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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205화 (205/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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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오빠, 죄송해요. 오래 기다리셨죠?”

“오래 기다리긴. 지숙이 가슴 만지면서 노니까 시간이 금방 가던데.”

“정말 짓궂다니까요.”

자신의 가슴을 만지며 말하는 시황을 보며 지숙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보통 남자가 저런 말을 했으면 뭔가 저질스럽고 민망한 느낌이 들어야 할 텐데 시황이 짓는 웃음이 워낙 순수한지라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느낌만 들뿐이었다.

“오빠 이제 씻고 슬슬 가요.”

“그러자.”

시황은 자연스럽게 지숙과 함께 욕실에 들어가서 간단히 샤워를 했다. 시황은 지숙을 씻겨주며 특히 정액이 말라붙은 음부 쪽을 깨끗하게 씻겨주었다.

샤워를 끝내고 옷을 차려 입은 시황과 지숙은 모텔을 나와 1층에 있는 주차장에 세워진 차에 탔다. 잠깐 밖에 나와 걸었는데 쌀쌀한 찬바람에 몸이 덜덜 떨릴 정도였다.

“휴, 춥다.”

차에 탄 지숙이 가볍게 몸을 떨며 말했다. 시황이야 신체가 일반인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인해져 추위와 더위도 크게 타지 않을 정도라 이런 추운 날씨에도 별다른 추위를 느끼지 못했지만 평범한 지숙을 위해 시동을 걸고 빠르게 히터를 틀었다.

“같이 가줄까?”

“네? 아, 안 돼요. 오빠. 엄마한테 오빠랑 같이 있는 거 아니라고 말했는걸요.”

“그래? 그러면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얘기 끝나면 나와. 오빠가 일하는데 까지 태워줄게.”

“정말 고마워요. 오빠.”

이쯤 되면 지숙에게 맡겨둬도 괜찮았지만 혹시라도 어제 밤처럼 치근덕거리는 남자가 있다거나 사장이 그만두지 못하게 잡아둔다든가 하는 등의 문제가 있을까 걱정이 돼서 제대로 마무리 지을 때까지 확인하기로 했다.

시황은 어제의 기억을 더듬어 지숙의 집으로 운전을 했다. 지숙은 어떻게 자신의 집을 알았냐며 궁금해 했지만 시황은 비밀이라는 말로 적당히 넘어갔다.

그다지 먼 거리가 아니라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지숙이 사는 곳 근처의 골목으로 접어들 수 있었다. 아침이라 차가 좀 빠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좁고 지저분한 골목이다.

“그러면 갔다 와. 난 차에 있을게.”

“네. 오빠 금방 다녀올게요.”

차에서 내린 지숙이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갔다. 지숙의 뒷모습을 가만히 응시하던 시황은 지숙이 더 이상 보이지 않자 의자 깊숙이 드러눕듯이 앉아 팔짱을 꼈다.

처음 드래곤의 유산을 받았을 때는 단순히 로또에 당첨된 듯 순수하게 기쁘기만 했다. 하지만 드래곤의 유산이 가지는 가치는 로또와는 비교를 거부할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그렇기 때문에 주의 깊고 세심하게 그 힘을 사용해야했다. 지금 자신이 가진 전투력은 이종격투기 챔피언과 싸워도 단 한 합에 이길 정도였고 격투기 선수 여러 명이서 달려들어도 절대로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이런 무력 말고도 당장 내놓기만 해도 수억, 수십억 원을 받을 수 있는 보석과 마법 도구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그런 도구들을 아무 생각 없이 팔았다가는 어떤 커다란 위험이 생길지는 겪어보지 않았음에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흔히 복권에 당첨되면 어떻게 알았는지 돈을 빌려달라거나 협박, 동정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수없이 찾아온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본 글이라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이라고 해도 별다른 어색함이 없는 일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아루와 수란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에게도 드래곤의 유산에 대해 말을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 사실을 입 밖에 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만약 자신이 이능이 있는 존재이고 지구의 기술력으로 엄두조차 못 낼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들킨다면 어떤 일이 생길지는 상상하기가 두려울 정도였다.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했다. 단순 물리적 강함만이 아니라 정보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힘, 권력, 유명세 등, 사회 전반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힘 말이다.

전에 수란과의 대화에서도 그런 다짐을 하기도 했지만 인생을 제대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 부쩍 들어 커졌다. 단순히 돈을 모으고 여자와 섹스를 하는 게 아닌 그 이상의 존재가 되고 싶다.

