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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266화 (266/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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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아래에서

시황은 조금 있다가 찾아올 은비와 친구들을 위해서 몇 가지 실험적인 메뉴를 만들고 있었다. 단순히 초콜릿만 먹는 게 아니라 쿠키에 녹여낸 라몽루아 초콜릿을 바른다든지, 납품 받은 빵 안에 초콜릿을 넣는 등 제법 그럴싸한 겉모습을 갖춘 요리들이었다.

카페는 시황 혼자서 요리를 만들고 있어 매우 적막했다. 카페 밖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고급스러운 외관을 지닌 카페 케즈론 안을 힐끔힐끔 들여다보기도 했지만 문에 CLOSE라는 팻말이 걸려있어 들어오는 사람은 없었다.

드르륵!

대충 요리를 다 만들어 갈 때쯤 호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리는 걸 느꼈다. 휴대폰을 꺼내 확인하자 예상한대로 은비에게서 온 전화였다.

[우리 거의 다 와 가는데 바로 들어가면 돼?]

[네. 준비 다 해놨으니까 그냥 들어오시면 돼요.]

[알았어. 좀만 기다려.]

은비와 친구들에게 내어줄 음식을 예쁜 접시에 담았다. 당연하지만 이 접시도 케즈론의 성에서 가져온 것이니만큼 그냥 봐도 고고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며 은비와 그 친구들이 들어왔다. 시황의 말대로 은비는 전부 나름 알아주는 연예인들을 데리고 왔는데 연예인이라는 명칭에 어울리게 하나같이 눈에 번쩍 띌 정도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시황이 보기에는 그 중에서 은비가 가장 빛이 났지만 말이다.

“어머, 가게 정말 예쁘다.”

“그러게. 나름 봐줄만 하네.”

“가게만 예쁜 게 아니라 커피도 정말 맛있어. 언니들도 마셔보면 정말 깜짝 놀랄걸?”

“…….”

이제 20대 초반인 여자애들이라 그런지 들어올 때부터 시끌벅적했다.

슬슬 등장해야 할 타이밍이라는 걸 느낀 시황은 앞치마를 벗고 청바지와 셔츠만 입은 채로 은비와 친구들 앞으로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강시황이라고 합니다.”

“어머, 안녕하세요. 저는 성효진이라고 해요.”

시황의 인사에 먼저 성효진이라는 연예인이 같이 인사를 했다. 20대 중반이 넘은 나름 알아주는 드라마 주연 배우였다.

“전 아시죠?”

“하하. 물론이죠. 한국 사람치고 박성현 씨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강노을이에요.”

약간은 도도한 박성현은 제법 유명한 아이돌 그룹의 리더였고 강노을은 요즘 두각을 나타내는 여자 아이돌의 한 멤버였다. 시황은 슬쩍 멤버들의 프로필을 훑었다. 다들 제법 인기있는 연예인들인데 스캔들이 난 적은 한 번도 없는 연예인들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섹스는 얼마나 했을지 상당히 궁금했다.

[성효진]

[나이 : 26세]

[섹스 횟수 : 765회]

[박성현]

[나이 : 23세]

[섹스 횟수 : 421회]

[강노을]

[나이 : 22세]

[섹스 횟수 : 안 함]

강노을 말고는 다들 제법 섹스를 했다. 저 정도면 스캔들은 안 났지만 남자친구가 없는 게 이상하지 않나 싶을 정도였다.

“네. 반갑습니다. 일단 오시느라 고생하셨는데 편한 자리에 앉으세요. 제가 먼저 간단한 디저트부터 내오도록 하겠습니다.”

시황이 디저트를 가지러 가자 은비와 친구들은 창가에 앉았다. 요즘 대부분의 가게들이 그러하듯 카페 케즈론도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전혀 부담이 없었다.

“어머, 여기 정말 괜찮다. 인테리어도 고급스럽고 의자도 편안한 게 너무 마음에 드네.”

“언니 괜찮지? 난 여기 아니면 이젠 카페를 못 오겠더라고. 서울에 다 돌아다녀 봐도 정말 여기만한 카페가 아무데도 없어.”

효진의 말에 은비가 뿌듯한 표정으로 카페 케즈론에 대한 장점을 줄줄 늘어놓았다. 누가보면 시황이 아니라 은비가 이 카페 주인으로 알 정도로 계속 카페 칭찬을 했다.

“그래서 한마디로 저 남자 좋아한다는 거지?”

은비의 말 중간에 박성현이 날카롭게 물었다.

“아, 아니거든! 언니 자꾸 이상한 소리 하면 나 화낸다.”

