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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298화 (298/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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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즈론 런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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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가 만들어지고 있는 은지의 아버지와 얘기해 화장품 공장으로 업종변경을 하도록 하고 관련 설비 등의 투자금을 시황과 유진아 쪽에서 상당부분 내기로 했다.

화장품 사업을 대규모로 하는 게 아니라 소량만 생산해서 엄청나게 비싸게 팔아먹을 거였기 때문에 그렇게 큰 투자금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소량만 생산한다지만 지금 팔고 있는 케즈론의 화장품이 너무 비싸다 보니 평범하게 월급 받는 직장인들은 살 엄두도 못 낼 정도였다. 그리고 너무 비싼 화장품만을 생산해서 판다면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량을 처리하지도 못할 가능성이 큰데다 다양한 고객층을 끌어들일 수가 없었다.

이런 몇가지 이유로 시황은 처음 생각했던 화장품 가격인 1500만 원 정도 되는 저가형과 5000만 원 짜리의 일반형, 1억 원짜리의 고급형 등으로 팔기로 했다.

다만 말만 저가형이지, 1500만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의 제품이었기 때문에 박스나 병 등은 최고급으로 쓰지만 화장품에 들어가는 라롤린의 함유량을 10분의 1정도, 5분의 1정도로 줄일 생각이었다.

케즈론의 화장품에서 가장 중요한 건 라롤린의 함유량이었고 이걸 줄인다는 건 어느 정도 효과를 보지만 충분한 양이 함유된 화장품만큼 어마어마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다른 말이었다.

이정도면 가격적 형평성이 충분히 맞지 않을까 싶었다. 다만 좀 더 실험을 해보면서 더 상위의 제품을 사도록 유도하도록 구매욕을 자극 시키는 황금 비율을 찾는 게 가장 중요했다.

시황은 케즈론의 성에서 디자인이 아름다운 옷과 몇 가지 종류의 하이힐, 가방 등을 가지고 유진아의 집으로 갔다.

전에 가르쳐준 비밀번호를 누르고 유진아의 집에 들어갔는데 잠깐 어디라도 간 건지 유진아의 기척이 전혀 없었다.

옷과 하이힐 등이 든 가방을 가지고 시황은 조심스럽게 유진아의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에는 어디 나간 줄 알았던 유진아가 약간은 불편한 자세로 커다란 베개를 껴안고 잠을 자고 있었다. 분명 오기 전에 간다고 전화까지 했는데 알몸인 상태로 완전히 무방비한 상태였다.

“뭐지?”

가방을 내려놓은 시황은 뭔가 이상한 그림이 그려진 베개를 보고 궁금한 표정으로 유진아에게 다가가서 살폈다.

“내 얼굴 같은데?”

유진아가 끌어안고 있어 형태가 뭉개지긴 했지만 분명 자신의 얼굴이었다. 시황은 당혹스럽다기보다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베개를 쳐다봤다.

그 섬에서 일어났던 일들 덕분에 온실 속의 화초마냥 귀하게만 자라왔던 유진에게 나름의 행동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지금처럼 알몸으로 잔다든지, 시황의 얼굴이 그려진 베개를 끌어안고 잔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잠을 자고 있는 유진아가 귀여워 시황은 머리를 쓱쓱 쓰다듬다가 봉긋한 가슴을 만지작거리기도 했다.

“우웅……. 오빠?”

시항이 건드리자 유진아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비비며 시황을 바라봤다.

“일어났어? 피곤한가봐? 좀 더 자도 돼.”

“하암. 벌써 10시가 넘었네. 이제 일어나야지.”

하품을 하며 늘어지게 기지개를 켠 유진아는 별 생각 없이 끌어안고 있던 베개를 옆에 두고 시황에게 안겨 품에서 얼굴을 부비적부비적거렸다. 시황의 몸에서 나는 특유의 상큼하면서도 달콤한 향기가 유진아의 기분을 좋게 하고 머리를 맑게 만들어 주었다. 이 따스한 품에 안겨 있으면 그 무엇도 부럽지 않을 정도로 안락하고 편안했다.

“어?”

그런데 어느 정도 정신이 들자 유진아는 침대 옆에 대충 놔두었던 시황의 얼굴이 그려진 베개에 대한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설마 하는 생각으로 고개를 살짝 돌려 침대를 확인하자 시황이 늠름하게 웃고 있는 베개와 정확하게 눈이 마주쳤다.

“악!”

유진아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지르고는 허겁지겁 베개를 품에 끌어안아 숨겼다.

“어떡해…….”

부끄러운, 정말 너무나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다는 생각에 유진아는 눈물이 핑 돌았다.

“응? 왜 숨기는 거야?”

