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31 ------------------------------------------------------
드래곤 루나모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연스럽게 한번 더 섹스를 해버리고 말았다. 한번 섹스를 해서 그런지 시황은 사정을 하지 않게 버티기 보단 좀 더 쾌감을 느끼며 섹스를 하는데 집중했다. 단순히 얼굴이 변한 것만으로도 율나르에 대한 적대감이 조금은 사라져 있었다. 생각해보면 율나르가 딱히 나쁜 짓을 한 것도 없으니 적대감을 가질 이유 자체가 없기는 했다. 다만 비밀을 아는 존재라 찝찝함은 가득했지만.
“하아……. 역시 최고야. 마력을 살짝 머금은 정액이 이렇게 기분 좋게 만들어 주다니.”
음양공생공으로 인해 다양한 효과를 가진 정액의 비밀을 율나르가 단번에 알아차렸다.
“휴…….”
그 옛날 아루와 처음 섹스를 했을 때의 그 느낌이었다. 삽입했을 때 느껴지는 질의 압박감과 감도가 모두 똑같더라도 단순히 얼굴과 몸매에 따라 더욱더 흥분하고 쾌감을 느끼는 게 남자였다. 시황도 예외는 아닌지라 아이린의 얼굴을 했을 때보다 율나르의 본모습일 때 비교도 안 되게 흥분되었다.
“어머, 그렇게 섹스를 하고도 아직도 쌩쌩하네. 정말 알면 알수록 대단하다니까.”
“그런데 보통 자기 스스로 타락했다는 표현은 잘 안 쓰지 않나?”
굵기와 단단함이 전혀 변하지 않은 시황의 성기를 만지며 율나르가 감탄을 했다. 왠지 모를 민망함에 시황은 다시금 대화 주제를 바꾸었다.
“이미 그렇게 불리고 있으니까. 아는지 모르겠지만 보통의 엘프는 고결함을 가장 큰 가치로 생각하거든. 그런데 이렇게 섹스를 좋아하니 타락했다는 말을 듣는 게 당연하다고나 할까?”
“아무리 고결해도 애를 낳으려면 섹스를 해야 되잖아?”
“응? 엘프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구나. 엘프는 자궁이 아닌 자연에서 잉태가 되기 때문에 섹스를 할 필요가 전혀 없어. 그래서 죽을 때까지 처녀인 게 당연한 거지.”
“그러면 성기가 전혀 필요 없지 않나?”
“아이를 만들지는 않지만 섹스에 대한 욕구는 있어. 다만 섹스를 하는 건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천한 행동이기 때문에 다들 그 욕구를 참는 거뿐이야.”
율나르가 시황의 성기를 입에 물고 가볍게 핥아주었다. 그토록 청순하고 고결해 보이는 율나르가 성기를 빨아주자 시황은 쾌감에 엉덩이가 움찔움찔했다. 시각적인 정보가 만들어내는 위력은 정말 파괴적이었다.
“그러면 섹스를 했다는 것만으로 타락했다는 건가? 좀 지나친 거 같은데?”
“규칙이 그러니까. 그리고 보통은 섹스를 해도 추방정도로 끝이 나는데, 난 다른 엘프보다 욕구가 더 강해서 말이야. 후훗.”
“흠…….”
타락했다고 해서 서큐버스처럼 남자의 정기를 빨아들이거나 살육을 저지르는 걸 자연스럽게 떠올렸는데 단순히 섹스를 했다고 타락했다니……. 이렇게 되니 율나르가 안쓰럽다 라는 감정까지 생겨났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하지만 분명 상처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
“이미 지난 일이니까.”
“잠깐, 뭐하는 거야?”
어느새 율나르는 시황의 성기를 다시 주섬주섬 삽입하려고 하고 있었다. 욕구가 좀 강하다더니 보통 강한 게 아니었다. 2번 연달아 섹스를 하고 또 할 정도니 섹스를 혐오하는 엘프 사이에서 타락했다고 불려도 할 말이 없을 거 같기는 했다.
“다시 이렇게나 커졌는데 또 안하면 아쉽잖아.”
질에 성기를 삽입한 아이린은 이번엔 좀 더 느긋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열정적으로 섹스를 두 번했으니 이번엔 여유롭게 하고 싶어 하는 거 같았다.