“아니긴. 보면 뻔하지. 그래서 어디가 그렇게 좋은데? 보니까 성실하고 착해 보이는 게 제법 훈내가 풍기긴 하던데 그래도 은비가 급이 있는데 난 좀 아깝단 말이야. 이정도 카페는 정말 망하는 것도 순식간이고 겨우 카페 하나 가지고 있어봐야 얼마나 벌겠어? 내가 괜찮은 사업가나 사짜 직업 소개 시켜 줄까?”

“과, 관심 없다니까.”

“어머, 왜? 은비랑 잘 어울리는데. 그런 건 나중에 은비가 나이 먹고 결혼할 때나 찾는 거지 연애할 때는 서로 좋아하는 사람이 최고야.”

효진의 참여로 갑자기 시황이 은비와 어울리냐 아니냐라는 열띤 토론이 붙었다.

한창 소란스럽게 얘기하는 와중에 시황은 라몽루아 초콜릿을 얹은 쿠키 몇 개와 메뉴판을 가지고 왔다.

“드시고 마시고 싶은 커피 말씀해 주세요. 무료니까 드시고 싶은 만큼 마음껏 드셔도 괜찮아요.”

“어머, 고마워요. 시황 씨 잘 먹을게요.”

“아닙니다.”

시황의 가져다 준 쿠키에서 달콤하고 감미로운 향기가 풍겨 누가 뭐라고 할 것도 없이 다들 쿠키를 집어서 입에 넣었다.

“어, 어머.”

“으, 으음…….”

“…….”

처음 먹을 때는 그저 초코 쿠키 맛인가 했는데 입 안에 들어가는 순간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감미로운 초콜릿의 깊은 맛과 적절한 달콤함이 조화되어 순간 말문이 막힐 정도로 짜릿한 맛을 선사했다.

“이, 이거 정말 맛있네요. 혹시 조금 더 없나요?”

방금 전까지 시황을 좋게 평가하지 않았던 박성현이 제일 먼저 쿠키를 더 달라고 말했다.

쿠키 6개를 가지고 왔는데 다들 하나씩 맛보고 감탄하는 사이에 강노을이 2개를 더 집어 먹어서 쿠키가 하나도 남지 않았다.

“맛은 괜찮았나요?”

“정말, 정말 맛있었어요. 세상에 제가 수많은 초콜릿을 먹어봤지만 이렇게 맛있는 건 정말, 정말 처음이에요.”

“어머, 맞아요. 성현이 말대로 너무 맛있었어요. 저도 몇 개 더 먹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그럼 제가 쿠키 가져오는 동안 마실 것도 골라주세요.”

시황이 간 사이에 효진과 성현이 은비에게 감탄을 토해내듯 말했다.

“그지? 정말 맛있지? 이건 나도 처음 먹어 보는 거긴 한데 커피도 이만큼 맛있으니까 놀랄 준비부터 하라고. 이정도면 카페가 망하고 싶어도 못 망할 걸?”

“그건 인정. 이정도면 망하는 게 이상하긴 하겠다.”

은비의 말에 시황을 대차게 깠던 효진이 인정을 했다. 쿠키 맛이 이정도니 커피 맛이 어떨지 벌써부터 기대가 됐다.

시황이 쿠키를 다시 가지고 오자 미리 커피를 골랐던 은비와 친구들이 주문을 했고, 시황이 커피를 만들러 가자마자 쿠키가 또다시 동이 나버렸다.

“야, 강노을 너 자꾸 그렇게 많이 먹을래? 너 때문에 자꾸 내가 하나씩 밖에 못 먹잖아.”

“그래. 노을이가 좀 너무했다. 성현이 말대로 그렇게 두세 개씩 먹으면 우린 어떡하니?”

“미, 미안해.”

초등학생도 아니고 한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연예인들이 쿠키를 조금 많이 먹었다고 싸우고 있었다.

“난 나중에 오빠한테 달라고 해야지. 헤헷.”

그 와중에 은비가 마치 특권을 누리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으, 은비야 나중에 말해서 나도 좀 달라고 하면 안 돼?”

“어머, 그래 은비야. 우리가 카페 홍보 많이 해주겠다고 말하고 쿠키 좀 더 얻어와.”

“나도. 부탁해. 은비야.”

성현과 효진, 그리고 노을이 은비에게 부탁했다.

“흐응, 아까 시황 오빠 욕했던 사람이 누구시더라?”

“미안. 미안. 내 생각이 짧았어. 그러니까 제발. 응?”

