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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326화 (326/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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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즈론 런칭

“반갑습니다. 강시황입니다.”

무대에 올라선 시황이 마이크에 대고 인사를 했다.

크게 넓지는 않지만 고급스러움으로 가득한 호텔의 행사장 안에는 각계각층의 유명인들이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시황은 잠시 행사장을 둘러봤다.

남자라고는 정말 얼마 안 되는 극소수만 있었고 대부분 시황과 유진아의 초대, 그리고 그 초대한 사람들의 인맥을 통해 한국에서 나름 유명하다는 여자들은 전부 다 모였다. 심지어 유진아의 어머니까지 가장 앞자리에 앉아 시황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가슴이 떨렸다. 몇 명 안 되는 대학교 발표도 그토록 떨리는데 내로라하는 유명인들이 수많이 모인 이곳에서 발표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시황에게 커다란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제가 처음 화장품을 만들 게 된 이유는 문득 거울로 제 얼굴을 보고 나서였습니다. 하……. 세상에 내가 이렇게 못생겼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시황이 자신의 얘기를 꺼내며 부드럽게 분위기를 풀어나갔다. 못생겼다는 얘기를 할 땐 풉하면서 웃는 소리가 주변에서 났다.

“이대로 여자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자 급한 마음에 이것저것 화장품을 써봤지만 결국 저의 안 좋은 피부를 좋게 해주지 못해 크게 실망을 했었습니다. 그렇다면 한번 만들어 써보자 해서 저만의 레시피로 다양한 화장품을 만들고 써보던 중…….”

사람들은 중간중간 웃기도 하면서 시황의 말을 경청했다. 상당히 자연스럽고 능청스럽게 발표를 하는 시황의 모습은 전혀 긴장을 안 하고 있는 듯 보였지만 이미 등과 겨드랑이에는 땀이 잔뜩 흐르고 있었다.

“결국 만들었습니다. 여자라면, 아니 사람이라면 그 누가 꿈꾸던 그 화장품을 말이죠!”

시황의 말이 끝나자 시황의 뒤에 있는 커다란 스크린에서 케즈론의 문양이 나오고 이어서 양산을 하고 있는 화장품의 병과 그 내용물이 나타났다.

그러자 카메라 플래시와 박수 소리가 터져나왔다.

“현재 케즈론 화장품은 다른 화장품 브랜드처럼 다양한 종류가 있지는 않습니다. 스킨과 로션, 수분 크림, 에센스. 총 4가지 밖에 없지만 점점 추가될 예정이고 이 4가지 기초 화장품만 잘 써도 여러분의 피부가 한층 더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시황은 화장품의 효능과 효과 등을 설명했다.

“그러면 화장품의 효과가 어떤지 보여드리겠습니다. 저희 케즈론의 전속 모델인 이유미 양 나와 주세요.”

시황이 부르자 유미가 대기를 하고 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걸으려고 노력을 하며 무대로 나갔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자 티가 날 정도로 몸이 떨렸는데 자신을 바라보는 시황과 눈이 마주치자 어째서인지 마음이 급속도로 안정되었다.

이 행사장에 여자 연예인도 많이 와 있어 보통의 미모로는 티조차 나지 않을 정도였는데 한 때 인터넷에 이슈까지 된 적이 있던 유미는 이런 곳에서도 미모가 빛이 날 정도로 아름다웠다. 특히 시황과 유진아가 골라준 원피스는 연예인들조차 어떤 옷인지 서로에게 물어볼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이유미 양은 어릴 때부터 생긴 여드름으로 인해 큰 고민과 고통을 받았었습니다.”

시황의 말이 시작되자 스크린에 예전에 시황이 찍어두었던 유미의 사진이 나타났다. 여드름이 가득하고 피부가 안 좋은 그 사진은 도저히 지금 무대에 서 있는 유미와 동인인물이라는 사실이 상상도 가지 않을 정도였다.

“사춘기 시절 피부로 인해 고민과 상심을 겪던 이유미 양에게 제가 만든 화장품을 써보라고 권하였고 화장품을 쓰며 점점 피부가 좋아져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스크린에서는 과거 시황이 찍어두었던 유미의 사진들이 넘어가며 매끈하고 뽀얀 피부를 가진 유미의 사진이 마지막으로 나타났다.

“저거 포샵으로 사기 치는 거 아니야?”

“그러게. 좀 과장하는 거 같은데?”

피부가 적당히 매끈해진 것도 아니고 말도 안 될 정도로 좋아지자 의심을 하는 사람이 생겨났다.

“정말 저런 효과가 있어요. 안 써본 사람들은 과장됐다고들 많이 생각하는데 기존의 기능성 화장품하고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효과가 있어요.”

