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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아래에서
“알겠습니다. 휴……. 그러면 2센티미터로 하겠습니다. 그런데 일주일은 너무 빠르니까 한 달로 하죠. 저도 학업이 있고 그래서 매일 여기에 들리긴 힘드니까요.”
“풉, 학업? 너 아직 학생이야? 학교 다니는 것도 거짓말 같은데? 사기꾼 놈아.”
“언니, 오빠 서울대 다니거든? 잘 모르면서 그러지 좀 마.”
“서, 서울대? 그것도 너 속인 거 아니야? 저런 놈이 서울대를 다닐 리가 없잖아.”
서울대라는 말에 루비가 살짝 움찔했지만 아까와 다르게 기가 살아서 얼굴 가득 시황을 비웃으며 말했다. 2센티미터라는 말에 시황이 당황해서 말도 제대로 못 잇는 모습을 보니 묵은 체중이 확 내려가는 거 같았다. 저렇게 당황스러워 하는데 내기를 안 받아들이는 게 바보였다.
“진짜야. 전에 뉴스도 났는걸. 유일하게 수능 만점 받았다고. 바보 같아도 공부는 잘한다구.”
“뭐, 사기 치는데 학벌이 중요한 게 아니지. 하여튼 내기 수락했으니까 한 달 안에 내 가슴 2센티미터 못 키우면 넌 인생 끝장나는 줄 알아.”
“휴……. 어쩔 수 없죠. 일단 하기로 했으니…….”
“푸하하. 많이 긴장했나봐? 땀까지 닦고.”
당황한 듯 땀을 닦는 듯한 시황의 모습에 루비가 크게 웃었다. 감히 은비와 만나서 가슴은 물론이고 대놓고 중요한 부위를 만지는 저런 파렴치한 놈은 인생은 실전이라는 걸 확실하게 가르쳐줘야 했다. 그리고 사랑하는 동생인 은비를 영원히 못 만나게 하리라.
“어, 언니. 그거 진짜 하는 거야? 언니 가슴이 만져지는데 안 부끄러워? 그냥 하지 말고 오빠랑 친하게 지내. 응? 오빠가 바보 같기는 해도 알고 보면 착하고…….”
왠지 상황이 생각했던 거랑 전혀 다르게 흘러가자 은비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루비를 말렸다. 시황이 루비 가슴을 만져서 커지게 한다는 보장은 전혀 없는데다 자신을 위해서 라고는 하지만 시황이 언니의 가슴을 만진다는 것도 썩 내키지 않았다.
“은비야. 넌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어. 내가 저 악독한 놈한테서 널 지켜낼 테니까. 야! 언제부터 할래? 정확히 한 달 뒤에 측정해서 2센티미터 안 커졌으면 넌 끝장이야.”
“하아……. 그러면 말 나온 김에 오늘부터 하죠. 미룬다고 될 일도 아니고.”
“풉, 오늘부터? 나 같으면 쪽팔려도 그냥 도망가겠다.”
“은비 씨 줄자 있어요? 가슴 크기부터 재야겠어요.”
“아씨, 나도 모르겠다. 잠깐만 기다려봐.”
은비는 밖으로 나가서 줄자를 가지고 와서 시황에게 건네주었다. 은비는 줄자를 가져다주면서도 이게 지금 이래도 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뭔가 꺼림칙하기도 하고, 시황이 언니의 가슴을 키워야 할 텐데 하는 걱정이 생기기도 하는 등의 온갖 감정이 뒤죽박죽 엉켜버렸다. 이젠 뭐가 뭔지도 모르겠다 싶은 상황.
“상의 좀 벗어주시겠어요?”
“사, 상의를 왜? 미쳤어? 변태야!”
“하아……. 조금이라도 정확하게 재야하니까요. 싫으시면 이 내기는 그냥 포기하시는 걸로 알아도 될까요? 그러면 저야 좋지만.”
“흐, 흥. 내가 포기를 왜 해? 네 인생을 아주 그냥 끝장내 버릴 건데.”
시황이 줄자를 가지고 다가오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던 루비가 근심, 걱정이 가득한 시황의 표정을 보며 마음을 굳게 먹었다.
가슴을 만져지는 게 부끄럽기는 하지만 못 참을 정도는 아니었다. 만약 시황의 얼굴이 못생겼다거나 이상했다면 절대로, 정말 절대로 가슴을 만지게 허락하지 않았겠지만 제법 말끔하고 번드르르한 얼굴에 몸매도 좋다보니 신기할 정도로 큰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 그냥 조금 부끄러운 정도?
처음 본 남자한테 가슴을 보이는데다 만져지기 일부 직전인데도 루비는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놀라울 만큼 침착하다고 생각했다. 몰랐는데 원래 자기가 이런 성적인 스킨십에 마치 미국인처럼 프리한 마인드를 갖고 있었던 걸까?
