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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323화 (323/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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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즈론 런칭

어디선가 본 듯한 그 모습에 기억을 짜내봤지만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그 묘한 미소가 낯설지 않다는 거지 얼굴과 몸매 자체는 오늘 처음 만난 게 맞았다.

“그런 무리한 요구에 응할 수는 없군요.”

시황은 별다른 고민 없이 단번에 섹스하자는 요청을 거절했다. 진심으로 하는 말인지도 의문이고 이렇게 대놓고 섹스 하자는 건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일이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비현실적인 요구를 느닷없이 하는 걸까?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시황이 명쾌하게 내릴 수는 없었지만 이럴 때 바보처럼 좋다하고 섹스를 하는 건 위험이 너무 큰 행위였다.

안 그래도 요즘 메신저를 이용해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유도하고 남자에게 자위를 시킨 후, 그걸 녹화해서 해킹 프로그램으로 획득한 남자의 연락처로 자위한 영상을 뿌린다는 협박이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단순히 한순간의 쾌감을 위해서 영상 통화로 처음 본 정체를 모를 여자 앞에서 자위를 했다가 어마어마한 돈을 뜯기거나 휴대폰에 등록된 모든 사람, 예를 들자면 회사에서 별로 안 친하지만 지나가다 만나면 가볍게 인사만 하는 여자 동료라든가 대학교에서 팀플 때문에 만났는데 얼굴도 예쁜데다 마음씨도 좋아 고백이라도 해볼까 하는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여자 후배에게 까지 자신이 자위한 영상이 퍼져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수치를 맛보게 되는 것이다.

물론 지금 이 상황이 꼭 그런 사기와 유사한 경우라고 무조건 판단할 근거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의심이 가거나 위험해 보이는 건 애초에 하지 않는 게 올바른 선택이었다.

최고로 긍정적인 상황은 공주인 아이린과 섹스를 해서 경험치를 획득하고 쾌감을 얻는 거지만 최악은 이때까지 쌓아올린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거였다. 얻는 것에 비해 잃는 게 너무 많았기 때문에 시황은 단호히 거절할 수 있었다.

“정말요? 정말 저랑 섹스 안 하실 거예요? 시황 씨를 위해서라도 제가 약간 흥미가 생겼을 때 섹스를 하는 게 좋을 건데요?”

“죄송합니다.”

시황은 다시 거절을 했다. 성적인 문제가 생겨봐야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제대로 합의를 하고 섹스를 했더라도 아이린이 강간을 당했다고 신고라도 하면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상당히 피곤해지게 된다. 그리고 무죄가 되더라도 강간을 했다고 의심 받은 시점에 씌워지는 그 굴레는 평생 치유되기 어려울 것이다.

“바보. 이 좋은 기회를 차버리다니. 뭐, 하지만 그게 올바른 선택이기는 하죠. 하지만 당신이 어마어마한 행운을 놓친 것도 사실이에요.”

“다시 그 행운이 주어지더라도 전 방금과 똑같은 선택을 할 거 같군요.”

단순히 섹스를 넘어 좀 더 여운을 주는 말이었지만 시황은 전혀 후회 따윈 없었다. 지금처럼 나중에 되고서야 ‘아! 그때 그냥 할 걸.’ 이라고 후회를 할 수는 있지만 막상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결국 또 거절을 하게 될 게 분명했다.

“흐응, 역시 조금 더 흥미가 생기는데요?”

다시금 묘한 미소를 지은 아이린이 껴안고 있던 시황의 목을 풀어주었다.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좋은 밤 되시길.”

“내일 마사지샵에 안 가도 되겠네요. 내일 밤에 또 해줘요.”

“그러도록 하죠.”

시황은 찝찝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아이린의 방에서 나와 유진아의 방으로 갔다. 유진아는 방금 시황과 아이린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정신없이 잠을 자고 있었다.

시황의 얼굴이 살짝 찡그려졌다.

처음에는 그저 단순히 영국 왕실의 공주라고만 생각했는데 프로필이 물음표로 뜨는 거 하며 방금 전의 기묘한 태도는 아이린에 대해 다시금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만약 거기서 섹스에 응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예전이었다면 바로 섹스에 응했을 것이다. 처음 동정을 뗐을 때도 우연히 위험에 처한 여자를 도와준 그 날 섹스를 한 거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러기가 힘들었다.

아이린의 몸매하며 그 커다란 가슴 생각하면 안 아쉽다고 하는 게 거짓말이겠지만 이제 더 이상 관계를 맺는 여자를 늘리기 부담스럽기도 해서 여러번 다각적으로 생각해봐도 올바른 판단을 한 게 맞았다.

