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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즈론 런칭
얼마 지나지 않아 카페 케즈론의 문이 열렸다. 그러자 미리 줄을 서있던 남자들이 빠른 걸음으로 카페 케즈론 안에 들어가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유미가 있는지 확인을 해봤지만 아직까지 준비가 덜 됐는지 유미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몇몇의 남자들이 커피를 주문하자 아까 스마트폰으로 카페에서 어떻게 주문하는지를 찾아본 두 남자의 차례가 되었다.
“어떤 걸로 주문하시겠어요?”
은지가 상큼하게 웃으며 주문을 받자 남자들이 흠칫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유미를 보러 온 거였는데 의외로 카운터에서 주문을 받는 알바생이 너무 예뻤던 것이다. 예쁘고 단정한 유니폼으로도 느껴지는 상당한 몸매와 귀여운 얼굴 때문에 두 남자는 은지와 제대로 눈을 마주치지도 못했다.
“그, 저……. 음, 에, 에스프레소 2개 주세요.”
“에스프레소 2개 주문 받았습니다. 더 필요하신 건 없으세요?”
“아, 네. 없어요.”
“이거 가지고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약간 말을 더듬기는 했지만 무사히 주문을 마친 남자는 은지가 주는 진동벨을 들고 중간쯤에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엄청 긴장했네. 야, 여기는 알바생도 엄청 예쁘지 않냐?”
“그러게. 소문에는 여기 카페 사장이 엄청난 제복 페티시라고 하더라고. 예쁜 알바생들한테 귀여운 유니폼을 입히고 싶어서 카페를 차렸다는 말도 있던데?”
“진짜냐? 개부럽네. 진짜 돈 있으면 못하는 게 없구만. 근데 나 같으면 그 돈으로 메이드 카페를 차렸겠다. 아까 그 알바생이 메이드 복 입으면 엄청 잘 어울릴 거 같던데.”
“오, 그럴 거 같네. 근데 난 여기 유니폼도 예뻐서 꼭 메이드 복이 아니라도 상관없어. 그냥 여기 유니폼으로도 만족한달까? 여친이 저렇게 예쁜 유니폼 입으면 휴……. 상상만 해도 난리 나네.”
남자 둘이서 이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는 얘기를 나누고 있자 얼마 지나지 않아 진동벨이 울렸다.
남자 한명이 일어나서 약간 어색한 표정으로 커피를 받아왔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쟁반 위에 조신하게 올라와 있는 아주 조그만 커피잔을 보고 당혹스러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야, 커피가 원래 이렇게 작냐?”
“모르겠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 평범하게 받았는데? 혹시 뭔가 착각한 건가? 물어볼까?”
“됐어. 그냥 먹어보자. 원래 작은 건가 보지. 향은 좋네.”
남자 한명이 조그만 에스프레소 잔을 들고 조심스레 마셨다. 작은 에스프레소 잔에 얼마 들지 않은 커피가 남자의 입안에 들어가는 순간, 표정이 단번에 일그러졌다.
“웩. 젠장. 개쓰다.”
“우웩, 진짜 쓰네. 와, 세상에 카페에 와서 약 먹는 기분이네. 암만 봐도 뭘 잘못 준거 같은데. 알바생이 아무리 예뻐도 가서 따져야 하는 거 아냐?”
“잠만 기다려봐. 괜히 물었다 우리가 착각한 거면 부끄럽잖아. 내가 검색 좀 해볼게.”
에스프레소가 뭔지 잘 몰랐던 두 남자는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고야 에스프레소가 뭔지 깨닫고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좀 더 제대로 알아보고 주문을 했어야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 대충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름을 가지고 주문한 게 화근이었다.
에스프레소는 원두가루를 고압으로 추출한 커피로 맛과 향이 진해 보통의 사람은 한약처럼 너무나 쓴 맛 때문에 잘 마시지 못한다. 하지만 가격이 싸고 이름이 익숙해서 처음 카페에 왔다가 아무것도 모르고 주문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두 남자가 한참 쓴맛으로 끙끙 거리고 있을 때 카페 케즈론의 유니폼을 제대로 차려입은 유미가 등장했다.
케즈론 브랜드를 런칭하는데 앞서 유미의 인지도를 올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시황은 약간의 이벤트를 하기로 한 것이다.
이벤트의 내용은 유미가 하루 동안 카페 케즈론의 아르바이트생이 되는 거였다. 하지만 단순히 알바하는 것만으로 이벤트라 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찾아오는 팬들이 유미의 사진을 찍어 홈페이지의 게시판에 올려주면 소정의 상품을 주기로 했다.
