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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은지와 지숙의 눈에 음욕이 가득 찬 걸 본 시황은 속으로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예전에는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섹스를 원하는 애들이 아니었는데 이제는 섹스의 즐거움을 완전히 알아버렸다.
그러다보니 이제 밤 9시밖에 안 됐는데 섹스를 한다고 몇 시간 묶여있어야 할지 의문이었다. 대충 한사람 만족시켜주는데 최소 한 시간이 넘게 걸리니 아무리 못해도 2시간이상은 필요했다. 그러면 빨라야 밤 11시, 늦으면 밤 12시가 넘는다는 말인데……. 그때는 전화하기가 조금 곤란한 시간이었다. 가능하면 내일이라도 서울에 가고 싶은데 밤 12시가 넘어서 전화하는 건 피곤한 은비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러면 먼저 씻고 있어. 난 집에 가서 마사지 로션도 가져오는 김에 전화도 한 통화 하고 올게.”
“네. 오빠. 편하게 전화 하고 오세요.”
시황의 말에 은지가 웃으면서 말했다. 조금 있다가 시황과 섹스할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됐기 때문이다. 항상, 아니 매일 하는 섹스이지만 할 때마다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짜릿한 쾌감을 느꼈다. 그 쾌감이 얼마나 대단한지 마약보다도 더 중독성이 강했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일할 때도 시황과 섹스를 하는 상상을 한 적도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짜증나게도 지숙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와서 시황을 독점하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원래라면 같이 샤워도 하고 섹스가 끝나면 침대에 누워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기도 했는데 이젠 지숙이 때문에 다 불가능해져버렸다.
“나 먼저 씻을게.”
“알았어.”
지숙이 주섬주섬 옷을 벗자 시황은 은지의 집을 나와서 자신의 집으로 갔다. 은비랑 통화하는데 은지나 지숙이 들으면 곤란한 얘기가 나올지도 모르니 미리 조심하는 것이다.
“오빠! 어디 가셨어요.”
그런데 집에 들어가자 아루가 뛰어와서 안긴다. 어제 시황이 오지 않아 쓸쓸히 밤을 보냈다.
“미안. 아루야. 오빠가 일한다고 좀 바빠서…….”
“오늘은 집에 있을 거에요?”
“지금은 일 때문에 다시 나가봐야 해서 좀 바쁘고 나중에 12시 조금 넘어서 올게.”
“힝……. 알겠어요. 그때까지 안 자고 기다릴게요.”
아루가 시황의 품에서 안겨서는 귀여운 얼굴로 말했다. 그런데 시황과 아루가 이런 사랑 놀음을 하든 말든 수란은 소파에 앉아서 만화 그리는 연습을 한다고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시황은 아루를 소파에 앉히고 그 옆에 앉은 뒤에 수란이 그리는 그림을 슬쩍 바라봤다. 남자가 쉽사리 흉내 내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고 섬세한 그림이 눈을 즐겁게 했다. 수란의 만화 솜씨는 초창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좋아져서 이제는 그 어느 프로 만화가와 비교해도 나으면 나았지 떨어지는 실력이 아니었다. 이정도면 서울에 올라가는 즉시 본격적으로 만화를 그려도 될 거 같다.
잠깐 수란을 지켜보던 시황은 폰을 꺼내 은비에게 전화를 걸었다. 딱히 은비의 스케줄을 아는 건 아니라서 지금 안 받으면 수진에게 전화를 걸 생각이었다.
그런데 신호음이 몇 번 울리지도 않았는데 은비가 바로 전화를 받았다.
[바보야. 이 시간에 무슨 일로 전화한 거야?]
[제 전화 기다리신 거에요?]
기쁜 기색이 가득해 보이는 은비의 말에 시황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안 기다렸거든?]
[하하. 전 또 기다린 줄 알았지 뭐에요.]
마음과 전혀 다르게 새침하게 말하는 은비가 너무 귀여워 당장이라도 앙하고 깨물어 주고 싶었다. 특히 지금 이 귀여운 모습은 그 어떤 사람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오직 자신에게만 보여준다는 사실이 더욱 매력적이었다. 연기를 하는 은지와 사람을 대하는 은지는 은지가 만들어낸 거짓일 뿐, 은지의 원래 성격을 아는 사람자체가 몇 명 되지 않았다.
[뭐, 바보야.]
시황의 말에 은지가 부끄러워하며 대답했다. 기다렸다기보다는 시황에게서 전화가 왔다는 걸 본 순간 자기도 모르게 꺅하고 소리를 냈을 정도로 기뻐했었다. 시황에게 그 모습을 들킨 건 아니지만 그런 짓을 했다는 거 자체가 조금 부끄러웠다.
[하여튼 내일 시간 돼요? 저 서울에 갈 건데.]
[내일? 내일 오전에 스케줄이 있기는 한데 금방 끝나거든? 언제 올 건데?]
[아침 일찍 갈 거니까 아마 오후 12시 안으로 도착할걸요?]
