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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대충 다 씻고 물 밖으로 나가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몸을 닦을 수건이 없었다. 이대로 나가면 추워서 감기가 걸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안절부절 못하던 유진아는 옷을 널고 돌아오는 시황에게 말했다.
“수, 수건이 없는데…….”
“당연히 없겠지. 여긴 무인도인데.”
수건을 구해온다든가 찾아준다고 하지 않고 당연하듯 말하는 시황을 보며 유진아는 약간 마음이 급해졌다. 약도 병원도 없는 여기서 병이라도 걸리면 정말 큰일이다.
“구, 구해주면 안 돼? 부, 부탁할게.”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한 번 안 해보다 이렇게 부탁하려니까 어색함에 말이 더듬더듬 나왔다.
“쯧, 그럼 일단 내 티셔츠로 닦아. 닦고 씻은 다음에 수건으로 써야지 뭐.”
시황은 안에 입은 면 티를 벗었다. 이젠 팬티밖에 남지 않은 미끈한 근육질 어린 시황의 몸이 드러난다.
“고, 고마워.”
“뭐 해. 나와야지.”
유진아가 물 안에 그대로 있으면서 면 티를 받으려고 하자 시황이 말했다. 알몸을 보이기 싫어서 안 나오는 건 알지만 면 티를 던져줬다 물에 다 젖으면 곤란해졌기 때문에 딱히 던져주고 싶지 않았다. 애초에 그럴 마음도 없긴 했지만.
“그, 그래도…….”
“거참 관심 없다니까 엄청 신경 쓰네. 앞으로 네 몸에 손 하나 안 댈 거니까 걱정 안해도 된다고.”
“아, 알았어.”
유진아는 주춤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물 밖으로 나왔다. 한 밤 중의 어둠이지만 유진아의 몸에서 은은한 빛이 나는 듯 새하얀 나신이 너무나도 두드러지게 보였다. 손으로 가슴과 음부를 가렸지만 오히려 그런 모습에 더 섹시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시황은 무심한 표정으로 티를 건네줬고 유진아가 부끄러움에 몸을 살짝 비틀어서 알몸이 최대한 안 보이게 하며 받았다. 그리고는 시황이 보지 못하게 살짝 떨어진 곳으로 가서 등을 돌렸다.
날이 쌀쌀하지 않은데도 물이 어찌나 차가운지 벌써부터 부들부들 떨린다. 유진아는 잠깐 주춤하다 시황이 벗어준 티의 냄새를 맡았다. 역한 냄새는 나지 않았고 오히려 은근히 달콤하게 코를 감도는 체취만 날 뿐이었다. 역한 땀냄새라도 나면 어쩌나 했는데 그나마 다행이었다.
유진아는 티를 뒤집은 뒤에 수건처럼 몸을 닦았다. 팔과 가슴, 다리를 닦은 뒤에 조심스레 음부에 있는 물기를 훔쳐내었다. 왠지 방금까지 시황이 입었던 옷으로 자신의 은밀한 곳을 닦아내니 괜히 부끄러워 슬쩍 뒤를 돌아봤는데 시황이 어디 갔는지 보이지가 않았다.
“야……. 어, 어디 있어?”
혹시 또 시황이 사라졌나 싶어 유진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순간 부끄러움보다 무서움이 커졌기 때문에 알몸인 걸 신경도 쓰지 않고 시황을 찾았다.
“다 닦았어? 추울 텐데 옷이나 입어.”
근처 숲에 있다가 나온 시황이 옷을 건네주자 유진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시황에게서 옷을 받아 들었다가 자신이 아직 알몸인 걸 깨닫고는 황급히 몸을 돌렸다. 아까라면 엄청나게 화가 났을 텐데 이젠 순순히 시황의 말을 듣기로 해서 그런지 부끄러운 감정이 앞설 뿐 그렇게까지 엄청 화가 나지는 않았다. 자존심을 한 번 꺾었다는 게 알게 모르게 심정적으로 큰 영향을 준 것 같았다.
“고, 고마워.”
쑥스럽게 대답한 유진아가 시황의 티로 머리도 대충 닦고 브래지어와 잠옷 상의를 입었다. 그런데 팬티와 바지를 방금 빨아서 밑에는 입을 것도 가릴 것도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는데 상황이 너무 혼란스럽다 보니 이렇게 될 거라는 걸 미처 생각도 못했다.
