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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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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황 오빠 너무 괜찮지 않니?”
“뭐, 자꾸 보다보니까 나쁘진 않네.”
효진이 약간 구석진 자리에 앉아 카운터에서 일을 돕는 시황을 바라보며 말했다.
카페 케즈론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많은 연예인들이 찾아왔는데 그 중에서 오픈 전에 은비를 따라서 온 노을은 매일이다 싶을 정도로 항상 왔고 그 뒤를 이어서 효진과 성현이 방문횟수가 많았다. 은비는 카페 보다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시황과 자주 만났고 말이다.
나이가 제법 있어서인지 효진의 넉살좋고 외향적인 성격덕분에 어느새 시황과 말을 놓은 지 제법 되었다. 그에 비해 성현은 여전히 시황을 대하는 게 무뚝뚝하기는 했지만 첫날보다는 많이 나아진 편이었다.
오픈한 뒤로 항상 그랬지만 지금도 카페는 사람들로 북적북적거리고 있었다. 서울에 단 하나 유일하게 있는 카페 케즈론이었기 때문에 더 그런 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왔어? 주문은 했어?”
대충 일을 끝내고 효진과 성현의 맞은편에 앉은 시황이 말했다.
“응. 했어. 그런데 커피를 마시러 온 게 아니라 우리 시황 오빠 보러 왔는걸. 요즘 오빠한테 관심이 좀 있거든. 어머, 맞다. 이렇게 말하면 은비가 화내려나?”
“난 빼줘.”
효진이 능청스럽게 웃으며 말하자 옆에 있던 성현이 가볍게 덧붙였다.
“하하. 농담은.”
시황은 가볍게 웃어넘겼다. 효진같은 예쁜 여자가 저런 말을 하면 온갖 생각이 다 들겠지만 시황은 효진을 약간 친한 연예인 정도로만 볼 뿐 별다른 감정 자체가 없었다.
“그런데 장사 너무 잘 된다. 체인점 낼 생각 없어? 왠지 나도 투자해보고 싶은데.”
“아직까지 별로 생각 안 해봤는걸. 지금도 초코 쿠키 같은 건 물량이 부족해서 계속 팔기도 어려우니까.”
“어머, 아쉽다. 체인점 내면 정말 대박일 거 같은데.”
“능력이 부족하니 어쩔 수가 없지.”
사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은지와 지숙에게 하나씩 체인점을 내줄까하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아직까진 돈도 부족하고 여러 가지 부분에서 미흡한 부분이 많아 구상만 해둔 상태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오늘은 카페에 있네? 평소에는 코빼기도 안 비치더니?”
“중요하게 할 일이 있거든.”
“카페에 너무 무관심한 거 아니야? 난 커피 말고도 오빠도 자주 보고 얘기 좀 하고 싶은데. 나 오빠한테 좀 호감 있거든.”
“하하. 효진이는 농담 잘하네. 별로 재미도 없는 나 같은 남자는 봐서 뭐하겠어.”
살짝 눈웃음치며 말하는 효진을 보며 시황은 다시 가볍게 웃어넘겼다. 어차피 정말 좋아해서 저러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냥 웃어넘기면 그만이었다.
“어머, 농담이 아니…….”
“오빠. 이제 시간 됐어요.”
효진이 뭐라고 한마디를 하려는데 갑자기 시황에게 수란이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효진과 성현이 테이블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이 위치에 하이라이트 효과를 준 것 마냥 빛이 났는데 여기에 수란이 다가오자 그 효과가 수란에게 옮겨간 듯한 착각이 일정도로 엄청난 미모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래. 가자. 그러면 난 일이 있어서 먼저 일어날게. 재밌게 놀다가 가.”
“으, 응.”
당황해하며 대답하는 효진을 뒤로하고 시황은 수란과 함께 인터뷰하기로 약속한 카페로 갔다. 당연히 카페 케즈론에서 인터뷰를 해야 하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카페 케즈론은 사람이 워낙 많아 소란스러웠기 때문에 조용한 카페로 가는 게 나았다.