“…….”

“그거 좋아보는데 어디서 만든 거야? 나도 진아 얼굴 들어간 걸로 하나 만들어야겠다. 잘 때 좀 외로웠는데 그 베개 끌어안고 자면 좋을 거 같네.”

“……정말?”

생각과 다르게 시황이 놀라거나 기분 나빠하는 기색이 전혀 없자 유진아는 눈물이 그렁그렁 달린 눈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응. 나중에 꼭 가르쳐줘. 나도 밤에 진아 생각하면서 안고 잘 테니까.”

“웅. 알았어. 고마워.”

“내가 고맙지.”

적절한 시황의 임기응변 때문에 조금 더 커질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여기서 어떻게 그런 걸 안고 자냐 라는 식으로 말했다면 유진아가 크게 삐졌을 게 분명했다.

“옷하고 신발하고 가지고 왔는데 볼래?”

“그전에 오빠 옷부터 벗길래.”

유진아는 시황에게 다가가 정성스러운 손길로 셔츠와 바지, 팬티까지 전부 다 벗겨내었다. 시황과는 이렇게 항상 알몸으로만 있고 싶었다.

알몸이 된 시황은 가져온 가방에서 옷과 힐 등을 꺼내 침대에 올려두었다.

“이게 거기서 가지고 온 것들이야.”

“정말 신기하다. 어쩜 이런 옷이랑 화장품, 보석 같은 게 그 섬에 있었을까?”

유진아는 옷을 보며 정말 신기하다는 듯 호기심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도 비이상적인 일이다 보니 이런 증거들이 없었으면 그런 일을 직접 겪었다는 사실조차 믿지 못했을 것이다.

“내 생각엔 거기가 드래곤이 사는 곳이 아닌가 싶어.”

“드래곤? 입에서 불 뿜는 그 커다란 용같은 거 말이야?”

“응. 맞아. 드래곤이 보석 같은 걸 좋아한다고 하잖아? 분명 이 옷이랑 힐 같은 걸 드래곤이 만들어서 가지고 있었을 거야. 거기 있는 성 같은 곳에서 가지고 온 건데 방마다 이런 옷이랑 신기한 것들이 엄청 많았거든. 그 성에 드래곤이 살고 있는 게 분명해.”

“에이, 오빠 그건 너무 이상한 농담이잖아. 그 큰 드래곤이 이런 옷을 만들어서 뭐해. 그리고 드래곤 같은 게 있을 리도 없고.”

시황은 어느 정도 진실을 포함해서 유진아에게 말했지만 드래곤이라는 존재 자체가 너무나 허황되다 보니 비이상적인 일을 겪은 유진아조차 농담인 줄 알고 가볍게 웃어넘겼다.

“그런가? 하하. 그냥 해본 말이었어.”

시황도 그냥 가볍게 웃어서 평범한 농담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런데 옷 감촉하고 너무 좋다. 나 입어 봐도 돼?”

“응. 다 입어봐.”

유진아는 침대에서 내려와서 시황이 가져온 원피스를 바로 입어봤다.

원피스 자체는 크게 튀지 않고 무난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이었는데 그 질감이나 깔끔하게 정돈된 느낌은 옷을 입은 여자의 품격을 몇 단계나 끌어올려줄 정도로 고급스러움이 넘쳐흘렀다. 흔히 비싼 옷 사봐야 얼굴이랑 몸이 꽝이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원피스에는 그런 말이 전혀 통하지가 않았다.

[텔의 사랑스러움이 가득한 원피스. 투알 화산지대에 있는 거대 용암 누에에서 뽑은 극상의 실로 만든 원피스다. 그 누구라도 원피스를 입게 되면 사랑스러움이 가득 느껴져 남자들로부터 사랑을 잔뜩 받게 된다.]

“이 힐이랑 잘 어울리겠다.”

이어서 유진아는 원피스와 어울리는 힐을 신었다.

방금 일어나서 약간 부수수한 머리에 화장기가 전혀 없는 얼굴이었지만 원피스와 힐을 신는 것만으로도 유진아가 너무 사랑스럽고 예뻐서 시황은 유진아를 와락 끌어안았다.

“하악……. 진아야.”

알몸일 때보다 노브라, 노팬티에 원피스와 하이힐을 신은 게 훨씬 더 야릇한 느낌이 가득해 시황은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키스를 하고 가슴을 만졌다.

“오빠, 전에 내가 가르쳐 준대로 키스하고 천천히 가슴을 만져봐.”

그동안 유진아가 제법 많은 지식을 시황에게 가르쳐 주었고 시황은 그대로 유진아에게 그 가르침을 풀어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진아와 시황의 뜨거운 숨결로 방안에 야릇한 열기가 가득 들어찼다.