시황은 그래도 아이린과 섹스를 하지 못한 아쉬움에 유진아의 옆에 누워 가슴을 만졌다. 비록 아이린의 가슴만 못했지만 유진아의 가슴도 상당히 촉감이 좋았다.

유진아의 유두를 만지며 시황은 좀 더 아이린을 세밀하게 살펴보기로 했다.

**

“이게 그 화장품이야?”

“응. 어제 밤에 준다는 걸 깜빡했어. 너무 피곤해서 생각도 못했나봐.”

화장대에 앉은 아이린에게 유진아가 케즈론의 화장품을 건네주었다. 샤워를 하고 줬어야 하는데 피곤해서, 정말 너무 피곤해서 화장품을 줘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못했다.

“느낌 좋네. 향기도 좋고. 마음에 들어.”

아이린은 케즈론의 화장품을 하나 하나 바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괜찮지? 이게 기능성 화장품이라 바르는 것만으로도 피부가 좋아지거든.”

아이린이 마음에 들어하는 거 같자 유진아가 연신 화장품의 장점에 대해 설명했다.

시황은 곁에 서서 아이린의 모습을 응시했다. 어제 그런 파격적인 말을 한 것 치고는 평소와 똑같은 표정을 짓고 행동을 했다. 이렇게만 봐서는 어제 섹스하자고 말한 그 아이린이 맞나 의문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다른 여자들도 섹스를 하고 나서 다음날 다른 사람에게까지 우리 섹스했어요 라는 티를 내지 않는 거 보면 저게 당연한가 싶기도 했다.

“그러면 내가 어떻게 하면 돼?”

“우리 런칭 행사 때 네가 나와서 화장품에 관해서 몇 마디 해주고 마음에 든다 라는 정도만 얘기 해줘도 돼. 네가 쓴다라는 사실이 중요한 거니까.”

“그 정도면 간단하네. 실제로 마음에 들기도 하고 계속 쓰고 싶으니까. 이거 홍보가 잘 되면 시황 오빠한테 큰 이익이 되는 거 맞지?”

“응? 아, 응. 그렇지. 오빠랑 내가 하는 사업이니까. 그런데 언제 그렇게 친해진 거야? 어제 까지만 해도 안 그랬던 거 같은데.”

미묘하게 달라진 뉘앙스에 유진아가 경계심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어제 밤에 내가 간단하게 마사지 해줬어. 진아는 자고 있어서 전혀 몰랐나 보구나.”

시황은 아이린이 허튼소리를 하기 전에 미리 마사지를 해줬다는 사실을 유진아에게 말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시황도 말투를 바꿨다. 아이린이 저렇게 하는데 괜히 어제처럼 어색하게 말하면 그것도 이상했으니까.

“너무 피곤해서 완전히 곯아떨어졌나봐. 그러고 보니 오빠 마사지 덕분인지 다리하고 발이 하나도 안 아프네.”

“정말. 나도 너무 좋더라. 오빠가 마사지를 너무 잘해서 오늘 마사지샵 가는 건 패스하고 시황 오빠한테 밤에 또 부탁하기로 했어.”

“그, 그래?”

아이린이 웃으며 하는 말에 유진아는 영 내키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왠지 분위기가 자꾸 아이린이 시황을 유혹하는 것 같아 살짝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특별히 뭔가 행동을 하는 건 아니었지만 미묘하게 변한 뉘앙스라든가 분위기가 상당히 거슬렸다. 남자 친구랑도 헤어졌다는 부분도 그렇고 말이다.

“화장품 좀 더 줄 수 있어? 우리 어머니랑 아버지한테도 갖다 드리게. 써보니까 정말 느낌 좋네.”

“당연히 줘야지. 나중에 다 쓰면 말해 언제든지 보내 줄 게. 말만해.”

아이린에게 화장품 홍보를 맡기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는데 생각 외로 싱거울 정도로 가볍게 해결이 되었다.

어차피 런칭 행사야 아는 사람들만 오고 제품 행사 발표회라기보다는 파티적인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런칭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대단한 PPT를 만들 필요까지는 없었다. 하지만 유진아의 성격상 그런 걸 완벽하게 처리하고자 했기 때문에 PPT나 사전 준비는 유진아의 선에서 깔끔하게 다 처리가 되었다.

시황은 그 과정이 아닌 결과물만 확인하면 됐는데 이런 점 때문에 시황은 유진아의 능력을 크게 필요로 한 것이었다. 시황은 이런 걸 해본 적조차 없고 배운 적도 없어 혼자 하기란 상당히 힘이 들었다.

두 번째 날도 무난하게 관광을 했다. 런칭 행사까지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관광을 하고 돌아다녀도 크게 문제될 부분은 전혀 없었다.

