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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254화 (25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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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아래에서

“이젠 별 이상한 생각도 다 하는구나.”

“응? 뭐가?”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보다 오빠 다리는 이제 괜찮아? 내가 또 주물러줄까?”

그저 혼잣말이었을 뿐인데 갑작스런 시황의 반문에 화들짝 놀란 유진아 화제를 돌렸다.

“아, 그러고 보니 이제 거의 안 아프네. 그래도 진아가 주물러주면 기분 좋으니까 또 주물러줄래?”

“응. 내가 잘 주물러줄게.”

유진아는 침대에 누워서 TV를 보는 시황에게 다가가 정성스레 다리를 주물렀다. 불과 일주일 전만해도 자신이 누군가의 다리를 이토록 열심히 주물러 줄 거라곤 상상도 못했지만 이제는 이렇게 시황의 수발을 들지 않으면 마음을 더 불편해졌다.

“지금은 좀 그러니까 나중에 밥 먹으면서 얘기 좀 하자.”

“으, 응? 무, 무슨 얘기?”

발기해있는 탐스러운 시황의 성기를 몰래 힐끔 쳐다보며 은근히 즐기고 있던 유진아는 갑작스런 시황의 말에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앞으로에 대한 거? 집으로 돌아왔으니까 예전에 하던 얘기 마무리도 짓고 새로 할 얘기도 있고.”

“그, 그렇구나. 아, 알았어.”

유진아의 표정이 순식간에 안 좋아졌다. 그냥 이대로 자기랑 있으면 안 되냐는 말이 계속 머릿속에 떠돌아다녔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었다.

“그런데 네가 일주일이나 연락 없이 사라졌는데 의외로 조용하다? 너같이 중요한 사람이 사라지만 전에 있던 보디가드들이 열심히 찾아 다녀야 하는 거 아닌가?”

“아……. 그 보디가드들은 오빠를 잘 모를 때라서 혹시나 싶어 부른 거고 평소에는 그냥 혼자 지내는 편이야. 내 나이가 어린 것도 아니고 주변에 그런 사람들 있으면 아무래도 신경 쓰여서…….”

“그래?”

말을 듣고 나니 비로소 의문이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왠지 삼강그룹 회장의 막내딸이라면 가는 곳마다 보디가드들이 지켜보고 있을 줄 알았는데, 상상과 현실은 좀 다른 듯 했다.

띵동.

“앗! 잠시 만요.”

갑작스럽게 벨소리가 울리자 유진아가 깜짝 놀라 외쳤다.

“내가 나가서 받을까? 간단히 입을 옷 있어?”

“아니, 아니. 내가 받을게. 오빠는 그냥 그대로 있어. 절대 옷 입으면 안 돼. 애초에 우리 집에 오빠가 입을 옷은 하나도 없지만 말이야.”

“그러면 나야 편하지.”

호들갑스런 유진아의 반응에 시황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생각했던 거 보다 유진아의 반응이 더 대단했다. 지구로 돌아올 때 혹시나 유진아의 행동이 변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일단은 안심해도 될 거 같았다.

“이, 이거는 일단 음식만 받으려고 잠깐 옷 입는 거야. 음식 받으면 바로 벗을 거니까 신경 안 써도 돼. 알겠지? 오빠?”

“편한대로 해.”

허겁지겁 옷장에서 옷을 꺼내 입으며 유진아를 보며 시황이 대답했다. 말은 편한대로 하라고 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알몸인 게 좀 더 눈요기로 좋다고 할까? 옷을 벗어준다면야 오히려 환영할 일이었다.

급하게 입다보니 속옷을 못 입어서 유진아는 최대한 속이 비치지 않게 두텁고 긴 원피스를 입고는 지갑에서 돈을 꺼내 부대찌개를 받아왔다.

“오빠 잠깐만 기다려. 옷 벗고 나서 금방 끓여서 줄게.”

“응. 천천히 해.”

부엌에 부대찌개를 놓고 방 안에 들어온 유진아는 옷부터 재빠르게 벗었다. 거의 일주일 만에 옷을 처음 입어서 그런지 이상할 정도로 불편한 느낌이었다.

완벽하게 나신이 된 유진아는 부엌으로 가서 재료만 있는 부대찌개를 냄비에 옮겨 담은 뒤에 식탁 위에 올려둔 가스버너로 끓이기 시작했다. 때마침 밥도 다된 참이라 밥도 퍼서 올리고 있으니 마치 신혼부부 같은 느낌이 물씬 들어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오빠 다 됐어. 이제 먹으러 나와.”

“오, 맛있겠네.”

방에서 걸어나오는 시황의 나신을 유진아는 황홀한 눈으로 쳐다봤다. 완벽하다는 말이 부족하지 않는 시황의 몸매는 당장이라도 마구잡이로 만지고 더듬고 껴안아 버리고 싶었다.

