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214화 (214/629)

0214 ------------------------------------------------------

서울로

“뭐, 뭘?”

자신의 마음이라도 읽은 듯 말하는 시황의 말에 은비는 순간 당황해서 말을 더듬고 말았다.

“아시잖아요.”

“모, 모르거든! 변태야! 너 진짜 최악이다.”

은비는 시황의 말이 뭔지 진작 이해했지만 부끄러워서 나오는 대로 말을 내뱉었다. 지금 이런 상황자체도 부끄러워 죽겠는데 자신의 입으로 보여 달라고 하기에는 너무 민망했기 때문이다.

“보세요.”

시황은 은비의 말에 신경도 쓰지 않고 몸을 움직여 자신의 성기가 잘 드러나도록 했다. 그렇게 안 보이는데 생각 이상으로 순진한 은비를 속이는 듯한 이 상황이 몹시 새롭고 흥미로워 이상하게 평소보다 흥분되어 쿠퍼액이 줄줄 흘러나왔다.

이런 말 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아루나 찬미, 은지와 지숙 등과 매일 섹스를 하다 보니 약간은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이건 마치 옛날에 정말 아름다운 여자가 나오는 야동을 구해서 엄청 흥분하며 자위를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그 야동에 흥미가 떨어지는 것과 비슷했다. 물론 그렇다고 야동처럼 완전히 흥미를 잃었다는 건 아니고 처음 섹스를 할 때의 설렘이 없다는 말이었다. 체위를 바꾼다든가, 섹스하는 곳의 위치를 바꾼다든가 하는 등의 어떠한 변화가 필요할 듯 싶었다.

시황이 하체를 끌어올려 은비의 눈앞에 성기를 가져다대자 움찔한 은비가 얼굴을 붉히며 재빠르게 고개를 돌렸지만 이내 곁눈질로 성기를 훔쳐봤다.

“무서워요? 제대로 봐도 괜찮은데.”

“뭐 바보야. 안 무섭거든?”

시황의 말에 은비가 입술을 질끈 물더니 고개를 똑바로 해서 시황의 성기를 조심스럽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영화가 밝은 장면이라 성기의 형태가 똑똑히 눈에 보인다.

“어때요?”

“으에……. 무지 징그럽다.”

은비는 인상을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 거북이 머리처럼 유선형의 징그러운 귀두 부분에 핏줄이 솟아있는 음경까지 순식간에 훑었는데 생김새가 뱀과 비슷해서 몸에 소름이 살짝 돋았다. 어쩜 저렇게 징그럽게 생긴 게 남자 몸에 달렸을까 싶을 정도다. 거기다 크기도 어찌나 큰지 자신이 아는 남자 성기의 몇 배는 돼보였다. 이렇게 큰 게 자신의 질 안에 들어오기나 할까?

“자꾸 보면 귀여울걸요?”

“그럴 일 절대 없거든?”

은비는 가당치도 않다는 듯 대답했다. 저런 징그러운 게 자꾸 보면 귀여울 거라고? 은비는 절대로 그럴 일 따윈 생기지 않을 거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정말 결단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하하. 그런가요?”

은비의 말에 시황이 가볍게 웃었다.

“그런데 진짜 끝에 투명한 액체가 있네.”

“오줌이랑 다르죠? 그게 쿠퍼액이에요.”

“그렇구나…….”

은비는 시황의 성기 앞에 고여 있는 아침이슬처럼 맑고 투명한 액체를 조심스럽게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려봤다. 그러자 시황의 말대로 오줌과 다르게 점성이 있어서 은빛의 실처럼 길게 늘어난다. 약간 의심을 하기는 했지만 오줌이 아니라 쿠퍼액인가 뭔가 하는 게 맞는 거 같았다. 나름 성에 관한 상식적인 지식들은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게 있다는 건 정말 상상치도 못했다.

“미끌미끌하죠?”

“응. 미끌미끌한데다 오줌이랑 다르게 엄청 맑고 투명해. 정말 신기하다.”

“쿠퍼액은 좋아하는 사람이랑 섹스하기 전에 나오는 액체에요. 이 액체가 나와야 섹스할 준비가 됐다는 거죠.”

“벼, 변태야 어떻게 그런 말을 당당하게 하는 거야. 진짜 최악.”

시황은 마치 성교육을 하듯 덤덤하게 말했지만 은비는 그 내용이 너무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직접적으로 표현한 건 아니지만 그 말뜻은 자신과 섹스할 준비가 됐다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듦과 동시에 은비는 생명을 잉태시키기 위한 그 성스러운 행위가 떠올랐다. 시황이 자신의 질에 성기를 집어넣어 헉헉 거리면서 허리를 앞뒤로…….

