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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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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진, 성현, 노을이 돌아가고 얼마 되지 않아 각자의 SNS에 빠르게 글을 올렸지만 은비하고 즐거움과 쾌락이 가득한 시간을 보내느라 시황은 밤늦게나 돼서야 그 글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효진이나 성현은 초콜릿이 듬뿍 든 쿠키와 빵 그리고 커피맛을 칭찬하는 평범한 글을 쓰기는 했는데, 그 칭찬의 강도가 제법 높다보니 몇몇 사람은 카페 케즈론 광고 모델하냐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댓글도 일부분이고 대부분은 기대된다, 내일 오픈하면 가봐야지 등의 아주 우호적인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응? 뭐지?”
가벼운 옷차림으로 탁자에 앉아 노을이 쓴 글을 클릭한 시황은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까 봤던 약간은 차갑고 도도한 느낌과는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었다.
[있잖아. 나 오늘 카페 케즈론 갔는데 거기 정말정말 너무 좋더라. >_<;; 하루종일 거기 있고 싶었는데 스케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왔어. 흑흑. 나 위로 좀 지금 좀 많이 슬픔. 내일 오픈하면 제일 먼저 가서 쿠키랑 커피랑 먹어야지. 나 완전 카페 케즈론 홀릭임 ㅋㅋ]
노을은 몇 번에 걸쳐 올리며 계속해서 카페 케즈론에 관한 글을 썼다. 쿠키 맛이 어떠니 초코가 든 빵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니 하는 글이었는데 내용은 같이 왔었던 연예인인 효진이나 성현과 다를 바 없었는데 아까 봤을 때와 말투가 좀 많이 달랐다.
시황만 해도 과거에 인터넷에 쓰는 글과 현실에서의 행동이 상당한 괴리가 있었다. 인터넷이야 이말 저말 못하는 게 없었지만 현실은 신입생 OT에 가서 별다른 말 한마디 못하고 친구도 제대로 못 사귀었었다.
나름 통하는 맛이 있다고 할까? 그래서인지 효진이나 성현보다 이미지가 많이 좋아졌다. 흔히 끼리끼리 통한다고 하듯 노을에게서 그런 게 느껴졌다.
시황은 노트북을 덮고 잠을 자기 위해 침대에 누웠다.
드디어 내일 카페 오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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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지가 오전타임, 지숙이 오후타임, 현주는 점심과 저녁 사람이 몰리는 타이밍에 겹쳐 일을 하기로 정했다.
카페가 오픈하기 전에 은지와 아르바이트생들은 이전 카페 케즈론과 같은 옷과 구두를 신고 마무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저번 카페는 처음 하는 거라 좀 무리해서 이벤트를 해버린 감이 있다 보니 이번에는 저번처럼 커피를 무료로 나눠주는 이벤트같은 건 하지 않았다. 대신에 오늘에 한해 커피를 사가는 사람은 루몽루아 초콜릿을 하나씩 나눠주는 이벤트를 하기로 결정했다. 커피도 팔고 초콜릿 홍보도 하니 1석 2조라고 할까?
9시. 다른 카페에 비해 약간 늦다고도 할 수 있는 오픈 시간이었는데, 아무 이유 없이 정한 건 아니고 아침에 은지와 함께 밥을 먹기 위해 일부러 정한 시간이었다.
카페에 있는 시계가 9시를 가리키자 시황은 밖으로 나가 CLOSE로 된 팻말을 OPEN으로 돌렸다.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카페 케즈론의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딸랑!
그런데 카페를 열고 시황이 뒤를 돌자마자 카페 문이 열렸다. 오픈 첫날의 첫 손님이라는 건 나름의 의미가 있었기 때문에 시황은 누가 왔나 싶어 확인을 했다.
“안녕하세요.”
“아, 노을 씨군요. 어제 제일 먼저 온다고 하시더니 정말 제일 먼저 오셨네요.”
“네. 맛있어서요.”
시황의 말에 은비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어제 보고 느끼긴 했지만 역시나 그렇게 말을 많이 하는 성격은 아닌듯 했다.
“먹고 싶은 거 주문하세요. 앞에 있는 광고판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오늘은 커피를 사시면 초콜릿 하나를 드리거든요. 노을 씨는 은비 씨랑 친하시고 하니까 제가 특별히 2개를 더 드릴게요.”
“감사해요. 그럼 이제 주문해도 되나요?”
“네. 물론이죠.”
시황의 말에 노을이 얼굴 가득 미소를 띄며 카운터에 가서 제법 많은 양의 메뉴를 주문했다. 과연 혼자 다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양이다.
