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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평소처럼 새벽 운동을 갔다 온 시황은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간단히 샤워를 했다. 땀을 흘린 뒤에 하는 샤워라 상쾌함이 전신을 가득 채운다. 시원한 물로 몸의 열기를 식힌 뒤에 시황은 욕실에서 나와 간단한 티와 반바지를 입고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휴대폰으로 현주와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오늘은 카페를 쉰다고 문자를 보냈다. 자신만 없는 거면 카페가 돌아가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은지가 없으면 남은 사람들이 너무 바빠 곤란해 질것이기 때문에 그냥 아예 쉬는 게 나았다.
그리고 운동하고 오면서 오늘 쉰다는 문구까지 카페의 문에 붙여 놨기 때문에 간만에 편히 쉴 수 있을 거 같았다. 자영업이라는 게 일주일에 한번 쉬기도 어려운데다 일찍 출근해서 늦게까지 일해야 하니 육체적으로는 그럭저럭 괜찮아도 정신적으로는 조금 피로한 느낌이 들기는 했었다.
문자를 다 보낸 시황은 소파에서 일어나 은지의 오피스텔로 갔다. 이제 오전 7시가 넘어 아직 자고 있을지 알았는데 은지는 언제 일어났는지 부엌에서 물을 마시고 있었다.
“벌써 일어났어?”
“원래 이쯤에 일어나요.”
은지는 어제보다는 근심과 걱정이 많이 사라진 표정으로 말했다. 거기다 음양공생공으로 몸에 활기까지 가득 차 있어 컨디션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보였다.
“지금 식사하실래요?”
“응. 고마워.”
시황이 식탁에 앉자 은지가 간단히 아침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팬티에 얇은 티만 걸친 상태라 뒷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제법 흥분이 됐다. 은지의 가슴이 작아서 그렇게 볼륨감 있는 몸매는 아니었지만 마사지로 미끈해진 다리와 엉덩이를 감싼 팬티, 살결이 비치는 티를 입은 채 요리를 하는 은지의 몸은 남자의 본능을 자극시켰다.
가만히 앉아서 은지의 뒷태를 감상하던 시황은 자리에서 일어나 은지를 껴안았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어맛, 오빠.”
갑자기 시황이 뒤에서 껴안자 은지가 깜짝 놀라 소리치며 살짝 몸을 꿈틀대기는 했지만 싫은 기색은 전혀 없었다.
시황은 은지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며 은지의 가슴을 부드럽게 움켜쥐었다. 얇은 티로 느껴지는 그 생동감이 너무 좋아 단숨에 발기를 해버렸다. 아직 샤워를 하지는 않았지만 은지에게서 나는 은근한 살냄새가 향기롭다.
간단하게 요리를 하려고 꺼내놓은 프라이팬과 달걀을 싱크대에 올린 채로 은지는 시황이 해주는 스킨십을 느끼다 직접 뒤로 돌아 시황의 목을 껴안고 키스를 했다. 평소에도 하는 별 거 아닌 행동이었지만 그때와 다르게 지금은 시황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키스를 끝내고 시황은 은지의 눈을 바라봤다. 어제처럼 슬픔이 가득한 눈이 아니라는 게 다행스럽다.
“이제 밥 먹자.”
“네. 오빠.”
시황이 식탁에 앉자 은지가 간단한 요리를 해서 밥을 차려주었다. 음식이야 케즈론의 성에서 가져온 걸로 먹든가 맛있는 곳에서 사먹는데 이렇게 은지가 직접 만들어 주는 걸 먹으니 그 나름의 맛이 제법 좋았다.
“씻고 바로 갈까?”
밥을 금방 다 먹은 시황이 은지를 보며 말했다.
“아직 부모님한테 전화를 안 했는데…….”
“괜찮아. 일단 가서 얘기하면 되지. 미리 연락할 필요 없어.”
“그래도 집에 아빠가 없을 수도 있으니까, 씻고 가기 전에 연락해둘게요.”
“편한 대로 해.”
은지의 말에 시황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건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니니까.
은지까지 밥을 다 먹고 나서 시황이 설거지를 했다. 그동안 은지가 팬티와 티를 벗고 욕실에 들어가서 샤워를 했다. 조금 있으면 시황과 함께 가서 부모님을 만나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두근했고 부모님에게 시황과의 관계를 뭐라 설명해야 할지도 고민이 됐다.
