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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302화 (30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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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즈론 런칭

구속구를 다 챙긴 시황은 방을 다시 서재로 돌린 뒤에 프린을 들고 치료실로 갔다.

큼지막한 공간에는 마치 목욕탕처럼 다수의 탕들이 존재했다. 이런 곳에서 치료가 될까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별 게 없었다.

“어떻게 하는 거야? 그냥 탕에 넣기만 하면 돼?”

“네. 탕에 넣으면 외상은 물론이고 내상까지 자연적으로 치유돼요. 사람이 가진 치유력 자체를 증가시켜 주는 탕이거든요. 간단한 감기 같은 것도 잘 낫게 해주니까 한 번씩 사용하셔도 좋아요.”

“그래? 암 같은 거나 아토피 같이 일반적으로 낫지 않는 병에도 효과가 있어?”

“그런 병에게는 큰 효과가 없어요. 내, 외부적인 상처를 치유가 주된 목적이거든요.”

“그렇구나.”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물었지만 역시나였다. 큰 기대를 안 했기 때문에 별다른 실망도 없었다. 그리고 만약 이 탕으로 암 치료가 된다고 해도 이걸 쓸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단순히 비싸게 파는 옷과 다르게 암의 치료라는 건 세계가 가진 주목도 자체가 달랐다. 괜히 잘못해서 이런 능력을 내보였다가 수습할 능력이 안 되면 큰 곤란을 겪을 게 분명했다.

“일단 집어넣을 준비부터 해볼까.”

시황은 먼저 프린의 옷을 찢어서 전부 벗겨버렸다. 이미 하녀복이 잔뜩 찢어져있었기 때문에 괜히 벗긴다고 고생할 바에야 그냥 찢어버리는 게 편했다.

프로필대로 민첩하고 얇은 몸매에 믿기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가슴이 달려있었다. 제법 귀여운 얼굴에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큰 가슴은 보통 때라면 상당한 매력으로 나타났겠지만 프린이라는 여자애에게 느끼는 분노한 감정과 꼬질꼬질한 모습은 아무리 알몸이라도 그냥 더럽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아까 가지고 온 구속구를 프린의 손과 다리에 채웠다. 이걸로 약간은 안심이 되었다.

공자갈은 지금 물리긴 좀 그렇고 나중에 정신을 차리면 물릴 생각이었다.

“이 탕도 더러운 거 자동으로 정화되지?”

“네. 자동적으로 정화되니 편하신 대로 사용하셔도 괜찮아요.”

콘즈의 확답을 받고 시황은 프린을 치유탕에 집어넣었다. 대충 던져놓고 싶었지만 그랬다가 입과 코에 물에 잠기면 숨이 막혀 죽을 수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을 해서 목까지만 물에 잠기게 했다.

“머리까지 물에 집어넣으셔도 숨 쉬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아, 그래? 신기하네?”

시황은 바로 옆에 있는 탕에 가서 얼굴을 집어넣고 조심스레 호흡을 했다. 콘즈의 말대로 정말 호흡이 된다. 그런데 이 탕은 산소가 가득한 물이 폐에 들어차 호흡이 가능한 게 아니라 숨을 쉬면 물에 녹아있는 산소만 코와 입으로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자세한 구조나 방식은 모르겠지만 드래곤이 만든 성답게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대단한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안전성을 확인했기 때문에 시황은 프린을 아예 탕 속에 집어넣어버렸다. 신기하게 침전된 돌멩이처럼 프린은 바닥에 완전히 가라앉아있었다.

“나중에 프린이 깨어나면 좀 가르쳐줘.”

“알겠습니다.”

시황은 치유실을 나와서 연공실로 갔다.

프린이 깨어날 때까지 마기를 모을 생각이었다. 거대 용암 누에를 잡기도 해야 하고 루나스의 파편을 쓰려면 60년 이상의 마기가 필요했기 때문에 부지런히 수련을 할 필요성이 있었다.

연공실에 있는 검은색의 평평한 돌에 앉은 시황은 아공간에서 소환단을 하나 꺼냈다. 한 번에 3개를 다 먹긴 무리고 하나씩 섭취하며 안전적으로 마기를 늘리고 싶었다. 괜히 무리하다가 위험에 처하고 싶지 않다고나 할까?

목함을 열자 알싸한 약초향이 짙게 퍼졌다. 마치 오래된 책에서 나는 냄새처럼 좋은 향기는 아닌데 묘하게 괜찮은 기분이 드는 향기였다.

