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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312화 (31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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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즈론 런칭

“아직 기다리고 있었네?”

“아!”

그런데 때마침 시황이 불쑥 솟아나듯 갑자기 수련실에 나타났다.

너무나 갑작스런 상황이라 프린은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인지를 하지 못하고 멈칫거리다 시황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이 핑 돌기 시작했다.

“히잉……. 주인님 기다렸잖아요.”

프린은 머릿속에서 수많은 말들이 떠올랐지만 결국 기다렸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괜히 감정이 복받쳐 올라 눈물방울을 떨어뜨리며 시황의 품에 안겼다.

“미안. 미안. 일이 좀 있어서 늦었어.”

그 일이라는 게 찬미, 유미와 밤늦게까지 섹스를 한 거였지만 시황은 구태여 그런 사실을 말하지는 않았다.

“히잉…….”

시황의 사과에 프린은 아무런 말없이 그저 시황의 품에서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스스로도 왜 자신이 이렇게 눈물을 흘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눈물이 나오는 걸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미안. 다음에는 일찍 올게.”

“흑…….”

시황은 프린을 부드럽게 안고는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울어서 위로를 해주긴 하는데 조금 늦었다고 이렇게 울 거까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린과 그렇게까지 친한 사이도 아니고 당연히 아직까지 적개심으로 가득할 거라 생각했는데 이런 의외의 모습을 볼 줄은 몰랐다.

“너……. 너무 늦으면 걱정하잖아요. 히잉…….”

“미안. 미안. 그런데 앞으로 이렇게 안 기다려도 돼. 항상 제시간에 올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내가 안 오면 그냥 편하게 쉬어도 괜찮아.”

왜 늦었는지 설명을 못하니 그저 미안하다고 밖에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딱히 약속 시간에 늦은 것도 아니고 언제 무슨 일이 생겨서 오늘처럼 늦을지 몰랐기 때문에 시황은 프린에게 기다릴 필요 없다는 말을 했다.

“이제 됐어요. 저 의자에 앉아서 쉴래요.”

그런데 시황의 말을 들은 프린은 시황의 품에서 빠져나와 눈물을 닦더니 삐진 표정으로 의자에 가서 앉았다. 살랑거리던 꼬리가 축 늘어진 게 기분이 상당히 나쁜 거 같았다.

“프린아.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에요. 주인님 할 거 하세요.”

평소라면 이런 저런 스킨십을 했을 프린이 그냥 자리로 돌아서 삐진 표정을 짓자 시황은 조금 당황했다. 이런 반응은 좀 친하고 사귀는 사이나 되어야 나오는 거지 아무것도 아닌 사이인 자신과 프린에게서 나올만한 반응이 아니었다.

“그래? 그러면 좀 쉬고 있어. 난 수련 좀 할게.”

“칫…….”

시황이 그대로 수련을 하자 프린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왠지 자꾸 화가 나고 짜증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기껏 걱정을 해줬더니 앞으로 기다릴 필요가 없다니? 시황을 좀 좋게 봐주고 좋아하려고 해도 도저히 좋아할 수가 없는 놈이었다.

프린은 팔짱을 끼고 삐딱한 자세로 완전 삐짐이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속으로 시황을 욕을 얼마나 하는지 중간 중간 입에서 혀를 차는 소리가 나기도 했다.

시황은 프린이 그러든 말든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수란이 가져다 준 검법서를 보며 검법 연습을 꾸준히 했다. 자기의 신체 부위를 다루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데 손에 쥔 도구를 자기 몸처럼 다루려면 부단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시황이 가진 운동능력은 공청석유를 마신 시점으로 크게 변화했다. 그 이전에는 결코 운동능력이 뛰어나다 할 수 없는 몸을 가졌고 실제로 학교 다닐 때 체력장만 했다하면 항상 하위권을 맴돌았었다. 드래곤의 유산을 얻어 마기를 얻고 운동을 꾸준히 하며 일반인을 넘어서는 근력을 가지게 되었지만 운동의 재능까지 뛰어나진 게 아니었다. 하지만 공청석유는 운동 능력 자체를 향상시켜 주었다.