샤워를 마친 은지가 수건을 꺼내기 위해 욕실 서랍을 열었는데 언제 다 썼는지 수건이 하나도 없었다. 요즘 일 때문에 바쁘기도 하고 이런저런 일로 정신도 없다보니 빨래를 해놓고도 서랍에 수건을 넣어두지 못한 거 같았다.
잠깐 고민하던 은지는 문을 조금 열고 외쳤다.
“오빠, 저 수건 좀 갖다 주세요.”
“응. 알았어.”
은지의 말을 들은 시황이 거실에 있는 빨래건조대에서 수건을 하나 집어 들어 조금 열린 욕실의 문 사이로 넣자 은지가 문을 활짝 열어 받아든다.
“고마워요. 오빠.”
“이정도가지고 뭘. 빨리 닦아 감기 걸리겠다.”
“네.”
은지는 자신의 소담한 가슴과 음부에 무성하게 솟은 음모를 그대로 노출하고 있음에도 크게 부끄러운 표정 없이 문을 열어둔 채로 몸을 닦았다. 그만큼 시황을 사랑하고 신뢰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몸을 다 닦은 은지는 수건을 욕실 문 앞에 있는 빨래 통에 집어넣고 알몸인 채로 거실로 와서 빨래건조대에 걸린 팬티를 꺼내서 입었다. 시황이 바로 옆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지만 마치 결혼한 사이처럼 매우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은지야, 그러면 준비하고 있어. 나도 옷 입고 올게.”
“네. 오빠.”
시황이 가버린 것만으로도 쓸쓸한 감정이 가슴을 가득 채우자 은지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혼자 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외로웠다.
브래지어를 걸치고 옷장에서 반팔 티와 흰색의 바지를 꺼내 입었다. 어차피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 거라 화려하게 차려 입을 필요가 없었다. 그럼에도 얼굴이 귀엽고 시황의 마사지로 몸매가 제법 괜찮아져 간단한 옷 자체로도 상당히 예쁘다는 느낌이었다.
옷을 입고 화장을 하는 와중에 시황이 옷을 다 입었는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어? 오빠…….”
화장을 하며 자연스럽게 시황을 본 은지가 깜짝 놀란 음성을 내었다. 그냥 간단히 옷을 입을 거라 생각한 것과 다르게 제대로 된 정장을 입고 왔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나치게 격식을 차렸다기보다는 약간 캐주얼하면서 세련된 느낌의 정장이라 괜찮긴 했지만 저런 옷을 입으니 마치 결혼 허락이라도 받으러 가는 거 같아 왠지 부끄러운 느낌이었다.
“응? 왜?”
“정장 입으셨네요?”
“은지 부모님 만나러 가기도 하고 사업에 관한 얘기를 하는데 간단히 입고 갈 수는 없지.”
“아, 그렇군요.”
생각해보니 시황이 단순히 돈 문제로 가는 게 아니라 사업 관련해서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 거였다. 시황이 정장을 차려입어 부모님에게 소개하러 가는 거 같아 마음이 너무 들떠 있었던 거 같았다. 현실적인 감각이 다시금 돌아왔지만 시황과 같이 있어서인지 절망감이 생겨나지는 않았다.
시황이 소파에 앉아 있는 동안 은지는 가벼운 화장을 마쳤다.
“오빠, 이제 가요.”
“응.”
시황과 은지는 오피스텔의 지하 주차장에 가서 차를 탔다.
“부산 어디로 가면 돼?”
시황은 시동을 걸고 주차장을 빠져나오며 은지에게 물었다. 은지가 부산에 산다는 것만 알 뿐 어디에 사는지는 확실히 모르고 있었다.
“광안리 근처로 가주시면 돼요.”
“응. 알았어.”
평일이라 차가 그다지 막히지 않았다.
“오빠, 지금 부모님한테 전화 해둘게요.”
“편한 대로 해.”
시황의 말에 은지가 전화기를 꺼내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얼마 울리지 않아 엄마가 전화를 받는다.
[은지니?]
[응. 엄마.]
[소진이 한테 말했어? 빌려준데?]
[아니. 아직 말 안했어.]
전화를 걸자말자 돈 얘기를 하는 엄마를 보니 마음이 무겁다.
[은지야. 정말 급하다니까. 빨리 소진이한테 말 안하면…….]
[그래서 지금 가는 중이잖아.]
가만히 놔두면 말이 길어질 게 뻔했기 때문에 은지는 중간에 말을 끊었다.
[어디서 돈 구한거야?]
은지의 말에 은지의 엄마 목소리가 화색이 돈다.