나름 이 이벤트가 여기저기 퍼졌는지 시황의 기대보다 더 많은 남자들이 거대한 카메라를 들고 카페 케즈론을 찾아왔다. 그런데 소정의 상품보다는 유미에게 더 관심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마도 단순히 걸그룹이라든가 무명의 연예인이었다면 너무나 흔하고 지겨워서 이렇게 인기를 끌지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유미는 나름 희소한 느낌이 있는 캐릭터였다. 연예인만큼 예쁘고 모델 같은 몸매의 여자애지만 정작 연예인도 모델도 아니었다. 일반인이지만 연예인만큼 예쁜 여자애가 남자의 로망을 자극하는 유니폼을 입고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단순히 예쁜 연예인이라는 것과 비교도 안 되는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이건 지나가다 무명의 연예인이 춤추고 노래를 해도 큰 관심이 안 생기는 반면 우연찮게 온 카페의 알바가 예쁘면 관심이 가는 것과 비슷한 효과였다.
유미도 딱히 자신이 인기인이라든가 유명인이라는 생각을 하나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카페 일을 열심히 도와주었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줄을 서 있어 다들 너무 바쁜 탓에 유미가 할 일도 제법 있었다.
이전에 이미 카페 케즈론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력이 있었기 때문에 유미는 어색함 하나 없이 자연스럽게 카페 일을 도와줄 수 있었다. 이러니까 인기 좀 끌어보려고 무명의 연예인이 어설픈 카페 알바 코스프레를 하는 게 아니라 연예인과 전혀 상관없는 카페 알바가 단지 연예인처럼 예쁘고 모델처럼 몸매가 좋다는 느낌이었다.
시황은 구석진 테이블에 앉아서 유미의 사진을 연신 찍어대는 남자들의 반응을 살폈다.
보통은 별다른 말도 못 붙이고 사진만 찍었는데 간혹 유미와 사진을 찍어 달라는 사람들이 있었다.
“저기, 사진 좀 같이 찍어도 될까요?”
“네? 사진이요? 아, 알겠어요. 이런 거 처음이라서 좀 부끄럽네요.”
유미는 주변에서 자신의 사진을 찍고 같이 사진을 찍어달라는 사람들을 보며 부끄러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자신의 사진이라고는 카페 케즈론 홈페이지밖에 안 올렸는데 어디서 이런 사람들이 왔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유미는 살짝 어색하게 웃으며 남자와 사진을 찍어 주었다. 시황과는 알몸으로 같이 있어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은데 겨우 사진을 찍는 건 너무 부끄럽고 어색해 견디기가 힘들 정도였다.
“카페 케즈론 앞으로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감사합니다.”
마무리로 카페 케즈론의 홍보를 하고 유미는 다시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일을 도와주었다.
그렇게 많은 남자들이 찾아온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약간의 팬이 생겼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긍정적이었다.
케즈론 브랜드의 옷이나 화장품이 전부 여성용이기는 했지만 여성들의 워너비가 된다는 건 매우 힘든 일이었다. 그래도 차근차근 인지도를 쌓고 유명해져야 패션 브랜드인 케즈론도 탄력을 받을 텐데……. 아무래도 남자들보단 여자들이 끌릴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아무런 인지도도 인기도 없는 상태라 인지도부터 올리는 게 먼저이기는 했다.
하루 종일 일을 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점심쯤 돼서 유미 아르바이트 이벤트를 종료했다. 유미는 좀 더 도와주고 싶다고 하기는 했지만 일을 하는 건 하나도 중요치 않았고, 이후의 일정이 훨씬 더 중요했다.
이벤트가 종료되고 유미가 옷을 갈아입으러 사라지자 유미를 보러 왔던 남자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떠났다. 애초에 커피 맛 같은 거엔 전혀 관심 없이 그저 유미만 보러 왔기 때문에 유미가 없으면 카페에 있을 이유도 없었다.
이윽고 유미를 보러왔던 모든 남자 손님이 떠나고 카페는 평소처럼 여자와 커플들로 가득 찼다.
시황이 건네준 옷으로 갈아입은 유미가 탈의실에서 나왔다. 저번에 유진아에게 준 것과 비슷한 옷으로 투알 화산지대에 있는 거대 용암 누에에서 뽑은 극상으로 실로 만든 원피스였다.
편안한 착용감도 착용감이었지만 흔한 재질이 오는 평범한 디자인이 아니라 여성의 아름다움을 한껏 끌어올려주는 고급스러운 재질과 우아하고 화사한 디자인은 아까 전 유니폼을 입은 유미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짙게 풍기고 있었다.
마치 화보를 찍으러 나온 연예인과 비슷한 느낌이라 카페에 있던 여자들은 신기한 눈으로 유미를 힐끔 쳐다보기다가 너무나도 아름다운 옷에 쉽사리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언니 죄송해요. 더 도와드리고 싶은데 오빠가 가봐야 한다고 해서요.”
“괜찮아. 유미야. 넌 원래 여기 일하지도 않는데 도와 준 걸로도 고마워.”
떠나기 전에 유미가 은지에게 미안한 듯 말했다.
