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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278화 (278/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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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아래에서

겨우 2시간만 들으면 되는 교양수업인지라 부담 없이 가볍게 수업을 끝내고 바로 집으로 갔다. 카페야 은지랑 현주, 지숙이 워낙 관리를 잘하니 특별히 신경을 쓸 게 없어서 좋았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집으로 들어갔는데 평소와 다르게 거실에 아무도 없었다. 분명 집에 아루와 수란은 물론이고 지숙과 어시스턴트인 시연도 있을 텐데 너무 적막하니 이상하기만 했다.

방에 들어가서 옷을 가볍게 갈아입은 시황은 아루와 수란이 지내는 2층 방에 들어갔다. 거기엔 뭘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한 침대에 앉은 수란과 아루가 제법 심각하게 얘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도박천재 카이죠라는 만화 무섭던 걸. 수란이가 보래서 꾹 참고 1권 보려고 했는데 무섭게 생긴 사람들만 나와서 도저히 못 보겠어. 힝…….”

“못해도 도박천재 카이죠는 봐 줘야 만화 좀 읽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크리스탈 가면 같은 순정만화만 보지 말고 역사만화나 요리만화처럼 다양한 만화를 보면서 지식을 넓히는 것도 아루에게 정말 중요한 일이야.”

“그래도 난 크리스탈 가면처럼 순정만화 볼래. 순정만화가 제일 재밌는 걸…….”

나름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하기에 뭔가 했더니 평범한 만화에 관한 얘기였다. 그런데 만화 제목들이 시황이 듣도 보도 못한 것들인 걸 보면 만화에 관한 지식은 이제 아루나 수란이 시황을 완벽하게 압도하고 있었다.

“뭐해?”

“앗! 오빠!”

문을 닫고 시황이 기척을 내자 그제야 시황이 들어왔다는 걸 알아차린 아루가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시황에게 안겼다. 아루에게 있어 가장 중요하고 좋아하는 게 시황이었고 그 다음이 만화였다.

“읏차!”

시황은 가볍게 아루를 들어 침대에 앉힌 뒤에 자신도 침대에 걸터앉았다. 어제 전화로 얘기했던 것처럼 수란과 중요하게 할 얘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제는 즐겁게 잘 노셨나요?”

“응. 진아랑 즐거운 밤을 보냈지.”

수란이 약간 무뚝뚝한 표정으로 묻자 시황이 옆에 있는 아루의 가슴을 만지며 대답했다. 그러자 아루가 시황의 바지에 손을 집어넣어 조그마한 손으로 성기를 조물조물 만졌다.

“다행이네요. 어제 오빠가 말한 대로 은지 언니와 지숙 언니, 찬미 언니, 유미에게는 여러 가지 일 때문에 오빠가 바빠서 못 들어온다고 적당히 설명했어요.”

“그러니까 뭐라고 해?”

“알겠다고는 하는데 표정들이 썩 좋지는 않더군요. 다른 여자하고 같이 놀고 있을까봐 불안해하는 표정처럼 보였어요. 뭐, 그 불안함이 사실이었지만요.”

“하하. 그러게.”

수란은 여전히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떻게 들으면 약간 비꼬는 거 같기도 했지만 시황은 전혀 개의치 않고 가볍게 웃을 뿐이었다.

그런데 시황의 성기를 만지던 아루가 어느새 바지에서 발기한 성기를 꺼내더니 혀로 살짝 핥기도 하고 손으로 문지르기도 하며 장난을 쳤다. 예전 오피스텔에 있을 때 항상 이런 식으로 시황과 놀았기 때문에 수란이 있든 말든 전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오빠 문질문질해도 돼요?”

“지금 수란이랑 얘기하고 있으니까 오빠가 만지기만 해줄게. 이리로 와.”

“네. 헤헷.”

아루가 반바지를 완전히 벗어 음부를 드러낸 채로 시황의 옆에 달라붙었다. 그러자 시황은 자연스럽게 치유력을 끌어올린 다음에 아루의 음부, 특히 음핵을 만져주었다. 야한 짓이라고 하기에는 평소에 아루와 있을 때 항상 이런 식으로 지냈었기 때문에 시황에겐 평범한 일상일 뿐이었다.

“원래 전 전혀 신경도 안 쓰지 않았나요?”

수란은 아루와 시황을 보며 덤덤한 척 말은 했지만 살짝 붉어진 얼굴까지는 숨기지 못했다.

“일단 얘기는 마쳐야 하니까 말이야. 너도 알다시피 여기에 온 뒤로 내가 아루나 다른 여자들이랑 섹스를 전혀 못 했잖아.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을 해야 집에서 편안하게 섹스를 할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나는 해결책 같은 거 없어? 나 요즘 섹스를 통 못해서 좀 힘들어.”