짝!

“변태야!”

은비는 더 이상 붉어질 수 없을 정도로 빨간 얼굴로 시황의 엉덩이를 손바닥을 때리며 소리를 쳤다. 영화나 만화를 보며 그 행위를 간접적으로 보기는 했지만 그걸 자신이 한다고 생각하니 속에서 부끄러움과 민망함이 동시에 치밀어 올라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하하. 부끄러워요?”

“다, 당연하지. 그, 그런 야한 짓을 결혼도 안 했는데 어떻게 해.”

은비는 노골적인 시황의 말에 어찌나 당황했는지 목소리까지 떨리고 있었다.

“하하. 결혼 안 하면 섹스하면 안 돼요?”

“다, 당연하지. 그, 그런 건 부부끼리 하는 거야. 변태야.”

“그러면 가슴 만지는 건 결혼 안 해도 괜찮죠?”

시황은 은비의 가슴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이 부드럽고 말랑한 가슴은 만질 때마다 마음이 따스해진다.

“모, 몰라. 바보 변태야.”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것을 느끼고 싶어 하는 건 남자로서 당연한 본능인 걸요.”

시황은 은비를 바라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으……. 아…….”

그러자 은비가 차마 뭐라 대답조차 하지 못하고 그저 신음 비슷한 이상한 소리만 낼 뿐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걸 느끼고 싶다니. 만약 이런 말을 인터넷에서 보거나 안 친한 남자가 말했다면 엄청 저질스럽다고 느꼈을 텐데 시황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니 어쩐지 달콤하고 로맨틱하게 들렸다.

시황이 은비를 껴안고 가슴을 만지며 키스를 하는 사이에 어느새 영화가 거의 마무리 되고 있었다. 초반에 잠시 영화를 보기는 했지만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스킨십을 하며 노느라고 어떤 영화를 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은비 씨 영화가 끝나가는 거 같아요.”

“너 때문에 하나도 못 봤잖아. 변태야.”

“그래도 영화보다 더 재밌었잖아요.”

“읏……. 그, 그냥 그랬거든?”

시황의 말에 은비가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그런데 말은 아니라고 했지만 사실 시황의 스킨십이 너무 기분이 좋아 영화가 끝나 가는지 알지도 못했다. 처음 시황이 배를 만져주는 것부터 황홀할 정도로 기분이 좋았고 그 이후에 가슴을 만져주는 건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정도로 짜릿했다.

“이제 슬슬 정리하고 나갈 준비해요.”

“알았어.”

시황은 은비의 입술에 마지막으로 입을 맞춰준 뒤에 휴지로 성기를 닦고 바지를 끌어올렸다. 보통 남자가 그렇듯 순식간에 옷 정리를 다 마친 시황은 불을 켠 뒤에 은비를 쳐다봤다.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서 앉은 은비가 옷 안에 손을 집어넣어 브래지어를 정리하고 있었다. 시황이 가슴을 만진다고 브래지어를 위로 끌어올려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뭐, 뭘 보는 거야. 빨리 뒤로 돌아. 바보야.”

“알겠어요.”

부끄러워하는 은비의 말에 시황이 웃으며 뒤로 돌자 어느새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고 있는 화면에 보였다. DVD방은 처음 와보는 거였지만 서울 중심가에 있는 곳이라 그런지 퇴폐적인 느낌이 하나도 없어 상당히 괜찮았다. 만약 상상하던 것처럼 DVD방이 퇴폐적인 냄새가 났다면 은비도 시황의 스킨십에 약간을 거부감을 느꼈을지도 몰랐다.

은비가 옷을 다 고쳐 입자 시황은 은비에게 코트와 모자를 건네주었다. 겉옷까지 다 입고 나서 은비와 시황은 DVD방을 나와 차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도중에 은비는 아까 했던 시황과의 스킨십을 생각하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만약 질염이 다 나았다면 시황에게 자신의 소중한 곳을 허락했을까? 처음엔 거부했을지 모르나 분명 시황의 표정을 보고 마음이 약해져 만지게 해줬을 것이다. 그러다가 여차저차해서 섹스까지 했을지도?

“아, 안 돼!”

또 다시 시황이 자신의 질에 성기를 집어넣고 허리를 흔드는 상상이 떠오르자 너무 부끄러워 마음속의 목소리가 아니라 실제 목소리를 내고 말았다.

“네?”

“아, 아니야.”

