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33 ------------------------------------------------------
서울로
“오빠가 얼마나 능력 많은지 모르지? 오빠 전에 노래 잘해서 TV에도 나왔어. 카페에 손님도 진짜 많고.”
찬미 아빠의 물음에 시황이 그저 웃기만 하자 유미가 다시 끼어들어 시황에 대한 칭찬을 늘어놨다. 그러자 찬미의 아빠와 엄마가 다시금 놀랍다라는 표정으로 시황을 쳐다봤다. 처음엔 저렇게 무능력할 수가 있나 였는데 지금은 어떻게 저렇게 유능할 수 있나 라는 생각 밖에 안 든다.
“우리 유미를 모델로 쓰고 싶다고? 혹시 어떤 종류인지 말해줄 수 있는가?”
찬미의 아빠가 조금 조심스럽게 물었다. 유미를 모델로 쓰고 싶다는 건 정말 기쁘긴 했지만 혹시라도 속옷 모델 같은 거면 곤란했으니까.
“아직 다 확정 된 건 아니지만 화장품 모델로 할까 생각 중입니다.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유미 피부가 좋아진 게 제 화장품을 써서 그렇거든요.”
“맞아. 엄마가 나 피부 좋아진다고 엄청 좋아했지? 그거 다 오빠 화장품 발라서 그렇게 된 거야. 헤헤.”
“넌 그런 거 엄마한테 얘기도 안 하니? 얘네 둘 다 안 되겠네.”
유미의 말에 엄마가 웃으면서 말한다. 처음부터 시황이 마음에 들기는 했지만 지금은 처음과 비교가 안 되게 강한 호감이 생겨났다. 딸을 가진 부모가 다 그렇겠지만 단순히 잘 생긴 남자보단 경제력 있는 남자랑 만나서 고생을 안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 일도 있고 해서 서울에 있는 저희 집에서 찬미랑 유미가 자취하면서 통학하는 건 어떨까 싶어서 말씀드리러 왔습니다. 아무래도 서울에 있는 대학 보내시려면 방값과 다른 식비 등도 많이 들 텐데 저랑 같이 지내면 돈이 절약되기도 하고 유미의 모델 일도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으니까요.”
“자네 집에서 자취라……. 아무리 그래도 남자랑 여자만 지내기는…….”
나름 이런저런 장치도 하고 돈 얘기도 꺼냈지만 아직 결혼도 안하고 나중에 어떻게 될지도 모른 사이인지라 찬미의 부모니은 난색을 표했다. 이런 상태니까 그나마 난색으로 끝난 거지 아까 이미 최악일 때 이런 말을 했으면 당장 집에서 쫓겨났을 것이다.
“아, 찬미하고 유미만 지내는 게 아니라 제 동생이랑 카페에서 일하는 여자애들까지 해서 대충 여자애 5명은 있으니까 그 부분은 걱정 안하셔도 괜찮을 거 같습니다.”
“자네 자취방 운영이라도 하는 건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산다는 말에 평범한 오피스텔이나 조그만 아파트를 생각했던 찬미의 아빠가 놀래서 물어봤다. 그런데 확실히 시황의 여동생과 남자 없이 여자들만 산다는 말을 들으니까 조금 안심이 되면서 돈이 많이 절약 되겠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그런 건 아니고……. 잠시 만요. 제가 보여드리겠습니다.”
시황은 가방에서 타블렛을 꺼냈다. 그리고 인테리어가 끝나고 찍어놨던 사진을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찬미의 엄마가 눈을 빛내며 살펴본다.
“보시다시피 100평정도 되는 크기에 2층짜리 주택이고 정원에는 나무랑 잔디가…….”
“어머, 집 너무 예쁘다. 서울에 이런 집 사려면 돈 좀 들지 않았어?”
시황은 사진을 한 장씩 넘기며 설명을 하자 찬미의 엄마가 눈을 빛내더니 얼만지 은근슬쩍 물어본다.