“……뭐라 할 말이 없네요.”

수란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섹스라고는 옆에서 시황이랑 아루가 하는 것만 본 처녀에게 못하는 소리가 없었다. 이런 문제는 그냥 혼자 해결했으면 하는 마음과 더불어 다른 여자들한테는 그렇게 열심히 접근을 하면서 자신에게는 왜 무관심한지 정말 의문이었다.

수란이 시황에게 점점 무뚝뚝해지고 까칠하게 말하는 것도 그러한 의문이 생기면서부터였다.

“하으……. 기분 좋아. 오빠 너무 좋아요…….”

아루는 완전히 시황에게 기대어 가쁜 숨을 내쉬고만 있을 뿐이었고, 그런 아루를 수란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무시하는 듯 했지만 한 번씩 아루 쪽으로 향하는 눈과 붉어진 얼굴은 매우 신경이 쓰인다는 걸 시황에게 대놓고 티내고 있었다.

“별 다르게 생각나는 건 없군요.”

“수란아. 내가 수란이를 가장 믿고 의지하는 거 알지? 나한테 가장 큰 비밀인 케즈론의 유산을 물려받았다는 사실을 수란이, 너 밖에 모르기도 하고 말이야. 그만큼 내가 수란이를 소중하고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

성기를 내놓고 아루의 음핵을 자극하며 할 말은 아니었지만 어찌됐든 시황의 이 말 덕분에 수란의 얼굴이 약간 풀리기는 했다.

“어쩔 수 없군요. 그러면 일단 그 진아인가 하는 분과 만나면서 몇 번 더 외박을 해보세요.”

“응? 그래도 돼?”

“일부일처제인 이 세계에서 그런 상식을 벗어나는 행동을 하려면 약간의 도박을 할 수밖에 없어요. 외박을 할때마다 제가 일 때문이라고 하다가 나중에 알고 보니까 진아라는 분하고 어울리는 거 같다고 찬미 언니에게 말해서 분위기를 만들어 볼게요. 그리고 그 뒤에…….”

“호오…….”

나름 그럴싸한 계획에 시황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

시황이 운영하는 케즈론 카페는 연일 사람들로 북적북적했고 연예인들도 심심찮게 구경을 할 수 있을 만큼 유명해졌다. 그리고 수란이 그린 루스 모룬의 모험도 판매량이 제법 좋기는 했지만 한국 만화 시장 자체가 작다보니 엄청난 판매량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었다. 이 부분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듯 했지만 어찌됐든 커다란 문제없이 시간은 훌쩍 흘러가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시황은 고운의 옆에 앉아 지루한 표정으로 강의를 듣고 있었다. 강의실 밖에는 남자와 여자애들이 즐겁게 떠들며 지나가고 나른할 정도로 기분 좋은 봄 날씨는 춘곤증만을 불러일으킬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조금 있으면 벚꽃축제도 하는데 다 같이 모여서 구경을 같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시황은 창밖을 바라봤다.

수란이 말한 대로 시황은 틈틈이 진아와 외박을 하면서 몸으로 많은 즐거움을 나눌 수 있었다. 그런데 진아와 즐거움을 나눈다고 외박을 할 때마다 찬미와 유미, 은지와 지숙의 표정은 점점 굳어져가기만 했다. 그 안타까운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는 과정이었다.

한창 수업을 듣고 있는데 문자가 왔다. 시황은 폰을 꺼내 살짝 확인을 했다.

은비였다.

[바부야. 뭐해? 수업 듣는 중이야? 오늘 수업 언제 끝나? 난 오늘 쉬는 날인데 나중에 만날 수 있어? 저녁 영화표 끊어 놨으니까 안 된다고 하기만 해봐.]

안 그래도 몸도 나른하고 어디론가 놀러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은 진아가 아니라 은비랑 만나는 김에 화장품이나 건네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고민하던 시황이 은비에게 답장을 보내려고 하는 때 또 다른 문자가 왔다. 이번엔 진아였다.

[오빠, 화장품 사겠다는 애들이 몇 명 있어. 내가 써보라고 샘플 통에 약간 담아줬는데 효과를 제법 봤나봐. 무조건 사겠다고 하는데 언제쯤 시간 돼? 가격이랑 시간을 오빠랑 맞춰 보고 연락해준다고 했거든.]

시황은 유진아가 역시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좋다고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써보라고 화장품을 샘플 통에 담아서 주변 친구들에게 건네줘서 안 살 수 없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갑자기 문자가 두 개나 와서 시황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 와중에 또 문자가 하나 더 왔다. 마치 짜기라도 한 듯 갑자기 문자가 오자 시황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만간 정해진 계획대로 할 때가 됐어요. 요즘 부쩍 찬미 언니와 다른 언니들이 불안해하고 있어요. 오늘 찬미 언니가 오빠랑 한 번 얘기를 해보겠다는 걸 제가 학교 가서 무슨 일인지 알아보겠다고 해서 겨우 말렸어요. 나중에 집에 오거든 언제 제가 학교에 찾아갈지 말해 주세요.]