시황은 갸우뚱하고 있는 루비를 응시했다.
만약 보통의 남자가 대놓고 가슴을 만지겠다는 말을 했다면 성추행으로 단번에 경찰서로 끌려갔을 것이다. 하지만 시황은 보통 남자가 아니었다. 음양공생공을 익히고 연마해 일정 수준에 다다른 상태라 음낭에서 여자의 경계심을 풀고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는 향기가 피어올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간단히 게임식으로 설명하자면 여자에게만 매력 +5 라는 패시브 스킬의 느낌이라고 할까?
머뭇머뭇하던 루비는 단번에 상의를 확 벗어버렸다. 집에서나 입는 간단한 티와 브래지어만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슴이 순식간에 드러났다.
“야! 빨리 재라고. 가슴 쳐다보면 눈을 아주 그냥 뽑아버릴 줄 알아.”
“그래! 언니 가슴 힐끔 거리기만 해봐. 가만 안 둘 거야!”
자매 둘이서 저러니까 정신이 다 없었다.
“재겠습니다.”
시황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루비에게 다가가서 가슴을 가린 팔을 내리고 윗가슴과 밑가슴 사이즈를 측정했다.
윗가슴 둘레 83.9센티미터, 밑가슴 둘레 76.3센티미터
7.6센티미터 차이가 났다. AA컵이 윗가슴 둘레에서 밑가슴 둘레를 뺐을 때 7.5센티미터 이하여야 하는데 루비는 7.6센티미터였으니 간신히 A컵 턱걸이를 한 것이다. 이대로라면 윗가슴 둘레가 2센티미터 더 커지더라도 8.6센티미터 차이이니 B컵이 되기엔 너무나 부족한 수치였다. 2센티미터 키운 게 A컵에서도 중간 정도의 크기밖에 안 되니 말이다.
“흠……. 83.9센티미터네요.”
“야! 말로 하지 마. 이거 진짜 지금이라도 경찰 부를까 짜증나네.”
가슴에 콤플렉스라도 있는지 루비는 시황의 말에 아까보다 더 흥분해서 소리쳤다.
그런데 아까 전에는 손으로 가슴을 가려서 잘 몰랐는데 막상 제대로 보니 가슴이 작기는 정말 작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루도, 은비도 가슴이 작았는데 딱 봐도 루비보다 컸다. 이정도 크기면 가슴을 키우지 않은 아루 수준이었다.
“야! 어딜 보는 거야! 눈깔을 뽑아버릴라.”
“보지 마! 보지 말라고! 변태!”
시황이 가슴을 쳐다보는 걸 알았는지 루비가 가슴을 가리며 화를 냈고 은비도 바로 달려와 시황의 눈을 가렸다. 비슷한 가슴 마사지를 해줬던 은지, 지숙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피곤한 자매였다.
“그러면 바로 마사지 해드리겠습니다.”
“흐, 흥. 좋아. 그러면 오늘부터 시작하니까 나중에 딴 소리 하지 말라고. 그리고 내가 바빠서 못 만나는 날도 시간이 지나간 걸로 칠거야.”
“하아…….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죠.”
완전 제멋대로였지만 크게 상관은 없었다. 대비책을 생각 안 해둔 게 아니니까.
“은비 씨 손 좀 잠깐 치워주시겠어요?”
“으으……. 싫어! 나 계속 눈 가리고 있을 거야.”
“일단 준비할 때까지만 놔주시면 안 될까요? 마사지 할 때는 가려도 돼요.”
“칫, 알았어.”
시황의 말에 은비는 순순히 손을 풀어주었다. 하지만 볼을 살짝 부풀린 게 기분이 썩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나중에 따로 만나서 쇼핑이라도 해요. 가다가 아이스크림도 먹고 저녁도 먹어요.”
“쇼핑? 내가 쇼핑 한다고 좋아할 거라 생각했어? 바보.”
시황이 귓가에 살짝 중얼 거렸다. 그러자 은비가 새침하게 말하기는 했지만 표정이 아까 전과 다르게 확실히 좋아졌다.
“야! 너 은비한테 뭐라고 속삭이는 거야!”
“별 거 아니었어요. 일단 침대에 누우세요.”
“왜, 왜 침대에 누워야 하는데?”
“마사지 하려면 그 자세 말고는 다른 방법 없으니까요.”
“허튼짓하기만 해봐. 나 지금 엄청 참고 있는 거니까.”
일단 시황이 한마디 하면 루비는 무조건 반발부터 하고 봤다. 두 번 세 번 설명하려니까 귀찮고 피곤했지만 일단 마사지까지만 하면 그 다음부터는 좀 간단해 지지 않을까 싶었다. 설마 계속 저러진 않을 테니까.
