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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261화 (26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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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아래에서

4시간 정도 운전을 해서야 서울에 사놓은 집 근처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번화가와는 약간 떨어져 있는 한적한 주택가였는데 주변에 시황이 산 것과 비슷한 주택부터 꽤 고급스러운 빌라가 가득 늘어서 있었다.

집에 도착한 시황은 바로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평수가 넓은 주택인 만큼 차를 3대 정도 세울만한 주차장이 있어 주차를 하는데 불편한 점은 없었다.

“우와, 세상에. 이런 집은 드라마에서만 보던 건데. 진짜 멋있다.”

수란, 아루와 함께 차에서 내린 시황은 한껏 들뜬 목소리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연신 감탄을 하고 있는 유미를 쳐다봤다. 이제 막 봄에 접어들며 점점 싱그러워지는 정원만큼이나 상큼한 유미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허허. 집 정말 좋구먼. 이거 유미랑 찬미 말고 너희 엄마랑 내가 여기서 살아야겠다.”

“싫거든! 아빠 바보. 언니, 오빠 빨리 안에 들어가 봐요.”

“그래.”

유미의 재촉에 시황과 찬미네 가족은 집으로 들어갔다.

“어머, 인테리어 싹 다 했나봐? 돈 좀 들었겠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찬미의 엄마는 눈을 반짝이며 순식간에 집을 훑어봤다. 딱 봐도 집 내부를 거의 다 뜯어고친 거 같은데 평수가 넓다보니 돈이 얼마나 들어갔을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서울에 이런 커다란 집을 산 것도 놀라운데, 인터리어도 다시 하고 청담동에 카페까지 냈다고 하니 시황의 능력이 새삼 감탄스러웠다.

20대 남자 중에 이런 능력 있는 남자가 흔한가? 단순히 돈만 있는 게 아니라 서울대 수석 입학할 정도로 수재이기도 하니 찬미든 유미든 둘 중 하나가 반드시 시황을 콱 하고 붙잡아야 하는데 말이다.

“우와, 언니, 언니. 욕실이 엄청 커. 완전 목욕탕에 온 거 같지 않아?”

유미는 찬미를 데리고 다니며 집 구석구석을 살폈다.

감동, 흥분, 놀람. 집을 보면 볼수록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이런 집에서 시황과 함께 지내게 된다니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두근한다.

“응. 엄청 크네. 여기서 오빠랑…….”

“응? 오빠? 오빠가 왜?”

찬미는 순간적으로 오빠랑 같이 샤워하기 좋겠다 라는 말이 나올 뻔 하다가 급하게 말을 삼켰다. 너무 당황스러워 순간적으로 얼굴이 붉어졌다. 그나마 유미는 아직 어리고 순수하다 보니 무슨 뜻인지 전혀 모르는 듯 해서 다행이었지만.

유미에게 시황과의 고백한 이후부터 오늘 차타고 오는 내내 시황에 대한 생각만 해서 그런지 여기 있는 모든 게 시황과 연관 지어서 밖에 생각이 되지 않았다.

“아니. 그냥 오빠가 신경을 많이 썼다고. 유미야, 이제 욕실은 그만보고 마음에 드는 방 골라보자.”

“오케이. 난 최고 좋은 방으로 골라야지 히힛.”

유미와 찬미가 마음에 드는 방을 고르고 아루와 수란도 같이 지낼 방을 골랐다. 집 평수가 넓은 만큼 둘이서 지내도 충분할 정도로 방이 넓었다.

“방은 어떠신가요?”

“이정도면 유미가 지내기엔 너무 좋은 거 같구먼. 어디 더 좁고 안 좋은 데는 없나?”

“아빠!”

찬미와 유미가 고른 방을 둘러보는 찬미의 부모님에게 시황이 말을 걸자 흐뭇하게 웃으며 농담을 한다. 상당히 마음에 든 듯한 모습이었다.

“하하.”

“정말 고맙네. 자네 덕분에 부담이 많이 줄었어. 자네도 알겠지만 우리 집 형편이 좋은 편이 아니라 찬미하고 유미 서울로 어떻게 보내나 고민했는데 말이네.”

“아닙니다. 저도 찬미랑 유미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는걸요.”

“어머, 시황아. 우리 찬미랑 유미 잘 좀 봐줘. 알겠지? 서울에 믿을 사람이라고는 우리 시황이 뿐이니까. 그리고 한 번씩 내려오면 우리 집에도 놀러오고. 응?”

“하하. 알겠습니다.”

단순히 고마워하는 찬미의 아빠와는 다르게 찬미의 엄마는 약간은 노골적으로 시황에게 호감을 나타냈다. 시황이 갑자기 찬미와 결혼한다고 해도 ‘어머 그래 언제 날 잡을까? 최대한 빨리 하는 게 좋겠지?’ 라고 말할 정도로 말이다.

