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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아래에서
“뭐 먹을까? 점심을 학식으로 먹어서 그런가, 배 고프네.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아…….”
유진아는 시황의 입술이 바로 떨어지자 안타까운 탄성을 내며 좀 더 키스를 갈구하는 표정으로 시황을 쳐다봤다. 하지만 시황은 아무런 눈치를 채지 못하고 태연히 밥을 먹자는 말을 할 뿐이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좀 더 진한 키스를 하는 게 보통 아닌가라고 유진아는 생각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체불명의 무인도에서 일주일 동안 알몸으로 지내다시피 했는데, 그때 만약 보통 남자였다면 당장에 자신을 덮쳤을지도 몰랐다. 아니, 분명 덮쳤을 것이다. 하지만 시황은 덮치기는커녕 알몸으로 껴안고 자도 가슴 한번 주무른 적이 없었다.
갑자기 유진아의 머리가 맑아지며 크나큰 깨달음을 얻었다. 그렇다. 시황은 숙맥이었던 것이다. 심지어 제대로 남자조차 사귄 적 없고 섹스조차 해본 적 없는 자신보다 성적으로 더 모르는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 이 상황은 물론이고 무인도에서 알몸으로 지낼 때 아무런 성적인 스킨십을 취하지 않았던 그때 그 상황이 전혀 설명이 되질 않았다.
“으, 응. 그러면 내가 자주 가는 한식집에 가서 먹을까? 한식 괜찮아? 오빠?”
“나야 뭐든지 잘 먹지. 거기로 가보자.”
“응. 일단 밥부터 먹고 생각해보자.”
유진아는 이대로라면 또 시황과 아무런 스킨십도 하지 못한 채 헤어질 거 같다는 불안감에 식사부터 하고 술을 마시든 뭘 하든 시황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야겠다고 다짐했다.
밥을 먹고 난 이후에 할 일을 구상하는 것만으로도 벌써부터 긴장, 흥분이 돼서 유진아의 볼이 살짝 붉어졌다. 무인도에서 헤어진 이후로 받지 못한 스킨십을 전부 다, 아니 그 이상을 받아낼 생각이었다.
시황은 얼굴을 붉힌 채로 시동을 걸고 운전을 하는 유진아를 보며 살짝 웃고만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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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아가 가는 곳 답게 호화로운 한식집이었다. 단순히 가격이 비싼 걸 떠나서 한옥으로 된 단아한 건물부터 해서 방 안의 인테리어도 상당히 정갈하면서 호화스럽다는 느낌을 주었다.
거기다 넓은 홀도 있는 반면 방으로 된 곳은 한 팀이 쓸 수 있도록 구분되어 있는데 방음이 그럭저럭 되는 건지 옆방의 소리가 그렇게 크게 들리지는 않았다. 이정도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마음 편히 밥을 먹기에 차고도 넘치는 수준이었다.
유진아가 익숙한 듯 한정식을 시키자 얼마 지나지 않아 흔히 말하는 상다리가 부러질 것처럼 상이 차려지기 시작했다. 제법 넓은 상이 가득 찰 정도로 다양한 반찬들이 올라왔는데 익숙한 것도 있었지만 몇몇은 TV에서나 보던 궁중요리인가 하는 것들이었다.
시황과 유진아는 가볍게 이런저런 평범한 대화를 하며 식사를 했다. 척 봐도 비싸 보이는 음식이라 그런지 맛도 상당히 깔끔하고 정갈했다. 입맛을 돋우는 반찬들 덕분에 시황은 순식간에 밥 2공기를 뚝딱 해치워버렸다.
“진아가 데리고 온 곳이라 그런지 정말 맛있네.”
“여러 군데 가봤는데 여기가 음식 맛이 제일 깔끔해서 자주 오는 곳이야.”
식사를 다하고 마무리로 숭늉을 마시며 시황이 말하자 유진아는 살짝 시황의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이제 술을 마시러 가자고 시황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을 해야 하는데 선뜻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가 않았다.
유진아는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보통은 남자가 흑심을 품고 여자에게 술을 마시러 가자고 말하기 마련이었다. 지금 이 상황만 보자면 여자인 유진아가 남자인 시황을 집으로 데리고 가서 어떻게 해보려는 아주 흔치 않은 모습이었다.
“이제 어디 갈까? 그러고 보니 진아 내일 강의 있지 않나? 슬슬 헤어지는 게 좋을까?”
“아니, 아니. 내일 오후 강의라서 시간 엄청 널널해. 오빠는 아침 강의야?”
“나도 오후 강의라서 별로 문제될 건 없어.”
“다행이다. 그러면 오빠, 간만에 만났으니까 우리 집에 가서 간단히 술이라도 마실래? 그러고 보니 나 오빠랑 술마셔본 적 없는 거 같아.”
한참을 눈치보다 유진아는 겨우겨우 집에서 술을 먹자고 말할 수 있었다. 이런 말을 평소에 해보질 않아서 꺼내기가 정말 힘들었다.