“엄마, 뭐, 그런 걸 묻고 그래.”
“어머, 얘는 이게 어때서 그러니.”
찬미가 가만히 시황을 지켜보다가 엄마가 너무 사적인 걸 묻자 한소리한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은비한테 소개 받아서 좀 싸게 살 수 있었습니다.”
“은비? 혹시 정은비 말이니?”
요즘 한창 유명한 연예인 이름이 나오자 찬미의 엄마가 빠르게 되묻는다. 그런 연예인과 관련된 건 보통 가십거리를 좋아하는 아줌마들의 큰 관심사이기도 했으니까.
시황은 적당히 은비와 친다하고 말하며 은비한테 도움을 많이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말에 찬미의 엄마와 유미는 별 생각 없이 재밌게 들었는데 찬미의 표정이 살짝 안 좋아진다. 정은비가 아무리 잘난 연예인이라도 시황이랑 지내면 시황을 안 좋아하고 배길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허허. 이정도면 유미한테 너무 과분한 집인 거 같은데.”
“힝, 뭐가 과분해. 오빠가 공짜로 쓸 수 있게 해준다잖아. 나 꼭 저 집에서 살고 싶어. 저기서 살 수 있는데 기숙사나 고시원 같은데 가기는 싫단 말이야.”
대충 마음을 정했는지 찬미의 아빠가 이젠 농담을 꺼냈다. 좁은 공간에서 시황과 찬미, 유미만 사는 것도 아니고 저렇게 커다란 평수의 2층 저택에서 다른 여자들이랑 함께 지낸다는 거에서 불안함이 많이 사라졌다. 나중에 한번 가보긴 할 생각이었지만 이정도면 오히려 유미와 찬미한테 저런 집에서 지내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해야할 정도였다.
“고맙네. 자네도 봐서 알겠지만 우리 집 형편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집을 무료로 지낼 수 있게 해주고 자네가 유미를 잘 이끌어 준다니까 정말 마음이 놓인다네.”
“앗. 그럼 언니랑 같이 저기서 살아도 되는 거야?”
“그래. 대신에 민폐 끼치지 말고 방 청소 잘해야 한다. 그리고 같이 생활하는 사람들 안 시끄럽게 노래도 조용히 하고. 알겠지?”
“어휴, 또 잔소리. 우리 아빠는 내가 아직 초등학생인 줄 아시네. 그런 거 잘 하거든요.”
덤덤한 말로 허락이 떨어지자 유미는 찬미를 껴안고 정말 기쁜듯 비명까지 질렀다. 유미와 찬미가 시황의 집에서 지낸다는 유일한 약점이 좁은 집에서 남자와 함께 지낸다는 거였는데 상상을 초월하는 넓은 집에 다른 여자들도 같이 지내니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기숙사를 보내든가 원룸을 얻어 둘이 같이 지내게 한다 하더라도 대학 등록금에 방값까지 생각하면 한숨만 나오는데 시황의 집에서 공짜로 살게 해준다니 쌍수를 들고 환영해도 모지랄 지경이었다.
이후로 시황은 환심을 사기위해 가져온 화장품을 찬미의 엄마에게 드리기도 하며 더 이상 올릴 수 없을 정도로 호감도를 끌어올렸다. 이정도면 이제 찬미와 유미의 부모님 때문에 걱정할 일은 없을 듯 했다.
***
유미는 성균관대 2차 추가합격에서 무난하게 합격을 했다. 부모님이 살 집의 인테리어도 끝이 났고 카페 일도 무난하게 익혀서 이제는 시황이 없어도 상관없을 정도가 되었다. 서울로 갈 준비가 거의 끝이 날 쯤에 카페 인테리어가 끝이 났다 해서 시황은 서울로 혼자 차를 끌고 서울로 갔다.
