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0 ------------------------------------------------------
케즈론 런칭
“인터뷰요?”
“네. 간단한 인터뷰 좀 가능할까요?”
시황이 묻자 기자로 보이는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런데 기자의 눈길이 유미에게 향하고 있는 걸 봐서는 시황이 아니라 유미와 인터뷰를 하고 싶어하는 듯 했다.
“어떤 인터뷰죠?”
“NBC 저녁 뉴스에 사용될 영상이구요. 간단히 오늘 날씨에 대한 감상이랑 공원을 산책한 기분 등을 말씀해 주시면 돼요.”
기자는 원하는 사항들을 몇 가지 더 알려주었다.
“알겠습니다. 아, 인터뷰는 제 옆에 있는 유미가 해도 괜찮겠죠?
시황은 잠깐 고민하기는 했지만 이 인터뷰가 득이 되면 득이 됐지 딱히 실로 다가올 거 같지는 않았다. 아니, 생각을 하면 할수록 우연찮게 횡재를 한 기분이었다. 길어야 5초가 될까 말까한 인터뷰이기는 했지만 공중파에 나올 기회자체를 잡는 게 어려웠다.
“오, 오빠 제가요? 오빠가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저희도 여자 분께서 인터뷰를 하셨으면 좋겠거든요. 괜찮으세요?”
“그, 그게…….”
활달한 유미답지 않게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공중파 뉴스의 인터뷰이다 보니 적잖이 긴장을 하고 있는 거 같았다.
“유미야 괜찮아. 내가 카메라 뒤에서 보고 있을게. 나한테 얘기하듯이 인터뷰하면 돼. 알겠지?”
“하아……. 떨린다. 알겠어요. 인터뷰 할게요.”
유미가 손을 살짝 떨며 대답하자 기자가 인터뷰를 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카메라가 유미를 찍고 기자로 보이는 사람이 마이크를 갖다 대자 사람들은 연예인 인터뷰라도 하는 건가 싶어서 한두 명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평범한 옷을 입고 길을 걸어도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아름답고 몸매가 좋은 유미였는데 시황이 심혈을 기울여 입힌 원피스 덕분에 웬만한 연예인 저리가라 할 정도의 아름다움이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오늘 공원에 오셨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카메라가 돌아가고 기자가 유미에게 간단한 질문을 한 뒤에 마이크를 갖다 대었다.
“아, 음. 날씨가 너무 화창하고 따듯해서 공원에 와봤는데 꽃들도 많이 피어있고 새싹이 돋아나는 모습을 보니까 제 마음까지 싱그러워지는 거 같아요. 헤헷.”
유미는 약간 긴장한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제법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나갔고 마지막에는 주변에서 쳐다보는 남자들의 가슴을 찌르르하게 울릴 만큼 귀여운 웃음을 지었다.
길거리에서 잠깐 하는 인터뷰인 만큼 아주 짧고도 짧은 인터뷰였다.
“인터뷰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마친 기자는 카메라를 든 남자와 함께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휴, 떨려서 죽을 뻔 했네.”
“잘하던데?”
긴장한 표정으로 가볍게 숨을 내쉬는 유미에게 다가간 시황은 감탄을 했다는 듯 말을 건넸다.
“아니에요. 오빠. 막 긴장해가지고 발음도 이상하고 표정도 굳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엄청 이상하게 찍혔을 거 같은데 걱정돼요.”
“내가 보기엔 잘 나왔을 거 같은데?”
시황은 유미에게 말을 하면서 동시에 손을 잡아 인터뷰를 한 장소를 빠져 나왔다. 사람이 많이 몰려있어 너무 북적거렸던 탓에 조금 한적한 곳으로 가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가? 이상한 거 같은데…….”
유미는 방금 한 인터뷰가 아무리 생각해도 어색하고 이상한 거 같아 시황이 괜찮다고 했음에도 계속 걱정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공중파 인터뷰라지만 긴장을 해도 너무 긴장을 했었다.
“그러면 우리 내기라도 할까?”
“내기요? 무슨 내기요?”
시황과 유미는 호수 근처에 그늘이 드리운 벤치에 앉았다.
“예쁘게 잘 나왔으면 유미가 나한테 뽀뽀해주는 내기.”
“못나왔으면요?”
“그러면 내가 유미한테 뽀뽀해주지.”
“에이, 그게 뭐에요.”
“하하.”