“뭐, 말해는 볼게. 헤헷.”

시황에게 뭐라고 할 때 굳어졌던 은비의 표정이 급격히 좋아졌다. 자기를 욕하는 악플러는 참을 수 있어도 시황을 욕하는 사람은 참기 힘들었던 것이다.

“자, 커피도 드셔보세요.”

이내 커피를 다 만든 시황이 차례대로 나누어 주었다. 이전보다 좀 더 리첼리아 원두의 함량을 높였기 때문에 더욱 풍성하고 진한 커피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아……. 정말 말이 안 나오네.”

“어머, 너무 맛있다. 앞으로 여기서 커피 사서 메이크업 하러 가야겠네.”

성현과 효진이 정말 깊게 감탄했다. 마셔도 마셔도 깜짝 놀랄만한 이 맛은 이때까지 먹은 커피는 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단했다.

“음, 역시 이 맛이지. 내가 이래서 오빠 커피를 좋아한다니까.”

은비는 익숙하다는 듯 막 감탄하는 게 아니라 맛을 음미하며 커피를 홀짝였다.

“노을 씨는 어떤가요?”

“맛있어요.”

아까 인사할 때나 중간 중간 말이 거의 없더니 감상평도 상당히 짧았다. 노을의 얼굴 생김새 자체가 일반 남자는 말도 걸기 어려울 정도로 도도하고 아름답다보니 말이 거의 없더라도 그 분위기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거만하다는 느낌보다는 약간 차갑다는 느낌?

“감사합니다. 혹시 시간되시면 짤막하게나마 SNS에 카페 홍보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어머, 물론이죠. 시황 씨. 무료로 이렇게 맛있는 음식 나눠주셨는데 어려운 일도 아니고 그 정도는 해드려야죠. 성현이랑 노을이도 하루 종일 하는 거라곤 SNS뿐이니 아마 하지 마라해도 할걸요?”

“아, 그런가요? 하하. 정말 감사합니다. 드시고 싶은 거 있으시면 더 말씀해보세요. 원하시는 만큼 드릴 테니까요.”

“그, 그러면…….”

시황의 말에 성현이 바로 다양한 메뉴를 주문했다. 그 쿠키 말고도 다른 메뉴들도 시식하고 싶은 듯 했다.

시황은 끊임없이 원하는 여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커피를 만들고 초콜릿을 녹였다.

그리고 음식을 가져줄 때마다 찬사가 끊이질 않았다.

엄청난 대호평!

제법 까다로울법한 여자 연예인들에게 호평을 받은 만큼 카페의 주요 수입원이 될 게 분명했다. 그런데 늘씬한 여자 연예인임에도 한 번에 너무 많은 양을 먹으려고 해서 만들기가 제법 버거웠다. 그래서 이걸 무제한적으로 팔 게 아니라 일정 수량을 정해놓고 오전이랑 오후타임으로 나눠서 팔면 제법 유명세를 탈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한참동안 커피와 쿠키, 빵 등을 먹고 나서야 효진, 성현, 노을이 카페를 떠났다. 효진, 성현은 시황이 준 쿠키와 빵 등을 손에 들고 기쁜 표정으로 나간 반면에 노을은 계속 있다 싶다는 듯 카페에서 안 나가고 머뭇거리자 효진이 직접 데리고 가버렸다.

어느덧 카페가 조용해지고 은비와 시황 단 둘만 남게 되었다.

“매일 와서 커피랑 과자 사갈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그러면 감사하죠. 그런데 제가 좀 있으면 학교에 가야 돼서 카페에 얼마 있지는 못할 거 같아요.”

“학교? 아, 그러고 보니까 좀 있으면 개강이네. 좋겠네. 학교에서 예쁜 여자 신입생들이랑 놀고.”

시황의 말에 은비의 입이 살짝 튀어나왔다. 시황이 잘못한 건 없지만 학교에 가면 시황이 여자들한테 인기를 끌 걸 생각하니 왠지 기분이 나빠졌기 때문이었다.

“신입생들은 눈이 높아서 저같이 나이 많은 아저씨한테는 관심 없을 걸요? 그리고 그 신입생들이 아무리 많아봤자 은비 씨만큼 예쁜 사람이 없을 거 같은데요.”

“흐, 흥. 바보. 말은 잘한다니까.”

시황이 은비에게 다가가 허리춤을 껴안자 은비가 얼굴을 살짝 붉히며 안겼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진한 키스와 끈적끈적한 스킨십으로 이어졌다.

시황을 바라보는 은비의 얼굴에 행복함이 가득 어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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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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