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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즈론 런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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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
시황은 유미, 찬미를 데리고 청담동에 있는 헤어숍에서 머리와 메이크업을 맡겼다. 유미가 케즈론의 전문 모델로 활동하기 위한 첫걸음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신경을 쓸 생각이었다.
“오, 오빠 전 안해도 괜찮아요. 그냥 유미 사진 찍는 거 보러온 거 뿐이에요.”
“그래도 유미 하는 김에 찬미도 하면 좋잖아. 돈은 내가 낼 테니까 부담 갖지 마.”
“그래도…….”
“괜찮아. 괜찮아.”
“그래. 언니 오빠가 괜찮다고 하잖아. 빨리 해보자. 나 이런데서 머리하는 거 처음이라 엄청 떨려. 세상에 내가 연예인들 머리하는데 올 줄이야.”
처음에 찬미가 약간 거부하기는 했지만 시황과 유미가 다독여서 머리를 하고 메이크업을 받게 만들었다.
평소에 별다른 화장도 안 한 유미의 생얼 자체로도 연예인에 밀리지 않을 정도였는데 여기에 제대로 머리를 만지고 메이크업을 하자 아루와 은비까진 아니더라도 그 간극이 크지 않을 정도로 메워진 상태였다.
생얼일 때는 케즈론의 화장품으로 피부가 더 이상 좋아질 수 없을 만큼 매끈해서 청순하면서 청초한 아름다움이 가득했었는데 메이크업과 머리를 하고 나니 눈이 부실정도로 화려한 아름다움이 가득 느껴졌다.
찬미도 메이크업과 머리를 다 하고 나니 한 송이의 꽃 같다는 식상한 표현이 식상해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움이 물씬 흘러나왔다.
유미가 화려한 느낌이라면 찬미는 화장을 해도 청순함이 가득했다.
확실히 화장을 한 여자와 안 한 여자는 그 차이가 실로 대단했다. 그런데 자매라 그런지 느낌이 제법 다른데도 그냥 봐도 자매라는 게 느껴질 정도로 비슷한 분위기와 이미지를 풍겼다.
화장과 메이크업을 끝내고 시황과 유미, 찬미는 근처에 있는 시황의 카페로 갔다. 이미 9시가 한참 넘어 오픈을 한지 오래였지만 사진 촬영을 위해 창가 쪽에 있는 괜찮은 자리를 미리 다른 사람들이 못 쓰게 해두었다.
카페에는 약속시간이 조금 남았음에도 미리 사진작가가 나와서 세팅을 해둔 채로 기다리고 있었다. 유진아의 도움을 받아 괜찮은 스튜디오에 미리 예약을 해뒀었다. 그만큼 가격대가 좀 나가긴 했지만 돈이라면 화장품을 팔아 집 사기 전과 비슷한 정도의 돈이 다시 모였기 때문에 돈은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
“자, 유미는 유니폼으로 옷 갈아입고 나와.”
사진사와 간단한 인사를 한 시황이 새로 가져온 카페 유니폼을 유미에게 건네주자 유미가 한껏 웃음을 지으며 옷을 갈아입으러 탈의실로 갔다.
“사진은 어떤 식으로 찍을 거죠?”
“제일 먼저 모델 분이 커피를 나르는 것부터 시작해서 손님에게 주문을 받는 상황 등 카페에서 가능한 여러 가지 상항을 연출할 생각입니다. 그러려면 손님으로 해주실 분이 필요한데……. 혹시 두 분 가능하세요? 비주얼도 그렇고 단순히 손님으로 나오긴 아깝지만요. 하하.”
“저, 저희요?”
사진작가가 찬미랑 시황을 가리키며 묻자 찬미가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구경만 하려고 따라온 건데 비록 손님역의 단순한 모델이지만 긴장이 돼서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고 손이 살짝 떨렸다.
“얼굴은 다 나오나요?”
“아니요. 살짝만 나오는 정도에요. 중요한 건 모델이니까요.”
“찬미야 얼굴만 살짝 나온다는데, 할래? 정 못하겠으면 은지나 현주한테 부탁해도 되니까 편한 대로 해.”
“아, 알겠어요. 할게요. 괜히 은주 씨랑 현주 씨 일하는데 불편하게 하는 것도 곤란하니까요.”
“고마워.”
고민을 하던 찬미가 그나마 얼굴이 얼마 안 나온다는 말에 안심을 하며 대답했다. 유미랑 다르게 걱정과 긴장이 앞서는 걸 보니 아무래도 이쪽 적성은 아닌 듯 했다.
“쨘! 옷 다 갈아입었어요. 고딩 때 말고는 간만에 입어 보는데 역시 오빠 카페 유니폼 엄청 예쁘다니까요.”
환하게 유미가 웃으며 시황 앞에서 각종 포즈를 잡으며 말했다.