수란의 문자는 이제 때가 되었음을 알리고 있었다. 은비의 문자가 제일 별 의미 없었지만 오늘은 어찌됐든 은비와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은비에게 꼭 물어볼 것도 있었고 말이다.

그리고 유진아와 수란의 일은 내일 한 번에 처리하면 될 듯 했다. 어차피 수란은 그저 학교에 와서 유진아와 만나기만 하면 끝이었으니까. 그 뒤는 계획한 대로만 하면 됐다.

[그러면 마치고 우리 집으로 데리러 와. 오늘 뭐할지는 내가 다 짜놨으니까 넌 그냥 차랑 몸만 오면 돼. 아, 그리고 혹시 가능하면 초코 쿠키도 들고 오면 좋고. 우리 엄마도 그거 엄청 좋아하시거든.]

제일 먼저 보낸 은비에게서 문자가 왔다. 시황은 간단히 알겠다는 답장을 보내자 이어서 바로 유진아에게서도 답장이 왔다.

[알겠어요. 그럼 내일 오빠랑 저랑 만나서 먼저 얘기 좀 하고 걔네들이랑 만나기로 해요. 저녁에 만나서 저희가 운영하는 호텔에서 가볍게 식사를 하고 화장품을 건네주기로 하면 될 거 같아요. 오빠도 걔네들이랑 친해지면 케즈론 브랜드를 런칭할 때도 제법 도움이 될 거에요.]

삼강 그룹 회장의 딸다운 문자였다. 침대에서는 성에 대해 잘 가르쳐주는 상냥한 선생님 같은데 이렇게 보면 또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 같기도 한 묘한 느낌이었다.

유진아에게도 답장을 보내고 혹시 수란에게 답장이 올까 해서 기다렸는데 수란은 전혀 답장을 보내주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수란에게 생겨난 이런 까칠한 매력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한창 문자를 보내고 받고 하다 보니 어느새 수업이 끝났다. 다음 강의도 같은 강의실에서 했기 때문에 시황과 고운 보영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책만 바꾸었다.

“오빠 수업 시간이 계속 문자 보내던데 유진아 언니랑 그렇게 문자를 주고받은 거예요?”

“반은 그렇지.”

시황의 대답에 고운이 약간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유진아랑 친한 사이인 거까지는 좋았는데 너무 친한 게 마치 사귀는 거 같았기 때문이었다.

“혹시 오빠 유진아 언니랑 사귀는 거예요?”

“하하. 아니야. 그냥 친한 사이야.”

고운은 시황의 대답에 표정이 밝아졌다. 자신이 시황의 여자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지만 그렇다고해서 시황에게 여자 친구가 생기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아이돌이나 연예인을 바라보는 팬의 마음, 아니 그 이상이다 보니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면 오빠 오늘 강의 끝나고 영화 보러 가실 수 있어요? 요즘 여름 왕국이 정말 인기래요.”

“미안. 미리 잡아둔 약속이 있어서 오늘은 좀 힘들 거 같네. 다음에 같이 보러 가자.”

“네에…….”

고운은 다시 시무룩한 표정으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시황과 좀 더 친해지고 싶은데 시황이 너무 바빠서 수업을 같이 듣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난 잠시 화장실 좀 갔다 올게.”

고운은 화장실을 가기 위해 일어나는 시황을 바라봤다.

친구인 보영도 인정했다시피 시황 같은 남자는 자신과 보영처럼 평범한 여자가 넘볼 수 있는 남자가 아니었다. 서울대라는 학벌이 있기는 했지만 시황도 서울대인 마당에 그런 학벌은 의미가 없어졌다. 시황이라는 존재는 마치 저 먼 하늘에 있는 별과 같았다. 눈으로 볼 수는 있지만 손에 닿지도, 넣을 수도 없는 그런 존재 말이다.

“하아…….”

“힘내. 혹시 알아? 계속 같이 다니다 보면 오빠도 널 좋아하게 될지.”

고운이 한숨을 내쉬자 옆에 있던 친구인 보영이 가볍게 등을 두드려줬다. 고운이 시황을 진정으로 좋아하기는 했지만 시황이 유진아와 썸을 타기라도 하는 듯 친근하게 지내다 보니 쉽게 속내를 비칠 수도 없었다. 그냥 잘생긴 남자를 좋아하는 거였으면 이렇게 힘들어하지 않았을 텐데 시황이라는 존재는 허들이 높아도 너무 높았다.

보영은 그런 고운이 안쓰러워 한동안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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