돌아다니면서 집을 살만한 적당한 위치도 봐야하고 서울대학교에서 고려대학교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제법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그러면 같이 점심 먹으면 되겠다. 나도 대충 11시쯤에 인터뷰 끝나니까. 우리 뭐 먹을까? 맛있는 거 먹고 싶은데.]
은비는 마치 데이트를 기대하는 여자애처럼 기대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전에 시황을 보고 너무 오랜만에 만나는 거라 벌써부터 흥분이 돼서 내일 뭐하고 놀지에 대한 생각밖에 나지가 않았다.
[하하. 그런데 제가 놀러가는 건 아니라서 그렇게 시간이 많지는 않아요.]
[일하러 오는 거야?]
시황의 말에 은비의 목소리가 급격히 침울해진다.
[일하는 건 아니고 서울에 집을 어디쯤 살까 확인해보러 가는 거에요.]
[아! 그렇구나. 그러면 걱정 마. 우리 엄마가 그런 거 잘 아니까 내가 물어볼게. 얼마짜리 살 거야?]
시황은 은비에게 대략적인 가격과 위치를 말해주었다. 이미 인터넷으로 많은 정보를 봐뒀기 때문에 어디쯤에 얼마정도 들겠다는 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내일 가는 건 그 위치가 합당한지 확인하러 가는 것이다.
[10억? 너 엄청 부잔가 봐?]
은비가 감탄한다.
[그렇진 않아요. 서울 가서 돈 많이 벌어야죠.]
[내가 엄마한테 좋은 거 있으면 꼭 말해 달라고 할게. 아, 맞다. 그리고 너 내일 올 때 그 약으로 쓰는 원두 좀 가지고 와. 다 썼어.]
[원두요? 어디에 쓰는데 그게 자꾸 필요한 거에요?]
[다, 다 필요한데가 있으니까 가지고 오라고 하지. 바보야.]
[하하. 알겠어요.]
시황은 은비가 아직도 낫지 않은 질염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건지는 알았지만 아직까지는 일부러 모른 척을 했다. 비록 은비를 자주 만난 건 아니지만 이미 은비가 자신에게 완전히 빠지다시피 했고 전화로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더욱 친밀해졌기 때문에 슬슬 좀 더 강렬한 스킨십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 가는 김에 하루자고 올까하는 생각까지 든다.
[내일 그러면 밥 먹고 뭐할까? 영화 볼까? 나 영화 보고 싶은데……. 근데 영화 같은 거 보려면 주변에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서 좀 귀찮은데……. DVD방 같은데 갈래? 내가 괜찮은 곳 알거든.]
DVD방이라니……. 정작 보라는 영화는 보지도 않고 성적인 스킨십을 많이 한다고 소문난 곳이 아닌가? 아주 만족스럽기 그지없는 장소다.
[DVD방도 괜찮죠.]
괜찮은 곳이라는 거 보니 상상하는 것처럼 밀폐되고 은밀한 곳은 아닌 듯 하다.
[영화보고 나서…….]
시황은 그저 은비의 스케줄이 어떤가 알아보고 내일 만나자고 말하려고 전화한 거뿐인데 은비는 데이트 계획을 세운다고 전화를 끊을 기미조차 없었다. 시계를 보니 벌써 전화한지 10분이 훌쩍 지났다. 슬슬 전화를 끊지 않으면 조금 곤란해진다.
[내일 사람들한테 안 들키게 내가 선글라스랑 모자도 쓰고 할 거니까 저녁도 맛있는 거 먹자. 요즘 다이어트 한다고 살 좀 뺐으니까 내일 하루 정도는 먹어도 괜찮아.]
[제가 일이 있어서 이제 가봐야 할 거 같거든요. 내일 할 건 만나서 생각해보죠.]
은비의 얘기는 정말 끝이 없다. 이대로 가면 1시간은 우습게 지나갈 것만 같아서 시황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끊어야겠다고 말했다.
[알았어. 그러면 내가 생각해보고 문자 해줄게.]
[네. 알겠어요.]
그래도 다행스럽게 은비는 별다른 투정 없이 전화를 끊었다. 어찌나 오래 통화를 했는지 휴대폰에서 나는 열 때문에 귀가 뜨끈뜨끈하다.
시황은 휴대폰을 탁자위에 올려두고 빠르게 씻고 은지의 집으로 가기 위해서 옷을 벗었다. 옆에 수란이 있었지만 별 신경조차 쓰지 않고 팬티까지 다 벗어 그대로 성기를 노출했다.
“오빠 벌써 하실 거에요?”
시황이 옷을 벗자 아루가 자연스럽게 성기를 만지작거리며 말한다. 평소에는 늦은 밤에 섹스를 하는데 오늘은 좀 이른 시간이라 의아했던 것이다.
“응? 아니. 씻으려고 벗은 거야.”
“아, 그렇구나. 전 아까 전에 씻어서 지금은 안 씻어도 돼요.”
