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299화 (299/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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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즈론 런칭

“콘즈야.”

“네. 시황 님.”

서재에 앉은 시황이 부르자 콘즈가 나타나며 대답했다.

“투알 화산지대에 있는 거대 용암 누에에서 나오는 실, 이 성에 있어?”

“아니요. 그건 로 하임 행성에 가셔서 직접 구하셔야 돼요.”

“직접 가야 하는구나.”

역시 생각한 대로 가볍게 되지는 않았다. 시황은 살짝 실망한 표정을 지었는데 로 하임 행성이라는 단어가 상당히 낯이 익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 하임 행성?”

“네. 시황 님께서 4레벨이 되면서 생긴 워프 게이트이기도 하고 세란 라논 톨레이만 공주님이 살던 행성이기도 해요.”

“아! 그렇구나. 그러면 좀 간단해지겠구나. 난 잠시 갔다 올게.”

“네.”

시황은 바로 집으로 돌아간 뒤에 수란이 있는 방으로 갔다. 그렇게 늦은 시간은 아니었기 때문에 수란은 아직 자고 있지 않을 게 분명했다.

“오빠다…….”

시황이 아루와 수란이 머무는 방에 들어가자 만화책을 뒤집어쓴 채로 침대에서 졸고 있던 아루가 멍한 눈으로 시황에게 다가와 안기더니 다시 꾸벅꾸벅 졸았다.

“잠깐 얘기 좀 할래?”

침대에 아루를 눕히고 자신의 무릎에 얼굴을 시황은 만화를 그리고 있는 수란에게 말을 걸었다.

“또 여자 문제인가요?”

“아니. 여자 문제는 아니고 다른 문제야.”

“알겠어요.”

책상에서 일어난 수란이 시황의 맞은편에 앉았다. 얇은 옷차림에 브래지어를 하지 않아 유륜의 흔적이 얼핏 보이는데다 티에 유두의 흔적이 도드라져 보였다.

대놓고 그냥 가슴을 보는 것도 좋았지만 저렇게 은근한 노출도 시황은 상당히 마음에 들어 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부분이 좋다고나 할까? 그래서 과거엔 은꼴사라는 폴더를 만들어 과하지 않은 노출 사진을 모은 적도 있었다.

“혹시 투알 화산지대에 있는 거대 용암 누에에 대해서 알고 있어.”

“거대 용암 누에요?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시는 거죠?”

정말 뜬금없는 시황의 물음에 수란은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설마 시황에게서 로 하임 행성에 대해 묻는 말이 나올지 몰랐다.

“옷을 만들어서 팔아야 하는데 일반 실로 만들긴 좀 그래서 거대 용암 누에에서 나오는 실로 만들까 생각 중이거든. 그 실로 만든 옷을 보니까 상당히 예쁘더라고.”

“아아……. 그렇군요. 로 하임 행성에서도 몇몇 고가의 옷들은 거대 용암 누에에서 나오는 실을 이용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그런데 투알 화산 지대에 가는 것부터가 위험하고 거대 용암 누에가 내뿜는 실에 잘못 걸리면 숨조차 쉬지 못하고 죽는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은 있어요.”

“많이 센가? 지금 내 수준으로는 무리일까?”

“저야 그런 몬스터들을 만날 일이 없었으니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군요.”

“그래? 흠…….”

수란의 말에 시황은 고민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거대 용암 누에라는 이름만 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셀 거 같지는 않았다. 누에가 공격을 해봐야 얼마나 할 테고 거대해봐야 얼마나 거대하겠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추측만 가지고 투알 화산 지대를 가기엔 좀 걱정이 많이 되었다. 화산지대같은 건 게임으로 치자면 고레벨의 사냥터 같은 느낌이 풍겼기 때문에 다른 강한 몬스터들이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러면 제가 성에 가서 거대 용암 누에의 실을 구해오라고 명령할까요?”

“그래도 돼?”

수란의 제안에 시황은 정말인가 싶어 되물었다. 좀 어려울 거라 생각했던 문제가 술술 풀려가는 거 같아 상당히 기분이 좋아졌다.

“병사들이 좀 많이 죽긴 하겠지만 구해 올 수는 있을 거예요.”

“그, 그러면 됐어. 아무리 그래도 병사들이 죽으면 절대 안 되지.”

여기서 옷 좀 만들어 팔려고 병사들을 사지를 내모는 일 따위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무리 다른 행성에 사는 존재이지만 그들의 목숨의 목숨도 하나인데 어떻게 가볍게 여기겠는가?

이럴 바에는 아직 케즈론 브랜드 런칭까지 시간이 조금 남은 편이니 직접 강해진 뒤에 구해오는 게 낫겠다 싶었다.