가기 전에 미리 은비에게 서울로 올라간다고 말하고 은비의 스케줄이 없는 시간대에 맞춰서 서울로 올라갔다. 은비의 집이 청담동에 있었기 때문에 청담동 카페에 들르기 전 은비의 집 앞에 차를 세우고 도착했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저번에 시황이 선물한 모자를 쓰고 청바지, 패딩을 입어 몸 전체를 가린 은비가 주변을 둘러보다 잽싸게 시황의 차에 탔다. 그런데 그 모습이 모르는 사람이 봐도 연인이랑 만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기분이 좋은 발걸음이었다.
“오랜만이네요. 저 보고 싶었어요?”
“흥, 뭐 별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지겨울 정도로 전화해놓고 은비는 전혀 아닌 척 표정을 지으며 말한 뒤에 은근 슬쩍 시황을 쳐다봤다.
“그래요? 약간 실망인데요. 저 기다렸을 줄 알았는데.”
“뭐, 야, 약간은 기다리긴 했는데…….”
시황이 실망한 표정을 짓자 조금 당황한 은비가 약한 모습을 보이면서 빠르게 말을 했다.
“그럼 키스해줘요.”
“여, 여기서? 사람들이 보면 어떡하려고.”
“아무도 안 봐요.”
시황의 말에 주변을 둘러보면서 약간은 주저하던 은비가 모자를 벗고 머리를 정리했다. 옅은 화장을 해서인지 평소보다 은비의 얼굴이 더 청초해 보인다. 베룬의 드레스를 입었던 은비도 아름답지만 이렇게 평범한 옷을 입고 옅은 화장을 한 은비도 그 나름의 매력이 흘러넘쳤다.
“바보야, 이리 와봐.”
그런데 멀뚱히 시황이 쳐다만 보고 있자 은비가 시황의 코트를 잡아 당겼다. 시황의 얼굴이 은지와 가까워지자 은비가 가볍게 입을 맞추어준다. 간단한 입맞춤이지만 산뜻한 느낌이 상당히 좋다.
“됐지?”
“음, 아직 부족하지만 나중에 더 하면 되죠.”
“어휴, 변태. 오늘 하는 거 보고 해줄 거야. 괜히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라구.”
은비는 고개를 휙 돌리며 말했지만 볼이 발그레해져 있었다.
이쯤하고 시황은 같은 청담동에 있는 자신의 카페로 향했다.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라 금방 카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 예쁘네.”
인테리어가 끝났다고 하더니 딱 봐도 고급스런 카페라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외관을 가지고 있었다. 지방에 있는 카페 케즈론과 전체적으로 비슷하지만 좀 더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풍기게 약간 인테리어를 고쳤었다.
카페의 옆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서 열쇠로 문을 열고 카페로 들어간 시황은 일단 히터부터 틀고 카페를 둘러봤다. 인테리어가 제대로 됐는지 확인을 해봐야 했다. 의자와 탁자가 없어서 약간은 휑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원하는 느낌 그대로 인테리어가 이루어져서 상당히 만족스럽다.
“어? 2층에는 방도 있네.”
“어떤 거 같아요?”
“괜찮아 보여.”
은비도 카페를 둘러보다 2층으로 올라간 은비가 깜짝 놀라며 말하자 시황도 2층으로 올라가며 물었다. 1층과 다르게 2층에는 적당히 사람들의 눈을 피할 수 있는 칸막이가 있는 방과 비슷한 느낌으로 절반정도가 구성되어있었다. 은지의 아이디어를 듣고 전화를 걸어서 약간 고친 건데 생각보다 깔끔하게 나와서 다행이다.
“오, 여기서 커피 마시면 나쁘지 않겠다.”
방에 들어간 은비가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완벽하게 차단된 공간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이정도면 카페 분위기도 느끼고 다른 사람 눈치도 안 볼 수 있어서 자주 애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꺅! 뭐 하는 거야.”
“그런데 이런 곳에서 이렇게 커플끼리 스킨십을 하면 어떡해요?”
시황은 은비 의자에 앉은 은비를 뒤에서 껴안으며 말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