당연한 수순으로 섹스를 하고 마지막으로 시황의 정액을 음미하며 꿀꺽 삼킨 유진아는 새삼스레 옷을 쳐다봤다. 평소에는 부끄러워하며 소극적이던 시황을 이렇게 발정난 개만큼 적극적으로 만든 옷의 위력에 상당히 감탄했다.

“이 옷 좋다. 오빠 이거 내가 사면 안 될까? 오빠랑 데이트할 때 입고 싶어.”

“그거 다 진아 주려고 가지고 온 거야. 우리 사이에 사고 팔 게 어디 있어.”

“오빠 고마워.”

시황의 말에 유진아가 시황을 끌어안고 입을 맞춰주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돈이 많든 적든 어찌됐든 여자라면 남자가 주는 선물에 감동하기 마련이었다.

“나중에 옷 더 가져다 줄 테니까 그거 보면서 디자인해봐.”

“응. 오빠 고마워. 그런데 내가 이것처럼 잘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어. 요즘 나름 이런저런 디자인해보기는 하는데 처음보다 자신감이 좀 떨어진 거 같아.”

“괜찮아. 진아면 분명 잘 할 수 있을 거야.”

시황은 유진아를 위로 해주며 가만히 생각해보니 약간 문제되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었다. 아니, 계속 생각이 이어져 나가자 계획에 중대한 결점이 있었다.

단순히 케즈론의 성에서 가져온 옷을 팔기만 한다면 아무런 문제될 게 없었지만 이렇게 브랜드를 런칭하고 유진아가 디자인해서 옷을 팔게 되면 디자인적인 특성만 조금 남은 채로 흔한 지구의 옷과 다를 바가 없어진다는 게 그 중대한 결점이었다.

이제 막 새로 생긴 브랜드인데 디자인만 조금 좋다고 해서 비싸게 팔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디자인이 좋다고 새로 생긴 브랜드를 고가의 돈을 주고 사진 않을 테니까.

“그러려면…….”

“응? 왜 오빠?”

“아니. 아니야. 나 좀 배고픈데 밥 좀 줄래?”

“응. 잠시만 기다려. 맛있는 거 해줄게.”

기분이 좋은지 콧노래를 부르며 유진아가 부엌으로 가자 시황은 다시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자리만 잡고 난다면야 유진아가 하는 디자인만으로도 비싸게 팔 수 있을 테지만 그 자리 잡는 게 정말 힘들었다. 해외에서 만든 질 좋은 명품 브랜드들이 넘쳐 흘렸는데 아무런 가치도 역사도 없는 브랜드의 옷을 누가 비싼 돈 주고 사겠는가?

이전에는 그냥 케즈론의 옷장에 있는 옷을 팔거나 유진아가 디자인한 옷을 팔면 된다고 약간은 간단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게 전혀 아니었다.

케즈론의 화장품처럼 새롭게 옷을 만들어도 탁월한 능력을 가질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다.

그렇다면 방금 진아에게 줬던 텔의 원피스처럼 투알 화산지대에 있는 거대 용암 누에에서 뽑은 극상의 실로 옷을 만든다면 단숨에 돈 많은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게 분명했다.

유진아도 감탄했듯이 만져보면 그 질감과 고급스러움이 일반적인 옷과 차원이 달랐으니까.

여기에 하이힐은 운동화를 신은 것처럼 편안함과 오래 신어도 발가락이 뒤틀리지 않는 마법만 살짝 가미한다면 케즈론의 화장품처럼 없어서 못 팔지 않을까? 어차피 매장이 많은 것도 아니고 겨우 한군데서 파는데 그 몇 개 안 되는 수량을 시황이 감당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문제라면 역시 아직 4레벨이라서 일회용 회로 각인 반지 같은 게 없다는 것 정도? 어디든 영구적으로 회로 각인만 되면 그걸 복제해서 쓰면 되니 정말 편할 텐데 아직까지 그런 걸 만들거나 구할 능력이 전혀 되지 않았다. 아마 5레벨이 되면 일회용 회로 각인 반지나 영구적으로 각인 가능한 어떠한 물건을 줄지도 몰랐다.

나름의 해결책은 나왔는데 여전히 투알 화산지대에 있는 거대 용암 누에에서 뽑은 극상의 실을 어디서 구하는지 의문인데다 5레벨이 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

유진아와 함께 밥을 먹고 저녁까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놀면서도 시황은 틈틈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저녁까지 먹고 나서야 집에 돌아온 시황은 바로 케즈론의 성으로 넘어가서 그 해결책이 가능한 일인지 콘즈에게 알아보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 몇군데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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