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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289화 (289/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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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아래에서

“콘즈야.”

“네. 시황 님.”

시황이 부르자 콘즈가 나타나 바로 대답을 했다.

“내가 익힌 복제 마력 회로로 여기에 있는 반지의 마력 회로를 복제해서 나한테 이식할 수 있어?”

“그 부분은 잘 모르겠어요. 저는 그런 마법적인 것들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거든요. 직접 시험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당연히 알 거라 생각한 콘즈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콘즈의 역할 자체가 이 성의 관리였기 때문에 모른다고 해서 이상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모르는 게 있으니 약간 이상한 느낌이기는 했다.

“으흠, 그렇단 말이지.”

시황은 직접 시험해보기로 했다.

마기를 끌어올려 마력 회로를 가동시킨다. 한두 번 해본 게 아니었기 때문에 마기를 끌어올림과 동시에 마력 회로가 가동된다 싶을 정도로 빠르고 능숙했다.

복제용 마력 회로를 가동하자 시야의 이곳 저것에 다양한 메뉴가 떠올랐다. 시황은 반지를 쥐고 복제 버튼을 실행시켰다. 그러자 [노래], [춤]. [미술] 등 세부 항목이 뜨기는 했는데 정작 반지에 있는 여성용 신체 보정 마력 회로는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흠……. 안 되나?”

결국 복제의 의미가 [나]에게 있는 마력 회로를 [상대방]에게 복제한다는 의미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혹시 저 마력 회로가 활성화가 되지 않아 인식을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동시에 생기기는 했다.

시황은 갈등했다.

반지에 있는 마력 회로를 활성화 시켰다가 복제가 안 되기라도 한다면 그걸로 단 2개 있는 일회용 마력 회로 각인 반지 중 하나를 그대로 버리는 꼴이었다. 0%일지도 모를 도박을 해보느냐 아니면 안정적이게 이 반지를 그냥 써서 루비의 가슴을 크게 만들어 주느냐, 두 가지 선택이 있었다.

“해보자. 반지는 2개나 있으니까”

한참을 고민하던 시황은 결국 해보기로 했다. 실패를 한다 해도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성공으로 얻을 수 있는 보상이 정말 큰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거기다 반지는 2개가 있었기 때문에 어찌됐든 하나를 버려도 루비의 가슴을 키우는 데에 큰 무리는 없기도 했고.

마기를 끌어올려 바로 반지를 활성화 시켰다. 반지에 달린 보석 안에 새겨진 회로에서 푸른빛들이 이리저리 움직였다. 크게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그 정체가 뭔지 아는 시황은 가동되고 있는 마력 회로의 신비로움에 감탄을 하며 쳐다봤다.

“빨리 해야지.”

멍하니 보고 있다가 고개를 흔든 시황은 다시 복제 버튼을 눌렀다. 여러 가지 세부 메뉴가 뜨고 그 중에 [여성 신체 보정]이라는 단어가 보였다.

“오!”

절로 감탄이 터져 나왔다. 약간의 도박 수였는데 의외로 손쉽게 된 것이다. 너무 쉬운 감이 있었지만 어쨌든 잘 된 거에 만족하며 시황은 바로 가슴에 마력 회로 복제를 시도했다. 항상 가슴에 있는 곳에 마력 회로가 새겨졌기 때문에 당연한 선택이었다.

[마력 회로를 복제할 공간이 부족합니다.]

“어? 뭐지?”

복제가 실패했다는 글이 뜸과 동시에 반지에 있는 보석에 금이 가며 마력 회로가 작동을 멈추었다. 설마 이대로 한 번의 기회를 날린 건가 싶어 반지에 마기를 다시 주입해봤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설마 가슴에 마력 회로를 복제하려다 컴퓨터에서나 볼 법한 공간이 부족하다는 글을 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왜 실패를 했을까 하고 시황은 고민을 했다. 공간이 부족하다니? 설마 마력 회로를 3개 각인하면 더 이상 마력 회를 새기지 못하는 걸까? 그러고 보니 옛날에 콘즈가 마력 회로는 3개까지 새길 수 있다는 말을 했던 거 같기도 했다.

“콘즈야, 마력 회로는 3개 밖에 못 새기는 거야?”

“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가슴에 마력 회로가 새겨지기 때문에 3개가 한계에요. 마력 회로를 새길 공간이 부족하거든요.”

“그러면 다른 위치에 새기거나 복제할 수는 없어?”

“그런 부분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제가 마력 회로와 관련된 책을 한권 보여드릴게요.”