시황의 대답에 아루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애초부터 아루는 이런 성적인 부끄러움이 전혀 없었던 데다 매일 시황과 섹스를 하다 보니, 마치 하루에 삼시세끼 밥을 먹는 것과 같을 정도로 섹스라는 게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 돼 버린 것이다.
그런데 시황과 아루에게는 섹스를 하는 게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지만 수란에게는 전혀 아니었다. 그렇다보니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기는 했지만 시황이 옷을 벗는 순간부터 미묘하게 긴장을 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그래도 자기가 잘 때 아루와 섹스를 하더니 요 근래 들어서는 자기가 옆에 있든 말든 신경조차 쓰지 않고 항상 섹스를 했다. 그럴 때마다 옆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만화 그리는 걸 연습하기는 했지만 신경이 안 쓰인다면 그게 어디 인간이겠는가?
거기다 섹스를 할 때 마다 기분 좋아서 엄청난 신음 소리를 내는 아루를 보며 저 커다란 성기가 질안에 들어오는 행위가 그렇게 기분 좋은가 하는 의문까지 생겼고 이제는 시황과 아루가 내는 신음소리만 들어도 자기도 모르게 애액이 조금 나올 정도였다. 그렇다보니 어떨 때는 만화 그리는 척 하면서 시황과 아루가 섹스를 하는 걸 훔쳐볼 때도 있었고 그럴 때마다 본능적으로 손이 움직이더니 음순과 음핵을 만지기도 했다. 초창기에는 시황이 아루와 섹스를 하거나 성기를 내놓고 다니는 게 너무나 당혹스러웠는데 이제는 그럴 낌새가 있으면 가슴이 두근두근하며 기대를 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감정을 느낄 때마다 자신이 너무 한심스러워 한숨이 조금 나온다.
시황은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수란을 슬쩍 보고는 욕실에 가서 샤워를 했다. 이미 시간이 늦었기 때문에 평소처럼 느긋하게 하기 보다는 최대한 빠르게 씻었는데 그러면서도 중요부위는 냄새가 나지 않게 깔끔하게 씻었다.
샤워를 끝내고 간단한 옷을 입은 시황은 아공간에서 로션을 꺼내 은지의 집으로 갔다.
“오빠 안 오시는지 알았잖아요.”
시황이 들어가자 샤워를 끝낸 지숙이 소파에 앉아서는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은…….”
“쉿. 이쪽으로 와요.”
은지가 안보여서 씻고 있냐고 말하려는 순간 지숙이 말하지 말라는 듯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더니 시황을 조심스럽게 소파로 데리고 왔다.
“오빠 왔어?”
그런데 그 순간 욕실에서 은지가 소리쳤다.
“아니. 아직 안 왔어. 방금 오빠한테 전화 왔는데 30분은 더 걸릴 거래.”
“알았어.”
지숙의 말에 은지가 다시 소리쳤다.
몇 마디 되지 않는 대화였지만 시황은 무슨 일인지 순식간에 알아차렸다. 지숙이 샤워를 아무리 빨리 끝내도 여자라는 특성상 10~20분 정도는 걸렸을 것이고 그 시간이면 시황이 전화를 하고 샤워를 끝낸 시간과 비슷했다.
지숙의 머리를 보니 방금 샤워를 끝낸 듯 축축이 젖어있었고 이 말은 은지가 샤워하러 들어간지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적어도 최소 10분에서 길면 20분 정도는 은지가 샤워를 한다고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래도 괜찮아?”
시황이 소파에 앉으며 낮게 말했다. 나름 흥미로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지숙의 의도에 호응해주기로 한 것이다.
“은지 나오면 이제 막 왔다고 하죠. 뭐.”
지숙이 살짝 웃으면서 말한다.
“은지 샤워시켜 놓고 뭐 할 건데?”
“다 아시면서…….”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시황의 표정에 지숙이 낮게 웃더니 시황을 껴안고는 같이 소파에 누웠다. 그렇게 넓지 않은 소파라 딱 달라붙지 않으면 바닥에 떨어질 수도 있어 지숙이 시황과 꽉 밀착을 해서 키스를 했다.
방금 전에 양치를 해서인지 치약 특유의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고 축축한 지숙의 머리가 시황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음…….”
지숙의 혀가 움직여 자신의 입과 혀를 유린하자 시황은 기분 좋은 신음을 흘렸다. 너무나 음란하고 자극적인 키스다. 이런 키스를 하는 와중에도 시황은 지숙의 얇은 티에 손을 집어넣어 부드러운 가슴을 만졌다. 일부러 브래지어를 하지 않아서 말랑말랑한 유두가 그대로 손에 잡힌다.
“지숙아! 나 잠깐 욕조에 들어가서 반신욕 할 테니까 오빠 오면 말해줘.”
30분 뒤에나 시황이 올 거라는 지숙의 거짓말을 믿은 은지가 소리쳤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바로 말해줄게!”
입술에 침이 잔뜩 묻은 지숙이 은지에게 소리쳤다. 입에 침이 가득한 거짓말. 이로써 한동안은 은지 없이 지숙, 혼자만 시황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