그 두 번의 섹스도 금방 끝난 게 아니라 상당히 오래했었기 때문에 벌써 새벽이 되어 있었다. 처음 섹스를 할 때는 한창 옆방에서 여자가 앙앙 거리는 소리가 났었는데 한참 전에 섹스를 끝내고 잠을 자는지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율나르가 시황을 껴안고 여기저기 키스를 해주었다. 율나르를 아이린이라 생각했을 때는 여러 가지로 생길 문제 때문에 섹스를 거부한 거였는데 이렇게 되면 섹스를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지금은 더 적극적으로 섹스를 하고 율나르의 부끄러운 모든 곳을 만져보고 싶었다.
“하아……. 정말 이렇게 계속 섹스하고 싶은데 일 때문에 돌아가야 해서 너무 아쉽네. 정말.”
“일? 무슨 일을 하는데?”
시황은 율나르의 가슴을 만지며 물었다. 처음 모텔에 왔을 때와 다르게 상당히 호의적으로 변해있었다.
“그냥 이것저것 잡무들. 별 거 아닌데 자잘한 일들이 많아서 섹스도 못해서 엄청 욕구 불만 상태였거든.”
율나르는 확실하게 대답하지 않고 약간은 두루뭉술하게 말했다. 그러다 보니 시황은 율나르가 지구로 따지면 OL인가 하는 생각이 자동적으로 떠올랐다. 짙은 푸른빛으로 변한 율나르의 머리카락에 검은색 미니스커트를 한 율나르라……. 생각만 해도 남자를 자극시키는 그 느낌에 시황의 성기가 조금 더 단단해졌다.
“언제 돌아갈 건데? 온지 얼마 안 되지 않았나?”
처음엔 그렇게 귀찮더니 율나르로 돌아오고 나니 가야 한다는 말이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내일쯤? 어차피 시황 오빠랑 섹스하는 게 목적이었으니까 이제 가서 또 일해야지.”
“흐음, 조금 아쉽지만 가야 한다면 어쩔 수 없지.”
조금이 아니라 많이 아쉬웠다. 된다면 정말 율나르랑 하루 종일 섹스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쉽다고 가지 말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시황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무표정하게 말했다.
“주인님이 조금 고약해서 말이야. 아! 그래. 이번에 새로 들어온 엘프 중에 엄청 꽉 막힌 애 하나 있는데 걔한테 섹스 좀 가르쳐 줄래? 시황 오빠라면 잘해줄 거 같은데.”
“응?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애가 너무 꽉 막혀서 그런지 같이 일하는데 조금 피곤하거든. 자위만 해도 자꾸 잔소리를 하니까. 시황 오빠와 섹스를 하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너무 극단적인 해결방법인 거 같은데? 그리고 조금 내가 귀찮기도 하고.”
전혀 귀찮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정말 기대가 됐지만 일부러 귀찮은 척을 했다. 사람 심리라는 게 묘해서 꼭 좀 해달라고 사정하면 묘하게 해주기 싫은 마음이 생기니까.
“아잉, 좀 해줘. 걔가 나이도 어리고 꽉 막혀서 조금 귀찮기는 해도 예쁘기는 정말 예쁘거든. 오빠도 마음에 들 걸.”
“너보다 예쁜가?”
“응? 나보단 좀 못하려나?”
“그럼 별로 예쁘지도 않나 보네.”
“정말 매력 있다니까. 나보고 그런 말 하는 사람 처음 봤어. 후훗. 어쨌든 외모에 대한 걱정은 안 해도 돼. 얼굴 보면 절대 실망 안 할 거니까.”
“흐응, 그래? 나이는 몇 살인데? 19살 미만은 곤란하거든.”
“어머, 19살이라니. 그렇게 어리면 소개 시켜 주지도 못하지. 나이는 177살이야. 그런데 엘프는 인간보다 오래 사니까 나이가 많든 적든 상관없지 않을까?”
“177살이라고? 그럼 넌 몇 살인데?”
“여자한테 나이를 묻는 건 실례라구.”
보통 다 대답을 해주던 율나르가 나이 얘기는 단칼에 잘라냈다. 그 새로 온 신입 엘프가 177살이라면 율나르는 적어도 그 이상일게 분명했다. 그런데 그 나이로 이제 30살도 되지 않은 시황을 오빠라 부르다니…….
“어떻게 할까?”
“시황 오빠한테도 도움이 많이 될 거야. 걔가 수준 높은 마법을 제법 잘 구사하거든.”
“흠…….”
시황은 고민하는 척했다.
“좋아. 얼마동안 맡아주면 되는 거야?”
“아, 해주는 거야? 고마워. 기간은 오빠 편한 대로하면 돼. 걔가 특별한 일을 하는 건 아니라서 있든 없든 아직까지는 별 상관없거든.”
