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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238화 (238/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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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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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즈론의 성에 와서 옷장에서 신발을 꺼내 신은 시황은 느긋하게 하게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평소라면 별 생각 없이 빨리 지나갔을 시간이 기다린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마치 택배를 기다리는 것처럼 더디게 흐른다.

지루하게 시간을 보내며 문을 통해 한 번씩 유진아의 표정을 봤었는데 마치 귀신에라도 홀린 것처럼 넋을 놓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에 비해 시황은 케즈론을 런칭했을 때 팔만한 옷이나 구두 들을 살폈다. 사람과 만났을 때 첫인상이 중요하듯 맨 처음 보여줄 옷이 중요했다.

마음에 드는 옷과 구두를 고른 뒤에 시간을 살폈지만 새벽이 되려면 좀 더 기다려야했다. 잠시 고민하던 시황은 창밖을 슬쩍 바라봤다. 지구는 슬슬 해가 지는지 케즈론의 행성은 해가 떠오르며 하늘이 서서히 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이쯤이면 됐다 싶자 시황은 콘즈에게 부탁해서 이 행성에 있는 몇 군데 섬을 돌아다녔다. 그냥 아무 섬에나 가기 보단 좀 더 그럴싸한 섬에 가고 싶었다.

몇 군데 돌아다닌 끝에 마음에 드는 섬을 하나 찾았다. 주변을 둘러봐도 섬 하나 없는 망망대해에 섬의 규모도 그렇게 작지 않아 샘물도 흐르고 숲에는 정체불명의 귀여운 동물들도 돌아다닌다. 그런데 다 좋긴 한데 한 가지가 부족하다.

“콘즈야, 전에 이 행성이 있던 마물들을 다 가둬놨다고 했잖아? 혹시 그 중에서 한 마리 정도는 이 섬으로 이동시킬 수 있어?”

해변의 모래사장이 보이는 숲에 있는 언덕에 서서 시황이 말했다.

“그럼요. 시황 님께서 원하시면 이 섬으로 마물들을 다 옮길 수도 있어요.”

“그 정도는 필요 없고 한 마리면 돼. 그 마물 중에서 겉으로는 위협적으로 보이는데 내가 간단하게 잡을 만큼 약한 애도 있어?”

“음…….”

콘즈가 약간 고민을 한다.

“이거면 괜찮을까요?”

딱.

콘즈가 손을 튕기자 약간 떨어진 곳에 마물 한 마리가 생겨났다. 날카로운 이빨 두 개가 유난히 길어 턱 아래까지 튀어나온 맹수였다. 검은색의 미끈한 피부와 거대한 몸체는 겉보기엔 상당히 위협적으로 보인다.

“카헬이라고 해요. 눈도 빨갛고 이빨도 길어서 무서워 보이는데 생각만큼 스피드가 빠르지도 않고 이빨도 효율적이지 않아서 보통 무리지어서 다니는 마물이에요. 시황 님 수준이시면 간단하게 제압하실 수 있어요.”

갑작스럽게 소환돼서 그런지 카헬은 주변을 둘러보다 시황을 발견하자 마치 개처럼 으르렁 거리며 위협적인 자세를 취한다. 하지만 바로 달려들지 않고 이상하게 눈치를 보는 듯 옆으로만 자꾸 슬금슬금 움직이며 짖기만 한다.

“이렇게 보니까 무섭긴 하네.”

콘즈의 말대로라면 손쉽게 잡을 수 있을 게 분명함에도 저런 마물과 맞닥뜨린 건 처음이다 보니 괜히 긴장이 좀 된다.

“무리지어 다니는 특성 때문에 보통 혼자 있으면 저렇게 소리를 내서 동료를 불러요. 동료가 없으면 위협만 할 뿐 공격은 거의 하질 않으니 안심하셔도 괜찮아요. 이제 돌려보낼까요?”

“응. 이제 보내도 돼.”

딱.

콘즈가 손을 튕기자 시황을 보고 짖기만 하던 카헬이 사라진다. 저 정도면 충분했다. 무섭게 생기긴 했지만 위협만 할 뿐 잘 달려들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막 해가 떠오르고 있었는데 금세 날이 밝았다. 지구는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새벽이 될 듯하다.