근처에 있는 카페에 도착하자 출판사에서 나온듯한 남자가 앉아있는 게 보였다.
“강시황 씨랑 임수란 씨인가요?”
“네. 맞습니다.”
“반갑습니다. 한마음 출판사의 이혁규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간단한 인사를 하고 시황과 수란은 이혁규의 맞은편에 앉았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인터넷에 있는 각종 언론으로 보도자료가 나가기 때문에 제법 신경 써서 해야 했다. 이렇게 해서 팔리는 만화책은 전부 시황의 경험치가 될 테고 제법 많이만 팔린다면 5레벨에 바짝 가까워질 것이다.
“이런 말을 해도 될까 모르겠는데 수란 씨랑 시황 씨 두 분 다 상당히 멋지고 아름다우신데요? 사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단순히 만화보다도 외모적으로 어필을 하는 게 은근히 판매에 도움이 되거든요. 단순히 잘생기거나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인터넷에 작품이름하고 사진하고 같이 퍼지는 경우가 많아서 말이죠.”
“아아, 그렇군요.”
“네. 시황 씨 같은 경우는 제가 좀 알아보니까 인터넷에서 나름 유명인이기도 하고 수능 만점을 받기도 했으니 특히 더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 겁니다. 요즘 만화 사업이 워낙 어렵다 보니 판매에 도움 되는 건 여러 가지로 해봐야 하는 입장이라서요.”
판매에 도움이 된다는 말에 시황이 약간 솔깃하기는 했다. 원래라면 수란을 전면에 내세우고 뒤로 빠져있을 생각이었는데 잘만하면 초반부터 제법 이슈몰이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작품성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관심만 많이 생긴다면 충분히 많이 팔 자신이 있었다.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것도 다 이런 관점에서 나오는 거였다. 어찌됐든 사람들 입에 오르락내리락하다보면 관심을 갖게 될 테니까.
“그러면 저희 사진이 나가는 건가요?”
“네. 사진 한 장정도 같이 해서 뿌리면 좋을 거 같아요. 특히 수란 씨께서 연예인 저리가라 할 정도로 예쁘시기 때문에 남자 독자들한테도 충분히 관심을 끌 수가 있거든요.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중국의 한 여자 만화가가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한국 커뮤니티에 사진이 많이 퍼졌거든요. 사람들이 보면 참 예쁘고 잘생긴 거 좋아한다니까요. 하하.”
“사진을 찍어서 많이 팔리기만 한다면 저희야 좋지요.”
돈도 돈이지만 돈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경험치를 채울 수 있다는 점이야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수란 씨는 어떠신가요? 괜찮으세요?”
“오빠가 한다면 해야지요.”
수란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나중에 귀찮아지면 마법으로 인상을 조금 바꾸면 되니까 별다르게 문제될 건 없었다.
이후로 시황과 수란은 이혁규가 하는 질문에 적절하게 대답을 하고 마무리로 이번에 출판하는 만화책을 들고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화보도 아니고 그저 보도자료용이라 카페에서 간단히 사진을 찍고 마무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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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루스 모룬의 모험 1, 2권이 보도자료와 함께 출간이 되었다. 한마음 출판사에서도 비록 신인 작가이기는 했지만 인터넷에서의 인기도 감안해서 제법 신경을 써주는 모습이었다.
시황은 들뜬 표정으로 가득한 수란의 얼굴을 봤지만 일부러 그 날 늦은 밤이 되어서야 컴퓨터로 반응을 확인했다. 요즘은 인터넷이 워낙 좋다보니 이렇게 즉각 즉각 반응을 볼 수가 있었다.
제일 먼저 시황이 간 사이트는 수란이 만화를 올렸던 곳 중에서 대부분 여자 회원인 카페였다. 여기는 수란이 출판을 한다고 글을 썼을 때부터 꼭 구입해서 보겠다는 댓글로 가득한 곳이기도 했다.
[드디어 수란 님의 루스 모룬의 모험을 구입했어요!]