평범하게 연예인 수준으로 예뻤다면 당연히 거절했을 것이다. 귀찮으니까. 하지만 율나르처럼 예쁘다면 말이 달라졌다. 단순히 예쁜 걸 떠나 이렇게 고결해 보이는 존재와 섹스를 한다는 것 자체가 로또 1등보다 더한 행운이었다.
“내가 보답으로 기분 좋게 해줄게.”
율나르가 허리를 움직이자 쾌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질에서 느껴지는 적절한 압박감과 미끌미끌한 질벽의 감촉은 다리 힘이 풀릴 정도의 쾌감을 느끼게 했다. 거기다 삽입할 때와 뺄 때의 적절한 조임이란 이게 바로 섹스구나 라는 감탄을 절로 느끼게 만들어주었다.
시황은 쾌감을 견디지 못하고 율나르의 풍만한 가슴에 오롯이 솟아 나 있는 유두를 정신없이 빨았다.
“윽!”
그리고 다시 사정을 했다. 하지만 사정을 했음에도 성기는 기세를 전혀 잃지 않고 율나르의 질을 휘저었다.
정력이라면 지치지 않을 정도로 강한 시황과 성욕이 강한 율나르는 이렇게 아침까지 쉴 새 없이 섹스를 했다.
정말 가공할만한 정력이었다.
**
어느덧 아이린이 한국을 떠나는 날이 되었다.
시황과 유진아는 인천 공항에서 아이린을 배웅해주었다. 공항에는 항상 그렇듯 사람들로 가득했지만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출국하는 거라 기자들이나 아이린을 쫓아온 사람들은 없었다.
“즐거웠어. 다음에 시간 내서 또 놀러올게.”
“으, 응. 나도 즐거웠어.”
유진아는 약간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다음에 또 와. 이번에 일 때문에 같이 관광을 많이 못해서 조금 아쉽네.”
“아니야. 그것만으로도 상당히 즐거웠는걸.”
아이린은 싱긋 웃으며 시황을 바라봤다. 하지만 전과 다르게 시황에 대한 어떠한 사적인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걸 느꼈는지 유진아도 약간은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황을 당장이라도 빼앗을 것처럼 행동하더니 지금은 시황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혹시라도 화장품 더 필요하면 연락해. 바로 보내 줄 테니까.”
“어머니도 좋아하실 거 같아 금방 다 떨어질 거 같기는 해.”
아이린이 기품 있게 웃으며 대답했다. 얼마 전과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그 아이린이 맞나 싶어 유진아는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율나르가 연기한 아이린이었고 지금은 진짜 아이린이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야 율나르가 아이린과 똑같이 연기했겠지만 차츰 갈수록 사적인 감정이 많이 개입되어 분위기가 영 달라졌었다.
정작 아이린과 친구인 유진아는 질투에 눈이 멀어 그런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지만. 단순히 시황을 유혹하느라 그런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비행기 시간 됐다. 난 이제 가볼게.”
“응. 잘 가! 다음에는 내가 영국으로 놀러갈게.”
“나도 찾아가도 되지?”
유진아와 시황이 작별인사를 했다.
“그럼. 우린 친구인 걸. 그럼 안녕! 잘 지내!”
뭔가 의미심장하게 시황보고 친구라고 말한 아이린은 기품 있게 웃으며 마지막 인사를 하고 떠났다.
“휴우…….”
“왜? 아이린이 떠나서 아쉬워?”
“조금 그렇기도 하고 마음이 편해지기도 하고. 잘 모르겠어.”
말은 그래도 유진아는 아쉽다기보다는 후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 아이린이 은연중에 시황을 유혹하려는 듯 행동해서 엄청 신경이 쓰였었다. 안 그래도 어머니하고 시황 문제 때문에 싸워서 기분이 안 좋은데 아이린까지 그러자 굉장한 스트레스로 다가왔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아무런 문제없이 아이린이 떠나자 10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간 거 같았다.
“다음에 우리가 만나러 가면 되니까 힘내. 자, 이제 우리도 가자. 내일 매장 오픈이라서 할 일이 많잖아.”
“응!”
시황과 유진아는 차를 타고 내일 오픈할 백화점으로 갔다.
백화점의 1층에 상당히 큰 규모로 케즈론 화장품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미 준비는 다 완료되어 있었고 내일 오픈하기만 하면 되었다.
드래곤의 유산을 받고 시황이 고생고생하며 암암리에 팔던 그 화장품을 드디어 본격적으로, 그것도 백화점 명품관을 통해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