소환단을 가볍게 입에 털어 넣어 잘근잘근 씹어서 삼키자 이내 가슴 속에서 뜨거운 열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시황은 바로 눈을 감아 소환단에서 퍼져 나오는 기운을 마기로 바꾸기 시작했다. 엉덩이가 뜨끈해지는 검은색의 돌은 영약에서 나오는 기운의 흡수율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다 시황의 음양합일공의 성취가 전과 다르게 대단히 높아진 상태라 수월하게 마기로 바꿀 수 있었다.

이미 이전에 혈도가 넓은 대로 마냥 뻥뻥 뚫려져 있는 상태라 아무런 어려움 없이 소환단이 가진 10년분의 마기 중 7년이 조금 넘는 양을 얻을 수 있었다.

시황은 잠깐의 노력으로 다른 사람의 7년 치 수련에 해당하는 마기를 얻어버린 것이다. 세상은 이렇게 비합리적이었다.

“후우…….”

가볍게 숨을 내쉬며 시황은 눈을 떴다. 7년분이나 되는 양의 마기가 늘어나자 하단전이 묵직해지는 느낌이었다.

잠깐 고민하던 시황은 이어서 소환단을 하나 더 먹어서 다시 7년의 마기를 만들었다. 현실에서 게임 현질하는 것도 아니고 하루하루 열심히 내공을 모으는 사람이 보면 피가 거꾸로 솟을 만큼 시황은 간단하게 14년 치의 마기를 모았다.

방금 소환단 2개로 50년에 가까운 마기가 되었고 이제 10년 치의 마기만 더 모으면 루나스의 파편을 사용할 수 있었다.

“시황 님.”

“어?”

시황이 눈을 뜨자 콘즈가 불렀다.

“데리고 오셨던 여자 분이 정신을 차렸어요.”

“아, 그래? 고마워.”

시황은 왼손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10시 30분.

분명 새벽 3시쯤인가부터 마기를 모으기 시작했는데 순식간에 7시간이나 지나갔다.

“읏차!”

검은 돌에서 내려온 시황은 치유실로 걸음을 옮겼다.

“풀라고! 이거 풀라고 시발!”

언제 깨어났는지 프린은 구속된 손과 다리를 탕에서 휘두르며 거칠게 소리쳤다.

“여전히 입이 더럽구만.”

“이 좆만한 새끼 너 잘 만났다. 네가 감히 나를 이렇게 묶어뒀어?”

시황을 발견하자마자 프린은 알몸인 걸 신경조차 쓰지 않고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욕탕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근력이 상당히 떨어져서 그런지 금방 다시 쓰러지고 말았다.

“개새끼. 그 갈보년이랑 너를 칼로 쑤신 다음에 최대한 고통스럽……. 읍읍!”

가만히 놔두면 안 될 거 같아 시황은 아공간에서 공자갈을 꺼내 입에 물렸다.

“이제 좀 낫네.”

“으읍! 읍! 읍!”

프린의 손발이 구속된 걸로도 모질라 알몸인 상태로 공자갈을 물고 있으니 마치 AV라도 지금 찍고 있나라는 착각이 들 정도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AV에서처럼 프린이 야릇한 눈빛을 보내는 게 아니라 당장이라도 찢어죽일 듯 노려보고 있었다.

“콘즈야, 프린은 다 나은 거야?”

“네. 시황 님. 제법 심한 내상이 있었지만 7시간동안 치유가 돼서 전부 다 나았어요.”

“그러면 이런 버릇없는 애 가두는 독방 같은 곳 없어?”

“있어요. 죄수들을 가두는 독방인데 안에 넣으면 밖에서 나는 소리가 전혀 안 들리는 건 물론이고 그 어떠한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아요. 그리고 영양분 자체가 공기 중에 분포되어 있어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죽지 않을 정도로 생명이 유지되고 소변이나 대변 같은 생리작용도 일으키지 않게 만들어 줘요. 대신 제법 허기는 지지만요.”

“대, 대단한데? 빛은 들어와?”

“아니요. 밝지도 않고 어둡지도 않게 독방의 밝기가 유지되기 때문에 안에 들어가 있으면 시간이 흐르는지 느낄 수조차 없어요. 웬만한 정신력을 가지지 않으면 잠시 들어가 있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피폐해지니 잘 컨트롤 해줘야 돼요.”

마음에 드는 독방이었다. 일단 이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프린을 고분고분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잠시 독방에 넣어두기로 했다.

지금 무리하게 대화를 시도해봤자 의미도 없는 일이고 짜증도 좀 난 상태였기 때문에 대화는 고분고분해진 다음에 하기로 결정했다.

“그리로 안내 좀 해줘.”

“네. 시황 님.”

