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3 ------------------------------------------------------
서울로
은비는 너무 부끄러워 자신을 안고 있는 시황의 품에서 살짝 벗어났다.
“그것도 안 돼요?”
“자, 잠깐만.”
실망해하는 시황을 보자 은비는 어찌해야 될지 선뜻 결정할 수가 없었다. 남자의 성기는 본 적이 없어서 꺼림칙한 생각이 들었지만 실망해하는 시황을 보니 매몰차게 거절하기도 힘들었다. 남자의 성기가 어떤 형태고 어떻게 변화하는지 모르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 흉측한 걸 손으로 만진다니……. 생각만으로 끔찍하다.
“안 되면 어쩔 수 없고요. 무리한 부탁해서 죄송해요. 저희 아직 그 정도 사이도 아닌데.”
“해줄게.”
“네?”
“만져준다고. 변태야.”
은비는 살짝 쀼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시황이 아직 그럴 정도의 사이가 아니라는 말이 거슬렸기 때문이다. 자신의 마음을 모르는 시황의 말이 살짝 짜증나기는 했지만 생각해보면 시황에게 좋아한다는 마음을 내색한 적도 없으니 저런 생각을 가지는 것도 이해는 갔다. 물론 이해가 된다고 해서 기분이 안 나쁜 건 아니지만.
“정말요?”
“그래. 바보야. 너 진짜 변태같애. 막 가슴만지는 거 좋아하고 자기 거 만져 달라하고.”
“원래 남자는 다 그래요.”
“흥. 변태.”
시황이 웃으면서 말하자 은비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막상 만져준다고는 했는데 바지에 직접 손을 넣어 만지기엔 너무 부끄럽고 민망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색하게 얼굴만 붉히고 있었다.
그때 시황이 바지와 팬티를 살짝 내렸다. 모텔도 아니고 DVD방에서 이러니까 정말 변태라도 된 기분이다. 하지만 시황도 이런 곳에서 정액을 뿌린다든가 섹스를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은비의 처녀가 이런 곳에서 받을 정도로 값싼 것은 아니었으니까. 은비와의 첫 경험은 좀 더 애틋하고 로맨틱한 곳에서 하고 싶었다.
그럼에도 이런 행동을 하는 건 그 첫 경험을 이루기 위한 단계일 뿐이다. 보통 여자와 다르게 은비는 질염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음부를 내보이는 것에 엄청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러한 스킨십으로 조금이라도 적응을 시키고 차근차근 진행시켜 나갈 생각이었다.
“어맛! 벼, 변태야. 뭐하는 거야.”
“만져준다고 했잖아요.”
“그, 그런다고 여기서 바지까지 벗냐.”
실내가 어두워서 확실하게 시황의 성기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어렴풋이 그 실루엣이 드러났다. 은비는 너무 부끄러워 고개를 살짝 돌렸지만 호기심을 주체할 수 없어 눈동자를 굴려 시황의 성기를 슬쩍슬쩍 바라봤다.
정확한 형체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거대한 몽둥이 같은 게 있다는 건 충분히 인지할 정도는 되었다. 그런데 은비가 은근슬쩍 시황의 성기를 훔쳐보는 순간 영화 화면이 일순간에 밝아지면서 명확한 성기의 형태가 드러났다. 음영이 드리워져 있었을 때는 별로 못 느꼈는데 거북이 목처럼 생긴 귀두부분을 보자 너무나 징그럽고 흉악해서 몸이 움찔할 정도였다. 남자의 몸에 어떤 형태의 성기가 달려있는지는 알았지만 저렇게 흉측하고 상상을 초월하게 커다랄 줄은 몰랐다.
“빨리요.”
“아, 알았어.”
시황의 재촉에 은비가 주춤거리다가 아주 조심스럽게 시황의 성기쪽으로 손을 갖다 대었다.
“어맛!”
제대로 만진 것도 아니고 정말 살짝 손만 가져다 대었는데 왠지 모를 열기와 푹신하면서 부드러운 질감에 화들짝 놀라 비명소리를 냈다.
“어때요?”
“뭐, 뭐가.”
“느낌이요.”
“진짜 최악이거든. 외계인 만지는 거 같아.”
“하하. 제대로 만지지도 않았잖아요.”
많은 여자를 만났지만 은비 같은 반응은 또 처음인지라 시황은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겨우 귀두 부분에 손가락만 살짝 댄 거 가지고 저런 반응이라니. 이러면 나중에 섹스할 때 어떤 반응일지 정말 궁금하다.
“시, 싫어. 이제 안 만질래.”
은비가 살짝 겁먹은 표정으로 시황에게서 꿈틀거리며 벗어나려고 했다. 시황을 생각해서 참고 만져주려고 했는데 이건 생각했던 것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분명 자신이 아는 남자의 성기는 저렇게 크고 흉측하지 않았는데…….