[비슷해. 아빠는 집에 없지? 지금 집으로 가고 있으니까 아빠한테 집으로 오라고 해.]
[어머, 알았어. 은지야. 아빠보고 빨리 오라고 할게. 그런데 은지야, 돈은 어디서 구했니?]
[있어. 나중에 가보면 알아.]
[그래. 알았어. 은지야 고마워.]
이후로 은지의 엄마는 몇 가지 얘기를 더 하고 전화를 끊었다. 괜히 시황과 만나기 전에 얘기를 해두면 편견을 가질지 몰라 은지는 일부러 엄마에게 시황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았다.
부산이 그렇게 먼 곳도 아니었고 평일이라 차도 밀리지 않아 1시간 조금 넘게 달리자 광안리 근처에 도착했다. 시황은 은지의 가리키는 방향으로 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은지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 들어갈 수 있었다.
층수가 높고 지어진지 오래되지 않아 고급스러운 느낌이 물씬 난다. 은지가 제법 잘 사는지는 알았지만 생각보다 더 잘산다는 느낌이다.
아파트 앞에 있는 슈퍼에서 과일 바구니를 산 시황은 지하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은지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은지는 집에 도착하자 바로 비밀번호를 눌러 현관문을 열었다.
“엄마.”
“어머, 은지 왔니?”
은지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며 시황은 구두를 벗고 거실로 갔다. 거실엔 은지와 닮은 중년의 여성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
“안녕하세요. 강시황이라고 합니다.”
시황은 인사를 하며 과일 세트를 내려놓았다.
“어머, 안녕하세요.”
은지의 엄마는 소파에서 일어나며 시황에게 인사했다. 은지와 비슷한 나이또래의 대학생이라면 당연히 반말을 했겠지만 왠지 시황의 모습이 범상치 않아 보여 존댓말이 나온 것이다.
“엄마, 나랑 친한 오빠야. 아빠 일 때문에 얘기 할 게 있어서 내가 데리고 왔어.”
“어머, 그러니? 그이는 조금 있다가 도착한다고 하니까 잠깐만 소파에 앉아계세요.”
“네. 알겠습니다.”
“과일 고마워요. 이거 깎아올 테니까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은지야 엄마 좀 도와줘.”
“아, 응.”
은지의 엄마는 시황이 가져온 과일 바구니를 들고 부엌으로 가면서 노련하게 은지도 데리고 갔다. 설마 은지가 남자를 데려올지는 몰라 처음 시황을 봤을 때 상당히 당황했었다.
“은지야, 저 분이랑 무슨 관계야? 애인? 엄마한테 소개시켜주려고 데려온 거야?”
은지의 엄마는 과일을 씻기보다는 낮은 목소리로 은지에게 물었다.
“애인은 아니고 그냥 친한 오빠야.”
“친한 오빠? 무슨 일 하는데?”
은지가 그저 친한 오빠일 뿐이라고 했지만 은지의 엄마는 전혀 믿지 않고 시황의 직업을 물었다. 그냥 친한 오빠가 돈을 빌려준다고 올리는 없었을 테니 은지의 애인이라고 확정 짓고 있었다.
“학교 근처에서 카페 운영해.”
“장사는 잘 되고?”
“응. 장사 잘돼. TV랑 잡지에도 엄청 많이 나왔거든.”
“그래? TV에도 나왔어? 대단하네.”
은지의 말에 은지의 엄마가 감탄을 하며 말했다. 처음 보자마자 외모자체에서도 귀티가 나고 옷도 상당히 고급스러워 그냥 척 봐도 뭔가가 있어 보이더니 예상대로 한가락 하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요 앙큼한 게 말도 전혀 안 하고 저런 남자랑 사귈 줄이야. 깜짝 놀랐다.
“대단하지.
은지는 엄마의 말에 약간 기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시황이 엄마에게 인정을 받는 듯 하니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다.
은지는 엄마를 도와 과일을 씻고 깎아서 거실로 가지고 갔다.
“과일 드세요. 오빠.”
“응. 고마워. 잘 먹겠습니다.”
시황은 예의바르게 은지의 엄마에게 말했다. 사람의 첫인상이라는 게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행동하며 호감을 높여두어야 했다. 케즈론의 성에 있는 옷장에서 깔끔한 정장을 찾아 입은 것도 사업에 관한 얘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한 이유도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었다.
“시황 씨는 우리 은지랑 언제 만났어요?”
“엄마, 뭘 그런 걸 물어.”
뜬금없는 엄마의 말에 은지가 약간 당황해하며 말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