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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216화 (216/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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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과자도 사요.”

“으, 응.”

은비의 마음이야 어떻게 됐든 무난하게 쇼핑을 마치고 시황이 산 한적한 동네의 주택에 도착할 수 있었다. 주차장도 따로 있었기 때문에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정원으로 나왔다.

“와, 예쁘다.”

정원이 상당히 커다란데다 바닥은 잘 정돈된 잔디가 깔려 있었고 주변으로 이름 모를 갖가지 나무와 조그만 연못이 있었다.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아름다운 집이다.

“역시 좋네요.”

이미 집들을 다 다녀보고 산 것이기 때문에 시황은 은비의 반응을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다른 곳들도 괜찮았지만 한적한 동네에 있는 이 주택이 제일 나았었다. 위치, 집 크기 등 정말 흠잡을 곳 없는 곳이다.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간 시황은 거실에 불을 켰다. 주택이긴 하지만 최신식 인테리어로 꾸몄기 때문에 이제껏 본 적 없는 고급스러움이 물씬 풍겼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바닥과 벽, 그리고 LED로 구성된 세련된 조명 등 살펴보기만 해도 절로 감탄성이 나올 지경이다.

“이거 신어요.”

“앗! 고마워. 근데 집 정말 예쁘네. 나도 여기서 살고 싶다.”

시황이 건네주는 슬리퍼를 신은 은비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집을 구경했다. 이미 인테리어가 끝이 나서 TV며 냉장고, 침대 등 언제든 사용할 수 있게 완벽하게 되어있었다.

“우와, 욕실 완전 크다.”

욕실을 살펴 본 은비가 크게 감탄을 했다. 시황은 마트에서 사온 물건과 음식물들을 부엌에 있는 식탁에 올려두고 은비가 있는 욕실로 갔다.

욕실도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욕조가 얼마나 큰지 서너 명이 들어가도 충분할 정도였다. 제법 돈을 들여서 인테리어를 한 가치가 있었다. 다만 이런 큰 집을 사고 비싸게 인테리어를 한 덕분에 무거웠던 통장이 상당히 홀쭉해진 게 문제였다. 지금 이 상태로는 사업을 하기에 무리가 있는 만큼 빠르게 청담동에 카페를 내야했다.

“나중에 같이 여기서 목욕할래요?”

“뭐, 뭐래는 거야. 이, 이상한 헛소리하고 있어.”

시황의 말에 은비가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오늘 하루 종일 돌아다녀서 이런 커다란 욕실에서 느긋하게 반신욕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시황과 함께 들어가기는 너무 부끄러웠다.

“하하. 그런가요? 그런데 집이 춥네요. 잠깐 보고 계세요. 보일러 틀고 올게요.”

“그, 그러든가.”

부끄러워하는 은비의 대답을 들은 시황은 피식 웃고는 거실에서 가서 거실과 나중에 잘 안방에 보일러를 틀었다. 은비는 헛소리라고 했지만 시황은 은비와 같이 반드시 샤워를 할 생각이었다.

“배고프죠? 일단 밥부터 먹어요.”

“좀 더 구경하자. 나 집 구경하고 싶어.”

“음, 알겠어요.”

시황은 바로 2층으로 올라가는 은비를 따라다니며 방을 소개시켜 주었다. 2층으로 구성된 이 주택은 방과 욕실이 4개였고 1층에는 넓은 거실과 커다란 안방이 있었다. 그리고 커다란 창문이 곳곳에 있다 보니 정원을 보며 차를 마실 수 있는 탁자가 있었고 2층에는 발코니까지 있어 정원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도 있었다.

“정말 꿈만 같은 집이다.”

은비는 집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는지 2층을 돌아다니면서 감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안방만 보고 밥 먹어요.”

“알았어.”

2층에서 내려 온 시황이 안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

“예쁘다.”

다른 방들도 크고 넓기는 했지만 안방만큼은 아니었다. 안방에는 개인 드레스 룸부터 부부를 위한 커다란 욕실과 화장실이 구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방 자체도 상당히 커서 이렇게 크게 만들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안방에 들어온 은비가 바로 침대에 드러누웠다. 기다란 머리가 휘날리며 침대를 어지럽힌다. 명품으로 보이는 빳빳한 코트가 살짝 벌어지며 아담하게 부풀어 오른 가슴부분이 엿보인다. 마치 화보집을 찍는 듯한 착각이 일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이다.

“이제 좀 따듯하죠?”

“응? 아, 그러게. 옷 벗어도 되겠다.”

은비가 침대에서 일어나 코트를 벗어 옷걸이에 걸었다. 다리에 달라붙는 스키니한 청바지와 몸매가 드러나는 약간 두꺼운 티는 연예인다운 패션센스를 느끼게 만들었다.