“옷 다 입었으면 그 티도 빨아서 널어놔. 난 잠시 쉴 곳 좀 찾아볼 테니까.”
“아, 안 가면 안 돼?”
유진아는 시황에게서 등을 돌린 채로 말했다. 바지가 없어 지금 어떻게해야 할지 머릿속이 어지러운데 시황까지 어디 간다고 하자 겁이 나서 말했다.
“바로 옆에 있을 거니까 걱정 마. 그리고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소리 치고.”
시황은 대답을 듣지도 않고 떠났다.
그나마 소리치면 온다는 말에 마음이 약간 놓인 유진아는 다시 호수가로 가서 시황의 티를 빨았다. 비누가 없다보니 물로 빡빡 씻어내야 했는데 유진아는 그런 힘도 없고 요령도 없어 어설프게 물 칠만 하듯 씻었다. 그런데 쪼그려 앉아서 씻는데 잠옷 상의가 그다지 길지 않아 음부가 그대로 노출이 되었다. 유진아는 아랫부분이 으슬으슬 춥기도 하고 허전한 느낌이 음부를 쳐다봤다는 대음순이 살짝 벌어져 부끄러운 핑크빛 속살을 내비치고 있었다.
“아씨, 어떡하지.”
평소라면 팬티 속에 꼭꼭 숨어 있어야 할 음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자 유진아가 거친 말을 내뱉었다. 나뭇잎으로 가릴 수도 없고 젖은 옷을 입을 수도 없어서 정말 큰일이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 시황이 정말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거 같아 흉한 꼴은 안 당하겠지만 그건 그거고 부끄러운 건 또 부끄러운 거다.
시황의 티를 다 씻고 물을 짜낸 뒤에 옷을 널어둔 커다란 나뭇가지에 티를 올렸다.
“제대로 짰어?”
“엄마야, 노, 놀랬잖아.”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른 유진아가 시황을 보며 말하다가 문든 자신의 밑에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손으로 가리며 빠르게 뒤로 돌았다.
“계속 가릴 거면 내 팬티라도 벗어줘?”
“피, 필요 없어.”
“싫음 말고.”
시황은 유진아는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티를 잡았다. 정말 짠 게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물이 흥건하다.
“이거 봐. 물이 흥건하잖아.”
시황은 티를 꽉 짜내며 말했다. 물이 줄줄 흘러 흙을 질퍽하게 적신다.
“힘이 없는 걸 어떡해.”
“운동 좀 해야겠다. 하여튼 이쪽으로 와봐. 잠깐 쉴 자리는 만들어 놨으니까.”
“자, 잠깐만.”
시황이 숲으로 들어가자 유진아가 따라 들어가며 외쳤다. 아직까지 풀이 가득한 땅바닥을 맨 발로 걷기에는 발이 너무 아팠다.
얼마 걷지 않아 나무가 얼마 없는 공터가 나왔다. 사람이 관리하는 정원처럼 바닥이 잔디로 되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뭔지는 몰라도 푹신한 풀들이 가득한 곳이었다. 그 한쪽에 돌멩이와 걸리적거리는 건 다 치운 뒤에 시황이 입던 니트와 코트가 깔린 곳이 보였다.
“앉아. 일단 해가 뜬 뒤에 섬을 찾아보던가 하게.”
“으, 응. 고, 고마워.”
고맙다는 말을 하기 부끄러워서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한 유진아는 음부를 손으로 가린 채 빠른 걸음으로 가 코트 위에 앉고 코트의 팔 부분으로 은밀한 곳을 가렸다. 그나마 지금은 어두워서 이렇게 손으로 가린 채 돌아다닐 수나 있지 해라도 뜨면 어떻게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난 한숨 잘 테니까. 너도 잘 거면 자.”
유진아가 깔고 앉은 코트 옆에 있는 조그마한 니트에 누우며 시황이 말했다. 음양공생공의 성취가 증가하면서 그렇게까지 잠을 자지 않아도 활력이 넘치는 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자두는 게 나았다.
“저, 저기 혹시 불은 못 피워?”
“불? 라이터도 없고 해서 불 피우려면 힘든데.”
“약간 추워서…….”
