 매장을 향해 몰려들었다. 오늘 정식으로 오픈한다는 소식에 이른 아침부터 줄까지 섰던 것이다.
순식간에 케즈론 화장품 매장이 혼잡해졌다. 백화점 1층인 만큼 주변에도 명품 매장들이 수없이 많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케즈론의 화장품 매장에 몰려들어 정말 발 디딜 틈 하나 없이 복잡해졌다.
이대로는 판매에 지장이 갈 수준이라 시황이 직접 나서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는데 이대로는 너무 혼잡하여 원활한 판매가 어려울 듯합니다. 매장 앞에 순서대로 줄을 서서 오신 분들 순으로 구입을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시황이 나서서 순식간에 정리를 했다. 카페를 하며 혼잡한 경우를 한두 번 겪은 게 아닌 만큼 정말 능숙하게 해결을 했다.
매장 안이 조금은 원활해졌고 많은 사람들이 매장을 둘러보며 화장품을 골랐다. 딱히 둘러보고 고를 만큼 다양한 종류가 있는 건 아니지만 1500만 원짜리 저가품부터 1억 원짜리 고가품이 있었기 때문에 세심하게 살펴보는 모습들이었다.
“저가형이랑 고급형의 차이가 뭐에요?”
당연히 생기는 의문인지라 제법 나이가 들어 보이는 아줌마가 직원에게 물었다. 옷을 명품으로 두른 걸 보니 제법 부유해 보이는 아줌마였다.
“저희 케즈론 화장품에는 라롤린이라는 아주 특수한 식물의 원액이 들어가는데 그 함량에 따라 피부 개선의 차이가 납니다. 저가형을 사용하셔도 꾸준히 바르신다면 피부가 개선되는 걸 느끼실 수 있을 테지만 라롤린이 더욱 풍부하게 포함된 고급형은 그 효과를 더욱 더 빨리 느끼실 수 있습니다.”
“그래요? 저가형 쓴다고 효과가 없고 그런 건 아니죠?”
“그럼요. 고객님. 저가형만 쓰셔도 꾸준히 바르신다면 충분한 개선 효과를 보실 수 있습니다.”
50대는 돼 보이는 아줌마가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을 했다. 저가형과 일반형만 해도 가격차이가 3500만원이나 나다 보니 선뜻 고르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여기에 화장품을 사러 오는 사람들 자체가 나름 돈이 좀 있다는 뜻일 텐데 아무리 그래도 일반형과 고급형을 사기엔 가격적 부담이 너무나 컸다.
“지금 30% 할인 행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형을 사셔도 3500만원으로 할인이 됩니다.”
“혹시 개선 안 되면 환불 되는 거죠?”
“개봉을 하시면 환불은 안 되고 일단 샘플을 사용해 보세요. 피부와 잘 맞지 않으시면 개봉이 안 된 상태로 가져 오시면 바로 환불을 해드립니다.”
“그럼 일반형으로 하나 줘 봐요. 샘플도 많이 담아 주시고요.”
“알겠습니다. 고객님.”
화장품이 웬만한 자동차보다 비싸다 보니 아무리 돈 많은 부유층 아줌마라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뒤에 샀다.
여기 온 사람들 중에 그렇게 부유하지는 않지만 피부 문제 때문에 온 사람도 있었다. 유미의 피부가 개선된 것에 대한 인터넷 정보 덕분이었다.
보통의 성형외과처럼 수술 전, 후를 비교해서 어설프게 두 가지 사진으로 개선이 된다고 한 게 아니라 시황이 직접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보정을 하나도 넣지 않았다. 그래서 그만큼 사실적이고 진실성이 담겨 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어디를 보정했고 어디를 조작했다는 건 잘 몰라도 사진을 보면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 어렴풋이 느낄 수는 있었다. 그리고 그 어렴풋한 느낌부터 믿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진아 언니!”
“아! 서윤아!”
“사람 엄청 많다. 장사 잘 되네.”
손님들을 받던 유진아에게 세련된 미녀가 와서 인사를 했다. 특별히 티를 내지 않았음에도 부유하다는 느낌이 가득했다.
“생각 외로 사람들이 많이 왔네. 그런데 여기는 어쩐 일이야?”
“나도 화장품 사려고 왔지. 요즘 주변에서 얼마나 말들이 많은데. 직접 써본 애들이 어찌나 극찬을 하든지, 나도 얼마나 좋은지 구경이나 좀 해보려고.”
“주변에서 뭐라고 해?”
유진아도 들은 얘기들은 있지만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직접 듣는 거랑 다른 사람한테 듣는 건 또 다르니까.
