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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235화 (235/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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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이제는 재미를 들린 건지 전화만 하면 다가와서 바지의 지퍼를 내리고 성기를 꺼내서 빨라고 한다.

“안 돼.”

“힝…….”

아루의 손에 바지에 닿자 시황은 아루의 손을 떼어냈다. 은비라면 모르겠지만 아루는 테크닉이 너무 좋아서 신음을 찾기가 어려웠다. 중요한 공략 대상이랑 전화를 괜히 신음소리를 내서 이미지를 망치면 곤란했다. 그런데 거부당한 아루가 불쌍한 표정으로 자신을 올려다보자 마음이 약해진다.

“그러면 만지고 핥는 것만. 알겠지?”

“네!”

시황의 허락이 떨어지자 아루가 다시 기분이 좋아진 표정으로 바지를 끄르고 살짝 내려 성기를 꺼낸다. 자극이 없어서인지 쪼그라든 상태다. 그럼에도 귀엽다는 느낌이 안 들 정도로 커다랬지만 아루는 장난감을 만지듯 손으로 문지르기도 하고 혀를 대어 살짝 핥기도 했다.

[여보세요.]

아루의 머리를 만지며 그런 은근한 자극을 느끼던 시황은 전화를 받는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바로 전화에 집중을 했다.

[유진아 씨 휴대폰 맞습니까?]

[……누구시죠?]

유진아가 제대로 받은 게 맞는지 확인 차 묻자 전화를 받은 여자가 잠시 동안 아무런 말을 하지 않다가 약간은 경계하는 목소리로 말한다.

[반갑습니다. 강시황이라고 합니다. 은비에게 옷과 보석을 협찬해준 사람입니다.]

[아! 케즈론의…….]

[네. 맞습니다. 은비에게 저에 대해 물으셨다고 해서 전화했습니다.]

시황은 만나서 사업얘기를 하자든가 보석에 관심이 많냐는 등의 이상한 소리는 하지 않았다. 저쪽에서 먼저 전화를 걸었다는 것 자체가 유진아 쪽이 먼저 패를 내보인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남자와 여자가 사랑을 해도 더 좋아하는 쪽이 안달이 나고 상처도 많이 받는 만큼 원하는 게 있는 쪽이 급해지기 마련이다. 다만 유진아보단 시황이 훨씬 더 원하는 게 많았을 테지만 그런 티를 내면 한수 접고 들어가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맞아요. 조금 궁금한 게 있어서 정은비 씨에게 시황 씨에 대한 걸 물어봤어요.]

[그렇군요. 어떤 점이 궁금하신가요?]

자신의 성기를 가지고 놀 듯 혀로 귀두를 핥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요도구를 만지는 아루의 머리를 쓰다듬던 시황의 미간이 조금 찌푸려졌다. 어떤 성격일까 궁금했는데 목소리와 말투 자체가 상당히 도도한 느낌이다. 거기다 경계심도 많은 거 같아 쉽사리 친해지기도 어려울 것 같다.

[그 붉은 다이아몬드를 어디서 구하셨죠? 제가 아가일 광산에서 나는 팬시 컬러 다이아몬드 경매를 꾸준히 참석했었는데 그런 다이아몬드는 본 적이 없거든요.]

[저도 우연한 기회에 얻게 되어 어디서 얻었다고 말씀드리기는 조금 어렵군요.]

[흐응, 그런가요?]

유진아는 예상했다는 듯 별다른 감정이 섞이지 않은 특유의 도도한 어조로 계속해서 얘기했다. 그런데 유진아가 다이아몬드 경매에 계속 참석 했다는 것과 의류학과에 다니는 걸 보면 확실히 패션과 보석에 상당히 관심이 많은 듯 했다.

[다른 궁금한 점은 있으신가요?]

[케즈론이라는 브랜드 제가 알아봤는데 의류쪽으로는 아직 런칭도 안 돼 있고 케즈론이라는 이름을 쓰는 카페 하나 밖에 없더군요.]

[자세히 잘 알아보셨네요.]

[아직 런칭조차 안 한 브랜드를 왜 벌써부터 광고하시는 거죠? 브랜드 홍보가 아니라 우연히 얻은 붉은 다이아몬드를 암암리에 파려는 의도 아닌가요?]

유진아가 약간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묻는다. 뭐 어쩌자고 묻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작 생각조차 안한 의도를 마음대로 생각하고 파헤치려고 하니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잠깐 고민이 된다.

[……그런 의도는 없고 그저 브랜드 런칭 전에 시상식도 있고 해서 평소 친한 은비에게 보석을 빌려준 것뿐입니다. 이미지를 좋게 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요. 지금 확장하고 있는 카페 사업만 마무리 되면 시기를 보고 런칭할까 생각 중입니다.]

[이번에 서울대 수석으로 합격하셨더군요.]

설명을 들은 유진아가 갑자기 화제를 돌린다. 그런데 대기업 회장의 딸답게 모르는 게 없었다. 보통 저런 정보는 상대방이 기분 나쁠 수도 있으니 얘기를 안 하는 게 보통일 거 같은데 뒷조사 다 했다는 걸 티를 내면서 얘기를 한다. 딱히 기분이 나쁘진 않지만 성격이 어떤지 대충 짐작은 간다.

[모르는 게 없으시군요.]