시황은 아직도 물에서 허우적거리는 프린을 집어 들었다.

“읍! 으읍! 읍!”

프린은 욕으로 추정되는 말을 하며 몸을 강하게 비틀었다. 하지만 근력자체가 상당히 줄어든 상태라 시황이 팔에 힘을 가볍게 주는 것만으로도 움직임의 대부분을 봉쇄할 수 있었다.

시황은 콘즈의 뒤를 따라가서 안내해준 독방에 바로 프린을 집어넣었다.

독방 자체는 그다지 넓은 공간이 아니었는데 신기하게도 방의 끝이라는 벽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무한히 하얀 공간이 끝없이 퍼져있는 느낌이었다.

“네가 반성할 때까지 여기서 안 내보내 줄 테니까 그런 줄 알아. 아, 그리고 너의 더러운 마음을 정화시켜 줄 음악도 좀 필요하겠지. 잠깐 기다려봐.”

“읍! 읍!”

무언가를 외치는 프린을 무시하고 시황은 독방의 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바로 문을 소환해서 아루와 수란이 있는 방으로 건너갔다.

벌써 아침이라 방에는 아루도 수란도 없었다.

거실에 가자 수란에게 기대어 TV를 보고 있던 아루가 시황의 기척을 바로 느끼고는 바로 달려들어 안겼다. 적당히 아루를 쓰다듬어준 뒤에 시황의 자신의 방에서 옛날에 쓰던 구형 MP3를 찾았다. 그리고 음악 사이트에서 반야심경을 다운받아 MP3에 집어넣고는 다시 케즈론의 성으로 갔다.

“읍!”

독방의 문을 열자 프린이 아까전과 다르게 상당히 고분고분해진 눈빛으로 살려달라는 듯 시황을 바라봤다.

“그래봐야 연기인 거 다 아니까 소용없어.”

아까 수란에게 했던 연기를 봤기 때문에 시황은 가볍게 무시하고 MP3에 반야심경을 반복 재생시킨 다음, 이어폰을 프린의 귀에 꽂아주었다.

“마음이 좀 정화되면 찾아오도록 할게.”

“읍! 읍!”

독방의 문을 닫자 안에 프린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해졌다. 그래도 안에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것과 다르게 밖에서는 중간에 있는 유리를 통해 내부의 상황이 어떤지 손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쯤 했으니 프린에 대한 건 좀 더 있다가 생각하기로 했다. 저 독기가 빠지려면 시간이 제법 걸릴 테니 말이다.

“학교나 갔다 와야지.”

수업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시황은 다시 방으로 건너와 바로 샤워를 하고 학교를 갔다.

수란이 갖다 준 검법서를 당장이라도 보고 싶어 오늘 하루를 쉴까 했지만 이런 나태한 마음으로 한번 안 가면 계속 안 가게 된다는 사실을 시황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가슴에서 생겨나는 욕망을 참으며 수업을 다 듣고 오후 늦게 되어서야 겨우겨우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시황은 케즈론의 성으로 건너간 뒤에 서재에 있는 푹식한 의자에 앉아 검법서를 읽기 시작했다.

초반에 나오는 검법에 대한 역사는 가볍게 넘기고 검법 수련에 대한 글부터 제대로 읽기 시작했다.

[…… 갓 검법에 입문한 기사들은 검기만 쓸 줄 알면 지고지순한 경지에 도달해 그 어떤 적수가 없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 엄청난 착각이다. 검기라는 건 인간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절삭력이나 파괴력을 가지게 해주는 건 맞지만 그러한 힘을 가진다고 해서 꼭 강하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검기를 쓰는 위대한 검사치고 지고지순한 경지에 도달하지 않은 이는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굵은 땀을 흘리고 수없이 많은 훈련과 연습을 거치지 않는다면 검기를 발현할 능력을 가질 수도 없기 때문이다. 즉, 검기를 발현할 수 있는 있는 위대한 검사들은 그만큼 혹독한 훈련을 거쳤기 때문에 위대해질 수 있는 거였다.]

그러니까, 결국 이 검법서에서 말하는 건 훈련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라 따분할 정도이긴 하지만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보다 검기라는 단어에 좀 더 흥미가 갔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절삭력과 파괴력.

혹시 검기에 대한 등급이나 검강 같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그런 설정이 있나 싶어 책을 뒤적뒤적거렸지만 그런 건 없는 거 같았다. 오히려 우연찮게 검기를 어떻게 발현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찾을 수 있었다.

“한번 해볼까?”

순간적으로 흥미가 동한 시황은 바로 무기고로 가서 책에 나와 있는 검과 유사한 형태의 검을 찾았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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