“이때까지 쓰던 화장품이 다 쓰레기로 느껴지고 한번 써보면 다른 화장품은 다시는 못 쓴대. 쓰면 피부가 진짜 좋아져서 잡티나 여드름 싹 사라진다고 해서 나도 혹 하더라고. 언니도 그 화장품 쓰지? 그러고 보니까 피부 엄청 좋네. 트러블 하나도 없고 매끈매끈한 게.”
“응. 난 쓴지 좀 됐지. 네 말대로 좋긴 정말 좋아. 내가 이걸 팔아서 하는 말이 아니라 쓰면 절대 후회는 안 할 거야.”
“언니가 그렇게 말하니 고급형으로 하나 사야겠다. 마음에 들면 계속 쓰고.”
진아가 아는 애답게 서윤도 어느 기업 회장의 딸이라도 되는지 1억 원이나 하는 고급형을 별 다른 부담 없이 산다고 말했다. 아무리 봐도 절대로 정상적인 가격은 아니었는데 우리나라에 부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고급형도 제법 나가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니 아침에 그 많던 손님들이 어느 정도 빠져나갔다. 오늘 준비해둔 화장품의 재고가 벌써부터 다 떨어져갔다. 생각 외로 정말 너무 많은 사람이 와서 시황은 우리나라에 이렇게 부자들이 많았나 하는 의문을 가질 정도였다.
화장품 하나에 천만 원이 넘는데 이정도로 많이 팔릴 줄이야! 원가라고 해봐야 기본 화장품 원료에 라롤린이 추가된 것뿐이었다. 물론 그 라롤린이 있고 없음에 따라 어마어마한 가격적 차이가 발생하지만 어찌됐든 원가 자체는 매우 낮았다. 아무리 계산해도 너무 많이 남아서 미안할 정도인 가격.
시황이라면 절대로 구입을 안 했을 테지만 사람 심리라는 게 그렇지 않아서 오히려 지나치게 비싼 게 홍보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지금만 해도 인터넷에는 비싼 케즈론 화장품 가지고 온갖 비난과 비판이 도배되다시피 했다.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 된 셈이다.
이쯤 됐으면 유진아와 점심이라도 먹으러 갈까 할 때쯤이었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사람이 갑작스레 등장해 시황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카페 케즈론에서 진상을 부리고 불매운동까지 했던 바로 그 파워블로거였다.
“저가형으로 하나 주세요.”
혹시 또 진상이라도 부릴까 싶어 시황이 예의 주시했지만 아무런 행패 없이 화장품을 사갔다. 눈빛이 약간 이상하기는 했지만 물건을 사가는 사람한테 뭐라 할 수는 없어 그냥 그대로 두고 볼 수밖에 없었다.
화장품을 사고 진상 파워블로거는 매장을 빙 둘러봤다. 그러다 시황과 눈이 마주쳤다. 진상 파워블로거는 어마어마한 독기를 품고 있었다. 섬뜩할 정도로 핏발이 선 눈은 뭔가 이상한 사고를 쳐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시황이 올린 동영상 덕분에 블로그의 명성은 땅에 떨어졌고 도저히 운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비난을 받은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 수익이 날 리가 만무했다. 여러군데서 들어온 스폰이 바로 끊겼고 어마어마한 수입을 올리던 블로그는 폐쇄가 될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상태에서 진상 파워블로거가 이성을 유지할 리가 만무했다. 카페에서 진상을 피울 정도로 이상한 성격에다 자기 뜻대로 하려고 온갖 조작과 활동까지 하던 여자였는데 블로그가 망했다고 끝일 리가 없었다.
“두고 봐.”
시황과 눈이 마주친 그녀는 두고보라고 아주 나직하게 읊조린 뒤에 매장을 나갔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일 것만 같았지만 지금으로선 시황이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었다. 그보다 자신의 얼굴은 어떻게 알고 저런 말을 하는 건지 신기할 정도였다.
“오빠, 누구야?”
“전에 우리 카페에서 진상 짓하고 불매운동 하던 파워블로거야.”
“정말? 그런 사람이 화장품 사갔다니까 괜히 찝찝하네. 나중에 매장 와서 난동 부리는 건 아니겠지?”
“괜찮아. 화장품 바르면 피부가 좋아지기만 할 거라 뭐 어떻게 할 방법이 없을 거야.”
시황은 덤덤하게 얘기했다. 눈빛이 조금 이상하기는 했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을 터였다. 피부가 좋아지기만 하는 화장품을 가지고 클레임을 걸기란 불가능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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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