날은 춥지도 덥지도 않았지만 방금 전에 들어갔던 호수물이 너무 차가워서 몸이 완전히 식어버렸다. 위에는 그나마 잠옷을 입어서 괜찮았지만 아래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아 몸이 오들오들 떨린다.
“지금은 못 피우는데. 정 추우면 니트라도 덮을래?”
“너는?”
유진아가 거만하고 독선적이며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성격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런 상황에 시황의 행동을 보고 약간은 느끼는 바가 있었다. 그래서 평소라면 당연히 받아들였을 그 호의에 너는 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냥 바닥에 자지 뭐.”
“그럼 됐어. 너 써.”
그리고 방금 전의 시황의 호의는 왠지 가슴이 찡하는 느낌이었다. 원래라면 남자라면 당연히 그 정도는 해야지라고 생각 했겠지만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그런 호의를 베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았기 때문에 그 호의가 절실히 와 닿았다.
“춥다며?”
“괘, 괜찮을 거야.”
“그러다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인데……. 이런 데는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약도 못 먹어서 독감이라도 잘못 걸리면 엄청 힘들 텐데.”
“어쩌지…….”
시황의 말에 유진아가 약간 겁먹은 표정으로 시황을 보며 물었다. 시황의 말대로 이렇게 몸을 차게 해서 자다가 독감이라도 걸리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불 보듯 뻔했다.
“그럼 껴안고 잘래?”
“무, 무슨…….”
시황의 말에 유진아가 흠칫해서 쳐다봤다. 보통 영화나 만화 같은데서 단골로 나오는 소재이다 보니 바로 떠오르기는 했지만 옷을 입어도 부끄러워서 못 할 마당에 옷도 없는 상태라 정말 민망해서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아까도 말했지만 난 여자 친구 있어서 너한테 전혀 관심 없으니까 걱정 안 해도 괜찮아. 그리고 내가 의도적으로 이런 상황을 만든 것도 아니고 정말 불가피한 일인데 부끄러워 할 건 아니지 않아? 그리고 너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도 엄청 부끄럽다고.”
“그건 그렇지만…….”
자신을 쳐다보며 말하는 시황을 마주보며 유진아는 갈등어린 표정을 지었다. 시황의 말대로 의도적으로 이런 상황을 만든 것도 아니고 오히려 자신이 춥다고 말한 거였다. 거기다 보통 남자들과 다르게 시황은 샤워할 때도 훔쳐본 것도 아니고 오히려 숲으로 들어가서 이런 보금자리도 만들었다. 분명 이런 행동들은 처음과 다르게 상당한 믿음을 주었다. 왠지 이 남자라면 정말 순수하게 그런 말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싫으면 말고. 난 그냥 잔다.”
“아, 알았어. 부, 부탁할게.”
시황이 다시 드러누우며 말하자 유진아가 다급하게 말했다. 괜히 여기서 그냥 잤다가 감기가 걸리는 거 보단 부끄럽더라도 시황을 껴안고 자는 게 이성적으로 판단했을 때 맞는 행동이었다. 지금 죽기 일보직전인데 부끄러움이 문제일까?
“이제야 답답하게 안 하네.”
시황은 니트를 들고 유진아가 앉아 있는 코트 옆에 놓고 자리에 누웠다. 옷을 다 벗어 버려서 팬티만 입고 있는 시황의 나신이 달빛에 비친다.
“빨리 와. 피곤하니까.”
만약 시황이 부끄럽거나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면 당장이라도 거부했을 정도로 부끄러웠지만 정작 시황은 귀찮다는 표정을 가득 짓고 있어서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유진아는 조심스럽게 코트의 팔 부분을 내리고 자리에 누운 뒤에 시황이 벌린 팔 속으로 주춤거리며 들어갔다. 너무 부끄러워 시황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자 시황이 자신의 등을 붙잡고 꽉 끌어당긴다. 정말 민망하고 부끄러워 몸이 바들바들 떨렸는데 그런 와중에도 신기하게도 시황의 가슴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열기 덕분에 포근하게 느껴졌다. 거기다 얼굴을 파뭍은 가슴에서는 아까 티에서 맡았던 달콤한 살냄새가 은은하게 풍기고 있었다. 딱히 향기롭지는 않은데 어째서인지 가슴이 떨리는 그런 냄새였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