“그것만 벗을 거에요?”

시황도 코트를 벗어서 옷걸이에 걸며 말했다.

“그러면?”

은비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사이에 시황이 침대에 뛰어들어 은비의 눕히고는 그대로 가슴을 만졌다. 두꺼운 옷과 브래지어 때문에 볼륨감만 느껴졌을 뿐 가슴의 그 말랑말랑함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은비의 가슴을 만진다는 사실 자체가 흥분되고 좋기는 했지만 아쉬운 느낌이 자꾸 들었다.

고기를 먹던 사람이 야채로만 만족을 못하는 것처럼 옷 위로 가슴을 만지던 시황은 제대로 된 은비의 속살을 만지고 싶어서 티 안에 손을 집어넣어 브래지어 위로 가슴을 쓰다듬었다.

“꺅! 하지 마. 바보야.”

“왜요?”

시황이 가슴을 만져도 얼굴을 붉히며 가만히 있던 은비가 티 안으로 손이 들어와 브래지어를 만지고 심지어 그 브래지어 안까지 손이 침범하자 몸을 꿈틀거리며 다급하게 말했다.

“부, 부끄럽잖아.”

“은비 씨 가슴 만지면 기분 좋은걸요.”

“변태…….”

순진한 표정으로 말하는 시황을 보며 은비는 얼굴만 잔뜩 붉히고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이런 야한 스킨십이 아직까지 많이 부끄러워서 도저히 시황의 얼굴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 그건 안 돼.”

시황이 티를 올리려고 하자 은비가 빠르게 막는다.

“가슴 보고 싶어요.”

“아, 안 돼. 바, 밥부터 먹자.”

만지는 것까지는 참겠는데 이런 환한 상태에서 가슴을 드러내는 건 견디기 힘들 정도로 부끄러웠다. 하지만 이건 부끄러워서하는 저항일 뿐 시황이 가볍게 밀치기만 해도 티를 막고 있는 손이 손쉽게 풀릴 거라는 걸 은비, 자신도 알고 있었다.

“그럴까요? 안 그래도 배고픈데 밥부터 먹어요.”

“뭐?”

그런데 의외로 시황이 순순히 물러서자 오히려 은비가 살짝 당혹스러워했다. 여기서는 분명 시황이 자신의 손을 치워내고 티를 걷어 올리는 게 맞는데…….

은비가 당황한 표정을 짓든 말든 시황은 부엌에 있는 식탁에 가서 마트에서 사온 버너와 불판을 올렸다. 시황이 자취를 오래 하기는 했지만 대부분 3분 요리나 참치 캔, 라면 같은 인스턴트식품만 먹어서 정작 할 줄 아는 요리라곤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특별한 요리를 하기 보다는 마트에서 소고기를 사서 구워먹기로 한 것이다.

“바보야!”

“네?”

“너 바보라고!”

“하하. 그거야 저한테 맨날 하는 말이잖아요.”

“그거 말고 진짜 바보라고! 어떻게 남자가…….”

뒤따라 나온 은비가 시황에게 바보라고 소리쳤다. 방금 그 티를 막았던 손은 거부가 아니었다. 그저 부끄러워서 취한 행동일 뿐인데 바보처럼 거기서 바로 포기를 하다니. 줘도 못 먹는 놈이 있다더니 시황이 그런 놈이었다.

“진정하고 밥부터 먹어요. 어차피 시간은 많잖아요.”

“뭐?”

“나중에 같이 잠도 잘 건데 급하게 할 게 뭐 있어요. 안 그래요?”

“칫, 그러면 그렇지 완전 변태라니까.”

시황의 말에 은비가 이게 시황이지라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조금 기쁘기까지 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모양새가 조금 이상했다. 지금 화내는 게 가슴을 만져가서 아니라 만지던 도중에 그만둬서이고 나중에 같이 잘 거라는 은근한 야한 말에 기뻐하고 있었다. 시황보고 변태라고 놀렸는데 이제보다 자신이 변태 같았다.

“이거 좀 식탁에 놔줘요.”

“으, 응.”

몰랐던 사실을 깨닫자 은비는 부끄러워서 차마 시황의 얼굴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고개를 땅으로 숙인 채로 시황이 건네주는 고기나 야채, 쌈장 등을 아무런 말없이 식탁으로 날랐다.

원래는 남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그런 야한 짓도 하나도 몰랐는데 시황을 만나고 나서 이상해져 버렸다. 정말 자신이 이상해져 버렸다고 생각 하지만…… 좀 더 시황과 야한 짓을 하고 싶었다. 저번처럼, 아까처럼 중간에 그만두는 게 아니라 밤새도록 시황과 껴안고 키스하고 싶었다.

“아아…….”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부끄러워 은비는 입밖으로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

“왜 그러세요?”