[오늘 출판날이라는 소식을 듣고 허겁지겁 근처 서점에 갔습니다. 그런데 제가 갔을 때는 저 말고도 루스 모룬의 모험을 사는 분이 계시지 뭐에요. 왠지 제가 흐뭇해져서는 그분을 슬쩍 훔쳐봤답니다. 우리 카페 분이었을까요? 하여튼 품절될까 싶어 바로 구입을 하고 집에 와서 읽었는데 하……. 정말 눈물 나게 재미있다는 게 이런 건가 싶더라구요. 순식간에 1, 2권 다 읽고 나니까 3권을 보고 싶어서 눈물만 나는 흑……. 빨리 3권 보고 싶어서 어떡하죠? 이거 기다리는 시간 동안 너무 힘들 거 같아요…….]
애초부터 이 카페에서는 처음부터 반응이 매우 좋았기 때문에 만화를 칭찬하는 글 밖에 없었다.
[앗! 몰랐는데 루스 모룬의 모험 스토리 작가 분이 따로 계셨네요!]
[뉴스를 읽었는데 수란 님이 너무 예뻐서 깜짝 놀라고 그 옆에 계신 스토리 작가 분이 너무 훈남이라 두 번 깜짝 놀랐습니다. 만화도 그렇게 잘 그리시면서 그렇게 예쁘면 반칙 아닌가요? 엉엉 ㅜㅜ]
칭찬 일색의 평범한 반응들. 별 다를 건 없는 내용들이었다.
시황은 이어서 남자들이 대부분인 사이트를 확인했다. 그 중에서도 제법 과격한 언사를 즐겨 쓰는 갤러리가 많은 사이트에 접속해서 검색도 해보고 일일이 사람 많은 갤러리를 확인도 해봤다.
[야 루스 모룬 만화 그린 애 엄청 예쁘지 않냐? 난 진심 연예인 보는 줄.]
[헠헠, 만화 읽어보니까 제법 재밌더라. 또 순정만화나 그려댔나 했는데 그런 거 아니었음. 약간 치유물 냄새나는 모험물임. 나름 추천하니까 읽을 놈들을 읽든가.]
[난 얼굴만 보고 발기함. 인간쓰레기 인정? 헤헤.]
[여신님 옆에 있는 남자 쓰레기는 뭐냐? 일진들 빵셔틀하게 생겼네. 내 눈앞에 있었으면 바로 하이킥 날아갔다.]
[야, 저 새끼 전에 노래본좌라면서 깝치던 놈 아니냐? 저 새끼 서울대 갔다는 거 같은데 개부럽네 ㅅㅂ.]
[캬 서울대 가니까 저런 찐따같이 생긴 놈도 저렇게 예쁜 여자랑 사귀네.]
[둘이 만화 그린거지 사귄다고 하지는 않았는데?]
[ㅂㅅ임? 저렇게 같이 만화 그리는 사이면 뻔하지. 너 같으면 저렇게 꼴리는 년 두고 가만히 있겠냐? 어떻게든 꼬셔서 섹스하지.]
과연 과격한 글 쓰는 사이트답게 온갖 욕설에 성적인 얘기까지 거리낌 없이 했다. 수란과 같이 사진을 찍어서인지 어떻게든 시황을 욕하려고 꼬투리 잡는 글도 많았고 온갖 거짓된 사실도 진실인양 써대는 사람도 많았다.
어찌됐든 시황이 예상한대로 그 사진 하나 덕분에 파급력이 상당했다. 이렇게 수란이 유명해지기 시작하면 문제가 생길 소지가 제법 있었기 때문에 슬슬 개명신청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충 글을 훑어본 뒤에 다른 사이트들도 둘러봤다.
[흔한 만화가의 얼굴.]
[연예인이요? 그냥 만화가일 뿐입니다만?]
여러 커뮤니티의 게시판과 유머 게시판에 수란의 사진과 수란이 그린 만화가 엄청나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특히 가장 많은 제목이 이 흔한 xx라는 식이었다. 흔한이라고는 하지만 보통 매우 뛰어난 사실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제목이었는데, 그만큼 수란의 미모가 수려하다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솔직히 이런 만화가 정도면 상위 몇% 미모인가요?]