아직 안 먹은 소환단이 3개나 있었고 옛날에 마신 공청석유의 모든 내공을 이끌어내지도 못한 상태였다. 처음 공청석유를 먹었을 때 대략 20년의 내공을 얻었고 나머지 40년의 내공은 전신 세맥에 흩어져있었는데, 아직까지 40년의 내공 중에서 10년 정도밖에 끌어내지 못한 상태였다.

단순히 산술적으로만 따진다면 소환단 3개를 먹고 세맥에 잠들어 있는 내공을 다 모은다면 총 90년 정도의 내공이 되는데 이정도면 어느 정도 강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혹시 괜찮은 검술 서적 같은 거 없어? 내가 가지고 있는 건 권법하고 관련된 거뿐이라서.”

몬스터하고 싸울 때는 아무래도 그냥 주먹질 보단 검 같은 도구를 쓰는 게 나을 거 같았다. 지구에서야 주먹질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몬스터를 상대하는데 무슨 일이 생길지 알고 주먹질만 하겠는가? 안전한 게 최고였다.

“성에 있는 창고에 많았던 거 같은데……. 일단 가봐야 알 거 같아요.”

“그러면 좀 부탁할게. 아! 그리고 혹시 거대 용암 누에의 실을 돈으로 살 수 있으면 내가 보석 줄 테니까 좀 사줄 수 있어?”

“검술 서적은 가능한데 거대 용암 누에의 실은 못 구할 확률이 높아요. 옷 만들 때나 그 실을 쓰는데 그렇다고 자주 쓰는 게 아니다 보니 수요가 전혀 없거든요. 아마 거의 못 구한다보시면 돼요.”

“그러면 어쩔 수 없고. 검술 서적 가지러는 언제 갈래?”

“지금 갔다가 오죠. 안내해주세요.”

“응. 알았어. 고마워. 나중에 내가 꼭 보답해 줄게.”

“괜찮아요. 어차피 제가 여기 온 것도 시황 오빠 도와주러 온 거니까요.”

의외로 쿨하게 대답한 수란은 옷장에서 겉옷을 하나 걸치고는 빨리 가자고 눈짓을 했다.

시황은 아루가 깨지 않게 무릎에서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수란과 함께 바로 케즈론의 성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콘즈의 안내에 따라 워프게이트가 있는 곳으로 가서 로 하임 제국으로 건너갔다.

머리가 어질하지도,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도 않았지만 순식간에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어두컴컴하고 눅눅한 냄새가 나는 어떠한 공간에 들어왔다라는 걸 바로 인지했다. 덕분에 딱히 주변을 두리번거리지 않더라도 로 하임 제국의 어딘가에 왔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행성간 이동인데 엄청 간단하단 말이지. 시공간을 압축이라도 한 걸까? 전에 흥미로운 다큐를 봤는데 이런 워프 같은 건 시공간을 왜곡시킨 뒤에 이렇게 맞닿게 해가지고 단번에 건너뛰게 한다는 거 같았거든. 그런 원리일까?”

“시공간? 그게 뭔지 모르겠네요. 드래곤의 능력은 전지전능한 신과 닿아있으니 이런 일도 가볍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희 로 하임 제국은 드래곤을 신처럼 받들기도 하니까요.”

“뭐, 그래. 신처럼 대단한 능력이 있으니까 행성에다 성도 만들고 그러겠지. 그냥 궁금했을 뿐이야.”

새삼 드래곤이라는 존재의 능력에 감탄해서 워프 게이트의 원리를 혹시나 하고 수란에게 물어봤는데 수란은 시공간이라는 개념자체도 없는 듯 했다. 거기다 이런 과학과 관련된 건 여자에게 말해봐야 아무런 흥미도 못 느낄 주제라 보통은 절대 꺼내지 않는데 혹시 수란이라면이라는 생각에 말을 해본 거뿐이었다. 다만, 수란도 결국 여자인지라 그런 부분에 대해선 아무런 흥미가 없어보였지만 말이다.

“그건 그렇고. 여긴 어디지? 엄청 어둡네. 앞이 하나도 안 보여.”

빛조차 들어오지 않은 칠흑의 어둠이었기 때문에 시황은 주변을 더듬더듬거리면서 뭔가가 있는지 손으로 확인했다.

물컹.

“응? 뭐지? 이 거대하면서 엄청나게 말랑말랑하고 도저히 손을 떼기 싫을 정도로 기분 좋은 감촉은?”

“……거긴 제 가슴입니다.”