“네?”

“제가 써봐서 알거든요.”

친구한테 조용히 한 얘기인데 옆에 있던 유명 연예인이 대답을 해주자 여자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금의 이 자리에는 이미 케즈론의 화장품을 써본 사람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었다. 괜히 기적의 화장품이라 불리며 이슈가 되었던 게 아니었다. 그래서 직접 써본 사람들은 시황의 이 발표가 사기꾼이 포토샵 조작을 한 게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케즈론 화장품은 정말 저 정도의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조금 더 자세히 이유미 양의 피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시황의 말이 끝나자 카메라를 가진 남자가 올라와 유미의 얼굴 가까이 카메라를 갖다 대었다. 그러자 뒤쪽에 있는 스크린에 유미의 얼굴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선명하게 나타났다.

잡티도, 흉터도, 여드름도 없이 마치 갓난아이마냥 희고 매끄러운 피부는 모든 여자들이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였다.

유미의 피부 자랑이 끝나고 이어서 아이린이 등장해 케즈론 화장품에 대한 얘기를 이어나갔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이린이 영어로 얘기를 했기 때문에 중간에 시황이 직접 통역을 해주었다.

“수많은 화장품을 써봤지만 저에게 이토록 큰 만족감을 준 화장품이 없었습니다. 신이 내리지 않았으면 이런 화장품이 나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대단한 혁신과 가치를 써보자마자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런 대단한 화장품을 개발한 시황 씨를 우리나라로 데리고 가고 싶을 정도로 말이에요. 아, 물론 같이 지내보니 시황 씨가 마음에 든 부분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시황 씨 어떤가요? 영국에 온다면 아주 좋은 대우를 해드릴 생각이 있는데……. 관심 있나요?”

“하하. 전 아직 한국이 더 좋군요.”

화장품 홍보를 하는 건지 자기 욕망을 드러내는 건지 사심이 가득한 표정과 말로 아이린이 얘기를 했지만 시황은 웃으며 간단히 마무리를 했다.

아이린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퇴장했고 행사장 앞에서 어머니와 함께 행사를 지켜보던 유진아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정말 이정도로 효과가 있을까? 라고 의심하시는 분들이 분명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직접 사서 써보기에도 비싼 가격에 고민이 되실테구요. 그래서 오늘 오신 모든 분들에게 에센스를 나눠드리겠습니다!”

“오오!”

시황이 에센스를 나눠준다고 하자 사람들이 환호를 하며 박수를 쳤다. 영국의 공주인 아이린까지 찬사를 하자 도대체 어떤 화장품인지 궁금증이 생긴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다. 아니, 여자라면 궁금증이 생기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화장품의 가격은 1500만 원의 저가형과 5000만 원의 일반형, 1억 원의 고급형 세트로 나옵니다. 아쉽게도 단품으로는 팔지 않으며 큰세계 백화점 오픈 날부터 단 일주일간만 3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시황의 발표가 끝나고 커다란 박수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황은 뒤에 있는 대기실로 돌아가는데 눈앞이 아찔해졌다. 이런 중압감이 심한 발표를 소화했다는 게 스스로도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오빠! 수고했어요.”

“고마워. 유미는 긴장 안 됐어?”

“긴장돼 죽을 뻔 했어요. 연예인들이 막 자꾸 절 쳐다보는데 황성혜랑도 눈도 마주치고 그랬어요. 아직도 막 손이 떨려요.”

대기실에 돌아가자 미리 기다리고 있던 유미가 시황에게 안기려다 주변에 사람들이 있어 차마 안기지는 못하고 시황에게 다가와 빠르게 말을 내뱉었다.

“이제 다 끝났으니까 나가서 찬미랑 아루하고 같이 맛있는 거 먹어.”

“오빠는요?”

“나도 금방 나갈게.”

“네! 친구들한테 여기 사진 보내도 되죠?”

“응. 편한 대로 해. 나중에 화장품 샘플 몇 개 줄 테니까 친구들한테 나눠줘.”

“우왕. 오빠 최고. 빨리 친구들한테 알려줘야지.”

유미는 기쁘게 웃으면서 대기실을 나갔다.

“정말 올 생각 없어?”

유미가 나가자마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아이린이 다가왔지만 주변에 사람들이 있는 관계로 아이린은 별다른 스킨십 없이 가슴이 파인 블라우스를 가리 듯 팔짱을 끼고만 있었다.

“그다지.”

“난 조금 있으면 돌아가야 하는데 아쉽지 않아?”

“아쉽지는 않고 조금 기쁘기는 하네.”