커피와 다른 메뉴가 준비되는 동안 노을은 시황이 건네준 라몽루아 초콜릿 3개를 가지고 약간 구석에 있는 자리에 앉았다.
“아…….”
그리고 하나를 입 안에 넣더니 이내 탄성을 내질렀다. 그다지 단거를 안 좋아하는 시황도 감탄을 하며 여러 개를 집어 먹었을 정도인데 딱 보니 달콤한 걸 좋아하는 노을은 오죽할까?
노을이 한참 맛을 음미하며 먹는 동안 속속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카페의 특성상 대부분 여자 손님이다 보니 카페 안이 순식간에 화사해졌다.
“야, 여기 너무 비싼 거 같은데? 나갈래?”
“그래도 들어왔는데 그냥 나가긴 좀 그런데. 일단 한 번 먹어보고 맛없으면 다신 오지 말자.”
“맛없으면 난 내 블로그에다 완전 비추라고 적어야지. 맛없기만 해봐라.”
대부분은 별다른 말없이 주문을 했는데 몇몇 여자 손님은 가격표를 보고 화들짝 놀라며 친구와 수군수군거렸다.
가격 때문에 멈칫할 거라는 건 시황이 당연히 예상을 하고 있었다. 저번 카페는 그러한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약간의 매혹효과가 있는 메뉴판을 만들고 무료로 커피를 나눠주는 이벤트를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안하더라도 압도적인 맛으로 많은 인기를 끌 수 있다는 충분한 자신감이 있었다. 그래서 어제 효진, 성현, 노을로 홍보한 것 말고는 특별한 걸 하지 않았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사람이 몰리게 될 거라는 건 뻔하니까. 누군가 악의적인 행동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대박. 진짜 맛있다.”
“그지? 그지? 집에 가자마자 블로그에 추천해야지. 괜히 비싼 게 아니네.”
노을과 다른 손님들이 주문한 커피와 각종 메뉴들이 나가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이것저것 주문하기 시작한다. 보통 카페라는 건 커피를 마시는 것도 있지만 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게 주된 목적인데, 지금 여기 카페 케즈론은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마치 고기집에서 삼겹살을 추가하는 거 마냥 초코 쿠키와 초코 빵 등 라몽루아 초콜릿을 베이스로 한 다양한 메뉴들을 끊임없이 추가했다.
“죄송하지만 초콜릿으로 만든 메뉴들은 제한된 수량밖에 팔지 못합니다. 오전 물량은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 드실 분들은 빨리 사가세요.”
“야, 한정 수량이래. 어떻게 할래? 지금 더 살까?”
“나 돈 별로 없는데. 힝……. 더 사서 먹고 싶어도 쿠키값이랑 빵값이 너무 비싸.”
“내가 돈 빌려줄게. 일단 빨리 줄부터 서자. 벌써 사람들 대박 몰려.”
“으, 응. 고마워.”
시황의 말에 잠시 웅성웅성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해일마냥 카운터로 밀려들기 시작했다. 오픈한지 얼마 안 되는 시간에다 방금 막 개업했다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사람 수였다.
순식간에 오전에 팔기로 정한 수량이 동나버렸다. 어제 효진, 성현, 노을의 홍보를 보고 온 건지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제법 많은 수의 사람이 몰렸다. 그리고 여기에다 문이 열릴 때마다 초코쿠키와 초코빵을 사려고 줄을 서 있는 걸 본 사람들이 호기심 때문에 들어오다 보니, 어느새 카페의 1, 2층이 가득 차버렸다.
대호황.
개업 날이라 그런 건지 홍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생각외로 사람이 몰리고 흥하자 시황의 입가에 웃음이 지워지질 않았다. 그런데 시황이 웃는 만큼 은지를 포함한 아르바이트생들은 너무 바빠 죽어나갈 지경이었지만 말이다.
“정말 초코쿠키랑, 초코빵 없어요?”
“죄송합니다. 손님. 오전 분량은 다 팔리고 오후가 되어야 다시 팔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개업 날인데 미리 좀 많이 만들어 놨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세상에 어느 카페가 오픈한지 2시간이 안돼서 메뉴들이 다 팔려나가요?”
“정말 죄송합니다. 손님.”
“하여튼 언제부터 파는데요?”
“오후 2시부터 팝니다.”
인기가 많아도 너무 많다 보니 간혹 이렇게 은지에게 짜증을 내는 사람도 있어서 그럴 때마다 시황이 가서 위로를 해주었다.