“돌아가자.”

“네!”

콘즈가 손을 튕겨 간단히 케즈론의 성으로 돌아온 시황은 도서관에 책을 몇 개 가져와서 서재에서 읽었다. 다른 행성의 모습들이 나와 있는 흥미로운 책이지만 유진아가 자길 기다리고 있어서 그런지 하품만 자꾸 나온다.

“슬슬 됐으려나?”

새벽 1시쯤이 되자 시황은 문을 소환해서 유진아의 침실을 살폈다. 아까 확인했을 때와 다르게 불이 꺼져서 방이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그런데 유진아는 침대에 누워서 스마트폰이라도 보는지 얼굴에 액정 빛이 환하다. 보통 직장인들은 일찍 자기 마련인데 유진아는 방학중인 학생이다 보니 몇 시에 잘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다시 책에 눈을 돌려 조금 더 읽다가 유진아를 살피는 식으로 시간을 보냈다. 30분 쯤 지나지 유진아의 얼굴을 비추던 액정 빛이 사라졌지만 잠이 언제 들지는 또 모를 일이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시황은 최하급 마법 물품 중에서 숙면이 들게 하는 향수를 가져와 문을 통해서 유진아의 방으로 뿌렸다. 갑자기 향이 나서 이상하다 생각할지도 모르나 잠만 들면 그만이었다.

예상대로 유진아가 흠칫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는데 어둠 속임에도 겁에 잔뜩 질려있다는 게 눈에 보였다. 미신 따윈 안 믿는다는 사람이 두 눈으로 직접 그 미신을 마주해서 그런지 오히려 믿는 사람보다 더 무서워하는 거 같다.

시황은 안 가는 시간을 빈둥빈둥 거리면서 2시간을 더 보낸 뒤에 유진아의 침실을 살폈다. 이쯤 되니 유진아도 잠이 들었는지 뒤척임도 없고 규칙적인 호흡을 하며 얌전히 침대에 누워만 있었다.

때가 되었다.

콘즈에게 말해 아까 갔던 섬의 해변으로 이동한 시황은 문을 소환했다. 그리고는 문 앞에 신발을 벗고 조심스럽게 유진아의 침실로 이동했다. 최대한 기척이 나지 않게 조심해서 움직여 유진아가 덮고 있는 이불을 조심스레 벗겼다.

역시 잘사는 집안의 딸이라 그런지 잠옷부터가 고급스럽다. 섹시함을 위한 그런 잠옷은 전혀 아니었고 활동하기 좋고 잠자기 편한 잠옷이었다.

마력 회로를 가동시킨 시황은 근력을 증가시키고 유진아를 사뿐히 들었다. 유진아가 순간 꿈틀하기는 했지만 이쯤 됐으면 일어나도 상관없었다.

시황은 유진아를 든 채로 바로 문을 지나 섬으로 데리고 와서는 바로 문을 소환 취소했다. 유진아는 문을 지난 사람이 되었기 때문에 케즈론의 행성으로 이동하는 문이 이제부터 보이게 된다. 그래서 문을 꺼낼 때 조심을 하지 않으면 의심을 살지도 모른다.

“휴우.”

조심스럽게 해변에 유진아를 내려놓은 시황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준비한 일은 끝이 났다. 여기서 유진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더러운 인성을 확실히 고쳐줄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원하는 목적도 이루고 말이다.

시황은 콘즈에게 말해 신발을 없애고 아까 유진아의 집에 있던 그대로의 모습을 했다. 이 정도쯤은 해줘야 유진아도 속지 않겠는가? 뭐, 안 속아도 돌아갈 방법 따윈 없겠다만.

고운 입자의 모래가 가득한 백사장에 앉은 시황은 적막한 바다를 바라봤다. 이렇게만 보니까 정말 무인도에 온 것 같다. 아무도 없는 고즈넉한 분위기가 상당히 마음에 든다. 이런 곳에 별장을 하나 지어도 괜찮지 않을까?

“으음…….”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던 시황은 유진아가 깨어나는 거 같자 바로 유진아와 약간 떨어진 곳에 드러누워 자는 척을 했다. 눈은 감았지만 귀로 유진아가 내는 소리를 주의 깊게 살폈다.