유미가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어느새 주변에 구경하는 사람들이 제법 모였다. 사진을 찍기 위해 세팅이 되어 있는데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미녀까지 있으니 연예인이라도 왔나 싶었던 것이다.
“여기 카페 홍보하는 연예인인가? 처음 보는 얼굴이네. 근데 역시 연예인은 연예인이네. 몸매에 얼굴에 진심 개쩐다. 와, 세상에 어떻게 저런 몸매랑 얼굴이 존재하지?”
“윽, 다리 진짜 쩐다. 각선미 대박이네. 전생에 무슨 짓을 해야 저런 여자랑 사귈 수 있냐? 아오, 개부럽다.”
유미와 찬미를 본 사람들이 주변에서 수군수군 거리고 있었다. 남자는 물론이고 여자까지 서서 구경하고 있었는데 유미와 찬미의 몸매를 보며 남녀를 가리지 않고 칭찬과 부러움을 늘어놓았다.
그만큼 유미와 찬미의 몸매가 대단했다. 유미와 찬미의 원래 몸매도 평균 이상은 했었는데 시황의 손에 다듬어진 몸매는 남자에게는 커다란 욕정을 일으키게 하고 여자들에게는 동경심과 시샘, 질투를 가슴에 새기게 만들 정도였다.
“오빠. 오늘 나 좀 예쁘지 않아요? 헤헤. 기분 진짜 좋다.”
“그래. 예쁘네. 근데 오늘만 예쁜 게 아니라 평소에도 예쁜데?”
“아이참, 오빠도.”
사진작가와 어떤 콘셉트로 찍을지 얘기가 끝나자 유미는 쪼르르 시황에게 달려와 팔에 매달리며 시황과 얘기를 나누었다.
누가 봐도 시황의 여자 친구가 유미로 보이는 상황.
“헐, 저 남자가 남친인가 보네? 전생에 무슨 짓을 했기에 저런 여친이랑 사귀냐? 나라라도 구한 건가?”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게 아니라 그냥 대충 봐도 돈 많고 잘생긴 사업가로 보이는데? 그리고 내 눈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지금 저 남자 팔에 달린 시계가 바쉐론 콘스탄틴인데 못해도 1억은 넘게 하는 뚜르비옹이라는 시계란 말이야. 그러니까 돈 많고 잘 생긴 사업가나 돼야 저런 연예인 급의 여친을 사귄다는 거지.”
구경꾼 중에 시계 전문가라도 있는지 시황의 와이셔츠에 살짝 드러난 시계의 형태만 보고도 어떤 브랜드의 어떤 시계인지 단번에 맞추어내었다. 그런데 주절주절 설명을 잘 하는 게 마치 무협지에서 주변에 해설해 주는 사람하고 비슷한 느낌이 풍겼다.
구경꾼들이 점점 더 모여드는 사이에 촬영을 시작했다.
“좋아요. 좀 더 자연스럽게 웃어 보세요.”
커피가 든 쟁반을 들고 있는 유미의 모습을 카메라가 번쩍이며 엄청나게 찍었는데 아까와 다르게 유미가 조금 긴장한 듯 얼굴이 살짝 굳어있었다. 아무래도 처음 하는 촬영에다 주변에 구경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으니 초보자인 유미가 긴장이 안 되려야 안 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어떻게 중간중간 나오는 자연스러운 표정과 포즈로 첫 번째 촬영은 그럭저럭 무사히 마칠 수가 있었다.
“윽, 오빠 생각보다 엄청 어려워요. 표정 짓는 것도 잘 안 되고 행동도 엄청 어색한 느낌이고. 힝…….”
그런데 유미는 만족스럽지 못했는지 잠깐 쉬는 사이에 시황에게 다시 달라붙어 약간 징징거리며 얘기를 했다.
“그래도 처음 하는 거 치곤 제법 잘 하던데.”
“응. 유미야. 언니가 봐도 괜찮았어. 의외로 유미가 이런 거에 소질이 있나봐? 나는 절대 못했을 거 같은데.”
“그런가? 헤헤.”
그래도 시황과 찬미의 케어 덕분에 유미가 금세 의욕과 용기를 되찾고 다시 촬영에 임했다.
여전히 어색하기는 했지만 촬영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유미의 포즈와 표정이 자연스러워지며 한층 더 작업 진행이 빨라졌다.
카페에서의 촬영이 거의 다 끝나고 마지막으로 시황과 찬미가 테이블에 앉아 있고 유미가 커피를 가져다주는 모습을 촬영했다.
이제는 약간 능숙한 모습으로 유미가 사진을 찍었는데 정작 찬미는 잔뜩 긴장해서 표정이 완전 얼어붙어 있었다.
“조금만 더 표정 자연스럽게 해주세요. 좋습니다.”
사진작가의 말에 찬미는 억지로 웃음을 지었는데 자연스러움이 0%에 수렴할 정도로 어색했다. 눈이랑 다른 부분은 전혀 웃지 않고 입술만 살짝 비틀린 느낌.