유미와 시황은 마치 커플처럼 장난을 치며 웃고 떠들었다.
이상한 내기이기는 했지만 시황 덕분에 유미는 그나마 방금 전 인터뷰를 털어낼 수 있었다. 다만 아까처럼 긴장하지 않기 위해 표정 연습이나 포즈 연습 같은 걸 해둬야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자신을 모델로까지 써주는데 계속 지금처럼 어색하고 긴장한 상태라면 시황도 실망할 테니까.
시황과 유미는 벤치에 앉아 잠깐 쉰 뒤에 공원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조금 더 찍었다. 그리고 점심을 먹은 뒤에 데이트를 하며 놀다가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집에 돌아갔다.
저녁 8시.
NBC의 뉴스가 시작할 시간이었다. 시황과 유미는 물론이고 찬미와 아루, 수란, 은지까지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아 TV를 봤다.
“유미, 네가 여기 나온다고?”
“응. 언니. 아까 오빠랑 공원에서 산책하고 있는데 갑자기 기자가 인터뷰 하자고 해서 엉겁결에 인터뷰했어.”
유미는 아까 전에 있었던 일을 찬미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자신이 인터뷰를 했다는 사실이 놀랍기까지 했다.
정치 뉴스부터 사건 사고 뉴스까지 한참동안 뉴스가 이어졌지만 유미가 나올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유미가 찍은 인터뷰 편집 당한 거 아니야? 예능 보면 출연자들이 편집 당할까봐 엄청 무서워하잖아.”
“진짜 편집 당했나? 에이, 좋다가 말았네. 나도 TV에 한번 나오나 했는데. 히힛.”
찬미의 말에 유미는 실망한 표정 반 후련한 표정 반이 뒤섞인 애매모호한 표정으로 가볍게 웃었다.
그런데 찬미의 말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화창한 날씨와 관련된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아까 유미에게 인터뷰를 했던 기자가 공원의 앞에서 간단하게 설명을 한 뒤에 아름다운 꽃과 공원의 풍경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풍경의 영상이 끝나자마자 유미의 얼굴이 갑작스럽게 TV에 나타났다.
“앗! 유미다!”
아루가 소리를 쳤다.
“나왔다!”
유미도 아루와 동시에 소리를 쳤다.
그냥 실물로 봐도 아름다운 유미였는데 카메라의 각도 때문인지 미묘하게 평소보다 더 여성스럽고 기품이 가득하게 보였다. 상반신만 찍고 있음에도 우아함이 넘쳐흐르는 원피스와 그 원피스를 무난하게 소화하는 유미의 아름다운 모습은 남자라면 그 누구라도 넋을 놓고 볼 정도로 매력이 가득했다.
“아, 음. 날씨가 너무 화창하고 따듯해서 공원에 와봤는데 꽃들도 많이 피어있고 새싹이 돋아나는 모습을 보니까 제 마음까지 싱그러워지는 거 같아요. 헤헷.”
아까 인터뷰했던 유미의 그 모습이 그대로 TV로 나오고 있었다.
유미는 어색하고 이상하게 촬영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TV로는 그런 어색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게 인터뷰가 나왔다. 거기다 마지막에 유미가 웃으면서 헤헷이라고 하는 부분은 뭇 남성들의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을 만큼 엄청난 귀여움이 폭발했다.
“우우, 부끄러워…….”
인터뷰는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마지막에 웃는 모습이 좀 이상하고 부끄러워 유미는 얼굴을 살짝 붉혔다. 마지막에 웃지 말 걸 하는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우리 유미 인터뷰 잘 했네. 얼굴도 예쁘게 잘 나왔고. 이대로 연예인으로 데뷔해도 되겠어.”
“우이씨, 놀리지 말라고. 부끄럽단 말이야.”
찬미는 가볍게 웃으면서 말하자 유미가 찬미의 가슴에 파묻히며 부끄러움에 붉어진 얼굴을 숨겼다.
“유미가 TV에 나오니까 신기하다. 유미야 또 언제 나와?”
“앞으로 안 나와.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는 거지만.”
아루의 물음에 고개를 살짝 돌려 말을 한 유미는 다시 찬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인터뷰는 아무리 생각해도 무난한 거 같았는데 마지막에 웃은 게 정말 에러였다. 그냥 계속 무표정하게 있을 걸이라고 유미는 끊임없이 후회를 했다.
“저 웃는 부분이 제일 좋은데? 내 문자음으로 할까?”