[제가 보기엔 한 상위 10% 정도 될 거 같습니다. 그냥 보면 예쁜 거 같은데 얼굴의 균형이나 코의 모양이 약간 어설픈 게 A급 이상의 연예인에게는 못 미치는 외모 같습니다. 성효진 선에서 처리가 가능할 거 같습니다.]
[네?? 저 얼굴이 성효진보다 못하다고요? 눈이 Lee신이신가……. 보니까 메이크업도 제대로 안 한 상태에 저 정도면 최소한 정은비급은 될 거 같은데요? 저 얼굴이 상위 10%면 우리나라는 완전 미녀밖에 없는 지상 천국이겠네요. 허세 좀 그만 부리시죠?]
[사실 있는 사진은 저거 하나이기 때문에 포샵빨도 감안해둬야 합니다. 포토샵을 하고 저 정도면 사실 그렇게 엄청난 미인이 아니라는 거죠.]
한 야구 관련 사이트는 전엔 은비 가지고 등급을 정하더니 이번엔 수란의 얼굴 가지고 상위 몇 %냐고 싸우고 있었다.
여자 사이트는 시황의 얼굴 가지고 이런 저런 얘기가 간단히 오간 반면에 남자 사이트들은 수란의 얼굴로 불타오르다시피 했다. 시황도 설마 수란의 얼굴이 가지는 파급력이 이정도 일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얼굴이 예쁘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대단한 관심을 받을 수 있는 큰 요소였던 듯 했다.
물론 단순히 얼굴만 예쁘다고 인기를 끌 거면 얼굴 예쁜 수많은 무명의 연예인들이 인기를 끌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건 매력이라는 부분 또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같은 걸그룹이라도 좋은 노래를 부르면 순식간에 인기가 빵하고 터진다. 노래를 통해 매력이 급격히 상승했기 때문이다.
수란의 경우도 비슷했다. 만화를 엄청나게 잘 그린다는, 그것도 심지어 상당히 재미있는 만화를 그리는 만화가의 얼굴이 연예인급이다? 라는 사실에 다들 끌리는 것이다.
“나쁘진 않네.”
이렇게 첫날부터 인터넷에 수란의 만화가 퍼진다는 건 정말 좋은 출발이었다. 이러면 은근히 만화의 판매부수가 엄청나서 5레벨에 성큼 다가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황은 타블렛을 꺼내 경험치를 확인했다.
[책이나 만화의 판매부수를 10만 부를 넘기세요. 경험치 100][일반 소설은 중복 적용이 되지 않으나 만화 같은 경우는 다음 권마다 절반의 경험치를 적용합니다.]
그러니까 1권을 10만 부를 팔아서 경험치가 100이라면 2권은 10만 부를 팔아도 경험치를 50밖에 못 얻는다는 말이었다. 3권은 25씩 점점 내려가니 많이 출간을 한다고 해서 경험치에 크게 이득이 되는 건 아니었다. 중요한 건 대략 5권까지의 경험치.
시황은 이어서 5레벨까지 남은 경험치를 살폈다.
그래프를 보니 대충 경험치로만 따지자면 3만정도가 남은 상태였다. 단순히 만화만 팔고 6레벨을 찍으려면 2천만 부를 넘게 팔아야 하는데 좀 아득한 느낌이었다.
시황은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에 빠졌다.
============================ 작품 후기 ============================
죄송합니다. 어제 너무 피곤해서 하루 쉬었습니다. ㅜㅜ 너무 달리기만 하면 쉽게 지쳐서 한달에 두세번은 쉬면서 쓸까 생각 중입니다.. 몸이 마음을 따라주지가 않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선추코 쿠폰 주신 분들에게도 항상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정신줄을 놓고 쓴건지 루스 모룬을 모스 모룬으로 썼네요. 수정했습니다. 죄송합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