서울 관광은 시황은 처음 해보는 거였기 때문에 여기저기 유명한 곳을 돌아다니느라 벌써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빠르게 시간이 지나갔다.

어느새 런칭 일이 가까워졌다.

시황과 유진아는 준비가 거의 끝난 호텔 행사장을 둘러봤다. 케즈론 화장품의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행사장의 전체적인 인테리어도 최대한 고급스럽게 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올 건 아니라 어마어마하게 넓은 공간은 아니었지만 그 고급스러움은 여타의 런칭 행사와 비교가 되지 않았고 공연은 시황과 잘 아는 사이인 노을이 속한 아이돌 그룹이 와서 해주기로 했다. 특히 노을의 블로그는 그 자체로도 인기가 상당했기 때문에 노을에게 사진을 찍고 홍보를 해 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행사장을 둘러보고 시황과 유진아, 아이린은 런칭 행사를 위한 마지막 준비를 위해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때마침 유진아에게 행사에 관한 연락이 왔다.

“네. 네. 알겠어요. 바로 갈게요.”

전화를 끊은 유진아는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별 건 아니고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확인해달라고 해서 지금 나 가봐야 할 거 같거든. 일단 오빠랑 아이린이 먼저 집에 가 있어. 시간이 좀 걸릴 거 같아.”

“난 또 무슨 일이라고. 알았어. 마칠 때쯤에 전화 해줘.”

“응. 오빠. 난 먼저 갈게.”

유진아가 지은 불안한 표정은 행사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 요즘 들어 부쩍 의심이 가는 행동을 하는 아이린을 시황과 단 둘이 두기 싫어서였다. 하지만 일이 있는데 안 갈 수도 없는 거라 불안한 마음에도 어쩔 수 없이 발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빨리 집에 가자.”

아이린이 혀로 살짝 입술을 훔쳤다. 평소라면 아무렇지도 않을 행동이지만 요 며칠 아이린이 유진아가 자는 틈을 타 자꾸 시황에게 접근을 하다 보니 왠지 심상치 않게만 느껴졌다.

“그래.”

시황은 아이린을 차에 태우고 유진아의 집으로 갔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비밀번호를 눌러 집에 들어가는 순간 갑작스럽게 아이린이 시황을 끌어안았다.

“이러지 말라니까.”

다른 사람들이 안 보는 현관에 들어오자 이러니 시황은 아이린의 팔을 풀고 벗어나려고 했다. 그런데 제법 힘을 줬음에도 아이린의 팔이 도무지 풀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한번만 섹스해달라니까. 그 정도는 괜찮잖아.”

아이린이 시황을 끌어안았다. 커다란 가슴이 시황의 가슴에 짓눌려 형태가 일그러졌다.

남자와 사귀는 여자. 그런데 그 여자의 친구가 남자에게 흥미를 가지고 육체적으로 유혹하는 상황.

이러니까 마치 아줌마들이 보는 막장 드라마 같았다. 정말 드라마로 재현해도 어색치 않을 정도로 상식에서 약간은 벗어나 있었다.

“그러면 먼저 키스해줄래? 오빠 키스 스킬이 엄청 좋다던데. 진아가 항상 나한테 자랑해서 내가 얼마나 부러웠는지 알아?”

이런 상황이 되고 나니 욕정이 생긴다든가 키스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도대체 뭐지 라는 생각 밖에 나지 않았다. 무언가 접점이 있다든가, 자신이 아이린을 유혹하기 위해 노력한 것도 아닌데 정말 갑작스럽게 섹스를 하자고 접근하니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만약 눈앞에 있는 여자가 영국의 공주가 아니었다면 성문제로 돈을 뜯어내려는 사기꾼이라 생각 했을 것이다.

“일단, 일단 거실로 가자. 현관에서 이러지 말고.”

좁은 현관에서 자꾸 이러니 불편하기도 하고 상황을 좀 바꾸기 위해 시황이 제안을 했다.

“흐응, 알았어.”

“그러면 일단 손 좀 풀어줄래?”

“이대로 가면 되잖아.”

“하아…….”

시황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여자가 섹스를 하자고 달려드는데 이처럼 난감한 적은 처음이었다. 이대로 섹스를 해버릴까 라는 유혹이 안 생겼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참아내고 있는 중이었다.

시황과 유진아는, 아니 유진아가 시황을 끌어안은 채로 거실로 들어왔다. 시황은 이때쯤 벗어나야겠더라고 생각했는데 유진아가 갑작스럽게 시황을 소파에 쓰러트려버렸다. 그리고는 시황의 성기 위에 올라탔다.

항상 포식자의 입장에서 여자들과 관계를 하던 시황이 지금 이 순간은 피식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 작품 후기 ============================

못 올린 분량을 채우기 위해 최대한 두편씩 올리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얼마나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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