방도 다 정해졌기 때문에 찬미와 유미의 옷과 기타 물품들을 차에서 방으로 옮겼다. 방에는 시황이 케즈론의 성에서 가져다 놓은 침대와 테이블, 서랍장, 옷장 등이 다 있었기 때문에 옷가지와 컴퓨터 정도만 옮기는 걸로 간단히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대충 정리를 마치고 시황은 찬미네 가족과 근처에 있는 고기 집에 가서 한우를 구워먹었다. 7명이나 가서 먹다보니 돈이 제법 나왔는데 시황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찬미의 아빠가 그 돈을 지불했다.

저녁을 먹고 찬미의 부모님을 보낸 뒤에 시황과 찬미 등은 마트에서 이것저것 먹을 것과 필요한 것들을 구입한 뒤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럼 이제 씻을 사람은 씻고 쉴 사람은 쉬도록 해.”

“네. 전 샤워 좀 할게요.”

“그러면 난 거실에서 TV나 봐야지. 히힛.”

찬미가 샤워를 하러 가자 유미는 냉장고에서 마실 걸 가져와서 시황이 앉은 소파 옆에 앉았다. 이렇게 멋진 집에서 좋은 소파에 앉아 커다란 TV를 시황과 함께 보고 있으니 정말 드라마 속 주인공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다.

“오빠. 저 오빠랑 자고 싶어요.”

“풉!”

그런데 갑자기 전혀 예상치 못한 아루가 시황에게 안기며 뭔가 상당히 야한 말을 하자 유미는 깜짝 놀라 마시던 음료수를 뿜어내고 말았다. 오빠나 남동생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친남매라고 하기에는 너무 야릇하고 민망한 느낌에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앞으로는 수란이랑 둘이서 자야지.”

“오빠랑 이제 못 자는 거예요? 오빠랑 같이 자고 싶은데…….”

“으음, 그러면 오늘만 같이 잘까?”

“정말요? 오빠 고마워요.”

시황의 말에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던 아루의 표정이 급격히 환해졌다. 얼마나 기뻤던지 아루는 시황의 목을 팔을 감으며 와락 껴안으며 키스를 하려다 시황이 유미나 찬미 앞에서는 키스하면 안 된다고 당부한 말이 떠올라서 그냥 얼굴만 부비부비했다.

“오, 오빠. 아, 아루랑 어, 엄청 사이가 좋네요.”

자신은 감히 상상도 못할 스킨십에 유미는 얼굴을 엄청 붉히며 말을 더듬었다. 이건 문화적인 충격이었다. 보통 남매가 저렇게 민망한 스킨십을 하는지 정말 상상치도 못했다. 자신 같으면 저런 스킨십을 하면 부끄러워 죽을 거 같을 텐데 친남매라 그런지 전혀 어색함이 없어 보였다.

“그럼. 내가 옛날부터 항상 아루를 씻겨주고 했는걸. 어제도 씻겨줬어.”

“서, 서, 설마 오, 옷을 다 버, 벗고 씨, 씻는 건 아, 아니죠?”

유미는 눈앞이 어질어질할 정도로 당황해서 엄청나게 말을 더듬었다.

“옷을 안 벗으면 어떻게 씻겨주겠어. 하하. 유미는 농담도 잘한다니까.”

너무나 당연하다는 시황의 말에 유미는 혹시 지금 자기가 부끄러워하는 게 이상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남매끼리 서로 씻겨주고 하는 게 당연한 걸까? 약간 혼란스럽기는 했지만 친남매 사이기도 하니까 어떻게 생각하면 이해 못할 정도는 아닌 거 같긴 했다. 오히려 어떻게 이해하고 나니까 항상 시황과 저런 스킨십을 하는 아루가 부럽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 그렇구나. 그, 그런 건 처음 들어봐서…….”

“아……. 유미도 나랑 같이 씻고 싶나보구나. 난 그것도 모르고. 그러면 오늘 아루랑 같이 해서 씻을까?”

“아, 아, 아니요. 괘, 괜찮아요. 저, 전 다음에…….”

“그래? 그러면 할 수 없고.”

갑작스런 시황의 제안에 당황한 유미는 같이 씻자는 시황의 제안에 거절을 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거절하는 순간 찬미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그냥 씻는다고 할 걸 이라는 짙은 후회가 생겨났다. 부끄럽기는 해도 그런 식으로 아루처럼 시황과 친밀해지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오빠. 오빠는 OT언제 가요?”

당혹스러움으로 두근거리던 가슴이 약간 진정된 유미가 시황에게 물었다.

“나는 별로 갈 생각 없는데. 내가 거기 가봐야 별로 할 것도 없고.”

“아……. 오빠는 안가는 구나.”

OT.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과거 지방사립대에 입학한 시황은 아무것도 모르고 OT를 갔었지만 그다지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어색한 만나는 것도 그렇고 다른 남자들은 여자랑 잘 놀고 친해지는데 시황은 말주변도 없고 내성적인 성격에다 얼굴도 좀 많이 별로였던지라 OT내내 자괴감만 들었을 뿐이었다.