식탁에 앉은 시황과 유진아는 잠시 동안 아무런 말없이 밥을 먹었다. 간만에 먹는 이 밥은 말로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꿀맛이었다.

“휴, 배부르다. 원래는 밥 먹으면서 얘기 하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정신없이 밥만 먹었네.”

“밥 더 줄까?”

“아니. 괜찮아. 이제 슬슬 얘기 좀 하자.”

“으, 응.”

약간은 진지해진 시황의 표정에 유진아는 살짝 움츠려 들었다. 왠지 당장이라도 이제 떠나겠다고 말할 것만 같아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지? 그때 네가 패션 브랜드를 런칭한다고 했었잖아. 그러고 보면 그때 우리 진아가 참 거칠고 험했는데 말이야. 지금이랑 180도 달랐지.”

“그, 그게……. 미, 미안해. 오빠. 그땐 내 생각이 짧았던 거 같아.”

시황이 처음 만났을 때 얘기를 꺼내자 유진아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 때 일에 뭐라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도무지 할 말이 없어 그저 미안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면 시황에게 온갖 험한 말을 다한 자기 자신에게 뺨이라도 때려 주리라.

“아니야. 미안하긴.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해본 말이야.”

“정말 미안해. 앞으론 오빠 말에 잘 따를게.”

그냥 해본 말이라기보다는 그때 얘기를 꺼내면 유진아가 어떻게 반응하려는지 확인해볼 겸 꺼낸 얘기였다. 그런데 그 일주일간의 일이 제법 사고방식을 많이 바꿔놨는지 자존심이 강하고 오만하던 유진아가 순순히 미안하다고 얘기했다. 이정도면 완벽한 결과가 아닐까 싶을 정도.

“괜찮아. 다 잊었어. 하여튼 그때 네가 브랜드 런칭한다고 했잖아? 구체적인 계획까지 잡아둔 거야?”

“아니. 나중에 졸업하고 하려고 생각 중이었어.”

“그렇단 말이지? 그러면 일단 그 부분은 됐고……. 다음으로 넘어가서, 우리가 가져온 보석은 어떻게 처리할까?”

“보석? 어떻게 하지? 오빠가 가지고 가도 난 괜찮아.”

유진아는 약간 기대감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혹시 시황이 가져간다하면 그걸로 약간의 조건을 붙일 생각이었다. 예를 들면 매주 한 번씩 데이트를 하고 자기 집에서 자고 간다고 하는 식으로 말이다.

“우리가 같이 얻은 건데 내가 가져갈 순 없지. 반반씩 정확히 나누는 게 가장 합리적이겠지?”

“오빠가 다 가져도 난 괜찮은데…….”

반반씩 정확히 나누자는 말에 유진아가 약간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달라고 했으면 이런 마음이 안 들었을 텐데 반반씩 나누자 라는 건 마치 자신과의 관계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것만 같아 가슴이 조금, 아니 많이 아팠다.

“좋아. 그러면 그 보석 값으로 우리 브랜드 하나 런칭하자.”

“으, 응? 브, 브랜드? 어, 어떤……?”

시무룩해져있던 유진아의 표정이 갑자기 밝아졌다. 단순히 보석 값을 반반으로 나누는 게 아니라 그 보석으로 같이 브랜드를 런칭하자는 생각을 했을 줄이야!

“아무래도 경영도 잘 모르는 내가 브랜드를 꾸려서 하기는 힘드니까 진아가 좀 도와줬으면 좋겠어. 생각해보니까 믿고 맡길 사람이 우리 진아밖에 없네. 어때? 괜찮아?”

“오, 오빠……. 정말 고마워.”

시황의 말에 진아가 눈시울을 붉히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시황에게 달려들다시피 다가가 무릎위에 걸터앉으며 와락 껴안았다. 따스한 시황의 체온과 부드러운 피부를 느끼니 갑자기 울컥해 눈물이 찔끔 나왔다.

“내가 고맙지. 어떤 식으로 할지는 침대에 가서 천천히 얘기해보자.”

“흑……. 오빠.”

유진아는 자신의 쓰다듬어 주는 시황의 손길을 느끼고 있으니 가슴 속에서 키스를 하고 스킨십을 싶다는 욕망이 강렬해져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오빠……. 키스해도 돼?”

“그럼.”

시황의 허락이 떨어지자 유진아는 덮치듯 시황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었다. 방금 전 부대찌개를 먹어서 그 맛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딴 건 아무래도 좋았다.