“다 했습니다. 이제 스튜디오 가서 유미 씨 개인 촬영하면 되겠습니다.”
“저, 저기 제가 엄청 이상하게 사진 찍힌 거 같은데 괘, 괜찮을까요?”
“하하. 괜찮습니다. 어차피 얼굴이 다 나오는 것도 아니고 포커스는 모델 분에게 맞춰줘 있으니 크게 신경 쓰시지 않아도 됩니다.”
“하아, 다행이다.”
찬미는 십년감수했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찬미야 말로 키도 크고 얼굴도 청순한 게 모델을 하면 좋을 거 같았지만 적성에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 듯 했다. 그냥 지금처럼 집안일 하는 게 훨씬 더 적성에 맞는 듯 했다.
카페에서 촬영을 끝내고 스튜디오로 가서 촬영을 했다.
시황과 찬미는 카메라 뒤에 서서 유미가 사진 찍는 모습을 지켜봤다. 처음 찍을 때는 엄청 어색하더니 그래도 점점 적응해가면서 처음보단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연예 정보 방송에서 흔히 화보 촬영하는 연예인들처럼 세트장에서 각종 옷을 번갈아 입은 유미가 다양한 포즈를 취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촬영을 끝낸 시황과 찬미, 유미는 스튜디오를 나와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촬영 때문에 밥을 제대로 못 먹어 다들 상당히 허기진 상태였다.
근처에 괜찮은 레스토랑에 들어가 스테이크를 주문했고 이런 곳에 올 일이 많지 않은 유미는 신기한 듯 폰을 꺼내서 레스토랑과 스테이크 사진을 연신 찍어댔다.
“오늘 어땠어? 유미야?”
“으음, 처음에는 엄청 기대되고 그랬는데 막상 사진 촬영하니까 제 몸이 마음대로 안 움직이고 어색해서 힘들었어요. 좀 자연스럽게 사진 찍을 수 있게 연습 좀 해야겠어요.”
유미는 약간 시무룩한 표정이 되어 대답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 찍은 사진들이 영 만족스럽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좀 더 자연스럽고 예쁘게 표정을 짓고 포즈를 취할 수 있을 거 같았는데, 막상 사진을 찍게 되면 마음처럼 잘 되지가 않았다.
“그래? 그러면 아예 수업 마치고 학원 같은데 가 볼래? 모델 학원 같은 곳도 있으니까.”
“학원이요? 전 괜찮긴 한데…….”
“아니면 내가 알아보고 전문 모델한테 간단한 과외 같은 거 받을 수 있도록 해볼게. 이번 카페 사진은 그냥 시범적으로 해보는 거라 그냥 했는데, 좀 있다가 케즈론 패션 브랜드 런칭하면 유미가 간판 모델을 해야 하니까 연습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네.”
“가, 간판 모델이요? 으, 떨린다. 제가 그런 거 할 수 있을까요? 왠지 제 주제를 너무 넘어서는 일 같아서 걱정이 좀 돼요.”
“아니야. 유미야. 난 오히려 유미가 가진 능력을 다 펼치지 못하게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는 걸.”
“아, 아니에요. 오빠. 절대로 아니에요. 애초에 전 오빠가 아니었으면 여드름이 낫지도 않았을 거고 몸매가 지금처럼 예뻐지지도 않았을 건데요. 그지? 언니? 맞지? 다 오빠 덕분이지?”
“맞아요. 오빠. 저나 유미나 오빠가 아니었으면 지금처럼 생활하지 못했을 거예요. 그래서 항상 오빠에게 감사하고 이 은혜를 갚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걸요.”
“은혜까지야. 하하.”
은혜라고 표현을 하자 시황이 약간 멋쩍게 웃었다. 저 정도로 생각할지는 몰랐다. 요즘 인터넷 하는 남자들을 보면 여자들에 대해 불만이 엄청나게 많았는데 유미나 찬미는 물론이고 주변에 있는 다른 여자들도 불만을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가 없을 정도로 다들 마음씨가 착했다.
이러니까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이 마치 저 먼 나라의 얘기 같았다. 과거에는 여자라는 존재 자체를 못 만나서 여자 관련 상담이 아무런 상관없는 얘기 같았다면 지금은 상황과 너무 동 떨어진 얘기들이라 상관없는 얘기 같았다.
시황과 유미, 찬미는 스테이크를 먹으며 연신 웃음을 머금으며 얘기를 나눴는데, 지나가는 남자가 힐끔 거리며 시황이 앉은 테이블을 살펴보다 너무 몰입해서 유미와 찬미를 보는 바람에 여자 친구와 가볍게 다투기도 했다.
카페 케즈론의 사이트를 만드는데 있어서 기초가 되는 유미의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조만간 사이트 오픈을 할 수가 있을 거 같았다.
그 진상 블로거에 대한 반격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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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