덕분에 시황은 평범한 사람보다 더 빠르게 검법을 습득할 수 있었는데 그럼에도 검법이 가진 깊이가 워낙 대단하다 보니 아직까지 초보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다만 그 초보수준의 검법이라도 가진 마기가 워낙 대단하다 보니, 그런 마기가 깃든 근력은 산이라도 쪼갤 듯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검기까지 발현한다면 스치기만 해도 사망한다는 표현은 한 치의 과장됨이 없는 수준이었다.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도 모르고. 안 기다려도 되긴 뭘 안 기다려도 돼. 그럴 거면 여기 왜 가둬둔 거야.”

프린은 삐진 표정으로 툴툴거렸다. 고양이 귀와 고양이 꼬리를 가진 금발의 어여쁜 소녀가 그러고 있으니 그저 귀엽기만 할 뿐이었다.

“프린아. 여기로 와봐.”

검법 수련을 얼추 끝낸 시황은 프린을 불렀다.

“흥.”

하지만 프린은 고개를 홱 돌리며 시황의 말을 무시했다. 아까 전보다는 화가 많이 풀려서 시황의 말대로 가고 싶기는 했지만 이렇게 삐진 상태에서 바로 그러는 건 왠지 자존심도 상해서 볼을 부풀리며 삐졌다는 티만 잔뜩 낼 뿐이었다.

프린이 올 기미가 없자 시황은 직접 다가가서 프린의 손을 잡고 의자에서 일으켜 세웠다.

“왜 그러세요.”

“이리로 와봐.”

시황은 프린을 껴안았다.

“하지 마요…….”

갑작스런 시황의 행동에 프린은 시황의 몸을 밀어내려 했지만 도리어 더 강한 힘으로 껴안자 이도저도 할 수가 없는 상태가 되었다. 방금 전 수련을 해서인지 시황의 체취가 가득한 땀 냄새가 풍겼지만 의외로 달콤해 살짝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내가 해줄게.”

“없어요.”

평소라면 프린이 콧소리를 잔뜩 내며 귀여운 표정으로 손이랑 발에 달린 구속구를 풀어 달라고 했을 텐데 지금은 삐지긴 제대로 삐졌는지 고개를 살짝 돌리며 없다고만 할 뿐이었다.

“그럼 키스할까?”

“……싫어요.”

이번에도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지만 시황은 그 반응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프린을 고개를 살짝 붙잡아 입을 맞추어 주었다.

“앗! 하, 하지 마세요.”

프린이 싫다는 듯 다시 고개를 돌렸지만 시황은 다시 프린을 붙잡아 제대로 된 키스를 했다. 시황의 입술이 프린의 입술을 뒤덮자 프린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으읍!”

처음엔 벗어나려고 약간 몸부림을 치던 프린도 어느새 눈을 감고 키스를 받아들였다.

분명 시황이 막무가내로 키스를 했음에도 화가 났던 마음이 사르르 풀리고 치솟던 짜증이 사라졌다.

언제부터인지 밤에 눈만 감았다 하면 생각이 나는 시황의 이 키스는 생각처럼 여전히 황홀하고 기분이 좋아 프린은 자기도 모르게 시황을 껴안고 넋을 놓다시피 하고 키스를 했다.

혀와 혀가 뒤얽힐 때 느껴지는 그 짜릿함이란!

다정다감하게 만져주는 그 입술의 감촉이란!

이 기분 좋은 감각에 방금 전에 났던 화가 거짓말인 것 처럼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화난 건 좀 풀렸어?”

“……몰라요.”

볼이 약간 상기된 프린이 평소답지 않게 고개를 살짝 돌리며 부끄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여자라는 건 참 신기한 게 그 험악하고 난폭한 프린조차 저런 가련한 표정을 지을 수가 있었다.

“다행이네. 그럼 프린이 원하는 대로 손이랑 발에 달린 구속구 풀어줄게.”

“정말요. 주인님?”

약간은 부끄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프린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응. 그래도 또 나쁜 짓 하면 더 강한 걸로 묶어둘 거니까 앞으로 행동을 더욱 조심하도록 해,”

설마 시황의 구속구까지 풀어 줄지는 몰랐다. 프린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아까 전에 쳐져있던 고양이 꼬리가 다시 살랑살랑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말 감사해요. 주인님. 프린이 앞으로 더 잘할게요.”

“그래. 그래.”