키스에 대한 테크닉 같은 게 뭔지도 모르는 유진아였지만 시황의 리드에 따라 입을 살짝 벌려 혀와 혀가 뒤엉키게 했다. 몸이 녹아내릴 정도로 기분이 좋아 정신없이 시황의 혀를 빨자 순간 자신의 배에 닿은 시황의 발기한 성기가 꿈틀거렸다.

조용한 부엌에 시황의 혀와 유진아의 혀가 뒤엉키며 듣기만 해도 야릇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아…….”

한참 동안 키스를 하던 시황이 입술을 떼자 유진아가 상기된 얼굴로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키스를 하는 동안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애액이 조금 흘러나와 버렸다.

“오빠 미안. 너무 기분 좋아서…….”

유진아는 부끄러운 표정으로 시황의 무릎에 묻은 애액을 휴지로 닦아 내며 말했다. 애액이 흘러나왔다는 게 좀 부끄럽기는 했지만 시황이기 때문에 괜찮았다.

“괜찮아. 나도 좋았는 걸.”

유진아는 단순히 좋았다 하고 끝이었겠지만 시황은 쿠퍼액이 나오고 욕정이 끓어올라 견디기가 힘들었다.

“잠깐만 오빠도 조금 나왔네. 내가 닦아줄게.”

유진아는 시황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휴지로 귀두부분에 잔뜩 고여 있는 쿠퍼액을 닦아내었다. 원래라면 이정도로 야릇한 스킨쉽을 하기에 좀 망설여졌겠지만 이제는 시황이 원하는 거라면 뭐든지 들어줄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

“이제 슬슬 치우고 방에 들어가자.

“응. 오빠. 쉬고 있어. 내가 다 치울게.”

“그래 줄래? 고마워.”

시황의 무릎에서 내려온 유진아가 활기찬 목소리로 기분 좋게 웃으며 말하자 시황은 사양하지 않고 양치질을 한 뒤에 방으로 들어갔다.

“힘드네.”

침대에 누운 시황은 시뻘겋게 발기한 성기를 보며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섹스를 하고 싶었지만 아직까지는 참아야했다. 이제 막 돌아왔는데 바로 섹스를 해버리면 그동안 참은 게 이상해지니까.

“흐음…….”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며 설거지하는 소리가 들렸다. 시황은 천장을 보며 계획들을 점검했다.

이정도면 유진아는 거의 끝난 거나 마찬가지였다. 케즈론을 런칭하고 운영하는 건 유진아와 협의해서 하면 되니 충분하고, 카페 케즈론도 압도적인 맛을 바탕으로 청담동에서 확고히 자리를 잡고도 남을 게 분명했다. 수란이 그린 만화도 반응이 좋은 만큼 여러 가지 벌여놓은 일들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는데 한 가지 가장 큰 문제가 남아있었다.

그건 바로 대책 없이 맺어버린 여자들과 관련된 문제였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사는 곳들이 다 다르고 어느 정도 한 발 뒤에 서서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에 그럭저럭 큰 문제가 없었는데 한 지붕 아래 데려다 놓으면 문제가 안 생길 수가 없었다.

수란에게 부탁해 놓기는 했지만 좀 더 확실히 문제를 정리할 필요성이 있었다.

“오빠, 다 끝냈어.”

설거지를 마친 유진아가 당연하다는 듯 침대에 누워 시황을 꼭 끌어안았다. 시황도 그런 유진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줬다.

“어떤 식으로 브랜드를 런칭할지 생각을 해보자. 나는 케즈론이라는 브랜드를 살려서 만들고 싶거든. 사실 단순히 옷 브랜드만 런칭하는 게 아니라 최고급 화장품도 같은 이름으로 판매해서 사람들에게 케즈론은 최고급 명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어.”

“케즈론이면 오빠가 하는 커피숍 이름이랑 똑같은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거야? 나도 이미 사람들에게 초고가로 인식된 브랜드라 그걸로 하는 게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해. 이미지 구축을 하는 게 생각보다 돈도 많이 들고 노력도 많이 필요하니까.”

“특별한 이유라……. 그럼 있고말고. 나의 운명을 바꿔버린 단어니까.”

“운명?”

궁금한 표정을 짓는 유진아를 보며 시황은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만약 케즈론의 유산을 물려받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유진아와 대화를 해볼 수나 있었을까? 그만큼 자신에게 있어 케즈론이라는 단어는 그 무엇보다도 값진 단어였다.

유진아의 부드러운 머리를 쓰다듬으며 시황은 어떤 식으로 브랜드를 런칭할지에 대해서 밤늦도록 얘기를 나누었다. 중간 중간 키스도 하고 몸을 부비적거리며 진득한 스킨쉽을 하기도 했지만 결코 그 이상의 진도는 나가지 않았다. 그야말로 대단한 인내심이 아닐 수가 없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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