시황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오빠 안 된다고요. 아, 부끄러워. 전 일찍 잘래요. 내일 학교도 가야하니까요.”
유미는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버렸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예쁘고 괜찮았는데 유미에겐 너무나 부끄러운 모습으로 보인 듯 했다. 녹음한 자기 목소리를 듣는 기분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오빠, 전 유미 좀 위로해주러 갈게요.”
찬미까지 방으로 올라가자 시황은 방에 들어가 노트북으로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유미에 대한 글들을 찾았다.
일단 딱히 검색어라 할 만한 게 없었기 때문에 자주 가는 사이트들의 글을 뉴스가 시작했을 지점부터 찾아보기 시작했다.
[ㄷㄷ 방금 NBC 뉴스에 나온 미모의 여성분 보셨나요? 잠깐 인터뷰만 했는데 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 몇 초 동안 도저히 눈을 떼지를 못하겠더군요. 그리고 마지막에 헤헷이라고 웃는 모습에 완전 녹다운 당해버렸습니다.]
[저도 봤어요. 세상에 인간이 그렇게 예뻐도 되나요? 이건 뭐 김소희, 한나인 저리 가라할 정도로 예쁘더군요.]
시황이 가는 만큼 남자들이 주로 많이 다니는 사이트라 그런지 유미에 관한 얘기가 순식간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다른 사이트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남자가 많은 사이트는 유미의 얼굴과 맵시있는 몸매에 놀라 연신 글이 올라왔고 여자가 많은 사이트는 유미가 입은 원피스가 뭔지 궁금하다는 글이 제법 올라왔다.
거기다 어떻게 캡처를 했는지 벌써 유미의 인터뷰 사진까지 사이트마다 올라오기 시작했다.
실보단 득이 많을 거 같아 인터뷰를 수락한 건데 생각 외로 반응이 너무 엄청나서 도리어 시황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
이어서 시황은 수많은 갤러리들이 존재하는 디지털 카메라 사이트에 접속을 해서 반응을 살폈다. 워낙 갤러리 들이 많기는 했지만 활성화되고 사람이 많은 갤러리가 어딘지는 대충이나마 알았기 때문에 한군데씩 돌아다니며 글들을 읽었다.
[야 헤헷녀 진심 꼴리지 않냐? 와, 저런 여자랑 섹스 하면 어떤 기분일까? 넣자마자 싸버리겠지? 진짜 개부럽다 ㅅㅂ. 남친 없겠지? 제발 없어야 하는데.]
[내가 남친임.]
평소라면 이런 글에 눈팅만 하겠지만 괜히 장난을 조금 치고 싶어져서 시황은 짧은 댓글을 달았다. 거짓 따윈 하나도 없는 순수한 진실로만 가득 찬 댓글이었다.
[ㅂㅅ. 네가 헤헷녀 남친이면 난 섹파다.]
당연하지만 전혀 믿지 않았다.
시황은 가볍게 웃어넘기며 다른 글들도 살폈다.
[헤헷녀 정보 아는 사람 없냐? 저런 인재가 썩고 있어도 되는 거냐? 나라가 어찌 되려는지 ㅉㅉ]
[나 저 헤헷녀 알고 있음. 쟤 성균관대학 다니고 카페 케즈론 모델하고 있음. 카페 케즈론 사이트가면 사진 엄청 많음. 근데 놀라운 사실이 하나 있음. 그 사진하고 영상이 실물보다 못하다는 거임. 난 먼발치에서 한번 봤는데 진심 뒤에서 후광이 나는 거 같더라.]
“아!”
순간 머리에서 번개가 번쩍이는 듯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지금이야 말로 진상 블로거의 영상을 올릴 최고의 기회였다.
시황은 사람들이 카페 케즈론에 몰려들기 전에 아까 전에 편집해 둔 진상 블로거 영상을 사이트에 올렸다. 언제 올릴지 타이밍만 보고 있었는데 이보다 더 적절한 타이밍이 없었다.
공지사항에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동영상을 첨부했다. 최대한 정중하게 글을 쓰기는 했지만 불매운동에 관해서는 유감이라는 식으로 표현했다.
시황이 쓴 이 글을 본다면 누가 봐도 불매운동을 하고 있는 진상블로거가 잘못했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사람들이 몰려들어 사이트가 느려지기 전에 공지사항을 올릴 수 있었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됐다. 어차피 결과야 뻔했지만 말이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