바쁜 은지와 아르바이트생을 돕기 위해 시황은 쓰레기를 치우고 자리 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옆구리를 살며 찌른다. 슬쩍 뒤를 돌아보자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노을이다.
“노을 씨. 무슨 일이세요?”
“저기 정말 초코쿠키랑 초코빵 없어요? 좀 더 먹고 싶은데……. 아, 그리고 초콜릿은 파는 거 아니에요? 가능하면 그거 좀 많이 사고 싶거든요.”
“죄송해요. 쿠키랑 빵은 다 팔려서 3시나 돼야 만들 거 같아요. 그리고 초콜릿은 파는 용이 아니라 팔기가 좀 그런데요. 애초에 재료용인데 개업 이벤트로 하나씩 나눠드리는 거라서요.”
“저기…….”
시황이 친절하게 말해줬지만 노을은 미련을 못 버린 듯 아쉬운 듯 머뭇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시황과 얘기하는 사람이 노을인 걸 안 사람들은 슬쩍슬쩍 쳐다보며 속삭이기도 했고 어떤 사람은 사진을 찍으려고 휴대폰을 꺼내기도 했다.
“일단 안에 들어가서 얘기하죠.”
“네.”
시황이 카페 직원실로 들어가자 노을이 따라 들어왔다.
“앉으세요.”
간단하게 마련된 테이블에 시황이 권하자 노을이 앉는다.
“노을 씨는 달달한 과자 같은 거 상당히 좋아하시나 봐요?”
“네. 좋아해요.”
“그러면 노을 씨가 은비랑 친하기도 하고 저도 연예인인 은비 씨랑 친해지고 싶으니까 특별히 초콜릿 좀 싸드릴게요.”
“정말요? 정말 감사해요.”
방금까지 약간은 시무룩하던 노을의 표정이 급격히 밝아졌다.
시황은 그런 노을을 보며 어떻게 해야 노을을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카페 케즈론을 홍보할지 고민했다. 카페 케즈론이 대기업 자본을 기반으로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시황의 돈으로 만든 카페에 불과하다 보니 광고에 그렇게 많은 돈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대신에 말이죠. 주변에 아는 연예인이나 아이돌 분들한테 홍보도 좀 해주세요. 직접 데려오시면 더 좋구요.”
“그, 그러면 이, 일단 같은 그룹 애들을 데리고 올게요.”
시황의 말에 노을이 갑자기 입을 살짝 깨물더니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시황은 그렇게까지 잘 알진 못했지만 노을이 속한 아이돌 그룹이 제법 인기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친구나 아는 사람이 제법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반응을 보니까 의외로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듯 했다.
“그렇게 해주시면 저야 고맙죠. 너무 부담 안 가지셔도 돼요. 아, 그리고 제가 몇 가지 물어보고 그럴 게 있는데 전화번호를 교환할 수 있을까요?”
“네, 네.”
노을은 전화번호란 말에 약간 당황하다가 폰을 꺼내서 시황과 연락처를 교환했다. 혹시나 남은 쿠키나 빵이나 좀 얻어 볼까 해서 말을 건건데 어쩌다 보니 전화번호까지 교환하게 되어버렸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초콜릿 갖다드릴게요.”
“가, 감사해요.”
시황은 나가서 준비해놓은 쿠키 박스를 통째로 집어서 노을에게 갖다 주었다.
한 대여섯 개 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엄청 많이 줘서 노을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시황을 쳐다봤다. 그런데 그 표정이 평소의 그 도도하고 차가운 게 아니라 약간은 어리숙한 모습이었는데 그 모습이 상당한 백치미를 자랑했다.
“한 50개 정도 될 거에요. 혼자 다 드시지 말고 동료나 아는 분들한테도 좀 나눠드리세요. 개인적으로 남자 연예인 말고 여자 연예인들한테 나눠줬으면 좋겠어요. 하하.”
“그, 그럴게요. 감사해요.”
시황이 한 여자 연예인들한테만 초콜릿을 나눠줘야 한다는 말을 입력한 노을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초콜릿 하나를 입안에 넣었다. 말도 안 나올 정도의 감동스러운 달콤함과 감미로움이 입 안을 헤젓고 다닌다.
백치미가 가득한 표정을 짓던 노을의 표정이 순식간에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것만큼이나 행복하게 변했다. 표정의 변화가 꽤나 다채롭다.
시황은 그런 노을을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노을 덕분에 예상외의 홍보를 하게 되었다. 연예인들한테 라몽루아 초콜릿을 뿌리는 만큼 어떤 파급효과를 가지고 올지 사뭇 기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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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