시간이 제법 남아 앞으로의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에 대한 생각을 했다. 결과적으로는 이전과 다를 바 없이 명확하지 않고 약간은 흐릿한 목표였지만 이전보다 더욱 뜨거운 열망이 가슥 속에서 타오르고 있었다.

“후우…….”

생각을 정리하고 가볍게 한숨을 내쉰 시황은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9시 42분. 지숙이 들어간지 벌써 20분이 지났다. 12시까지는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야되니 그 전에는 나올 테지만 언제 나올지 의문이다.

드르륵!

그때 지숙에게서 전화가 왔다.

[끝났어?]

[오빠……. 어떡하죠?]

지숙이 약간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응? 왜?]

[엄마가 오빠를 만나보고 서울 가는 거 허락해 준데요.]

[그래? 그러면 지금 갈까?]

[저기……. 바로 오면 엄마가 의심할 수도 있으니까 한 20분 정도 있다가 오실 수 있으세요? 정말 죄송해요. 오빠.]

지숙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시황은 자신을 위해서 최대한 도움을 주는데 귀찮게 만드는 게 너무 미안했던 것이다.

[미안하긴. 조금 있다가 갈게.]

[고마워요. 오빠.]

전화를 끊고 나서 시황은 바로 아공간에서 화장품을 꺼내 가방 안에 집어넣었다. 은지의 엄마한테도 줬는데 지숙의 엄마에게 안 준다면 조금 곤란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화장품을 준비하고 인터넷을 조금 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됐고 시황은 가방을 메고 지숙의 집으로 갔다.

얼마 걷지 않아 어제 밤에 봤던 익숙한 문이 눈에 들어왔는데 아침이라 그런지 더 허름한 느낌이다.

“지숙아.”

시황은 문을 가볍게 두드리며 지숙을 불렀다. 그러자 삐걱하는 소리가 들리며 문이 바로 열린다.

“오빠. 들어오세요.”

지숙이 조금 어색한 표정으로 시황을 집으로 들였다. 어젠 안 들어 가봐서 몰랐는데 내부는 생각 이상으로 더 낡고 허름했다. 가구는 물론이고 TV나 냉장고 등의 전자기기들도 10년은 족히 지난 느낌이었다.

“반가워요.”

“안녕하세요. 강시황입니다.”

집이 좁다보니 거실이라 할 만한 곳도 없었기 때문이 지숙의 부모님이 지내는 안방으로 들어갔고 어제처럼 지숙과 닮은 인자한 얼굴의 중년 여성이 시황을 맞이해주었다. 약간 수척하고 피곤해 보이는 모습이기는 했지만 얼굴에는 시황에 대한 호의가 가득했다.

“힘들게 서있지 말고 앉아요.”

“네.”

시황과 지숙이 지숙의 엄마 맞은편에 앉자 물끄러미 시황을 응시한다. 깔끔한 스타일의 머리와 호감이 느껴질 만큼 순수하고 착한 얼굴. 하지만 단순히 순진한 느낌이 아니라 제법 건실한 몸매와 형형한 눈빛을 지니고 있어 남자다운 매력 또한 물씬 풍겼다. 어제 밤에는 잠깐 봐서는 몰랐는데 확실히 지숙이 반할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어제도 봤죠?”

“아, 네. 어제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말씀 편하게 하세요. 어머니.”

“음, 그럴까?”

예의바른 시황의 말에 지숙의 엄마가 약간 미소를 지었다. 지숙에게 말로만 들었을 때도 호감이 갔는데 직접 보니 더 마음에 든다.

“지숙아, 넌 마실 거라도 좀 가져와라.”

“응. 알았어.”

마치 결혼 허락이도 받는 듯 시황의 옆에 앉아 있던 지숙이 부엌으로 갔다.

“이번에 수능 만점 받아서 서울로 올라갈 거라고 하던데 정말이니?”

“아, 네.”

지숙의 엄마는 무슨 이유로 서울에 가는지부터 물었다.

“시황이 나이는 어떻게 되지?”

“26살입니다.”

“지숙이한테 수능 만점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참 대단하네.”

“감사합니다.”

시황은 살짝 웃으면서 말했다.

“그런데 26살이면 지금 대학을 가기엔 조금 늦은 나이인 거 같은데 무슨 이유로 잘되는 카페를 그만두고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가는지 물어봐도 될까?”