“어머, 그래? 그래도 마지막으로 승부는 내야지?”

“언제든지 나야 언제든 상관없어.”

“좋은 걸. 그러면 난 이만. 찾는 사람들이 좀 있어서.”

아이린이 나가자 시황은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전처럼 자신만만하게 말했지만 사실 아이린의 애무를 참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아예 생각해둔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짧은 시간에 적용이 가능할지 의문이었다.

“오빠!”

시황이 잠시 생각에 빠진 사이 이번엔 유진아가 왔다. 다행이 아이린이 나가고 잠시 뒤에 유진아가 들어와서 어색한 분위기가 되는 건 면할 수 있었다.

“아, 그래. 진아야. 발표 어땠어? 괜찮았던 거 같아?”

“응. 엄청 잘했어. 오빠는 역시 능력이 좋다니까. 못하는 게 없어.”

“하하. 농담은.”

“농담 아니라구. 정말이야. 내가 살면서 오빠처럼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본 적이 없어. 공부도 잘하고 능력도 좋고……. 그, 그리고…….”

“고마워.”

무슨 생각을 했는지 볼을 발갛게 물들이는 유진아의 칭찬에 시황은 가볍게 웃었다.

“아, 하여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엄마가 잠깐 보자는데…….”

“네 어머니께서?”

“응. 괜찮겠어? 난 오빠에 대해서 얘기를 한 적이 없는데 갑자기 보자는 거 보면 오빠에 대해서 보고를 받은 게 있나봐.”

아이돌 연애를 캐듯 댓패치에서 몰래 숨어서 사진을 찍을 정도로 시황과 딱히 숨으면서 만난 것도 아니었고 호텔에까지 데리고 갔으니 보고가 안 들어가는 게 이상했다. 유진아도 이런 부분을 생각하고 시황을 데리고 다닌 거였고 이참에 시황에 대해 확실히 알려주고 싶기도 했다.

“응. 알았어. 나야 별 상관없지.”

“고마워. 오빠.”

시황은 유진아와 함께 한창 파티가 진행중인 행사장으로 갔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최대한 고급스럽게 행사장을 만들려고 노력했고 음식도 신경을 써서 최고의 맛을 내도록 했다.

중간 중간 진열된 화장품의 모형에 사람들이 서서 사진을 찍었고 샘플을 든 직원들이 돌아다니며 화장품에 대한 설명과 시범을 보여주기도 했다.

행사장에 마련된 고급스러운 테이블에 척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옷을 입은 유진아의 어머니가 앉아있었다. 오늘 처음 봤는데 피는 속일 수 없는지 유진아와 닮은 부분이 상당히 눈에 띄었다.

“엄마, 시황 오빠 데리고 왔어.”

“안녕하세요. 강시황입니다.”

시황이 인사를 하자 유진아의 어머니가 시황을 슬쩍 훑어봤다.

“앉게.”

“네.”

시황과 유진아가 테이블에 앉아 뭔가 심각해 보이는 얘기를 나누는 듯 하자 멀리서 찬미가 약간은 걱정되는 표정으로 시황을 바라봤다. 어떤 상황인지 알 길이 없어 답답하기도 했다.

찬미와는 제법 떨어져 있지만 루비와 같이 온 은비도 약간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시황과 유진아를 응시하고 있었다. 음식을 먹기는 하지만 도무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온 신경이 시황에게 쏠려있었는데 정작 시황은 유진아의 어머니를 보느라 찬미와 은비가 이쪽을 보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부모님은 무슨 일을 하시고?”

“지방에서 조그만 카페를 하고 있습니다.”

“엄마도 전에 먹어봤지? 카페 케즈론. 거기야. 엄마도 맛있다고…….”

“진아는 가만히 있어보렴.”

“으, 응…….”

뭔가 분위기가 안 좋은 거 같자 유진아가 끼어들었지만 유진아의 어머니인 홍혜숙에 의해 가볍게 차단되었다. 이러니까 상황이 약간 바뀌기는 했어도 마치 흔한 막장드라마에서 재벌집 아들과 결혼을 허락 받으려는 가난한 집 여자의 모습 같았다.

“직접적으로 말해도 되겠나?”

“네. 괜찮습니다.”

“자네는 우리 진아랑 썩 어울리지 않아. 진아는 이미 결혼할 상대가 있으니까 이쯤에서 헤어져 주길 바라네.”

이 대사 또한 왠지 그런 흔한 드라마 같아 시황은 웃음 터져 나올 뻔 했다. 설마 정말 그런 흔한 막장 드라마 같은 일을 자신이 겪을 줄이야!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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