“그래요? 그러면 어쩔 수 없네요…….”
“윽…….”
실망한 시황의 풀죽은 표정을 보자 은비는 다시금 마음이 약해지는 걸 느꼈다. 얼굴이 잘생겼든 말든 다른 남자한테는 아무런 사적인 감정 없이 대할 수 있었는데 시황에게만은 그게 불가능했다. 이런 풀죽은 표정만 봐도 마음이 아프고 원하는 걸 다 들어주고만 싶었다.
“그럼 옷 입을게요.”
“자, 잠깐만. 마, 만져줄게. 만져준다고. 으윽…….”
시황이 서글픈 표정으로 바지를 다시 입으려고 하자 은비가 다급하게 말했다. 이대로 어정쩡하게 끝냈다간 나중에 분위기가 어색해지고 시황과 자신의 사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거 같았기 때문이다.
“으으…….”
마치 징그러운 파충류나 벌레를 만지는 듯 은비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지더니 다시금 조심스럽게 시황의 성기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아까와 다르게 좀 더 용기를 내서 귀두부분을 손가락으로 더듬더듬거렸다.
그저 신체의 일부라고 생각은 하지만 뜨거운 열기가 가득하면서 이상하게 말랑거렸고 거기다 내려갈수록 점점 딱딱해지는 기묘한 느낌에 약간의 소름의 돋아 몸을 한차례 부르르 떨었다.
시황은 눈을 질끈 감고 자신의 성기를 더듬거리는 은비를 보자 새삼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TV에서만 보던 연예인인 은비가 희고 고운 손으로 자신의 성기를 만져 줄 거라는 걸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이라도 했을까? 그때는 은비 같은 연예인은커녕 못생긴 여자든 뭐든 아무 여자랑 대화라도 해보는 게 소원이었으니 말이다.
“그, 그만 할래.”
은비가 손끝으로만 살짝 더듬거리다가 손을 떼려고 하자 시황이 은비의 손을 잡아 자신의 성기에 직접 갖다 대었다.
“더 해줘요. 은비 씨가 만져주니까 너무 좋아요.”
“뭐, 뭐하는 거야.”
갑작스런 시황의 행동에 은비가 놀라서 손을 빼려고 했다. 그런데 시황의 손이 마치 바위처럼 굳건해서 전혀 움직이지 않아 손바닥 전체를 성기를 움켜쥐게 되었다.
“고마워요. 은비 씨.”
자신을 껴안고 기분 좋은 표정을 짓는 시황을 보자 은비는 징그러운 성기를 움켜진 손을 뗄 수가 없었다. 뜨거운 열기가 손바닥 가득 느껴지고 미묘한 맥박의 울림이 느껴졌다. 이건 난생처음 겪어보는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언제가 결혼은 하겠지라고 평범하게 지내왔지만 아직은 일이 바빠서 남자 친구를 사귈 생각 따윈 전혀 없었다. 그런데 이런 자신이 남자의 성기를 만지는 등의 야릇한 행동을 하게 될 거라고는 아예 상상조차 못했다.
“기분 좋아?”
“네. 너무 좋아요.”
눈을 감고 살짝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안고 있는 시황의 표정을 보자 은비는 마음이 차분해지는 걸 느꼈다. 성기를 처음 만졌다는 그 느낌에 많이 당황하기는 했지만 이런 시황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몇 번이라도 만져 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좋은데.”
은비는 시황의 품에 안겨서 작고 귀여운 동물처럼 말했다.
“이때까지 살면서 제일요.”
“진짜지?”
“당연하죠.”
시황은 눈을 뜨고 은비의 눈을 다정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 시황의 모습에 은비는 갑자기 심장이 빠르게 뛰는 걸 느껴졌다. 저절로 얼굴이 발그레해지고 부끄러움에 몸을 배배꼬게 되는 걸 보면 자신이 확실히 시황을 좋아하긴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이제 겨우 세 번 만났는데 이렇게까지 관계가 급진전 된 건 아무리 생각해도 조금 신기했다. 처음 카페에서 시황을 봤을 때는 정말 아무런 생각도 없었는데 두 번째 만났을 때 겪은 일 때문에 시황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그런데 이 상태에서 시황을 직접 만나지 못하니 안달이 났고 시황과 만나고 싶다는 욕구만 더욱 커져갔다. 그러다 보니 전화 통화만 했다하면 1시간이고 2시간이고 끊임없이 얘기를 하게 됐고 그래서 세 번째 만났을 때는 어색함 따윈 전혀 없이 마치 연인인 냥 이런 스킨십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은비는 뭔가를 결심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시황의 성기를 만지작거렸다. 남자를 흥분시키겠다는 목적은 하나도 들어있지 않은 어색한 손놀림이었지만 왠지 그런 부분이 더욱 흥분되어 시황은 은비를 끌어안아 입을 맞추었다.