물론 지금 OT를 간다면 좀 다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곳에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

찬미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이어서 유미가 샤워를 했고 그 뒤에는 아루와 수란이 함께 들어가서 샤워를 했다.

마지막에 욕실에 들어가서 샤워를 하고 간단한 티와 반바지를 입고 나온 시황은 약간 의외의 장면을 봤다.

“널 사랑하니까~! 러브러브~!”

소파에 앉은 유미가 TV에 나오는 아이돌의 노래를 보고 따라 부르는 게 아닌가? 유미가 노래를 잘한다는 건 알았지만 아이돌 노래를 부르는 건 처음 봐서 상당히 신선했다. 거기다 의외로 발라드 같은 거 보다 아이돌 노래를 부르는 게 훨씬 더 잘 어울리기도 했다.

“유미 노래 잘하네.”

“헤헷. 부끄러워라.”

시황의 칭찬에 유미는 부끄러워서 얼굴을 살짝 붉혔다.

“유미가 아이돌 그룹에 들어가면 인기 엄청 많아질 거 같은데?”

“오빠, 유미는 운동 신경이 안 돼서 아이돌은 못 해요. 몸치에 박치에 정말 이렇게 운동 못하는 애가 있나 싶을 정도니까요.”

“어, 언니! 그 정도는 아니거든!”

“정말?”

“그, 그냥 안 해봐서 그런 거뿐이야…….”

찬미의 말에 유미는 차마 부인은 못하고 부끄러운 듯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다.

“으흠, 춤을 못 춘다라……. 아!”

별 생각 없이 찬미와 유미의 대화를 듣던 시황은 순간적으로 제법 괜찮은 아이디어가 하나가 떠올랐다.

“왜요? 오빠?”

“잠시만. 방에 뭐 좀 찾아보고 올게.”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유미를 뒤로 하고 시황은 1층에 있는 안방에 들어와서 아공간에서 타블렛을 꺼냈다. 그리고는 퀘스트 항목을 다시 살폈다.

[자신이나 자신과 관련 된 것이 유투브에서 조회수 100만을 넘기세요. 경험치 100]

그렇다. 이 항목은 자신만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자신과 관련 된 것이라는 제법 넓은 범위를 포함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 관련된 것이라는 게 얼마만큼인지는 모르겠지만 직접 아이돌 그룹을 만들고 훈련시킨다면 충분히 관련 된 것이라는 부분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었다.

가장 좋은 건 자신이 유투브 조회수 10억을 찍어서 5레벨에 오르는 거겠지만 현실적으로 해야 할 일이 한두 개가 아닌데 그렇게 노출이 되고 지금 이상의 인기를 끌면 곤란한 점이 너무 많아졌다.

그럴 바에는 원래 모델을 시킬 생각이었던 유미를 아이돌로 데뷔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에까지 미친 것이다.

그리고 이왕 아이돌할 거면 유미 말고도 아루도 하는 게 어떨까 싶다. 물론 아루가 인기가 많아지는 건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집에만 있는 게 아니라 이런 저런 경험을 시켜보고 싶었다. 그리고 인기가 많아지면서 생기는 불안한 부분은 여러 가지 마법 도구의 도움을 받으면 되니까 크게 문제될 부분은 없었다.

유미와 아루가 아이돌이라? 괜히 벌써부터 기대가 돼서일까? 시황의 심장은 도저히 주체하지 못하고 단거리 달리기라도 한 듯 세차게 뛰고 있었다.

“그런데 유미가 노래는 괜찮아도 춤은 못 춘단 말이지? 아루는 아예 노래 자체를 못하고.”

시황은 잠시 고민하다가 케즈론의 행성으로 향하는 문을 소환한 뒤에 바로 넘어갔다.

“콘즈야!”

“네. 시황 님.”

얼마 전까지 유진아와 있던 무인도에 선 시황이 왠지 감회가 새로워 잠시 둘러보다 콘즈를 불렀다.

“내가 각인할 수 있는 마력 회로가 하나 남았지?”

“네. 시황 님. 4레벨이 되시고 아직 각인하지 않은 마력 회로가 남아 있어요.”

“지금 마력 회로들을 좀 살펴보고 싶은데.”

“알겠습니다!”

시황의 말에 콘즈가 손을 튕겼다. 탁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배경이 흐릿하게 변하더니 익숙한 케즈론 성의 서재로 단번에 와버렸다.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콘즈가 거대한 마력 회로 책을 꺼내서 건네주었다.

시황은 푹신한 의자에 앉아 빠르게 책을 훑었다. 분명 전에 제법 괜찮은 마력 회로를 본 기억이 난다.

“찾았다.”

원하는 마력 회로를 찾은 시황이 눈을 빛냈다.

============================ 작품 후기 ============================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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