[조사를 해봤으니까요.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100전 100승이라고 하잖아요? 하여튼 당신의 과거 행적이 상당히 의아한 부분이 많아요. 당신의 부모님은 돈을 모으기도 어려운 보잘 것 없는 일만 하셨는데 당신이 어떻게 그 비싼 레드 다이아몬드를 구할 수 있었을까요? 제 상식으로는 선뜻 이해가 안 가는군요. 훔쳤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의심스러운 건 사실이에요.]

보잘 것 없는 이라는 표현과 훔쳤다는 말을 듣는 순간 시황의 인상이 험악해졌다. 도도하고 거만한 것도 정도가 있지 뒷조사 한 걸 당당하게 얘기하는 걸 모자라서 어떻게 저런 예의에 어긋나는 표현을 쓸 수 있는 걸까? 유진아가 말하는 상식이 아니라 자신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만큼 자신과 부모님을 하찮게 보고 있다는 말 아닌가?

[그 부분은 그다지 이야기하고 싶지 않군요. 별로 궁금하신 것도 없는 것 같으니 전화를 끊도록 하겠습니다.]

시황은 속에서 분노가 끓어올랐지만 목소리를 가다듬고 침착하게 얘기했다. 영국 황실과의 연결선이고 뭐고 유진아에게 이득이 가는 어떤 일도 하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잘난 집에서 태어났다고 저렇게 세상을 깔보는 유진아에게 한방 먹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든다.

[잠시 만요. 아직 더 할 말이 있어요.]

[할 말이요?]

시황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유진아를 동업자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이미 적으로 인식한 상태였다. 물리적인 폭력을 쓰진 않겠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그 도도하고 거만한 콧대는 꺾어버리고 싶었다.

[훔친 거든 어떤 거든 신경을 쓰지 않을 테니 그 다이아몬드 파시지 않겠어요? 제가 값은 잘 쳐드릴게요.]

팔 생각 없다고 말하려는 순간 시황의 눈이 순간 번뜩였다. 제법 괜찮은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글쎄요. 생각 없다고 하면 곤란하려나요?]

[흐응, 좋지 않은 일을 당하실 수도 있죠.]

명백한 협박. 이건 자신이 보석을 훔치지 않는 이상 도저히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대놓고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기란 불가능했으니까.

이쯤 말을 들으니까 전화를 안 했더라도 유진아 측에서 전화를 걸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잘못했으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당할 뻔 했다. 절대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무섭네요. 하하. 뭐 나쁘지 않게 값을 쳐주신다고 하니 팔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닌데…….]

전혀 팔 생각은 없었지만 일단 침착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좋아요. 그럼 일단 진품인지 먼저 확인하게 저희 쪽에서 감정사를 한명 데리고 가죠. 사람들 눈에 안 띄는 곳에서 만나야 하니……. 그냥 제가 사는 집에서 보는 건 어때요?]

[나쁘지 않네요.]

시황은 오히려 비틀린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괜히 이상한 곳에서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는 것보단 오히려 유진아의 집에서 하는 게 훨씬 나았다.

유진아의 집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정한 시황은 전화를 끊고 떠오른 생각을 점검했다.

“오빠, 이제 빨아도 돼요?”

“응? 응. 아루 하고 싶은 대로 해.”

시황의 허락이 떨어지자 아루가 아까와 다르게 적극적으로 성기를 입안에 집어넣어 빨기 시작한다. 뱀처럼 감기는 아루의 혀와 축축한 입안은 뜨거웠던 머리를 식혀준다.

뒷조사까지는 괜찮지만 자신을 도둑으로 몰고 가는데다 부모님을 무시하는 거만함과 협박. 그 말을 듣는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었다. 만약 옛날 힘없을 때 같은 일을 당했다면 억울하고 분해도 가슴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혹시라도 잘 못했다간 무슨 불이익을 받았을지 모르니까.

하지만 지금의 자신은 그런 호구가 아니다. 당한만큼 되돌려 줄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이다.

시황은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생각을 정리했다.

**

유진아와 만나기로 약속한 날 시황은 아침 일찍 차를 끌고 서울로 향했다. 차라리 카페 오픈 전, 대학 입학하기 전에 이런 일이 생겨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에 계획한 일은 시간이 좀 필요할 수도 있었으니까.

유진아는 서울대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삼성동 빌라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다. 하루 이틀 산 건 아닌 거 같고 아마도 학기 중에는 직접 차를 끌고 통학하는 듯 했다.

시황은 서울에 올라가기는 했지만 일부러 은비에게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자신을 도둑놈 취급하는 도도한 대기업 회장의 따님의 콧대를 꺾어주는데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유진아가 얘기한 삼성동 고급빌라 앞에 도착한 시황은 전화를 걸었다. 아직 오후 2시밖에 되지 않은 시간이라 아직 여유는 많았다.

신호음이 얼마 가지 않아 유진아가 전화를 받았고 집 앞에 도착했다고 하자 바로 내려온다고 말한다.

차에 탄 채로 잠시 기다리자 빌라의 문이 열리며 유진아가 나온다. 겨울이라 간단한 코트를 껴입은 채로 나왔는데 사진으로 봤던 것 이상으로 아우라가 풍긴다. 단순히 옷이 비싸다고 느껴지는 태가 아니라 얼굴 자체부터 몸매, 움직임, 패션 등 모든 것이 잘난 놈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었다.

유진아가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시황은 차에서 내려 유진아에게 다가갔다.

“시황 씨군요. 반가워요.”

“반갑습니다.”

유진아와 악수를 하며 시황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평소 친한 여자들에게 짓는 순수한 웃음이 아니라 약간은 뒤틀린 듯한 그런 웃음이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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