“아, 미안. 아루 가슴처럼 매일 A컵만 만지다 보니까 C컵은 이렇게 큰지 잘 몰랐어.”

시황은 멋쩍게 웃으며 수란의 가슴에서 손을 떼어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주변을 더듬다가 정말 우연히 만진 것뿐이었다. 물론 만지자마자 그게 수란의 가슴이라는 건 바로 알았지만.

“휴, 일단 제가 빛을 만들게요.”

“고마워.”

수란이 가볍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머리 위에 불빛이 생겨났다. 상당히 강렬한 빛이라 전등을 켠 것처럼 순식간에 환하게 주변이 밝아졌다.

“눅눅한 냄새가 나서 짐작은 했지만 어떤 건물의 지하 같네.”

시황의 말대로 그렇게 넓지 않은 이 공간은 돌로 만들어진 듯 아주 투박한 모습이었고 돌의 구석구석에는 습기 때문에 이끼가 잔뜩 끼어있기도 했다. 왜 하필 이런 이상한 위치에 워프 게이트가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약간 짐작 가는 곳이 있기는 한데……. 일단 앞으로 나가보죠.”

“그래. 일단 가봐야 어딘지 알겠지.”

뒤쪽의 문은 나무로 막혀있었고 앞쪽의 나무문 하나 없이 횅하게 뚤려이었기 때문에 시황과 수란은 자연스럽게 앞에 있는 문을 지나쳐서 걸어갔다. 넓다기보다는 길다는 생각이 드는 좁고 눅눅하고 기분 나쁜 지하의 길이었다. 마치 옛날 성에 뚫어놓은 비밀 지하통로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 번씩 찍찍거리는 소리와 함께 쥐들이 지나다녔다지만 수란이나 시황이나 크게 놀라지 않고 걸음을 계속 옮겼다.

한 10분쯤 걸었을까? 자연스럽게 위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길이 이어졌다.

별 다른 말없이 시황과 수란은 계단을 걸어 올라갔고 언제 쯤 가야 이 계단이 끝나나 싶을 때쯤에 나무문으로 막혀져 있는 천장에 도달할 수 있었다.

끼이익!

“읍! 먼지.”

얼마나 문이 사용조차 되지 않고 막혀있었던지 제법 힘을 줘도 잘 열리지 않자 시황은 마기까지 끌어올린 상태에서 힘을 주어 나무문로 된 문을 열었다. 그와 동시에 다량의 먼지들이 떨어져서 시황은 손을 휘저으며 빠르게 위로 올라갔다.

“어? 뭐, 뭐지? 여긴?”

“왜 그러시죠?”

“자, 일단 올라와봐.”

높이가 약간 있었기 때문에 먼저 올라간 시황이 수란의 손을 잡아 위로 끌어올렸다.

“아……. 여기구나.”

주변을 둘러본 수란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기가 어딘데? 주변에 보석하고 금화들이 엄청나게 많은데?”

“성의 지하에 숨겨진 비밀공간이에요. 일종의 보물 창고인데 엄중히 관리되고 있어서 왕족들 중에서도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이 한손가락 안에 들 거예요.”

“그, 그래?”

시황은 신기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영화 소품이 아니라 제대로 된 순금으로 만든 누런 금화들이 지천(至賤)으로 쌓여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겨우 반지 살 때나 만져보는 그런 순금들이 발에 치이듯 널브러져 있으니 정말 하찮고 흔하다는 말이 표현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비즈니에서 만든 만화에 보면 부자 오리가 가득 쌓인 금화에서 수영하는 장면이 있는데 딱 그 느낌 그대로였다.

상당히 넓은 이 비밀 창고가 누런빛으로 물이 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금들이 쌓여서 산을 이룰 정도였고 중간 중간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상자와 보석, 미려하게 만들어진 귀금속 들이 섞여있었다.

“그런데 보석 같은 거 저렇게 대충 던져두면 상하지 않아?”

“여기는 금화나 평범한 보석들을 대충 보관만 해두고 제대로 된 것들은 또 따로 보관하고 있어요.”

“아, 그렇구나. 대충 보관만 하는 거구나. 하하.”

별 거 아니라는 듯 덤덤하게 얘기하는 수란의 말에 시황은 가볍게 웃었다. 여기서 금화만 보석 한 움큼만 쥐고 가면 집 한 채, 어쩌면 빌딩을 살 돈이 생길지 모르는데, 역시 어렸을 때 이런 걸 당연히 봐온 공주라 그런지 사고방식 자체가 달랐다.

“그러면 여기서 기다리고 계세요. 전 잠깐 올라가서 시황 오빠가 말한 검술 서적 가지고 올게요.”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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