모든 구속구를 다 풀어주자 프린은 정말 기쁜 표정으로 시황에게 안기며 말했다. 방금 전까지 그토록 삐진 티를 내는 사람과 동인인물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땀이 잔뜩 흘러서 기분 나쁠 법도 한데도 프린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오히려 시황의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어 가득 풍겨나는 체취를 킁킁거리면서 맡았다. 왠지 중독성 있는 이 냄새가 너무 좋아 품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고양이 귀와 꼬리만 붙였을 뿐인데 어찌된 게 프린이 하는 짓이 동물과 비슷해져버렸다.

“잠깐만 기다려봐.”

시황은 프린을 떼어내더니 어디론가 가버렸다.

“또 어디 간 거지.”

잠깐 기다려 보라고 했으니까 돌아오기는 할 텐데 어디로 갔는지 궁금증이 생기기는 했다.

“아씨…….”

풀려난 팔과 다리를 보며 기분 좋은 웃음을 히죽 짓고 있던 프린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생각을 해보면 당연히 풀려야하는 게 맞는데 풀어줬다고 좋아할 게 아니었다. 오히려 시황에 대한 적개심을 불태우고 노예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상하게 갈수록 마음이 원하는 대로 컨트롤이 되지 않았다.

방금 전도 겨우 키스 한 번 해줬다고 한순간에 화가 풀린 걸 생각하면 정말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하아…….”

그런데 방금 시황과 키스했던 걸 생각하니 다시 볼이 발그레해지고 깊은 숨이 흘러나왔다. 시황의 키스는 어떤 마력이라도 있는 건지 정말 기분이 좋기는 했다. 촉촉한 입술이 맞닿고 혀가 들어오는 걸 생각만 해도 괜히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아씨, 아니라고!”

“응? 뭐가 아니야?”

프린이 시황과의 키스를 했던 생각을 떨쳐내고 다시 시황에 대한 적의를 가지기 위해 고개를 흔들었는데 어느새 시황이 와서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아, 아니에요. 주인님. 어? 그런데 손에 든 신발은 뭐에요?”

“앞으로는 이걸로 신어. 지금 신고 있는 거랑 다르게 언제든 신고 벗을 수 있는 구두야.”

시황은 검은색의 구두를 가지고 왔다. 굽이 제법 높다는 점 말고는 디자인적으로 딱히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펌프스였지만 그 착용감은 운동화를 신는 것처럼 편안해 오래 신어도 평범한 하이힐과 다르게 발에 전혀 무리가 가지 않았다.

시황은 무릎을 꿇어 의자에 앉아있는 프린의 발에서 하이힐을 떼어냈다. 이 잠금 하이힐도 착용감이 평범한 하이힐과 비교를 거부할 정도로 편하기는 했지만 오래 신고 있어서 그런지 프린의 발이 빨갛게 변해 있었다. 시황은 왠지 안쓰러운 마음에 프린의 발에 바람을 불고 손으로 가벼운 마사지를 해주었다.

“아…….”

무릎을 꿇은 시황이 의자에 앉아 있는 자신의 발을 만지작거리자 프린은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로 하임 제국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기 위해 무릎을 꿇고 발등에 키스를 하는 상황과 너무나 똑같았다.

한국 여자가 꿈꾸는 로맨틱한 상황이 있다면 로 하임 제국의 여자들은 이런 상황을 가장 로맨틱하고 아름답다고 여겼다. 프린도 예외는 아니었기 때문에 가슴과 음부를 내보였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수줍고 부끄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걸 모르는 시황은 프린의 발등에 키스는 하지 않고 그저 힐만 신겨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응? 왜?”

“아, 아니에요. 주인님.”

프린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얼굴을 고개를 좌우로 저었지만 새빨갛게 변한 얼굴과 터질 듯 두근거리는 심장은 도저히 멈추려고 하지를 않았다. 비록 시황이 발등에 키스를 하지는 않았지만 그것과 유사한 상황이 만들어 지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저릿저릿할 정도로 짜릿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방금 전의 그 상황을 떠올리기만 해도 음부가 움찔 거리는 게 확연히 보일 정도로 프린이 흥분을 하고 있었는데, 만약 그 상황에 시황이 발등에 키스라도 했으면 이후에 어떤 전개가 되었을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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