뜬금없이 안 된다고 외친 것도 부끄러워 죽겠는데 살짝 웃고 있는 시황의 표정을 보니 왠지 자신의 야한 상상을 들킨 것만 같아 얼굴을 제대로 들 수조차 없었다.

시황의 차에 타서 밥을 먹으러 가는 내내 은비의 머릿속은 엉켜진 실타래처럼 복잡해져있었다.

어제 시황과 통화를 하며 계획을 짤 때는 이런 야한 스킨십을 할 거라고는 하나도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키스정도는 해야겠다는 마음에 혼자 부끄러워하며 한강 공원을 마지막 데이트 코스로 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자신의 상상을 넘어선 가슴 만지기라든가 성기 만지기 등의 말만 들어도 기절할 것만 같은 음란한 행위를 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게 기분 나쁘기는커녕 기분이 너무 좋았다는 게 문제였다.

이런 상태에 만약 시황이 섹스하자고 하면 거부할 수 있을까? 그런 행위를 자신이 할 거라고는 이때까지 생각해본 적도 없었는데 이제는 아까처럼 느닷없이 시황과 자신이 섹스를 하는 상상이 떠오르기도 했다.

DVD방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처녀였는데 2시간 동안 너무나 큰일을 겪으면서 이전과 다르게 너무나 음란해진 것만 같았다. 그래서인지 시황을 보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두근거려 참기가 힘이 들 정도였다. 저렇게 순진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 바지 속에 그런 흉측하고 징그러운 물건을 숨기고 있었다니…….

“하아…….”

가볍게 한숨을 쉬는 은비를 보며 시황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근처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시황은 은비가 가르쳐 주는 대로 한강으로 갔다. 추운 날씨임에도 사람들이 제법 있기는 했지만 그렇게 많은 수는 아니었다.

차를 세우고 은비와 함께 한강 공원을 걸었다. 검은 물결 사이로 달빛에 비친 은색의 물결이 살랑살랑 일렁인다. 낮에 한강을 봐도 제법 운치가 있겠지만 밤에 보는 한강은 또 그만의 매력이 있었다.

잠시 말없이 걷던 시황은 은비의 손을 잡았다.

“뭐, 뭐하는 거야.”

“춥잖아요.”

“그, 그래도…….”

은비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부끄러운 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평범한 여자가 그렇게 행동했어도 너무나 사랑스러웠을 텐데 비주얼적으로 만점과 다름없는 은비가 그러자 순간 가슴이 울렁할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커플들 많네요.”

“그, 그러게.”

주변에는 커플로 보이는 남녀들이 팔짱을 낀 채로 한없이 기쁜 표정을 지으며 걷고 있었다. 과거였다면 이런 곳에 올 일조차 없었겠지만 만약 와서 이런 더러운 광경을 봤다면 도저히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조금 있으면 시상식이죠?”

“응? 응.”

시황은 가볍게 얘기를 하며 분위기를 풀어나갔다. DVD방을 나온 이후로 은비가 평소와 다르게 너무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상 탈 수 있을 거 같아요?”

“몰라. 타면 좋지만 못 타도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최소한 최우수 연기상은 타야죠.”

“내가 최우수 연기상을 어떻게 타. 바보야.”

은비는 가당치도 않다는 듯 말했지만 그래도 아까보다는 어색한 느낌이 많이 풀어져있었다.

“요즘 제일 인기 있는 드라마에 은비 씨 연기 칭찬도 자자하던데요. 제 생각엔 최우수 연기상…… 아니 어쩌면 대상을 탈 수도 있을 거 같아요.”

“그, 그래? 고, 고마워.”

시황의 말에 은비가 쑥스러워하며 대답했다. 만약 시황의 말대로 최우수 연기상이라도 타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그러니까 그때 좋은 옷을 입고 예쁜 장신구를 차야하지 않겠어요?”

“아, 맞다. 그러고 보니까 전에 엄청 예쁜 보석들 있다고 했지? 그거 정말 빌려줄 거지?”

옷과 장신구 얘기에 은비가 눈을 빛내며 묻는다.

“당연히 빌려드려야죠.”

시황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자신이 빌려줄 옷과 보석은 단순히 은비를 예쁘게 꾸미는 걸 넘어 좀 더 중요한 목적이 있었다.

“기대된다. 얼마나 예쁠까.”

기대감에 가득차서 말하는 은비를 보며 시황은 가볍게 웃었다. 겉보기에는 순진하고 매력적인 미소였지만 그 내면에는 어떤 의도가 다분히 엿보였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