“아, 아무것도 아니거든! 넌 빨리 준비나 해.”

“하하. 그럴게요.”

은비는 붉어진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괜히 냉장고에 음식들을 집어넣었다.

준비가 끝나고 시황이 능숙하게 버너에 불을 붙이고 소고기를 구웠다. 소고기는 돼지고기와 다르게 뜨거운 불에 바짝 굽는 게 아니라 데운 불판에 가볍게 구워 먹어야 질기지도 않고 육즙이 제대로 살아있었다.

“맛있다!”

“비싼 값을 하네요.”

시황은 소고기를 먹으며 말했다. 마트에서 파는 소고기 중 가장 비싼 걸 산만큼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아내린다. 싸게 파는 일반 저가 소고기에서는 절대 못 느낄 맛이다.

그런데 이 비싼 값을 한다는 게 꼭 소고기에만 통용되는 말이 아니었다. 집도 옷도 생활도 전부 돈을 내는 만큼 질이 올라갔다. 지금 이 세상엔 돈이라는 가치가 거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돈이 없었던 과거에는 허름한 음식점에서 3000원 하던 제육볶음밥 같은 걸 먹었는데 돈이 있는 지금은 국내 최고의 스타인 은비와 서울에 있는 고급 주택에서 소고기를 구워먹고 있다.

극과 극의 차이. 이게 바로 현실이다. 돈으로 모든 걸 가지니 뭐니 하는 만화 같은 말은 안하겠지만 돈이라는 건 거부할 수 없을 정도의 위대한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왜 그래?”

“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잠깐 드는 생각이 있어서요.”

시황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은비에게 말했다.

“또 야한 생각했지 변태야.”

“하하. 어떻게 아셨어요? 밥 먹고 은비 씨랑 샤워하는 상상했는데.”

“뭐, 뭐래. 변태야.”

“하하.”

뭐 어찌됐든 돈이란 건 많을수록 나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의 삶의 질도 좋아지기 때문에 가능하면 많이 버는 게 좋았다. 돈이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아닐지는 몰라도 거의 모든 것을 차지하는 건 사실이니까.

밥을 다 먹고 나서 시황과 은비는 분담을 해서 설거지를 하고 식탁을 치웠다. 정리를 끝낸 시황은 쟁반에 과일을 담아서 거실에 있는 탁자로 가지고 갔다.

“드라마 할 시간이네요.”

“무슨 드라마?”

“은비 씨 나오는 드라마요.”

은비가 의아한 표정으로 말하는 순간 시황이 TV를 켜서 드라마로 채널을 돌렸고 때마침 은비가 나와서 혼신의 연기를 펼치고 있었다. 평소라면 진지하게 봤을 텐데 옆에 은비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보니 웃음이 나온다.

“뭐, 뭐하는 거야. 바보야. 빨리 다른데 돌려.”

설마 자기가 나오는 드라마를 틀 줄 몰랐던 은비가 시황이 가지고 있는 리모컨을 빼앗기 위해 달려들었다.

“하하. 모니터링은 항상 해야죠.”

“아, 안 해도 되거든! 빨리 리모컨 내놔.”

“하하하.”

시황은 리모컨을 뺏기지 않기 위해 손을 뒤로 뻗었고 은비는 그 리모컨을 잡으려다 살짝 미끄러져 시황을 덮치고 말았다.

“으악!”

깜짝 놀란 은비가 간신히 손으로 몸을 지탱했는데 마치 만화에 나오는 장면처럼 은비의 입술과 시황의 입술이 거의 닿을락말락할 정도로 가까이 있었다. 시황의 입에서 나오는 호흡이 느껴지고 살짝 웃는 듯 부드럽게 휘어진 눈매와 동그란 눈동자가 보인다.

보통 만화였다면 바보 같은 남자 주인공이 당황해하며 은비에게서 빠르게 벗어났겠지만 시황은 오히려 은비를 끌어안아 입을 맞추었다. TV에서 열연을 하는 은비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지만 현실에 있는 은비는 부끄러움에 눈을 감고 얼굴을 붉히며 그저 시황과 입을 맞추고 있을 뿐이었다.

부드럽고 마쉬멜로우를 먹는 것처럼 시황과의 키스는 뭐라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달콤했다.

잠시 동안의 달콤한 입맞춤을 끝내고 시황이 떨어지자 은비는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시황을 바라봤다. 될 수만 있다면 좀 더 오래, 그것도 혀도 사용해서 더욱 끈적끈적하게 입을 맞추고 싶었다. 좀 더 시황을 느끼고 싶었다.

“같이 목욕할래요?”

“으, 응? 뭐라고?”

“같이 목욕해요. 은비 씨하고 같이 하고 싶어요.”

“아, 알았어.”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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