제대로 애무를 해준 것도 아니고 겨우 키스를 하고 은비가 성기를 만져줬을 뿐인데 시황의 요도구에서 맑고 투명한 액이 흥건히 흘러나왔다. 지나치게 순진한 은비의 서툰 손놀림이 너무나 흥분됐기 때문이다.
“바, 바보야. 너 설마 오줌 싼 거야?”
“오줌이요?”
그런데 키스를 끝내자 은비가 갑자기 표정을 살짝 찡그리며 시황의 성기에서 재빠르게 손을 떼며 말했다. 처음과 다르게 그나마 거부감 없이 성기를 살며시 만지고 있었는데 성기의 끝부분에서 미끌미끌한 액체가 손에 닿았던 것이다.
“그래. 변태야. 급하면 화장실 가고 싶다고 말하든가. 네…… 네 거기에서 오줌이 조금 나왔잖아.”
은비는 옆에 있는 휴지로 손을 닦으며 말했는데 그 뒤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손바닥을 코에 가져가서 냄새를 맡아봤다. 오줌 냄새가 조금 날거라 생각한 것과 다르게 별다른 냄새가 나지 않자 은비는 고개를 조금 갸웃했다.
그런데 순간 웃고 있는 시황과 눈이 마주치자 당황해서 재빠르게 손을 내렸다. 방금 행동을 생각해보니 너무 부끄러웠던 것이다. 시황에게 면박을 준 것까진 괜찮은데 본능적으로 손을 코에 갖다 대서 오줌 냄새를 맡으려고 하다니……. 너무 부끄러워 죽을 것만 같다.
“아무런 냄새도 안 나죠?”
“뭐, 뭐래. 내, 냄새 맡은 거 아니거든.”
시황의 말에 은비가 당황한 듯 식은땀을 조금 흘리며 말했다. 아까전의 자신 있던 목소리와 다르게 약간은 힘이 빠진 듯한 목소리다.
“하하. 그거 오줌이 아니라 쿠퍼액이에요.”
“쿠……. 뭐?”
“쿠퍼액이요. 몰라요?”
“몰라. 그런 거 처음 듣는데.”
방금 전의 참을 수 없는 부끄러움을 견뎌낸 은비가 시황에게 말했다. 나중에 생각하면 더 부끄럽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오줌 냄새를 맡은 게 그럭저럭 넘어가서 다행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정말 처음 들어봐요?”
“너 부끄러워서 이상한 거짓말 하는 거지? 화 안 낼 테니까 사실대로 말하면 용서해줄게.”
시황이 부끄러워서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한 은비가 주도권이 자신에게 넘어온 줄 알고 약간은 기세등등해져서 말했다. 그런데 조금 전 부끄러운 일을 해서 그런지 평소보다 행동이 조금 더 과장돼 있었다.
“쿠퍼액은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이 있으면 분비되는 액체에요. 그리고 냄새를 맡아보셔서 알겠지만 아무런 냄새도 안 나죠? 오줌이랑 다르게 쿠퍼액은 냄새가 거의 안나요.”
“내, 냄새 안 맡았다니까!”
은비는 버럭 외치고는 방금 전에 맡았던 냄새를 상기했다. 분명 시황의 말대로 오줌 특유의 지린내가 전혀 나질 않았다. 그럼 정말 시황이 자신을 좋아하고 있어서 쿠퍼액인가 뭔가 하는 걸 흘린 걸까? 그런데 살면서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이 있으면 남자의 성기 끝에서 쿠퍼액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본데다 너무 허황된 얘기 같아서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아까 만졌을 때 약간 미끌미끌하지 않았어요? 쿠퍼액은 미끌미끌 거리고 점성도 있어요.”
“……거짓말.”
은비는 거짓말이라고는 말했지만 방금 전에 미끌거리던 액체의 감각이 그대로 살아났다. 생각해보니 분명 오줌과는 완전 다른 느낌이었다. 이쯤되자 시황이 하는 얘기를 안 믿을 수 없는 지경까지 되었다.
“정말이에요. 은비 씨랑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서 몸에서 저절로 쿠퍼액이 나와 버린 거에요.”
성인 여성에게 하기 힘든 평범한 변태 같은 말이었지만 순수한 얼굴을 한 시황이 워낙 진지한 표정으로 말해서인지 묘하게 로맨틱하게 들리기도 했다.
아니, 실제로 은비는 그 분위기에 압도되어 얼굴을 살짝 붉혀버렸다. 좋아하는 사람과 있으면 나오는 액체라니……. 방금 전까지 오줌인 줄 알고 더럽다고 느낀 액체가 이제는 왠지 사랑스럽고 다시 한 번 제대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제대로 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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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