루비가 침대에 누워 부끄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얼굴을 돌리고 가슴을 가렸다. 새침을 넘어서 짜증나기까지 하는 루비였지만 그래도 몸매가 워낙 좋다보니 작은 가슴을 가리며 부끄러운 표정을 짓는 것만으로도 색기가 흘러넘쳤다.
시황은 손에 로션을 짠 뒤에 문질러서 골고루 바르고 곧바로 루비의 위에 올라선 뒤에 가슴을 가린 팔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가슴을 살짝 쥐었다.
“야! 미쳤어! 하면은 한다고 말을 해야지!”
“야! 눈 감으라고 이잉…….”
갑작스럽게 시황이 루비의 가슴을 만지자 루비와 은비가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빨리 하고 끝내죠.”
루비가 시황을 단번에 찢어발길 것처럼 무서운 눈을 하고 쳐다봤지만 시황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가슴을 만지작거렸다. 작아도 너무 작은 가슴이라 딱히 만질 것도 없지만 그래도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눈 가릴 거야.”
그런데 가슴을 만지고 있으니 쀼루퉁한 표정을 지은 은비가 와서는 시황의 눈을 아예 가려버렸다.
“야! 제대로 마사지 하는 거 맞아? 그냥 내 가슴 만지고 있는 거 같은데. 만약 지금 그냥 만지기만 하고 있는 거면 너 죽을 줄 알아.”
“제대로 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로션만 바르면 끝인 거고 마사지야 가슴을 만지기 위한 부가적인 것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루비의 말대로 시황은 지금 그냥 가슴을 만지고 있는 게 맞았다. 하지만 이런 일은 한 두 번 하는 게 아닌지라 시황은 아주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가슴을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이대로 계속 되면 의심을 할 수가 있었기 때문에 마력 회로를 가동시켜 치유력을 머금은 다음에 본격적으로 가슴을 문질러주기 시작했다.
“읏……. 뭐, 뭐야…….”
미끌미끌한 시황의 손이 유두를 스치고 지나가는 순간 이상야릇한 쾌감이 피어오르자 루비는 움찔하는 표정을 지었다. 가슴 마사지라더니 정말 다리가 움츠려들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후우…….”
가슴 전체를 만지는 것부터 부드럽게 움직여 주는 것도 절로 한숨이 나올 정도로 좋았는데 손이 유두를 살짝 꼬집듯이 자극을 줄때마다 마치 전기가 일어나는 듯 찌르르한 쾌감이 자꾸 생겨나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으려고 했지만 유두가 만져질 때마다 얼굴이 살짝 일그러지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으으……. 너 두고 보자. 마사지만 끝나면 가만 안 있을……거야…….”
“네? 갑자기 무슨……. 제 마사지가 아프신가요?”
“으윽…….”
뜬금없는 선전포고에 시황은 아프냐고 물어봤지만 루비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신음을 억지로 참는 듯한 기묘한 소리일 뿐이었다.
시황은 루비의 성감대가 은비와 마찬가지로 유두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직접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생각 외로 반응이 대단한 걸 보면 은비보다 유두가 더 민감한 거 같았다.
대충 하고 말려고 했지만 반응이 제법 괜찮아서 시황은 일부러 시간을 끌어 30분 동안이나 마사지를 했다.
처음엔 철천지원수처럼 시황을 가만 안 놔두겠다고 말하던 루비도 시간이 좀 지나자 계속 토해져 나오는 신음을 참는다고 어떠한 말조차 하지 못했다.
“다했습니다.”
“너……. 가만 안 둘 거야. 절대 가만 안 둘거야.”
“네?”
마사지가 끝나자 얼굴 가득 시뻘겋게 물들인 루비가 엄청나게 화난 표정으로 시황을 노려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까보다 독기가 좀 많이 빠진 느낌이라 그런지 노려보는 게 어떻게 보면 마치 유혹하는 표정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겨우 가슴 마사지 한 번 했다고 유혹할 리는 없었기 때문에 그냥 노려보고 있는 게 맞았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이 표정은 적이나 다름없는 남자에게 가슴 마사지를 받고 약간이나마 기분이 좋았던 것에 대한 분노였던 것이다.
정작 시황은 은비가 아직까지 눈을 가리고 있어 그런 표정을 전혀 못 봤지만 말이다.
가슴을 가리고 한참 동안 시황을 노려보던 루비는 옷과 브래지어를 가지고 아무런 말없이 방을 휙하고 나가버렸다.
“갔어요?”
“응. 언니 방으로 돌아갔어. 엄청 화난 거 같던데 왜 그러지?”
마사지가 끝나고 나서 또 한참 뭐라고 할 줄 알았던 루비가 그냥 방으로 돌아가 버리자 은비는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언니 성격을 봤을 때 설마 이렇게 간단히 끝날 거라고는 전혀 예상을 못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