지숙의 엄마는 조근조근 말을 했다. 은지의 엄마가 약간 가벼운 아줌마 느낌인 반면 지숙의 엄마는 귀부인 같은 무게가 느껴졌다. 그런데 보통 여자 친구랑 사귀는 남자에겐 이 정도까진 묻지 않는데 지숙이 따라서 서울로 간다니 제법 걱정이 되는 듯 했다.

“서울대에 입학하는 게 제 꿈이기도 했고, 마침 카페를 서울로 확장을 할까 고민 중이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두 가지를 다 해보자 생각해서 수능을 쳤고 다행스럽게 성적이 잘 나왔어요.”

“그러면 서울에 카페를 연다는 거니? 공부하면서 카페를 운영 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시황의 말에 지숙의 엄마가 조금 염려스러운 부분을 말했다. 사실 말은 안했지만 지숙의 엄마는 시황을 거의 지숙의 결혼상대로 보고 있었다. 그렇다보니 수능을 만점을 받아 서울에 대학을 가고 카페를 여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지만 혹시 이도저도 아니게 되면 나중에 자신처럼 지숙이 큰 고통을 겪을까 걱정이 됐던 것이다.

“안 그래도 그거 때문에 지숙이랑 같이 서울에 가려고 생각중입니다. 전체적인 카페 관리를 해줬으면 하고요.”

“어머, 그러니?”

지숙에게 카페 관리를 맡긴다는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지숙의 엄마가 환하게 웃는다.

“오빠 이거 드세요.”

지숙은 작은 탁자에 음료수와 과일을 잘라서 시황의 앞에 놓아주었다. 그리고는 포크에 찍어 시황에게 건네준다.

“고마워.”

“아니에요. 헤헤. 엄마도 먹어.”

시황이 먹자 지숙이 엄마에게도 과일을 건네주자 지숙의 엄마가 흐뭇하게 웃는다. 천생연분이라 표현해도 될 정도로 잘 어울렸던 것이다.

“지숙이가 카페 관리를 다한다는 거니?”

“아니야. 엄마. 은지도 같이 갈 거야.”

“은지?”

옆에서 지숙이 끼어들며 말하자 지숙 엄마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한다. 이때동안 수십 년을 살아오며 겪고 느꼈던 경험이 은지가 큰 걸림돌이 될 거라고 말하고 있었다.

“응. 은지도 같이 갈 거거든. 안 그래도 부산으로 오고 나서 한참동안 은지를 못 봤는데 빨리 만나고 싶다.”

“에그, 바보야.”

순진하게 웃으며 말하는 지숙을 보며 지숙의 엄마는 답답해서 한 소리를 했다. 직접 은지를 만나본 건 아니지만 은지도 여자인 만큼 시황처럼 괜찮은 남자를 놓치려고 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뭐, 뭐야. 갑자기 왜 바보래.”

“은지는 남자 친구 있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숙의 엄마가 지숙에게 물었다.

“아니. 없는데.”

“에그……. 쯧……. 시황아. 서울에 가면 지숙이 잠은 어디서 자니?”

은지는 아직까지 남자 친구가 없다는 말에 지숙의 엄마가 아쉬움에 혀를 찼다. 아무리 생각해도 은지가 계속 걸린다.

“서울에 평수가 큰 집을 사서 하숙집 식으로 같이 지낼 생각이에요. 방세하고 밥값은 안 받을 거니까 그 부분은 걱정 안하셔도 괜찮아요.”

“어머, 그러니? 어디쯤에서 몇 평정도 하려고?”

“어딘지는 아직 못 정했고 크기는 대충 5, 60평 정도로 할까 생각중이에요.”

시황의 말에 지숙 엄마의 머리가 순식간에 회전하기 시작했다. 서울에 집을 산다는 것 자체가 제법 돈이 있다는 말이고 거기다 5, 60평 이랬으니 1, 2억 가지고는 어림도 없었다.

“카페는 어디에 낼 거니?”

“청담동에 할까 생각중이에요.”

“어머, 청담동?”

시황의 말에 지숙 엄마의 표정이 호감을 넘어 꼭 지숙이 꼭 시황과 잘 돼야 할 텐데 하는 바람이 가득 차 있었다. 서울에 50평이 넘는 집을 사고 청담동에 카페를 낸다는 것 자체가 평범한 26살이 하기 힘든 일이었고, 여기에 수능 만점을 받았다는 건 나중에 판검사나 의사가 돼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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