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45 ------------------------------------------------------
서울로
잠시 동안 아무런 말없이 껴안고 있었다.
피부 관리를 잘해서인지 매끈하고 부드러운 유진아의 살결과 풍만한 가슴이 그대로 느껴졌다. 방금 전에 유진아가 자기 욕망만 채우고 가버렸기 때문에 이렇게 껴안고만 있어도 순식간에 풀 발기를 해버렸다.
평소 매일 섹스하는 걸 넘어 하루에 두 번, 세 번도 우습게 하는데 케즈론의 행성에 있는 무인도에 와서 일주일동안 참고 있으니 엄청난 욕구불만 상태였다. 거기다 유진아가 속옷만 입고 다니기도 하고 잘 때는 알몸으로 껴안고 은근슬쩍 성기를 애무하듯 만져주니 보통의 정신력이 아니고서는 버텨내기가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중에 흠이 잡히지 않기 위해 아무렇지도 않은 척 참고 또 참았다.
“나, 난 자러 갈래.”
배꼽 부근에서 단단하면서도 묵직한 성기의 느낌이 전해지자 유진아는 방금 전 생각이 떠올라 민망한 마음에 시황을 밀쳐내고 통나무집으로 들어갔다.
시황이 뒤따라 들어가자 유진아가 조잡하게 옷을 엮어 만든 이불을 덮고 자는 척을 하고 있었다. 시황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유진아의 옆에 누워 허리를 당겨 끌어안자 별다른 거부감 없이 안겨온다.
방금 서서 안았을 때는 그렇게 부끄러워하더니 잘 때 안는 건 적응 돼서 괜찮다는 건지 잘 이해는 안 갔지만 어찌됐든 이 정도까지 진도가 발전했다는 사실이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유진아의 부드러운 허리를 만지며 시황은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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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황과 유진아는 숲을 헤치고 가고 있었다. 전에 시황이 무인도에서 집으로 갈 수 있었던 방법인 숨겨진 보석을 찾기 위해서였다. 물론 시황은 그런 척만 하는 거고 유진아는 그 말을 철썩 같이 믿고 있다는 차이는 있었지만 말이다.
“걸음이 왜 그렇게 느려?”
“발 아파서 그래…….”
뒤에 쫓아오는 유진아의 걸음이 점점 느려지자 시황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정말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 건 아니고 의도적으로 하는 행동이었다.
“많이 아파?”
“조금.”
“어디 보자.”
시황은 길을 걷다 말고 속옷만 입고 있는 유진아를 대충 앉히고 발을 들어서 살폈다. 맨발로 걸어본 적조차 없다 보니 부드러운 살결을 가진 발바닥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유진아가 평생 맨발로 살아왔던 것도 아니고 이제 겨우 일주일 정도 맨발로 돌아다녔는데 이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대로는 걷기 힘든데……. 그냥 돌아갈래?”
“집으로 돌아가라고?”
“그래. 보석은 내가 찾아보고 있을 테니까 넌 집에 돌아가 있어.”
시황의 말에 유진아가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발이 너무 아파서 더 이상 걷기는 싫었고 그렇다고 혼자서 집에 있는 건 더 싫었다. 이 무인도에 혼자 있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몸서리쳐질 정도로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냥 따라 갈래.”
“자꾸 뒤처지면 곤란한데……. 나도 일이 많아서 하루라도 빨리 돌아가야 하거든.”
“안 뒤처질게. 응? 그러니까 따라가면 안 돼?”
“거 참…….”
“제발…….”
시황은 일부러 곤란한 척 표정을 지었다. 이런 식으로 해서 저 거만하고 도도한 유진아의 자존심을 조금이라도 꺾어버리기 위해서였다. 뭐든 그렇지만 처음의 그 고고한 자존심을 꺾는 게 어려운 거지 한 번 꺾이게 되면 유진아처럼 저렇게 부탁이나 사정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과거의 유진아라면 저렇게 사정을 한다는 게 가당키나 했을까?
“어쩔 수 없지. 그럼 좀 천천히 걸어줄게.”
“고, 고마워.”