역시 콘즈는 대략적인 것들만 알지 자세한 것들은 잘 모르는 듯 했다.

시황은 콘즈가 건네주는 책을 살폈다. 처음에는 마력 회로에 대한 기초적인 얘기들이 많았는데 주르륵 책을 넘기자 제법 읽을 만한 내용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 찾았다.”

후반부쯤에 마력 회로는 가슴에만 새길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해소해주는 글이 있었다.

[마력 회로는 마력이 발현되는 곳, 형태가 변하지 않는 곳에 새겨야 한다. 등이나 피부 같은 곳에 새기면 마력의 공급이 지나치게 유동적으로 변해 마력 회로가 안정적이지 않게 되고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서 오염되거나 훼손돼서 못 쓰게 변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몸에는 안정적으로 3군데의 마력 회로를 새길 공간이 있는데, 배꼽 부근에 있는 마력 홀과 가슴 부근에 마력 홀, 머리에 있는 마력 홀 등이다. 단, 각각의 홀에는 최대 3개의 마력 회로만 각인이 가능하다. 실수로 그 이상 각인을 하게 되면 회로가 중복되어 마법을 발현할 수가 없게 된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하단전에 마력 회로를 새기는 게 가능하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시황은 마력 회로를 새기는 게 아니라 복제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회용 마력 회로 각인 반지만 많다면 번갈아가면서 원하는 마력 회로를 복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괜찮은데?”

괜찮은 수준이 아니라 정말 대단한 발견이었다. 그저 여자들에게 마력 회로를 복제해주고 정액을 이용해 마력을 쌓아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현해줄 생각으로 고른 마력 회로였는데 의외의 곳에서 굉장한 활용법을 알아내 버렸다.

만약 루비가 아니었다면 이런 식으로 마력 회로를 써야겠다고 생각조차 못했을 텐데 루비 덕분에 길가다 현금이 쌓여있는 가방을 주운 것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굉장한 횡재를 한 것이다.

이러면 루비에게 감사의 인사라도 해야 싶을 정도였다.

시황은 바로 마지막 남은 반지를 꺼내서 여성 신체 보정 마력 회로를 새긴 다음에 바로 복제를 시도했다.

아까 한번 실패를 했기 때문에 약간 긴장이 되기는 했지만 이번엔 나름의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복제 버튼을 눌리고 [여성 신체 보정]을 선택한 다음에 하단전에 복제를 시작했다. 처리중이라는 글자가 몇 번 깜빡거리더니 이내 완료라는 글자가 생성되었다. 정확하게 조건만 맞춰주니 정말 손쉽게 복제가 되었다.

퍽!

복제가 완료되자 아까처럼 일회용 마력 회로 각인 반지의 보석이 금이 가서 더 이상 못 쓰게 되어버렸다. 그래도 왠지 버리기 아까웠기 때문에 시황은 반지 두 개 다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복제된 마력 회로라서 비록 효율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지만 가슴 2센티미터 키우는 건 애들 손목 비트는 것만큼이나 우습지 않을까 싶었다. 시험을 해보고 싶은데 시간이 늦어 다들 자고 있을 테니 마땅히 시험해볼 사람도 없었다.

“그러면 이제 카페에 설치할 소음제거기나 찾아볼까.”

내일 카페에 가는 김에 테이블마다 소음 제거기를 설치할 생각이었다. 다른 비판은 크게 신경이 안 쓰였지만 너무 시끄럽다는 건 확실히 신경쓸만한 가치가 있는 말이었으니까.

최하급 마법 물품들 사이에서 소음을 제거해주는 게 있나하고 뒤적뒤적거렸다. 그런데 최하급 마법 물품이라 그런지 기능이 너무 제한적인데다 부자연스럽게 소음이 제거되는 게 대부분이었다.

중급 이상의 마법 물품이라면 사람들이 의심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소음 제거를 해줄 텐데 최하급 마법 물품에서 그런 걸 바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소음 필터기. 원하는 위치에 설치를 하면 주변의 시끄러운 소음을 약간 제거해준다. 다만 원하는 소음을 골라서 제거할 수는 없고 전체적인 소음을 약간 줄여줄 뿐이다.]

그나마 무난한 게 이거였다. 다른 건 주변의 소리를 너무 차단한다는 식의 부자연스럽고 쓸데없는 것들뿐이라 야간 소음을 줄여주는 이 소음 필터기가 최선이었다. 어찌됐든 조금 조용해지기는 할 테니까.

“나도 그만 자야지.”