“그렇게 하자. 참고로 나 술 잘 못 마시니까 이해해줘.”
“걱정 마. 오빠. 나도 잘 못 마시는 걸. 그냥 간단히 먹는 거야.”
시황이 술을 잘 못 마신다는 말에 유진아의 눈이 먹이를 발견한 살쾡이처럼 번뜩였다. 어쩌면 생각한 것 이상의 것을 성취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자 입술이 바짝 말라 유진아는 혀로 입술을 축였다.
“그러면 슬슬 나가자. 계산은 내가 할게.”
“괜찮아. 오빠 내가 계산할게. 내가 밥먹자고 했는 걸.”
“그래? 그러면 술하고 안주는 내가 살게. 얻어먹기만 하면 미안하잖아.”
“응. 그렇게 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밖에 나온 시황과 유진아가 계산을 하는 동안 고즈넉한 식당의 정원을 걸었다. 제법 넓은 평수의 가게라서 그런지 잔디로 된 정원에 돌로 된 길과 제법 멋스러운 소나무들이 심어져 있어 그윽한 풍취가 감돌고 있었다.
다음에 부모님이 서울에 오면 여기에 한번 데리고 와야겠다고 생각하며 시황은 주변을 둘러봤다.
“오빠 이제 가자.”
“그래.”
시황과 유진아는 주차장에 세워둔 차를 타고 근처에 있는 마트로 갔다. 제법 커다란 곳이라 다양한 술과 와인들이 있었는데 술을 거의 안 마셔봤다는 시황의 말에 유진아는 시황이 알지도 못하는 술들을 상당히 많이 샀다.
“너무 많이 사는 거 아니야? 난 술 이렇게 많이 못 마시는데.”
저녁시간대라 혼잡한 마트 공간에 카트를 끌고 유진아를 쫓아다니던 시황이 말했다.
“호, 혹시 몰라서 미리 사두는 거야. 오늘 다 마시는 게 아니라. 나중에 또 술 사러 오기 귀찮잖아.”
“친구랑 마시려고?”
“으, 응. 그렇지. 친구랑 마실 거야.”
유진아는 약간 당황하며 대답을 했다. 사실 어떻게든 시황에게 술을 먹여야겠다는 생각에 고르다 보니 자신이 봐도 좀 많이 샀다 싶었다. 집에 말도 안 되게 비싼 양주도 있었지만 시황이 뭘 좋아할지 모르니 일단 대중적인 술부터 다 사고 본 것이다.
여기에 과자부터 해서 치킨에 튀김 등 다양한 음식까지 산 뒤에야 겨우 유진아의 집에 올 수 있었다.
“오랜만에 오네. 나도 이런 집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시황은 유진아가 마구잡이로 산 술과 음식들을 부엌에 있는 식탁에 올려놓고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유진아의 빌라에 올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혼자 살기에는 지나치게 크고 고급스러웠다. 혼자만 지내기에는 아쉬운 느낌이 들 정도로 말이다.
“오빠가 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도 돼. 아, 그래 이 참에 내가 비밀번호 가르쳐 줄게. 나 자고 있을 때 와도 괜찮아.”
유진아는 재빠르게 시황에게 집 비밀번호를 가르쳐주고 혹시 까먹을까 싶어서 폰으로 비밀번호를 보내기도 했다.
“땡큐. 한 번씩 우리 진아 보고 싶으면 놀러올게.”
“응. 언제든지 놀러와.”
시황의 말에 기분이 좋아진 유진아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 아예 여기서 같이 지내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건 무리라는 걸 너무나 잘 알았기 때문에 입 밖에 절대 꺼내지 않았다.
“술은 어디서 먹을까? 네 방에서 먹을까? 아니면 여기?”
“내 방에서…….”
당연히 방에서 먹자고 말하려던 순간 유진아는 시황에게 절대 보여줄 수 없는 물건 하나가 생각났다.
“자, 잠깐만 오빠. 으, 음식 좀 꺼내고 있어줄래? 방 정리를 안 해서 금방 정리하고 올게.”
“응. 그렇게 해.”
유진아는 빠르게 자신의 방으로 간 뒤에 혹시 시황이 들어올까 봐 문을 잠갔다.
“큰일 날 뻔 했네.”
유진아는 침대에 누워있는 시황의 얼굴이 그려진 기다란 베개를 집어 들고는 옷장 깊숙한 곳에 숨겼다.
무인도에 있을 때 항상 시황을 끌어안고 자서 그런지 혼자 자려고 할 때마다 왠지 불안하고 잠이 안 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울 때가 빈번했다. 그래서 결국 해결책으로 생각한 게 시황의 얼굴이 그려진 기다란 베개를 특별히 주문하는 것이었다. 하여튼 이 베개를 끌어안는 것으로 간신히 잠에 들 수 있었고 이젠 이 베개가 없으면 잠을 못잘 만큼 매일 밤 애용하고 있었다. 거기다 부끄러운 사실이지만 무인도에서 자위의 즐거움을 깨닫고 시황의 얼굴이 그려진 저 베개를 끌어안고 한 번씩 자위를 하는데 이용하기도 했었다.