약간 부끄러운 표정을 지은 유진아가 대답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전히 발이 욱신거리기는 했지만 시황이 아까보다 천천히 걸어줘서 따라가기가 편했다. 별 거 아닌 행동이었지만 일주일동안 까칠했던 시황을 생각하면 이정도로도 괜스레 감동이 몰려왔다. 주변에서 나쁜 남자가 매력적이니 어쩌니 하는 얘기가 조금은 이해갈 정도로 말이다.
시황과 유진아는 한참을 돌아다녔지만 결국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호수로 돌아와야 했다. 날이 해가 지려는 듯 날이 어두워서 더 이상 돌아다니기가 힘들었다.
집으로 돌아오자 유진아는 자연스럽게 밥을 먹기 위해 근처에 있는 열매를 가지고 왔다. 딱히 시황이 시킨 건 아니지만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역할이 나누어졌다.
“오늘은 물고기나 구워 먹어볼까?”
“물고기? 어떻게?”
과일을 한입 베어 문 시황이 유진아에게 말했다. 딱히 먹을 게 없어서 풀이랑 열매로만 하루하루를 연명하다시피 했는데 이제는 질려서 먹기가 힘들었다.
“잠깐 기다려. 바닷가에 가서 금방 물고기 잡아 올 테니까.”
“호, 혼자 가려고?”
“그래. 정말 금방 다녀올 테니까 불이나 옮겨서 피워.”
“따라 가고 싶은데…….”
처음과 다르게 유진아는 이제 시황이 가는 곳마다 전부 따라가려고 했다. 여러 상황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였다.
“금방 갔다 올 테니까 기다려. 알겠지?”
“으, 응.”
시황이 워낙 확고한 말로 하자 유진아는 불안한 표정으로 어쩔 수 없이 대답을 했다.
겨우 유진아의 허락을 얻어낸 시황은 혹시 쫓아올까 싶어 빠른 속도로 바닷가로 향했다. 직접 잡을 거였으면 유진아가 따라오든 말든 상관없었을 테지만 귀찮게 직접 잡을 게 아니라서 혼자만 가야했다.
유진아와 멀찍이 떨어지자 시황은 콘즈를 불러서 케즈론의 성으로 갔다. 그리고 신선한 생선이 있는 곳으로 가서 먹고 싶은 생선을 몇 마리 고르고 다시 바닷가로 돌아갔다. 방금 갓 잡았다 해도 될 정도로 신선했기 때문에 바다에 들어가서 물만 묻히면 유진아가 이상한 점을 알아차릴 리가 만무했다.
팬티를 입은 채로 생선을 들고 바다에 들어갔다가 나왔다. 온 몸에서 물이 뚝뚝 흘러내리자 정말 직접 생선을 잡은 것만 같은 느낌이 물씬 풍겨났다.
너무 일찍 돌아가면 의심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물놀이를 조금 즐기다가 날이 완전히 어둑어둑해질 때쯤에 호수가로 갔다.
“왜 이제 왔어! 금방 갔다 온다고 했잖아.”
“최대한 빨리 온 건데. 물고기 잡는 게 쉬운 일이 아니야.”
“정말 한참 기다렸잖아.”
그런데 시황의 생각과 다르게 의심을 하는 게 아니라 유진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늦게 왔다고 소리쳤다. 눈물을 찔끔 흘리는 모습을 보니 혼자 있다는 사실이 정말 무서웠던 거 같았다.
“잠깐 갔다 왔는데 이럴 거면 앞으로는 그냥 같이 가는 게 낫겠다.”
“히잉…….”
이제야 안도가 되는지 유진아는 호수 옆에 조그맣게 타오르는 불길에 앉아 눈물을 닦아내었다.
완전히 주도권이 넘어간 상황이었다. 유진아야 있든 없든 시황 혼자 여기서 살아나갈 수 있겠지만 시황이 없는 유진아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을 게 분명했다. 그걸 본능적, 이성적으로 알았기 때문에 유진아는 시황에게 한없이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는 같이 갈 테니까 울지 마.”
“정말이지?”
“그래. 약속할게.”
유진아가 눈물을 찔끔 흘리자 시황은 유진아를 달래주었다. 낮엔 까칠한 척 행동하더라도 저녁에는 약간 달래줘야 했다.
“일단 물고기 구울 준비부터 하자.”
“으, 응.”