소음 제거기도 찾고 루비 덕분에 뜻밖의 횡재를 한 시황은 가볍게 휘파람을 불며 방으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여성 신체 보정 마력 회로로 아루는 물론이고 다른 가슴 작은 여자애들의 가슴을 살짝 키울 생각이었다. 시황은 단순히 가슴을 큰 게 좋아하는 게 아니라 신체 밸런스를 따졌을 때 적절한 가슴 크기를 선호했기 때문에 과도하게 가슴을 키울 생각 자체는 없었다. 애초에 마력 회로 효율상 많이 키우는 게 불가능하기도 했지만.

하여튼 어디까지나 중요한 건 무작정 큰 게 아니라 균형적으로 아름다운 몸매였으니까 말이다.

**

시황은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은지와 지숙의 방으로 찾아갔다. 생각난 김에 블로그에 있던 글을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원래라면 진작 물어봤어야 했는데 요즘 학교를 다니는데다 화장품 때문에 바빠서 깜빡해버리고 말았다.

똑똑

“누구세요?”

“응. 나야.”

시황의 노크에 안에서 은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오빠! 들어오세요.”

시황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은지는 카페에 나갈 준비를 마쳤는지 화장을 끝낸 데다 간편한 옷을 입고 있었다. 그에 비해 지숙은 저녁 타임에 일하다 보니 아직까지 잠을 자고 있었다.

“치마 예쁘네?”

“예쁘죠? 전에 길 가다가 예뻐서 바로 샀어요.”

시황의 칭찬에 은지가 기분 좋게 웃으며 치마를 보여주었다. 무릎 위까지 오는 짧은 치마는 은지의 다리를 훤히 드러내고 있었다.

시황의 마사지로 다리가 약간 얇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다리가 조금 짧아 보이는데다 통통한 느낌이 없지는 않았다. 그래도 은지의 다리 정도면 각선미가 제법 괜찮은 편에 속하긴 했지만 말이다.

“잠깐 얘기할 수 있지?”

“아, 네. 오빠. 무슨 일 있어요?”

시황의 말에 은지는 살짝 시황의 눈치를 봤다. 찬미가 해준 말이 떠올랐던 것이다.

시황이 지금 유진아와 사귈 것처럼 분위기가 좋은데다 찬미와 제법 깊은 관계였다는 상상치도 못했던 얘기에 약간 충격을 받기는 했지만 시황 같은 남자를 주변에서 놔둘 리가 없었기 때문에 은지는 그럴 만 하다고 수긍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옛날에 아무것도 모를 때 시황을 차기도 했고 아직까지 시황과 사귀는 사이도 아니었기 때문에 시황이 다른 여자와 관계가 깊다고 해서 자신이나 지숙이나 뭐라 할 처지가 아니었다. 오히려 찬미가 했던 말대로 서로의 관계를 묵인하는 선에서 살짝 양보를 하고 시황을 일단 유진아에게 흥미를 잃게 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어찌됐든 언제까지나 시황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몸과 마음이 되어버렸으니까.

“그게 내가 카페에 대해 검색을 하다가 블로그 글을 하나 봤거든. 서비스가 나쁘니 어쩌니 하는 글이었는데 어떻게 된 건지 좀 알고 싶어서 말이야.”

“아……. 혹시 그 사람인가?”

“그 사람?”

은지는 뭔가 알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네. 전에 블로그 운영한다는 사람이 와서 커피랑 쿠키 같은 걸 무료로 좀 달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저희 카페가 그런 블로그 광고를 해야 할 것도 아니고 형평성에 어긋나서 정중히 사양했거든요. 그러더니 엄청 화를 내면서 돌아갔어요.”

“그렇단 말이지.”

어떤 상황인지 대충 눈에 그려졌다. 대다수의 파워 블로거들이 그러진 않겠지만 미꾸라지 한 마리가 흙탕물을 만들듯 어디를 가나 꼭 그렇게 몰상식한 사람들이 있었다.

“죄송해요. 오빠. 그때 좀 더 잘 대응했어야 하는데.”

“아니야. 잘했어. 앞으로도 그런 사람들 오면 그냥 단호하게 안 된다고 해. 뒤처리는 내가 할 테니까.”

은지의 말까지 듣고 나니 이대로 그냥 넘어가기에는 뭔가 손해를 보는 기분이었다. 이대로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기 때문에 시황은 어떻게든 카페 이미지에 타격을 준 그 블로거에게 큰 교훈과 반성의 시간을 가지게 해주고 싶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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