유미가 나오길 기다리며 문 옆에 서있던 시황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물어뜯고 싸우던 게 엊그제 같은데 갑자기 저렇게 친하게 구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앞으로도 종종 와서 도와드릴게요. 오빠가 재워주고 먹여주고 하는데 일이라도 안 도와주면 제가 미안하니까요.”
“응. 고마워. 오빠 기다리니까 빨리 가봐.”
“네. 언니. 나중에 봐요.”
이제 철이 조금 들었는지 은지에게 인사를 한 유미는 문가에 기다리고 있는 시황에게로 갔다. 그리고 시황과 같이 카페를 나가 주차장에 세워둔 차를 탔다.
“갑자기 은지랑 친해진 거 같다?”
시황이 시동을 걸며 말했다.
“그런가? 전 똑같은 거 같은데요.”
“그게 똑같아? 뭐 잘 지내면 나야 좋지. 그건 됐고 이제 슬슬 가볼까?”
“어디로요?”
“일단 밥 먹고 그냥 경치 좋은 곳 돌아다니면서 유미 사진이나 찍게.”
크게 별다른 건 아니었고 앞으로 카페 케즈론 사이트에 꾸준히 유미 사진을 업데이트할 생각이었다. 요즘 모 아이돌이 블로그 활동을 열심히 하며 인터넷에서 나름 이슈화가 되어 인기를 끄는 것처럼 유미도 그렇게 사진을 지속적으로 올리면서 나름의 이슈화를 시키고 싶었다.
“아, 옛날처럼요? 그러고 보니 그때도 오빠랑 돌아다니면서 여기저기 사진 찍었었는데. 그게 벌써 1년 전쯤 됐네요.”
“그러게. 벌써 그렇게 됐나?”
시황은 미리 생각해둔 목적지로 차를 운전했다.
유미는 약간 멍한 표정으로 시황과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언니인 찬미 덕분에 시황과 만나서 자신의 인생이 완벽하게 변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시황이 아니었다면 여드름 때문에 여전히 크나큰 콤플렉스를 가지고 살았을 게 분명했다.
운전을 하는 시황을 바라봤다. 순수하면서도 멋진 얼굴과 아름다운 몸매도 매력적이었지만 유미는 그보다 시황의 순수한 마음씨를 사랑했다. 자신과 언니를 위해 헌신하는 그 마음시는 보통의 남자라면 절대로 가질 수 없는 시황만의 매력이었다.
시황을 보는 것만으로도 괜히 가슴이 아릿해 유미는 시황의 팔을 괜히 만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황은 봄 냄새가 가득한 공원에 도착했다. 4월 중순을 넘긴 시점이라 이미 벚꽃은 다 졌지만 이제 피어나기 시작하는 꽃과 푸른 녹음은 벚꽃처럼 화려하진 않더라도 충분히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화창한 봄 날씨에 차에서 내린 시황은 유미와 길을 걸으며 사진을 가지고 온 사진기로 끊임없어 셔터를 눌렀다.
아름다운 꽃 옆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중력에 역행하는 분수의 옆에 서서 귀여운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직기도 했다.
사진 상으로는 유미의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표현할 수는 없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굉장히 아름다운 사진들이 메모리 카드에 끊임없이 저장되고 있었다.
경치가 아름답기는 했지만 흔하고도 평범한 공원에 유미는 마치 여신이 강림한 듯한 느낌을 갖게 만들었다.
용암 누에에게서 뽑은 극상의 실로 만든 원피스는 유미의 몸매를 감각적으로 표현하고 아름다운 다리를 더욱 부각시켜 평범한 공원과 마치 동떨어진 세계의 사람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단순히 평범한 옷을 입었다면 이런 느낌까지 나지는 않았겠지만 용암 누에에게서 뽑은 실로 만든 원피스는 그 재질과 우아함이 평범한 실로 만든 옷들과 차원을 달리했다.
주변에 지나다니는 여자들은 물론이고 커플들까지 유미가 지나갈 때마다 신기한 눈으로 고개를 돌려 쳐다봤고 몇몇의 남자는 유미의 사진을 갖고 싶어 폰으로 연신 찍기도 했다.
“오빠 오늘 경치 너무 좋아요.”
“응. 그러게.”
유미가 활짝 웃으며 시황에게 팔짱을 끼자 주변에서 갑자기 탄식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시황과 유미의 사이가 단순한 일적인 사이만은 아닌 걸 느끼자 괜히 실망감을 느꼈던 타이다.
“저기 잠깐만요. 인터뷰 좀 할 수 있을까요?”
따스한 봄날씨를 즐기며 한창 시황과 유미가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기자로 보이는 사람이 말을 걸었다. 시황이 뭔가해서 주변을 살펴보니 그 기자의 옆에는 NBC라고 써진 카메라를 든 사람도 있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