부스럭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유진아는 순간 꿈인가 싶어 멍하니 바다를 바라봤다. 잠에서 막 일어나다 보니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은 것이다.

“꺅!”

그런데 눈을 비비고 정신을 차리는 순간 유진아는 황망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짝 둘러보다 커다란 비명을 질렀다. 얼굴은 순식간에 사색으로 변했고 눈동자에는 깊은 공포가 내려앉아 있었다.

설마 했는데 그 믿을 수 없는 일이 현실로 일어났다. 시황이 사라졌을 때부터 기분이 상당히 좋지 않아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계속 뒤척였는데 이상한 향기가 갑자기 피어난 이후로 잠이 들더니 이런 무인도로 와버렸던 것이다.

시황이 아까 말했던 것과 똑같았다. 차를 마시고 나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생겨난 것이다. 그때 시황의 말이 헛소리라고 소리를 치며 차를 마셨는데 괜히 마셨다는 후회만 계속해서 생겨났다.

“엄마……. 흑…….”

그렇게 거만하고 도도한 표정을 짓던 유진아가 비명을 지르고 난 뒤에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엄마라고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얼마나 정신적 공황이 왔는지 바로 옆에 시황이 누워있었음에도 유진아는 발견조차 못하고 바다주변만 바라보며 울고 있었다.

“엄마…… 살려줘……. 흐윽…….”

어디서 그렇게 눈물이 나오는지 유진아는 정말 서럽게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자고 나서 갑자기 이상한 섬에 표류되어 있으면 웬만큼 멘탈이 강하지 않고서야 누구나 유진아처럼 겁에 잔뜩 질려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유진아는 한참, 정말 한참동안 서럽게 울었다. 울어봐야 아무런 해결책이 없음에도 그저 울기만 하는 것이다. 그것도 주변을 돌아보기 너무나 무서워서 그저 바다와 땅만 바라보면서 토해내듯 눈물을 흘렸다.

“으윽……. 여, 여긴…….”

웬만하면 좀 울다가 깨워줄지 알았는데 도저히 깨울 기미가 안 보이자 시황은 이제야 정신을 차린 척 일부러 소리를 내며 일어났다.

갑작스런 시황의 목소리에 흠칫 놀라 유진아는 몸까지 부들부들 떨며 오줌을 싸버렸다. 유진아의 고급스러운 잠옷 바지가 오줌으로 흥건히 젖어버렸고 유진아가 깔고 앉아 있는 백사장이 물 잔뜩 머금어 촉촉해져 있었다.

아까 전의 그 거만하고 당당하며 세상 무서울 거 없이 협박을 하던 유진아는 사라지고 말소리가 들렸다는 사실에 겁을 먹고 오줌을 싸는 나약하고도 나약한 여자로 변해버렸다. 분명 유진아의 성격상 나름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행동할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이런 상황에선 그런 이성보단 본능을 이기긴 어려운 듯 했다.

“진아 씨,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시황은 일부러 유진아의 앞으로 가서 말했다.

“시, 시황 씨. 으앙…….”

그러자 흠칫 놀라 몸을 떨던 유진아가 시황인 걸 알아차리자마자 갑자기 껴안고 다시금 눈물을 쏟아낸다. 여전히 미칠 듯이 무섭고 두려웠지만 안면이 있는 시황을 발견했다는 사실자체가 너무나 기뻐, 안도감에 눈물을 흘러내린 것이다. 친하든 안 친하든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 두려운 섬에 혼자 있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정말 말도 못할 정도로 기뻤다.

“진아 씨, 일단 진정하세요.”

가볍게 껴안은 것도 아니고 유진아는 시황을 졸라죽일 작정인지 온 힘을 다해서 부둥켜안았다. 그건 좋아한다는 감정에서 취한 행동이 아니라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해소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본능적으로 나온 행동이었다.

너무 밀착해서 껴안았다 보니 방금 전에 유진아가 싼 오줌의 축축함을 시황의 바지를 파고들었다. 그 기분 나쁜 축축함에 시황은 유진아에게서 당장 떨어지고 싶었지만 거머리마냥 도저히 놓아주질 않았다. 아무래도 이대로 놔두면 옷에서 냄새가 심하게 날 거 같아 빨래를 해야할 듯 싶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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