“하아…….”
이제야 안심이 됐는지 유진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저런 부끄러운 베개를 이용하고 있는 걸 시황에게 들켰다간 그날로 모든 게 끝이었다. 만약 저 베개를 시황이 본다면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지을 게 분명했다.
한 번 더 꼼꼼히 살펴본 뒤에 유진아는 부엌으로 나갔다. 얼마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시황이 이미 깔끔하게 사놓은 음식들을 정돈해놨다.
“이제 들어가도 돼?”
“으, 응. 괜찮아. 오빠. 내가 그릇이랑 챙겨서 갈게.”
“알았어.”
시황과 유진아는 술과 음식들을 챙겨서 방에 있는 테이블에 올리고 세팅을 마쳤다. 이제 마시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저, 저기 오빠.”
“응?”
테이블에 앉은 유진아는 귀가 빨개진 채로 안절부절 못하며 시황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 옷 벗고 술 마시자. 사실 나…… 그 무인도 일 이후로는 옷 벗고 있는 게 더 편해서…….”
입술을 살짝 깨물던 유진아는 용기를 내서 겨우 옷을 벗고 술을 마시자고 말을 할 수 있었다. 시황과 좀 더 진한 스킨십을 하기 위한 의도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거짓말인 건 아니었다. 그 무인도 사건 이후로 항상 집에서는 옷을 다 벗고 있었으니까.
“아, 하하. 그럴까? 사실 나도 그 날 이후로 옷을 입는 거 보단 벗고 있는 게 더 편해.”
시황은 유진아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바로 옷을 다 벗었다. 아름답다는 말이 나오는 근육이 새겨진 시황의 몸도 몸이지만 하체에 달려있는 거대한 구렁이 같은 성기를 보는 순간 유진아는 침을 꿀꺽 넘어갔다.
“진아는 안 벗을 거야?”
“아, 아니. 나도 벗을게 오빠.”
시황의 말에 유진아도 옷을 벗기 시작했다. 블라우스를 벗고 스커트를 내렸다. 우아한 몸놀림으로 옷을 하나씩 벗어나가는 모습은 장관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특히 브래지어를 풀자 출렁거리는 B컵의 가슴과 팬티를 내릴 때 드러난 음모는 남자의 무언가를 자극하는 굉장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잠깐만 옷 좀 정리할게.”
유진아는 자신의 옷과 시황이 벗어둔 옷을 곱게 개어서 방 한쪽에 놔두었다. 대기업 회장의 딸인만큼 저런 거 잘 못할 거 같은데 은근히 가사를 잘했다.
“옷 벗으니까 왠지 샤워를 해야 할 거 같은데. 하루 종일 강의실에 있어서 먼지도 많은 느낌이라서 말이야. 이왕 옷 벗은 김에 우리 샤워하고 술 마실까?”
“아, 응. 그래 오빠. 그러자. 나도 약간 찝찝해서 샤워부터 하고 싶었어.”
시황의 제의에 유진아는 빠르게 맞장구를 쳤다. 술을 마시고 진한 스킨십을 하는데 있어서 땀나고 냄새나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에 유진아는 아무런 의심 없이 샤워를 하는데 적극 찬성을 했다. 그저 시황이 찝찝해서 한 말이라고 단순히 생각하고 오히려 먼저 저런 말을 해줘서 마음속으로 크게 기뻐할 뿐이었다.
하지만 유진아는 시황이 의도를 가지고 일부러 한 말이라는 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 모든 건 나중에 유진아가 진한 스킨십 시도하도록 만들기 위한 일종의 사전 작업이었다. 괜히 차에서 유치원생 뽀뽀 같은 간단한 입맞춤을 한 게 아니었다. 그 무인도에서 자신의 몸으로 자위까지 했던 유진아를 조금이라도 더 안달이 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시황은 절대로 유진아에게 먼저 손을 댈 생각이 없었다. 무인도에서 자신이 잘 때 자위는 물론이고 정액을 먹는 등, 온갖 행위를 다 했던 그 모습으로 다가오길 기다리는 중이었다. 단순히 자신의 리드로 섹스를 하는 것보다 유진아가 리드를 해서 섹스를 하는 게 훨씬 더 재미있기도 하고, 유진아에게 있어서도 자신을 가졌다는 성취감을 느끼게 할 수 있을 테니까.
학교에서 만난 뒤에 그저 밥 먹고 술을 마시는 거 같았지만 그 사이사이에 유진아와 시황 사이에 치열한 머리싸움이 전개되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그게 숙맥이라 생각하는 시황과 진득한 스킨십, 나아가 이런저런 성적인 행위를 하고 싶어 하는 유진아의 꿍꿍이와 그런 유진아의 꿍꿍이를 이용해 당하는 역할을 수행하고자 하는 시황과의 싸움이었다. 뭐, 결과적으로 어찌됐든 스킨십도 하고 성적인 행위를 하게 되는 이상한 싸움이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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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