눈물을 흘리던 유진아가 진정된 거 같자 시황은 고기를 끼울만한 나뭇가지와 찾은 뒤에 다양한 용도로 쓰는 날카로운 돌로 고기를 손질했다. 이 돌도 사실 우연히 구한 척 했지만 시황이 마기를 이용해서 날카롭게 쪼갠 거였다.
“그럼 난 좀 씻고 올 테니까 넌 나뭇가지에 고기 끼워서 굽고 있어.”
“응. 알았어.”
대충 다 마무리가 되자 시황은 바닷물 때문에 찝찝한 몸을 씻기 위해 입고 있던 팬티를 벗어 호수로 들어갔다.
갑작스럽게 시황이 팬티를 벗자 유진아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날이 어둡기는 했지만 장작불 때문에 시황의 몸이 충분히 구분 가능할 정도로는 보였는데 순간 거대한 성기가 눈에 확 들어왔던 것이다.
그러자 본능적으로 오늘 새벽에 있었던 일이 떠오르면서 자위를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분명 자위를 끝내고 난 후에는 다시는 안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날이 어두워지기 무섭게 욕정이 치밀어 올랐다.
“안 되지 안 돼.”
유진아는 고개를 흔들며 억지로 잊기 위해 노력했지만 자꾸 머릿속에서 그 짜릿했던 쾌감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다 구웠어?”
“어? 어, 어. 다 구워가.”
어느새 다 씻었는지 시황이 알몸인 상태로 몸을 닦으면서 걸어오자 유진아 화들짝 놀래서 대답했다. 시황이 팬티를 빨고 나뭇가지에 걸어놓은 듯 하자 자연스럽게 오늘 밤 시황이 알몸인 상태로 껴안고 자게 될 거라는 것까지 생각이 미쳤다.
“그럼 먹자. 간만에 고기 먹으려니까 기대되네.”
“고마워. 잘 먹을 게.”
시황이 맞은편에 앉자 유진아는 나무 꼬챙이에 달린 생선을 건네줬는데 자기도 모르게 시황의 성기를 쳐다봤다. 혹시라도 성기를 쳐다봤다는 걸 들킬까 싶어 안 봐야지 안 봐야지 했는데 본능적으로 그쪽으로 눈이 향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시황은 그런 걸 눈치 채지 못하고 구운 생선의 맛만 음미하고 있었다.
간만에 생선으로 풍족하게 식사를 한 유진아는 호수가로 가서 간단하게 씻었다. 어릴 때부터 자기 전에는 항상 씻는 습관을 들여놔서 안 씻으면 찝찝해서 자기가 힘들었다.
TV도, 컴퓨터도 구경할 거리도 없는 무인도의 밤은 너무나도 지루했다. 그래서 원래라면 12시는 돼야 잠을 잘 텐데 도무지 할 게 없어서 해가 지면 집에 누워 있다가 잠이 들면 해도 뜨지 않은 새벽에 일어나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간단하게 씻고 통나무집으로 가니 시황이 미리 누워있었다. 유진아는 자연스럽게 시황의 옆에 누웠다. 현실에선 상상치도 못할 행위지만 여기서는 너무나 당연한 거라 별 다른 의문이 생기지도 않았다. 이런 열악한 곳에서 몸 누울 집이라도 있는 게 어디겠는가? 시황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이런 집에서 잘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이리와 봐. 방금 샤워해서 그런지 좀 쌀쌀하네.”
“으, 응. 알았어.”
시황이 등을 당기며 말하자 유진아가 자연스럽게 시황에게 달라붙었다. 잘 때는 이게 당연해서 그런지 어제 밖에서 어쩌다 보니 시황과 안았을 때와 다르게 크게 부끄럽지는 않았다.
“팬티랑 브래지어 벗으면 안 돼?”
“으, 응? 갑자기 왜?”
갑작스런 시황의 말에 유진아가 당황해서 말했다. 어제를 제외하면 이때까지 한 번도 자신에게 호감을 내비치거나 성적인 어떤 얘기는 한 적이 없는데 갑자기 속옷을 벗으라고 하자 부끄럽기도 했지만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안고 있는데 꺼끌꺼끌해서 느낌이 별로네. 어제가 부드럽고 기분 좋아서 잠이 잘 왔거든.”
시황의 말에 유진아는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